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88)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88화 결사의 각오(288/355)
< 결사의 각오 >
넬슨은 의회의 소집을 받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본국으로 돌아왔다.
한가지 문제점은 운하를 통과하지 않으면 희망봉을 빙 돌아갈 수밖에 없단 건데 이럴 경우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
그렇다고 대놓고 운하를 통과하면 프랑스에 걸릴 가능성이 높으니 넬슨은 일반 상인으로 신분으로 위장하는 치밀함까지 보여줬다.
나머지 함대는 어쩔 수 없이 희망봉을 돌아 대서양으로 들어오게 했지만, 덕분에 넬슨은 훨씬 더 빠르게 런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를 소환해야 할 정도로 본국이 다급함을 느끼고 있는 것인가.”
아무래도 본국의 사정에 어두울 수밖에 없는 넬슨으로서는 조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대영제국의 해군을 이끄는 자신이 상인으로 위장까지 하면서 쥐새끼처럼 몰래 들어가진 않았으리라.
“어서 오십시오, 넬슨 제독! 총리님께서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계십니다.”
“콜링우드 제독이라면 어지간한 일은 전부 맡겨도 무리 없이 처리할 텐데···너무 조급하신 게 아닌지······.”
“그 콜링우드 제독께서 넬슨 제독님을 부르시는 걸 추천드렸습니다.”
“···이거야 원. 정말로 총력전이라도 하시려는 건가.”
툴툴거리면서 들어간 넬슨은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하게 됐다.
“넬슨 제독 먼 길을 오느라 정말 수고 많았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독님. 생각보다도 더 빨리 도착하셨군요.”
실내에 앉아있던 피트와 콜링우드 제독의 얼굴이 넬슨을 보자마자 활짝 폈다.
“최단 시간으로 귀환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니까요. 총리님, 합당한 이유를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넬슨이 받은 지령에는 혹시라도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갈 일을 대비해 모든 정보가 담겨있지 않았다.
“제가 이곳으로 넘어온 걸 프랑스에 들키기라도 하면 간신히 형성해 놓은 아시아에서의 우위가 무너질 겁니다.”
“그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네. 전부 감안하고 내린 명령이니.”
“그걸 알면서도 저를 불렀다는 건 역시···프랑스 함대와 일전을 고려하고 있는 겁니까?”
“그래. 콜링우드 제독의 분석으로는 더 이상 시간이 우리의 편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네. 그래서 최대한 승부를 빠르게 내야 하는데 콜링우드 제독은 이 중임을 맡을 사람은 자네밖에 없다고 하더군.”
피트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미리 준비해둔 자료를 넬슨에게 건네주었다.
넬슨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자료를 훑어보면서 이어지는 피트의 말을 계속 경청했다.
“보면 알겠지만 현재 우리 해군 전력과 프랑스 해군 전력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봐야 하네. 여기에 저쪽은 에스파냐 해군이 더해질 테니 우리는 러시아 해군을 끌어들여야겠지.”
“러시아 놈들이 에스파냐를 억제할 수 있을까요? 전 회의적입니다.”
썩어도 준치에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고 에스파냐의 해군 전력은 영국이나 프랑스를 빼면 가장 강한 수준이다.
러시아도 최근 해군에 많은 투자를 했으나 이쪽은 아직까지는 근본적으로 땅개였다.
도움도 안 될 게 뻔한 흑해 함대는 아예 머릿속에서 지우고 생각하면 균형의 추가 맞지를 않았다.
“그러면 자네가 볼 때는 절대로 무리라는 건가?”
“···러시아가 꼭 에스파냐를 이겨야 하는 건 아니니 방법은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럴 경우 순수하게 우리의 힘만으로 프랑스를 이겨내야 하고요.”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투르크 놈들로도 에스파냐의 발목을 붙들고 늘어질 수 있었으니, 러시아라고 못할 건 또 없다.
다만 문제는 프랑스의 전력이 자신의 예상보다도 더 강한 것 같단 점일까.
“이 기록에 과장이 없다면···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평가해 보게. 이길 자신은 있나? 이 싸움 한번에 대영제국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정확한 평가를 내려주게.”
