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86)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86화 종말의 날(286/355)
< 종말의 날 >
“지금 당장 모든 군함을 집결시켜 프랑스를 쳐야 합니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청문회가 끝난 뒤 따로 콜링우드와 파제트를 부른 피트는 서로 갈리는 의견에 점점 더 표정이 좋지 않아졌다.
그는 지금까지 파악한 자료들을 머릿속으로 되새긴 후,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해군과 육군의 의견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뉜다면 장관들이나 언론도 헷갈릴 수밖에 없는데. 둘 다 의견을 수정할 생각은 없는 건가?”
“육군의 의견은 근시안적이라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 그렇다면 해군만 움직이면 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군함끼리만 싸운다면 육군의 지원은 필요 없지 않습니까!”
또다시 언성이 높아진다.
“아니, 막말로 시간을 준다고 하늘과 땅 차이인 육군 전력의 격차가 좁혀지긴 합니까. 아니 뭐, 10년이나 20년쯤 준다면 어느 정도는 좁혀지겠죠. 그런데 꼴랑 수개월에서 1년 정도로 그게 가능하냔 겁니다.”
“그럼 승산이 없는 싸움에 아군의 목숨을 밀어 넣으란 겁니까?”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아까 의회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발언하지 그러셨습니까?”
“그랬다면 괜한 혼란만 가중될 게 뻔하니 자제했던 겁니다!”
피트는 괜히 두 사람을 불렀다고 후회하며 손을 휙휙 저었다.
조금 더 상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 건데 이렇게 싸움박질만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두 사람 다 진정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해 보게.”
“총리님, 저는 그러고 있습니다. 제가 어째서 엄청난 오명을 뒤집어쓰는 걸 각오하면서까지 프로이센의 항구들을 부쉈다고 생각하십니까.”
“항구를 부숴놨으니 이 기회를 더 이용해야지요. 최소한 바로 당장은 프랑스가 저들을 이용해 북해나 발트해에 손을 뻗을 수 없단 거니까.”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대립하는 두 사람이었으나 둘 다 나름 일리는 있었다.
시간을 주면 더욱 답이 없으니 지금 싸우자는 쪽과, 지금 바로 싸우면 이길 수 없으니 불가능하다는 쪽.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엔 모두 꺼려지는 부분이 있었다.
“우선 하나하나 짚어보지. 콜링우드 제독, 자네 말대로면 지금 당장 로열 네이비를 집결해 프랑스를 쳐야 하는데 여기서 패배하면 우리에게는 뒤가 없다는 건 인지하고 있겠지?”
“예. 하지만 누차 말씀드리다시피 시간을 끌어도 뒤가 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싸우면 승산은 있나?”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승산이 가장 높은 시기가 지금이라는 건 확신할 수 있습니다.”
피트는 한숨을 내쉬며 파이프를 꺼내 입에 물었다.
“파제트 원수, 자네는 지금은 절대로 싸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해군이 밀리면 결국 아무리 육군 전력의 격차를 좁혀도 의미가 없지 않을까?”
“···그건···그렇긴 합니다.”
“물론 시간을 들여서 육군 전력이 우리가 더 강해진다면 자네 의견을 채택할 여지가 있네. 어떤가? 몇 년 정도 있으면 우리 육군이 프랑스보다 강해질 수 있겠나?”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상 답을 들은 것이나 마찬가지.
피트는 길게 연기를 뿜어내며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나로서는 조금이라도 승산이 높은 쪽을 고를 수밖에. 그리고 만약 해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다면 파제트 원수가 바라는 시간 벌이도 자동으로 따라올 테고.”
“하, 하지만······.”
“물론 그렇다고 지금 이 상태로 싸울 마음은 없네. 승산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써야겠지. 파제트 원수,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러시아의 태도는 어떻던가?”
“조금 미온적인 듯했지만 챠르가 발을 뺄 것 같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좋아.”
다른 동맹들은 어찌 되더라도 상관없다.
러시아만 잡고 있다면 영국에게도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고 봐야 한다.
누벨 프랑스가 무섭게 발전 중이고 프랑스가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고 있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술이 좋은 쪽이 전쟁에서 무조건 이길까?
그렇지 않다는 역사는 지금까지 얼마든지 있어왔다.
특히나 육지보다 더욱 더 변수가 많이 터지는 바다 위에서라면 말할 것도 없겠지.
“콜링우드 제독, 만약 의회에서 자네에게 전권을 부여한다면 프랑스 함대와 일전을 벌일 중임을 맡을 자신이 있는가?”
