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82)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82화 발상의 전환(282/355)
< 발상의 전환 >
“그런데 정말로 이래도 괜찮을까요?”
저돌적으로 군을 지휘할 때와 다르게 쿠투조프는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파제트 원수의 계획은 차선이기는 하고 놀랍기도 한데···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디 있습니까?”
상대가 이렇게 당당히 나오니 쿠투조프도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아니, 그거야 하려고만 하면 다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세상에 도리라는 게 있고 불문율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확실히 원수의 말대로 하면 이쪽의 피해는 최소화되겠지만, 프로이센에 대한 의리는 어떻게 합니까?”
“원수님. 우리가 지금 의리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까? 엄밀히 말하면 지금 우리 대영제국과 러시아는 이미 프로이센에 대한 의리를 충분히 지켰습니다. 우리가 동맹을 파병하지 않았습니까, 아니면 전투를 하지 않았습니까?”
“다 하긴 했지요······.”
“그렇습니다. 당장 도합 20만의 병력이 지금 이곳에 집결해 있습니다. 20만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 정도의 병력을 움직이는 데 소모되는 비용만 얼마입니까. 그 누구도 우리가 동맹을 소홀히 했다고는 말하지 못할 겁니다.”
개소리 같기도 하면서도 듣다 보니 또 은근 말이 되는 소리 같기는 하다.
당장 오늘만 하더라도 소중한 부하들의 피가 1만 가까이 흘렀다.
영국 놈들도 비슷하게 죽었을 테니 한 번의 전투로 전력의 10분의 1 가까이가 준 셈이다.
솔직히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손해를 본 건 맞았다.
헨리 파제트의 눈동자는 완전히 자신의 생각에 취한 듯 정의감으로 불타고 있었다.
“쿠투조프 원수님, 내일은 더 많은 병사가 죽을 겁니다. 모래는 그보다도 더 많은 병사가 목숨을 잃겠죠. 일군의 지휘관으로서 가망 없는 전투에 병사들의 목숨을 불태우는 게 과연 책임감 있는 자세일까요?”
“···가망성 없는 전투라······.”
헨리 파제트는 결국 금기나 다름없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고야 말았다.
일군의 지휘를 맡은 총사령관은 정말로 승기가 아예 없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절대 가망이 없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
최고책임자가 그런 단어를 입 밖에 내는 순간 실낱만큼의 가능성조차 완전히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쿠투조프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긴 했었다.
40년도 더 전에 군에 입대한 이래 그는 평생을 전장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폴란드 전쟁 때도, 투르크 전쟁 때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물론 그때는 자신이 강자의 입장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지금은 의심할 여지 없는 약자의 입장이다.
그래서일까.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상대와 싸워보니 눈앞이 깜깜해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확실히 실감이 됐다.
“인정할 건 해야 합니다. 쿠투조프 원수님, 프랑스와 제대로 된 결전을 벌이려면 더욱 더 많은 준비와 확실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프로이센의 요구에 응하느라 부랴부랴 병사들을 편성해 보냈고 지금 이 같은 결과를 낳은 겁니다.”
사실 원인을 따지고 올라가면 영국이 자국의 방비만 굳히고 있느라 프로이센 쪽을 소홀히 내버려 둔 거였으나, 파제트는 당연히 그런 점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쿠투조프 역시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았던 파병이었던지라 굳이 그 점을 언급해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 마음은 없었다.
“그렇다면 영국 역시 지금 프랑스 육군과 전면전을 벌여서는 승산이 없다고 여기고 있는 겁니까?”
“적어도 지금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저들의 총을 몇 자루 노획하기도 했고 국가의 전력을 총동원하면 대등할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지금보다는 더 나아질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투가 아예 무의미했던 건 아닙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확실한 결론을 얻었으니까요.”
확실히 전쟁만큼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킬 방법은 거의 없다.
프랑스 역시 계속해서 발전하겠지만 원래 이런 쪽은 후발주자가 더 유리한 법.
단기간에 전력 차이를 0으로 만들 수는 없어도 좁힐 수 있다는 데에는 쿠투조프 역시 동감하는 바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결코 단순히 러시아와 대영제국이 책임을 방기한 게 아니라 최선을 다했지만, 현실적인 전력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단 게 되는 것이군요.”