“하아······.”
아시아에서 그 먼 길을 부리나케 오자마자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여기서 이기면 대영제국을 구한 위인으로 남겠지만 진다면 대영제국 역사상 최악의 지휘관으로 이름이 남을지도 모른다.
‘콜링우드 이 새끼. 그냥 자신이 없어서 나한테 다 떠넘기려는 거 아니야?’
이 중임을 맡을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고 띄워주는 게 과연 진심일까 의심이 든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너희가 알아서 하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미 의회의 명을 받아 본국으로 귀환한 순간 퇴로는 막혔다고 봐야 한다.
여기서 다시 돌아가 봐야 아시아 방면이 뚫려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십중팔구는 뚫렸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보지 않아도 훤히 그림이 그려진다.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의회는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하기는커녕, 전부 자신에게 뒤집어씌워서 죽일 놈을 만들겠지.
거절해도 역적이 될 거라면 어차피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나.
“···전쟁에서 이기고 지고를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 방법밖에 없다면 제가 해야만 하겠죠. 아니, 해내 보이겠습니다.”
“오오오!”
“역시 넬슨 제독일세!”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이겨야지.
전의를 다진 넬슨은 지도를 유심히 살펴보며 전투를 열 만한 지역을 살폈다.
“제가 볼 때 프랑스 놈들은 이쪽과 싸워주지 않으려 할 겁니다. 아마 누벨 프랑스에서 함대가 오는 걸 기다리는 시기에 맞춰서 이쪽을 합공하려 하겠죠. 그러니 놈들을 끌어낼 만한 미끼가 필요합니다.”
“하긴···프랑스는 지금 당장 싸울 이유가 없을 테니.”
놈들이 억지로 버팅긴다고 해도 바깥으로 끌어낼 수 있는 수단은 꽤 많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며칠 뒤 넬슨은 전쟁은 반드시 이성적으로만 돌아가는 건 아니라는 진실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
대영제국의 명운을 건 승부를 벌인다고 한번 의식하기 시작하니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적을 끌어내더라도 어떻게 전투를 끌고 가야 할까, 어떤 전술을 써야 조금이라도 승산을 높일 수 있을까.
온갖 고민을 하던 차에 해협을 건너 날아온 한 가지 놀라운 소식은.
“제독님! 제독님!”
“또 무슨 일이 터졌는데 그렇게 급하게 달려오는 건가?”
“프, 프랑스 놈들이 움직이려는 것 같습니다!”
“이런 미친. 이번에는 또 어디야. 프로이센이 갑자기 항복을 하지 않겠다고 말이라도 바꿨나? 아니면 러시아를 치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육군이 아니라 해군이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다름 아닌 프랑스의 영국 침공 준비였다.
총리의 앞에서 그토록 진지하고 멋지게 프랑스는 이쪽과 싸워주지 않을 거라고 예측한 자신이 바보가 되어버린 기분이다.
“···프랑스가 왜 갑자기?”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신빙성 높은 루트로 들어온 정보라 거짓은 아닐 것 같습니다.”
“설마 누벨 프랑스의 함대가 예상보다 훨씬 일찍 도착하는 건가······.”
최소 수개월 이상은 걸릴 거라 예상했지만 이쪽의 예상이 틀린 게 어디 하루 이틀이던가.
알고 보니 이미 신대륙을 출발한 놈들의 함대가 대서양 어딘가를 지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아닐 겁니다.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신대륙의 동향 역시 최대한의 신경을 써서 감시 중이니까요.”
“그러면 더 말이 안 되는데······.”
머리가 점점 더 꼬이기만 하는 기분이다.
계산이 되질 않았다.
따로 노리는 노림수가 있는 건가?
아니, 이미 에스파냐 쪽의 움직임은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신대륙과 에스파냐 쪽에서 끌어다 쓰는 게 아니라면 프랑스가 추가로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은 없었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인데 굳이 기어 나와서 이쪽을 때리려고 하는 건 분명 믿을만한 구석이 있다는 뜻인데···그게 뭔지 짐작이 가질 않으니 답답해 죽을 것 같다.
