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8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85화 결단의 시간(285/355)
< 결단의 시간 >
오스만 투르크가 지녔던 대제국의 위용은 옛날 옛적에 사라진 지 오래였지만 그래도 중동에서는 최강의 국가로 군림해 왔다.
이들도 바보는 아니었는지라 저번 전쟁의 해전에서 참패한 뒤 나름대로 준비를 해왔다.
다만 오스만의 불행은 그들이 마지막으로 겨룬 상대가 목조선을 주력으로 쓴 대영제국의 함대였다는 점이다.
오스만의 대응체계는 어디까지나 저번 전쟁에서의 대영제국을 겨냥하고 만들어졌다.
당시 해전교범에 따르면 영국은 주로 함체를 사격한 반면 프랑스나 에스파냐는 돛대 쪽을 사격했다.
둘 다 나름의 근거는 있었지만 숙련도가 떨어지는 병사들로서는 선체보다 더욱 커다랗게 보이는 돛대를 조준하는 게 더 편하다.
그렇기에 오스만은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교범을 참고했다.
어차피 프랑스 역시 대영제국을 겨냥하고 훈련을 하고 있을 테니 그들을 흉내 내는 게 제일 효율이 좋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휘를 맡은 예니체리들은 자신들의 군함만으로 프랑스와 해전을 벌일 마음은 없었다.
프랑스군이 노리는 주요 요충지에는 이미 대포를 200문 가까이 배치한 포대를 마련해 두었다.
여기에 수십 척의 신형 군함을 동원해 프랑스 군함을 협공할 계획이었다.
이렇듯 이들에게는 나름 그럴싸한 계획이 있었다.
얻어터지기 전까지는.
“온다! 프랑스 놈들의 흑선이다!”
“놈들이 사격해 온다! 우리도 대응하자!”
“쏴라!”
콰앙!
“아···안 맞는데?”
“거리가 안 돼! 좀 더 멀리 쏴봐! 저 새끼들은 가능한데 우리가 안 될 리가 없잖아!”
“장전 완료!”
“발사!”
쉬이잉! 펑!
“아, 안 돼! 안 맞아!”
“으아아악! 온다!”
“당황하지 마! 우리 쪽 군함이 놈들을 몰이할······.”
콰콰콰쾅!
필사적인 포대의 저항을 비웃기라도 하듯 프랑스의 검은 증기선들이 해안가를 초토화시켰다.
오스만의 목조선들이 프랑스의 증기선을 억제하려 나가봤지만 지금까지 본 적 없던 로켓포라는 무기에 모조리 가라앉았다.
“대체 뭐냐! 저 괴물 같은 배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오스만이 증기선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프랑스가 청나라를 공격할 때 버젓이 이 군함들을 운용했으니까.
그때도 청의 정크선들은 프랑스의 증기선에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쓸려나갔다.
단 이때는 청나라가 워낙 볼썽사나운 모습을 많이 보여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심지어 청나라의 정크선들은 대영제국의 목조군함들에게도 처절하게 갈려 나갔다.
오죽했으면 실제로 전함을 운용해본 프랑스도 제대로 된 전력을 가늠하기 힘들다고 했겠는가.
자신들도 모르는 힘을 상대방이라고 알 리가 없다.
그 결과 오스만은 유럽에서 처음으로 해전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는 산 제물이 되어야 했다.
“쏴라 쏴! 대포를 쏘란 말이야!”
“쏴도 안 맞습니다!”
“우리 해군은 뭐 하는 거야!”
“적군의 포격에 전위가 전멸했습니다!”
“무슨 개소리야! 지금 놈들의 배는 3척밖에 앞으로 나오지 않았는데!”
아직까지도 유럽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은 육지의 프랑스와 바다의 영국으로 양분되어 있었다.
프랑스가 여러 신형 기술을 도입하고는 있지만, 그 위용은 대부분 육군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까지 워낙 육지에서 충격적인 위용을 보여주었고, 영국이 전 세계의 바다를 제집 앞마당처럼 누볐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스만은 내심 자신들도 충분히 막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프랑스군이 노리는 건 무조건 상륙전일 테니 놈들을 해안가에 접근시키지만 않으면 된다.
이런 의식의 흐름으로 지휘를 맡은 예니체리들은 상륙 저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건 절대로 이들이 멍청해서도 아니고 전략적인 식견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실제로 프랑스는 지금까지 계속 영국에 상륙해보려 시도했었고, 이번 전쟁에서도 그렇게 하려 했으니까.
