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8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89화 트라팔가 (1)(289/355)
< 트라팔가 (1) >
영혼을 건 한타.
한방에 모든 걸 결정짓는 진정한 남자의 승부.
양쪽의 모든 전력이 부딪치는 실로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인 방법이지만 실상 이런 전투는 그리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휘관들이 굳이 이렇게 싸워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당장 프랑스군의 지휘를 맡은 빌뇌브 제독도 이런 바보 같은 짓에 어울려줄 마음이 없었다.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면 계속 상황이 유리해지는데 미쳤다고 지금 싸워?”
하지만 이미 위대한 프랑스 뽕에 절여진 윗선의 생각은 달라 보였다.
빌뇌브 제독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누벨 프랑스 쪽의 힘을 빌리면 나중의 논공행상에 영향이 갈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임시 대원수인 마세나는 그런 면모는 없어 보였으나 반대로 해군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없다는 게 또 문제였다.
“영국 해협을 잠깐 동안만 봉쇄하면 충분히 이쪽의 15만 대군을 영국에 상륙시킬 수 있습니다. 제가 다 작전을 구상해 놓았으니 제독께서는 이대로만 따라주시면 됩니다.”
“오······.”
마세나의 작전 계획서를 본 빌뇌브는 어마어마하게 촘촘하고 꼼꼼한 타임테이블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감탄해서가 아니다.
프랑스의 수뇌부가 얼마나 해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지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니. 해군이 육군처럼 그렇게 정확한 시간을 분 단위로 맞출 수 있는 줄 아나······.’
바다란 조금만 바람이 이상하게 불어도 함대의 진군 시간이 한없이 늘어질 수도 있는 복잡 기묘한 장소다.
특히 범선을 운용한다면 이런 식으로 칼같이 병력을 운용하는 건 그냥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프랑스군의 숙련도 문제가 아니라 그냥 영국이든 영국 할애비가 오든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지금 다루고 있는 모든 배가 증기선이라면 또 몰라도 지금 함대는 그렇게 구성된 것도 아니었다.
프랑스는 이번 싸움에 엄청난 전력을 쏟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증기선은 물론 목조 범선들까지 전부 긁어모으는 중이었다.
여기에 증기선이라고 해도 결국 순수한 증기기관만으로 움직이는 군함은 이제 막 건조된 최신식 밖에는 없다.
나머지는 돛과 증기기관을 함께 쓰는 기범선의 형태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빌뇌브가 그렇게 떠들든 말든 결정권은 없었기에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간을 끌기로 했다.
“지중해 함대가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하니 중간지점에서 일단 세력을 규합하겠습니다.”
프랑스군도 영국으로 상륙하기 위한 대군을 편성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이 요청은 받아들여졌다.
지중해 함대가 도착하기 전에 각개격파 당하면 위험하다고 판단한 빌뇌브는 일단 함대를 이끌고 에스파냐의 카디스 항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수리와 보급을 핑계로 하염없이 시간을 끌다가 누벨 프랑스 함대가 도착할 때즈음 출항하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걸 계속 두고만 볼 정도로 넬슨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각개격파다. 우리가 노려야 할 기회는 그때뿐.”
프랑스 본토의 분위기와는 반대되는 함대의 소극적인 움직임만 봐도 현 상황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당장 승부를 내고 싶은 윗선과 신중하고 싶은 지휘관.
넬슨 역시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어떤 식으로 적을 꾀어내야 할지 바로 그림이 그려졌다.
백이면 백 현장은 윗선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다.
이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진리였다.
“쾌속선을 몇 대 보내서 프랑스 앞바다에 대포 좀 떨구고 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머리와 손이 따로 놀고 있는 놈들이다. 제대로 된 대응이 될 리가 없지.”
상대방을 도발하는 능력으로만 치자면 프랑스는 물론이고 세계의 그 누구도 자신들을 따라올 수 없다.
예상은 적중했다.
앞바다에 떨어진 포탄의 수만큼 프랑스 수뇌진들의 뚜껑은 열려버렸고.
-당장 저 영국놈들의 배를 모조리 가라앉혀 버리지 않으면 그 자리를 다른 제독에게 맡기겠으니 그리 아시오!
자고로 군인에게 있어 불명예 퇴진만큼 수치스러운 일은 없다.
결국 넬슨이 프랑스의 성질을 슬슬 돋군 지 며칠도 채 지나지 않아 프랑스군의 움직임이 확연히 변했다.