쿠투조프의 의도를 이해한 파제트는 의미심장한 비통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여기서 계속 전투를 해봐야 수십만의 우리 장병들이 무의미하게 목숨을 잃을 뿐이니 저희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지요.”
시간을 더 준다고 진짜로 프랑스군을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시간을 끌 자신 자체는 있었다.
영국은 어차피 해군에서 밀리지 않는다면 본토에 적의 상륙을 허용할 리가 없었고, 러시아는 혹독한 자연환경에 기대 방어전략을 짜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되는 건 있습니다. 프로이센은 여차하면 그대로 프랑스에 항복해 버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저희 챠르께서도 그 점을 염려해 급하게 파병을 결정하신 것인데······.”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저희가 걱정했던 건 프로이센이 전력을 온존한 채 그대로 항복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아무리 2류 국가로 전락했다고 하더라도 10만의 병력을 순식간에 모은 나라가 프로이센이다.
만약 전력을 온전한 채로 프랑스에 붙었다면 상당히 요긴하게 사용할 수도 있었을 터.
하지만 이미 전쟁은 시작했고 프로이센은 신성로마제국과 치열한 혈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합스부크르와 프로이센의 전투는 이쪽보다도 더 먼저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누가 이겼다는 말이 들리지 않는 걸 보면 치열하게 싸우고 있겠지요? 당연히 합스부르크 쪽의 피해도 상당할 겁니다.”
“···그렇군요. 이번 전쟁에서 꽤나 피해를 본 신성로마로서는 절대 프로이센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말씀인 거군요.”
“예. 전력을 온존한 항복 따위는 이제 불가능합니다. 프랑스 역시 프로이센보다는 합스부르크 왕실의 편의를 봐줄 수밖에 없으니 이쪽엔 아무런 해가 되지 않을 겁니다.”
군을 지휘하는 솜씨는 그럭저럭이더니 정작 모략을 꾸미는 솜씨는 천하일품이구만.
쿠투조프는 내심 혀를 내두르며 계속 이어지는 파제트의 강의를 경청했다.
영국은 군인들이 정치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경향이 있다는데 그 영향일까.
뭐가 됐든 이놈들에게 뒤는 보이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는 밤이었다.
※※※
4군단의 영웅적인 승리로 고무된 프랑스군은 다음날 적의 움직임을 보고 공세를 재개할 예정이었다.
이미 절대적인 전력의 우위를 확인한 상황.
변수를 차단하는 방식으로만 싸워준다면 절대로 패배할 리가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적도 그걸 알 테니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를 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마세나는 이미 베르티에나 다른 군단장들과 머리를 맞대고 수많은 가능성을 고려해 두었다.
어떤 변칙적 전략을 구사하더라도 이쪽의 허를 찌르긴 불가능하다.
하지만 상대방을 너무 얕봤던 것일까.
동이 틀 무렵, 마세나와 베르티에는 적군의 상당수가 동남쪽으로 이동하는 것 같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뭐지? 대체 뭘 노리는 건지 짐작이 안 가는데.”
“···그러게. 이런 전개는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동남쪽으로 이동하는 건 현재 영러 연합군에게 아무런 전략적 이득도 없었다.
오히려 수도가 있는 방향을 비워주는 꼴 아닌가.
“적의 지휘관 역시 그리 호락호락한 자들은 아니니 아무런 생각이 없는 움직임은 아닐 텐데······.”
영국군의 지휘관은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으니 몰라도 러시아의 쿠투조프는 마세나도 익히 알고 있는 명장이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노망이 들었을 리는 없으니 무언가 깊은 뜻이 있을 텐데······.
“남동쪽으로 빠져나가 우회하려는 건가?”
“1만, 2만이면 몰라도 20만에 달하는 대군이 그런 기민한 움직임을 보인다고? 불가능해.”
“당연히 그렇겠지.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딱히 의도를 모르겠다는 말이야.”
“아니면···혹시 프로이센군과 합류할 생각일지도?”
베르티에가 조심스럽게 지도의 한 방면을 가리켰다.