다만 전함의 포격에 적이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하고 쓸려나갈 줄 프랑스 자신들조차 예측하지 못했을 뿐.
“···뭐지? 왜 이렇게 쉽게 이기는 거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던 피에르 뵐뇌브 제독은 너무나도 순조롭게 오스만군을 때려잡는 자신들의 위용에 혀를 내둘렀다.
적의 군함들이 자신들을 요격하러 나왔을 때 3척으로 경로를 틀어막고, 다른 배들을 옆으로 돌려 적을 포격하려 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든든하게 상대방을 가로막을 방패 역할을 하려던 군함들이 적의 전열을 전멸시켜버린 것이다.
회전으로 치자면 모루로 쓰려고 했던 병력이 돌진해온 상대방의 병력을 때려잡은 셈이다.
“···적이 약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너무 강한 것인가.”
“둘 다이지 않을까요?”
“그런가? 이것 참 당황스럽군. 잔뜩 긴장하며 왔던 우리가 완전 바보가 되지 않았나?”
초전에 박살 내겠다고 전의를 다지며 병력을 잔뜩 끌고 왔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과투자도 이런 과투자가 또 없었다.
절반···아니, 삼 분의 일만 끌고 왔어도 아무런 손해 없이 적의 해안선을 무력화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뭐, 어쨌든 나는 위에서 하란 대로 한 거니까···문책당할 일은 없겠지?”
“···물론입니다.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사력을 다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괜히 방심했다가 적에게 일격을 허용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만전을 기하는 게 옳습니다!”
그래, 그래. 자신들은 어디까지나 만에 하나 일어날 수도 있는 최악의 경우를 고려했을 뿐이다.
그들은 그렇게 위안하며 남은 오스만의 군함들을 고기밥으로 만들어버렸다.
※※※
자신만만하게 전쟁을 선포한 뒤 나름 활기를 되찾았던 대영제국의 수도 런던.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요인들이 모인 의회는 최근에 쏟아지는 온갖 부정적인 보고들로 골머리를 썩는 중이었다.
“프로이센 함락! 오스만 투르크 패퇴!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끌어들인 동맹 둘이 손도 못 쓰고 프랑스에 박살났군요.”
“프로이센은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오스만은 우리의 경계 실패가 아닙니까! 아니, 최소한 오스만이 당하는 동안 에스파냐에라도 피해를 입혔어야지요. 지브롤터만 탈환했어도 오스만을 준 게 전혀 아깝지 않았을 겁니다!”
“콜링우드 제독! 뭐라고 말 좀 해보십시오!”
넬슨 대신 대서양의 로열 네이비를 책임지는 콜링우드 제독은 자신을 조리돌림하는 의원들을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니, 그게 자신의 잘못인가?
“존경하는 의원님들. 저는 분명 프랑스가 투르크를 공격하는 틈을 타서 지브롤터를 탈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에스파냐가 저항하겠지만 에스파냐쯤이야 단독으로 싸운다면 저희가 이기지 못할 리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도 제독의 의견을 받아들여 실행하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지브롤터를 탈환하지 못한 겁니까!”
“타국의 영토를 점령하는 게 하루 이틀 만에 끝날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는 분명 투르크가 프랑스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예측을 보내달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기존 예상과는 터무니없이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지브롤터를 탈환하겠다는 목적으로 출격을 준비 중이었던 콜링우드의 함대는 결과적으로는 대포 한 발도 쏴보지 못했다.
그들이 막 대양으로 나왔을 때 오스만이 박살 났다는 급보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책임을 물으시려면 제가 아니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자들에게 물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저야 결과적으로 아무 피해도 입지 않았지만 프로이센에 파병 갔던 부대는 무려 1만에 달하는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까?”
“···그도 그렇긴 합니다. 그럼 콜링우드 제독의 의견대로 헨리 파제트 원수에게 묻겠습니다! 정말로 이게 최선이었습니까? 총리님, 총리님도 한 말씀 해주십시오.”
“······.”
패전한 장수들을 비판하며 맹렬하게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퍼시발과 달리 피트는 침묵을 고수하며 중립적인 위치를 지켰다.
그가 볼 때 콜링우드와 파제트는 별다른 잘못이 없었던 까닭이다.
예상대로 파제트는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다는 듯 당당하게 자신의 행동 이유를 설명해나갔다.