“죄송하지만 저는 적임자가 아닌 것 같습니다.”
“···뭐라고?”
생각지도 못한 거절에 피트가 멍하니 입을 뻐끔거렸다.
아니, 흐름상 이럴 때는 비장한 목소리로 국가의 명을 받들겠다거나 목숨을 걸고 임하겠다는 멋진 말을 늘어놓아야 하지 않나?
파제트마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며 혀를 찼다.
“그렇게 열심히 총력전을 주장하신 다음 본인이 발을 빼겠다? 양심이 있으십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동감일세. 설마 본인은 나 몰라라 할 생각으로 싸움을 주장한 것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도 당연히 전선에 나갈 겁니다. 하지만 총지휘관은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현재 대서양 방면의 최고책임자는 자네인데 누구에게 맡기라는 말······.”
피트는 조금 짜증 어린 목소리로 물으려다가 잠시 멈칫했다.
콜링우드의 진지한 눈빛으로 보아 단순히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런 말을 꺼낸 건 아니다.
그리고 현재 대영제국에서 그보다 확실히 더 나은 지휘관이라 할 수 있는 제독은 한 명밖에 없었다.
“자네가 주장하는 건 그러니까······”
“예. 비밀리에 넬슨 제독을 소환하시고 그에게 전권을 위임하셔야 합니다. 저도 옆에서 최대한 힘을 보태겠습니다.”
현재 영국이 낼 수 있는 최고의 강수.
피트는 입에 꼬나물고 있던 담배를 내려놓고 잠시 눈을 감았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 더 망설일 여유는 없다.
기존의 예측이 터무니없이 낙관적이었다는 현실은 뼈아팠으나, 프랑스도 그 점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다행이다.
그렇다면 아직은 만회가 가능할 터.
“알겠네. 내일 바로······.”
피트는 지금 이 순간, 결심을 굳혔다.
“의회의 이름으로 넬슨 제독을 소환하지.”
결전의 장소는 대서양.
두 제국이 양분하고 있는 이 바다에서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다.
※※※
혼돈으로 치닫고 있는 유럽과 달리 아시아 방면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영국군은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군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이 해로를 막고 있어 광동의 상인 중 불만을 표출하는 이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다방면으로 들어오는 보고들은 전부 좋은 내용만 있는 건 아니었다.
시간을 점점 끌면 아무리 부유한 남부 지방이라도 경기 침체가 일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느 정도 보급이 해결되기는 했어도 무기의 손질이나 보수 역시 한계가 있기 마련.
단숨에 말려 죽이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고 하더라도 시간을 끄는 저쪽의 전략이 완전히 틀어진 건 아닌 셈이다.
“이쪽이 더 버티지 못할 때까지 움직이지 않을 생각인가? 인내심 싸움 한번 해보자는 거로군.”
“그런 듯합니다.”
“총리님, 아니면 제가 군단을 이끌고 섬서성까지 밀고 들어갈까요?”
아군의 인내심도 슬슬 바닥을 보이고 있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그냥 나폴레옹에게 다 쓸어버리라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였으니.
“그런데 자네가 나간다고 저들이 싸워줄까?”
“당연히···아니겠죠?”
“그러면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
“예. 의미가 없겠죠.”
역시 그냥 해본 말이었던 건가.
심정은 이해가 간다.
이놈의 땅덩어리는 넓어도 너무 넓다.
옆의 성에 있다고는 해도 유럽으로 치면 다른 나라로 원정을 가는 거나 마찬가지인 거리였다.
그냥 차라리 시원하게 싸우면 싸우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지 이렇게 지리멸렬한 대치는 정신적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과연 이쪽만 그런 것일까?
그럴 리가 없지.
아마 영국이나 러시아 병사들도 이쪽 못지않은 짜증이 쌓여가고 있을 것이다.
유럽도 아니고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지금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일까 하루에도 수십 번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지 않을까.
“누벨 프랑스에서 태평양을 건너오는 계획은 차도가 있습니까?”
“생각해 봤는데 그것보다는 차라리 대서양으로 건너가는 게 더 효과가 좋을 것 같더군.”
누벨 프랑스에서 현재 대규모 공업단지는 대부분 동쪽에 집중되어 있었다.
거기서 군함을 찍어내 봐야 태평양으로 오려면 대륙을 한 바퀴 횡단하는 수밖에 없다.
파나마 운하가 아직까지도 뚫리지 않은 이상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 낭비를 하느니 그냥 대서양을 건너서 프랑스 함대와 함께 영국 본토를 두들겨 버리는 게 훨씬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그럼 준비는 다 끝난 겁니까?”