“혹시 지난번처럼 양동작전 아닌가? 이쪽을 치려고 해놓고 사실 러시아를 치려는 속셈인 거지.”
이건 충분히 말이 된다.
발트해까지 들어가는 건 무리겠지만 오스만을 두들겨 패놓은 이상 프랑스 함대가 흑해까지 진출하는 건 문제가 안 된다.
대서양을 공략하는 척하고 러시아의 흑해 함대를 박살 낸다면······.
“그럴 가능성도 고려를 해봤는데 아닙니다. 오히려 프랑스의 지중해 함대가 지브롤터 해협을 통해 빠져나오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뭐지?”
설마 진짜로 이쪽을 쳐보겠다는 건가.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바꿔 말하면 그 정도로 자신이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르겠다.
크리스티앙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놈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거듭된 승리는 사람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나 보다.
“자신이 있으면 이쪽도 나와보라는 뜻인가. 여기서 피하면 우리가 밀리고 들어간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 되겠군.”
“예. 일단 의회에서도 난리가 날 겁니다.”
현재 영국이 이 전쟁을 이끌어가고 있는 동력은 확고부동한 해상 장악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바다에서도 밀리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순간 군의 사기는 고사하고 요동치는 민심이 감당되지 않을 것이다.
육지에서도 밀리고, 바다에서도 밀리는데 뭔 생각으로 전쟁을 계속하느냐는 성토가 솟구칠 게 뻔하고, 이는 정치인들에게는 엄청난 압박이 될 게 뻔하다.
“곧 언제 출격할 거냐는 의원들의 닦달이 있겠군. 미리 준비해두고 있어야겠어.”
“알겠습니다. 다른 장교들에게도 일러두겠습니다.”
“프랑스 놈들이 전투에서 몇 번 이기더니 콧대가 아주 하늘까지 올라간 모양이군.”
넬슨은 괜스레 긴장되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지도를 툭툭 건드렸다.
“놈들이 기고만장해 있다면 우리에게는 오히려 기회다. 이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어.”
“제독님께서 지휘해주신다면 반드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겁니다.”
“그래.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다. 우리에게 다음은 없어.”
“제독님께서 명령하신다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적들을 격퇴해 보이겠습니다!”
각오는 좋다만 냉정히 바라보면 단순히 이기기만 해서는 안 된다.
현재 군함을 찍어내는 속도나 무기의 보충만 봐도 영국군은 슬슬 한계를 보이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전쟁을 위해 무한정 발행해대던 국채도 이제 슬슬 한계라는 아우성이 들려온다.
반대로 프랑스는 아직 여력이 있어 보였다.
프로이센에서 뺏어온 땅에서 마음껏 광물을 캐내고 있으며 신대륙의 무한한 가능성을 말해봐야 입만 아플 뿐이다.
찍어내는 속도가 다르고, 보충되는 규모가 다르다.
어설프게 이긴다면 결국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저쪽의 물량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즉, 동수교환을 하면 이쪽의 패배.
무조건적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야만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은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내봐도 현재 양쪽의 전력을 비교해 봤을 때 이쪽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해야만 한다.
“모든 함장을 불러 모아라. 지금부터 우리가 다음 전투에서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 할지 브리핑하겠다.”
그래. 처음부터 가정이 잘못됐었다.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 대승을 거둘 생각만 하니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게 당연하지.
사자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이쪽 역시 피투성이가 될 각오를 해야만 한다.
프랑스는 투르크의 허접했던 함대와는 다르다.
죽을 각오 없이는 죽이지 못한다.
현재 프랑스가 쳐들어오려는 건 십중팔구 저쪽 의회의 독단이다.
그렇다면 뜻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 온갖 책임 공방으로 나라가 한바탕 시끄러워질 터.
이쪽에겐 둘도 없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넬슨은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자신의 모자를 눌러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방을 나서기 전, 거울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파멸아니면, 승리. 둘 중 하나를 택할 수밖에.”
< 결사의 각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