“···이상입니다. 제가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프로이센을 주는 걸 넘어서 소중한 아군의 육군 전력이 회생 불가능한 타격을 입었을 겁니다. 저는 오히려 훈장을 받을만한 공훈을 세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퇴각하면서 프로이센의 항구를 부순 건 지나치지 않았습니까? 이게 소문이 퍼진다면 본국의 이미지에 어느 정도의 먹칠이 될지 고려해보셨습니까?”
“저희가 했다는 증거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프로이센을 버릴 거라면 싹을 잘라두는 게 후환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으음······.”
파제트의 논리는 완벽했다.
자신만만하게 선전포고했던 것과 달리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민심이 요동친다.
퍼시발은 이를 달래줄 희생양으로 두 장군을 세우려 했지만, 이를 잘 아는 두 사람은 결코 호락호락 당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저는 존경하는 의회의 의원님들이 너무 상황을 낙관하며 무른 태도를 보이시는 것 같습니다. 더욱 더 강경하고 빠르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는 말씀 감히 덧붙이는 바입니다.”
“지금 이 사태가 우리 때문이란 말이오!”
“자, 자. 거기까지 합시다. 지금 중요한 게 이게 누구 때문인지 가리는 게 아니에요. 정치질을 하고 싶으면 다음 선거에서 하면 됩니다.”
결국 청문회가 지리멸렬한 책임 공방전으로 격화될 기미가 보이자 보다 못한 피트가 중재에 들어갔다.
“우선 투르크와 프로이센이 함락된 건 어쩔 수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이쪽이 안일하게 판단했다는 것도 인정해야겠지요. 그래도 다행인 건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은 게 아니라는 것이고요.”
“···맞습니다. 투르크나 프로이센은 원래 머릿수를 맞추는 용도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프로이센이 전력을 그대로 온존한 채 프랑스에 붙었다면 몰라도 그쪽은 이제 끝장났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투르크를 최단 시간에 박살 낸 프랑스의 해군 전력입니다. 이건 콜링우드 제독의 견해를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피트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콜링우드 제독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진즉 이런 건설적인 논의를 했어야지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누구 책임인지 잘잘못을 가리는 게 대체 무슨 뻘짓이란 말인가.
“저도 이 부분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예상했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희도 최근 증기기관을 사용하는 군함들을 투입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증기선을 사용하는 함대와 기존의 나무로 만든 군함을 운용하는 함대 간의 전력차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인가?”
“물론 증기선이 더 강하긴 하지만 사실 오스만이 패한 건 기본적인 대포의 성능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실제로 저희와 프랑스가 붙었을 때 목조군함들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애물단지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현재 영국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점은 바로 그것이었다.
만약 오스만의 군함들이 쓸려나간 것처럼 자신들의 군함들이 프랑스 증기선들에 쓸려나간다면?
그토록 자신했던 해상에서의 우위가 사실은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거라는 충격적 현실을 목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콜링우드 제독은 그 정도로 격차가 현격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다만 앞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불안한 건 사실입니다. 현재 프랑스는 프랑스만이 아니라 저 신대륙에서도 엄청나게 증기선을 찍어내는 중이라는 첩보가 있습니다. 만약 년 단위로 시간이 지나고 누벨 프랑스에서 증기선들이 대서양을 건너오기라도 한다면···아니면 태평양을 건너서 아시아에 도달한다면 이쪽의 우위가 단숨에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니라는 말이로군.”
영국도 인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인도와 누벨 프랑스의 기술 성숙도는 차원이 달랐다.
인도가 거대한 시장인 건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장의 규모로 봤을 때의 이야기다.
누벨 프랑스는 본토인 프랑스 이상으로 공업화가 진행된 곳이었으며, 영국과 프랑스를 합친 것보다도 더욱 더 자원이 풍부한 땅이기도 했다.
이런 곳에서 작정하고 군함들을 찍어내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신조차 예측할 수 없으리라.
지금까지는 기존의 전력으로도 충분히 억제가 가능하리라는 판단이었으나, 순식간에 결판이 난 오스만의 패전이 이런 인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비단 영국만이 아닐 터.
프랑스 역시 비슷한 예상을 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아시아에 있는 프랑스의 전력을 말려 죽이려 했지만 지금 이게 확실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상 슬슬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콜링우드 제의에 간언에 피트는 주름진 이마가 더욱 더 깊게 패였다.
더 늦기 전에 승부를 건다.
승자는 모든 걸 가져가고 패자는 모든 걸 잃는 진정한 한방 싸움.
정말로 여기에 국운을 걸어야 할까.
아니면 무언가.
무언가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선택을 강요받는 피트의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 결단의 시간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