“이것 봐. 동남쪽은 프로이센이 신성로마제국군의 병력을 막아내고 있는 곳이잖아. 자신들만으로는 우리를 이길 자신이 없으니 일부 병력을 우회시켜 프로이센을 도우려는 게 아닐까? 그렇게 신성로마제국군을 격퇴한 뒤 남은 프로이센군과 함께 이쪽의 측면을 치려는 거지.”
“말로는 그럴듯한데 현실성이 없는 전략 아닌가?”
영러 연합군이 전부 기병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모를까 지금 시대의 전쟁은 대다수가 보병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력은 어마어마하지만 기동성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그걸 보완하기 위해 철도가 있는 것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철도를 쓸 수도 없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 쪽도 아직 수만의 기병이 있지 않나? 우리의 진로를 틀어막고 기병군단을 먼저 보낸다면? 만약 저쪽의 전황이 길항을 이루고 있는 상태라면 그 정도만으로도 한쪽으로 크게 기울지도 몰라.”
“정말로 그런 속셈이라면 실망이군. 명성이 자자한 러시아의 쿠투조프도 결국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말인가.”
냉정하게 봤을 때 연합군 입장에서도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사실이긴 하다.
그러니 자신의 킹을 쓰러트리는 심정으로 자포자기의 한 수를 던졌을지도 모르는 노릇.
마세나는 즉각 기병대장인 뮈라와 베시에르를 호출했다.
“연합군의 병력이 돌아가고 있다는 첩보는 들었겠지? 그쪽의 대응은 자네들에게 맡기겠네. 자네들이 직접가는 만큼 별다른 지시는 하지 않을 테니 현장에서 판단해 최선의 행동을 해주게.”
“알겠네. 드디어 재미 좀 볼 수 있겠군.”
“그러게 말이야. 기왕이면 우리가 먼저 도착해서 프로이센군을 갈아버려도 재밌겠어.”
두 사람은 희희낙락 웃으며 바로 군단에 출동 명령을 내렸다.
마세나는 그 뒤로 돌다리를 두드려 보는 심정으로 적군의 동태를 계속해서 살폈다.
하지만 베르티에의 예상대로 적군은 이쪽과 싸우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점점 본대의 무게 중심을 프로이센군이 있는 방향으로 옮길 뿐이었다.
적의 기병대도 이미 남동쪽으로 빠져나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말이 들려왔다.
“이놈들 진짜로 프로이센군에게 합류할 작정인가? 이해할 수 없군.”
“어떻게 할까? 이대로 적의 후미를 계속 타격할까?”
“아니. 굳이 놈들이 사지로 가겠다는데 우리 쪽에서 물고 늘어질 필요가 있나? 오히려 퇴로를 차단하고 확실한 포위망을 굳히면 될 것 같은데?”
“나도 그게 최선의 전략이라 생각하는데 역시 우리는 생각이 잘 통하는군.”
연합군이 기병대를 보내봐야 어차피 이쪽의 기병대가 전선에 도달하는 게 더 빠르다.
게다가 적의 기병대 중 상당수는 첫날에 4군단에 심각한 피해를 당해서 전력도 이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그러니 아무리 저들이 애써봐야 프로이센을 이기게 해주는 건 불가능하다.
오히려 이대로 가면 프로이센군만 심대한 타격을 입고 연합군은 프랑스와 신성로마의 대군에게 포위당하는 형국이 될 것이다.
“초조함에 시야가 좁아진 것인가···보람 있는 수 싸움을 기대했건만 실망이야.”
“뭐, 중요한 건 이기는 것 아니겠나?”
“그렇지. 어떤 방식으로 이기든 결국 역사에 승자로 기록되는 게 중요한 법이니.”
마세나는 호기롭게 웃으며 장교들을 불러 모았다.
천천히 포위망을 형성하면 영국군과 러시아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
만약 남동으로 내려가는 척하면서 북동쪽으로 우회해버리면 자신들만 몸을 뺄 수는 있겠으나, 그러면 반대로 프로이센군은 꼼짝없이 전멸당하게 된다.
‘설마하니 처음부터 아군을 미끼로 던지고 갈 생각은 아니겠지.’
불현듯 그런 가능성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으나 이내 마세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세상에 그런 놈들이 어디 있겠는가.
영국 단독이라면 몰라도 이번에는 러시아군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데.
애초에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한다.
그게 마세나가 가지고 있는 상식이라는 놈이었다.
< 발상의 전환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