“전쟁이 터지자마자 공장을 돌렸으니 이제 슬슬 성과가 나올 때가 됐지. 아마 몇 개월 안에 북대서양을 가로지르는 누벨 프랑스의 함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후···그러면 이 지긋지긋한 대치 구도도 변화가 생기겠군요.”
유럽 본토의 로열 네이비가 박살 나면 프랑스의 육군이 바로 영국에 상륙할 수 있다.
그러면 아시아에서 웰즐리나 넬슨의 분투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자기네 집 기둥뿌리가 뽑혀 나가는데 다른 집 마당이나 긁어먹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던 차에 이쪽의 초조함을 완전히 날려줄 낭보가 도착했다.
오스만 함대를 상대로 한 대승리와 증기선 함대의 압도적인 무력의 검증.
내심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영국의 해군력을 따라잡지 못했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던 이쪽의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한방이었다.
물론 나폴레옹이나 다부, 란 같은 지휘관들도 이 소식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지 않았다.
“하하하하! 이거 이제 굳이 우리가 저쪽과 싸울 필요가 없겠습니다.”
“오히려 저쪽이 싸워달라고 징징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그러면 박살 내주면 되는 거고.”
영국의 지휘관들도 머리가 있으면 이쪽의 전력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을 테니 판도를 새로 짜고 있을 터.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하지? 묘한 위화감이 느껴지는데······.
“바다는 자신들의 독무대라고 기고만장하던 그 얼굴을 한번 보고 싶습니다.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그토록 자랑하던 해군력도 알고 보니 우리에게 따라잡힌 상태였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뭐···사실 우리도 제대로 몰랐으니 저쪽이라고 알 도리가 없었을 테지만요.”
그동안 누적된 스트레스와 분노를 털어내려는 듯 모두가 시원하게 웃으며 영국을 까 내린다.
모두가 함께 한참을 웃던 그 와중, 돌연 나폴레옹이 웃음을 뚝 멈추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
“음? 뭐가 이상하다는 건데?”
“지금 우리한테까지 소식이 들어왔다면 아마 홍콩 쪽에 있을 영국 함대에는 진즉 이 소식이 들어갔을 텐데···저쪽은 왜 별다른 반응이 없는 거지?”
“어······.”
그런가.
이상하게 걸리던 위화감의 정체가 이거였나.
현재 바다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영국이 이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럼 어떤 형태로든 뭔가 반응이 왔어야 하는데 저쪽은 지금처럼 쥐 죽은 듯 조용하기만 했다.
아니, 돌이켜보면 오히려 최근 영국군은 이상하리만치 소극적이었다.
주기적으로 군함들을 끌고 와서 도발을 해대는 빈도도 크게 줄었다.
지금까지는 그걸 시간을 끄는 용도라 생각했었는데 뭔가 다른 의미가 있었던 걸까.
“혹시라도 영국이 소식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쪽은 현재 영국군을 피해 과할 정도로 먼 거리를 빙 돌아오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영국 주력 함대는 홍콩과 대만에 있으니······.”
“그렇다면 일부러 태연한 척하고 있는 건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건 말이 안 되는데.”
혹시 저쪽도 최근에 소식을 접해 아직 제대로 된 방침이 나오지 않은 걸까.
“···넬슨이라면 뭔가를 더 시도해볼 법한데···음? 넬슨?”
나폴레옹은 한참이나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중얼거리더니 퍼뜩 무언가를 떠올린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총리님! 지금 당장 항구에 있는 군함들을 출격시켜야 합니다!”
“음? 아무리 그래도 여기 있는 군함들만으로 영국 함대와 일전을 벌이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싸우려는 게 아닙니다. 영국군의 반응을 보려는 겁니다. 만약 저쪽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제 예상이 맞다는 것일 테고 그렇다면······.”
나폴레옹은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은 뒤,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마 넬슨을 비롯한 저쪽의 진짜 전력이···더 이상 아시아에 더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억측일 수도 있겠으나 최근 영국군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는 걸 생각한다면 확인해볼 필요는 있을 겁니다.”
“······?”
넬슨이 아시아에 없다?
그 가능성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자칫 잘못하면 꽁꽁 틀어막고 있던 이쪽의 포위망이 그대로 붕괴될 수도 있는 도박수다.
만약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렇게까지 과감하게 나갔다면 이쪽도 해야 할 일을 해줘야겠지.
“지금 당장 영국군의 반응을 떠봐야겠다. 만약 정말로 이쪽을 비워놓은 거라면···대가를 치르게 해줘야지.”
< 종말의 날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