“제군들. 드디어 기회가 왔다. 놈들은 아마 수일 내로 카디스 항에서 나오게 될 것이다. 그 시기를 노려서 우리도 진군을 개시한다.”
“프랑스가 나온다는 건 신대륙에서 오는 저쪽의 함대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뜻 아닐까요?”
“좋은 지적이다. 내가 프랑스 제독이라면 아마 아슬아슬한 타이밍까지 시기를 가늠해볼 것이다. 위에서 쪼아대는 것과 아군의 원군이 도착하는 때를 유심히 살펴보겠지.”
아군이 보내온 첩보에 의하면 신대륙에서 프랑스군의 군함들이 출항한 지 조금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예상보다 빨랐지만 그만큼 신대륙에서 오는 군함들의 수는 많지 않았고, 급한 대로 긁어모은 구식 전열함들도 목격되었다고 했다.
즉, 아직 저쪽도 건조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최대한 행복회로를 굴렸을 때의 이야기일 뿐, 바꿔 말하자면 아직 저쪽은 제대로 물량 공세를 쏟아내지도 않았는데 이쪽의 전력과 비슷하다는 게 현실이다.
현실이라기 보다는 악몽에 가깝지만 그래도 신은 아직 영국을 버리지 않았다.
“프랑스 놈들은 예전부터 언제나 그랬지. 자신들이 유리해졌다 싶으면 언제나 한껏 느슨해지는 게 저들의 전통이었다. 하지만 그런 방심의 때는 길지 않을 것이다. 제군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직접 최전선에 서서 그대들을 승리로 인도하겠다!”
적을 격멸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넬슨의 함대는 결사의 각오로 대양으로 나갔다.
그와 거의 동시에 빌뇌브가 이끄는 프랑스의 함대도 신대륙에서 넘어오는 함대와 합류하기 위해 카디스 항을 떠났다.
신의 인도인지 악마의 장난인지 유난히도 파도가 잔잔한 트라팔가르 곶의 앞바다에서.
마침내 영국군과 프랑스군의 대함대는 서로의 존재를 포착하였다.
※※※
“뭐, 뭐야? 우리의 움직임이 읽힌 건가?”
아군이 합류하기 전에는 영국군과 싸울 마음이 없었던 빌뇌브 제독은 최대한 당황한 티를 내지 않고 망원경으로 영국 함대를 살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에스파냐의 함대고 끌고 올 걸···아니, 어차피 크게 도움도 안 될 놈들인데 러시아 함대를 억제하는 게 더 도움이 되긴 했을 거야.’
총지휘관이 당황한 티를 내면 곧장 전 병력에 혼란이 전염된다.
“모두 대열을 갖춰라! 놈들에게 위대한 프랑스 해군의 힘을 보여주는 거다!”
놈들은 각개격파를 노리고 이쪽을 추격한 모양이지만 이럴 가능성을 아예 예측 못 했던 건 아니다.
여기서 시간을 끌면 오히려 놈들은 지금쯤 이곳을 향해 오고 있을 이쪽의 원군에게 뒤를 잡히게 될 터.
전열함 10척에 기범선 1척 정도밖에 안 되는 수준이긴 하지만 이쪽과 합해지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 된다.
빌뇌브는 이 순간 전략적 판단을 끝냈다.
“우리가 먼저 대열을 갖추고 있으니 놈들도 쉽게 파고들지 못할 것이다!”
오스만과의 싸움을 승리로 이끈 빌뇌브는 일단 전황이 무난하게만 흘러가면 영국을 상대로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종사대형을 갖추고 저쪽과 화력교환을 하는 식으로 가면 못 해도 동수교환은 확정이다.
다행히도 영국군은 이쪽의 측면에서 나타났기 때문에 충분히 대처할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넬슨은 이런 빌뇌브 제독의 머리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
그는 깃발 신호로 전 함대가 볼 수 있도록 메시지를 보냈다.
“대영제국은 제군들이 각자 임무를 완수할 거라 기대하고 있다. 적을 두려워 마라.”
콰콰쾅!
이 신호를 기점으로 선제포격을 한 영국군은 일제히 단종진을 펴려는 프랑스 함대 쪽으로 돌격했다.
이 돌격을 본 빌뇌브는 순간적으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잠깐 동안 얼 타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그가 무능한 제독이라서가 아니다.
단순히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돌격을 해온 자들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현 시대에서 함대전에 사용되는 무기들은 90프로 이상이 대포였다.
프랑스 함대는 최근 폭발하는 대포와 로켓까지 기용하기 시작했지만 이런 무기들은 아직 최신식 군함 몇 척에만 탑재되어 있었다.
배의 구조상 함선의 앞에는 그리 많은 포대를 장착할 수 없으니 군함이 가장 강력한 화력을 뽐낼 수 있는 건 당연히 측면이었다.
이런 이유로 해전은 얼마나 적군을 향해 자신들의 측면을 오래 향하게 할 수 있느냐, 적의 측면이 이쪽의 전후면으로 오지않게 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었다.
그런데 그 해전의 최고봉이라는 영국군이 자신들의 전면을 이쪽의 측면에 내준 채로 미친 듯이 달려오는 꼴이 이해될 리가 없었다.
물론 빌뇌브 제독도 여러 해전을 경험한 몸. 결코 바보는 아니었다.
한 1분 정도를 가만히 지켜본 결과 그는 넬슨이 노리는 바를 알아차렸다.
“아, 안 돼! 놈들이 노리는 건 우리 진형을 분단시키려는 거다! 놈들이 붙지 못하도록 화력을 집중해!”
“놈들이 이쪽의 전열함 쪽으로 파고들고 있어서 기동이 어렵습니다!”
“이런 썩을!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건 전부 끌고 온 게 실수였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노를 쓰지 않고 돛으로만 움직이는 범선들은 장교와 선원들이 피나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다룰 수 없다.
프랑스군은 이제 슬슬 증기선과 기범선으로 넘어가는 추세였고 전열함들은 이전에 만든 걸 이용만 하는 정도였다.
원래부터 영국군보다 실력이 떨어졌는데 그리고 경험도 쌓지 못했으니 바로바로 판단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특히 영국군이 파고들어 난전이라도 개시되는 순간 이런 경험이 없는 프랑스 함대는 제힘을 발휘할 수 없을 게 뻔했다.
“화력이 강한 군함들을 앞으로 돌려라! 놈들이 붙기 전에 모조리 격침시켜!”
프랑스군은 빌뇌브의 호령에 부랴부랴 전열을 다시 갖추려 했지만 조함술의 한계로 제때에 맞추지 못했다.
넬슨은 영악하게도 철저하게 프랑스군의 화력이 가장 약한 전열함들을 노리고 11자로 달려왔기에 생각만큼 큰 피해를 입지도 않았다.
“전군, 멈추면 죽는다! 철저하게 파고들어서 적의 혼란을 가중시켜라!”
넬슨은 도박이 성공했다는 걸 직감하고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심장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어마어마한 혁신인 척 달려들었지만 이건 사실상 운에 맡긴 폭주였다.
만약 프랑스군의 조함술과 선원들이 숙련도가 조금이라도 더 높았다면.
빌뇌브 제독이 화력이 강한 군함들을 여기저기 퍼트려서 이쪽이 파고들 틈새를 주지 않았다면.
적군이 최선두에서 총알받이로 세워놓은 소수의 철갑선을 마구잡이로 쏘는 게 아니라 침착하게 꼬리를 잘랐다면.
이 중 뭐 하나만 제대로 했다면 영국의 함대는 본전도 찾지 못하고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고 전투를 시작했으리라.
무엇보다 병사들의 용기를 북돋기 위해 선두에 있었던 넬슨부터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넬슨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런 전략을 편 건 아니었다.
확신에 가까운 예측은 있었다.
프랑스가 최근에 벌인 해전은 예외 없이 대규모가 아니었다.
초월적인 성능을 가진 소수의 철갑선으로 적군을 완전히 뭉개놓은 게 다였다.
상대방은 프랑스군을 상대로 정석적인 싸움을 걸었다가 성능 차이로 쓸려나갔기에 뭐 대단한 경험을 쌓을 수 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금까지 저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수십 척의 전함들이 동원되는 대규모의 전투였다.
적의 약한 부분만을 철저하게 노려서 파고들고 이후 난전으로 끌고 가면 충분히 놈들을 패닉에 몰아넣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토록 자랑하는 증기선들은 성능을 제대로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물러나게 될 터.
무엇보다도.
처음부터 실패하면 죽을 각오로 나섰던 넬슨과 시간만 끌면 이긴다고 여겼던 빌뇌브 제독의 차이가 모든 걸 갈랐다.
“아직이다! 아직 이긴 게 아니다! 긴장을 늦추지 마라 병사들이여! 이대로 프랑스군을 몰아붙여라!”
성공적으로 파고들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건 시작에 불과할 뿐.
과감하게도 선두의 갑판에 나온 넬슨이 우렁차게 목소리를 높였다.
< 트라팔가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