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91)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91화 귀환(291/355)
< 귀환 >
시대는 전쟁을 부르고 전쟁은 곧 영웅을 탄생시킨다.
능력이 출중한 위인들은 도처에 있다지만 그중 대다수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런 점에서 넬슨에게는 분명 기회가 있었다.
영국을 구했다는 찬사를 받을 수 있는 별의 순간.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저 위로 승천할 기회가 그에게 찾아왔다.
실제로도 넬슨은 과감하면서도 혁신적인 전술을 통해 이길 수 없는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프랑스와 대영제국 양쪽 모두 자신들이 이길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그럼에도 전투의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가 발을 동동 구르며 서서히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을 때.
영국해협을 건너온 승전보가 그들에게 전해졌다.
[넬슨 제독의 함대가 프랑스군의 함대를 상대로 승리.]상세한 내용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으나 일단 전투의 결과만큼은 속보로 전해졌다.
“오오오오!”
“역시 넬슨 제독! 믿고 있었다고!”
“프랑스 새끼들 아주 지랄을 하더니 결국 어쩔 수 없는 땅개놈들이었구만!”
“넬슨 제독 만세!”
이 소식만을 눈에 불을 켜고 기다리고 있던 타임즈를 비롯한 신문사들 역시 무시무시한 속도로 기사를 찍어냈다.
-긴급 속보! 넬슨 제독의 함대가 프랑스 빌뇌브 제독이 이끄는 적 함대를 완파. 프랑스군은 남은 군함을 수습해 황급히 후퇴 중
-전술의 승리! 넬슨 제독의 신묘한 운용법에 휘말린 프랑스 함대는 자중지란에 빠져 적전도주!
-넬슨 제독. 영국이 낳은 해전 영웅은 자신이야말로 역사상 최고의 전략가임을 증명!
오랜만에 들려온 속이 시원한 승전보에 전 영국이 들썩였다.
영국은 바다의 신이고, 제왕이다.
이 굳건한 믿음이 흔들릴 뻔한 위기를 넬슨이 기가 막히게 틀어막은 것이다.
당장 의회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하하! 아주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넬슨 제독이 돌아오는 대로 훈장을 수여하도록 하죠!”
“좋지요! 그런데 무슨 훈장을 수여해야 좋을까요? 솔직히 기존의 훈장을 주는 건 제독의 업적에 오히려 먹칠을 하는 꼴 아닙니까? 새로 훈장을 만드는 게 어떨까요?”
“그래야지요! 영국을 구한 영웅 아닙니까!”
전투의 승리라는 결과 자체는 확실했기에 모두가 마음 놓고 넬슨 뽕에 푹 절여졌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오늘 막 상세한 보고를 받은 피트와 전쟁부 장관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의원님들, 잠시 정숙해 주십시오. 지금부터 중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의사당의 중앙으로 나온 피트는 이번 전투의 상세한 결과가 적힌 보고서를 들어 올렸다.
“여러분 모두가 보실 수 있도록 자료를 뽑아왔습니다. 한번 보시죠.”
“오~이게 넬슨 제독의 영웅적인 업적이 담긴 보고서입니까?”
“예. 넬슨 제독은 의심할 여지 없이 영웅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심한 부상을 입었고 지금 엄중한 경호를 받으며 런던으로 돌아오는 중입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아마 퇴역을 준비해야 할 듯합니다.”
축제 분위기이던 장내가 일순간 숙연해졌다.
“···넬슨 제독이······.”
“안타깝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하니 그래도 다행입니다.”
“국가를 구한 영광의 상처입니다. 의회에서도 특별한 대우를 해줘야······.”
“그 얘기는 차후 하도록 합시다. 지금은 더욱 중요한 일을 논해야 할 때입니다.”
피트는 드물게도 의원들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전투 결과가 적힌 보고서를 읽어보십시오.”
“···어디 보자···아군 함선 2척 격침, 재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손된 배도 수십 척. 이건 꽤 피해가 크긴 하군요.”
“그래도 적군의 피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당장 나포한 적의 군함만 20척 가까이 되고 격침된 적의 배가 훨씬 더 많다고 표기되어 있으니······.”
“숫자만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쪽이 나포한 배 중 적의 증기선은 한 척도 없습니다. 당연히 격침시키지도 못했고요.”
설명을 이어나갈수록 피트의 목소리가 점점 더 가라앉았다.
손에 들린 이 종이에 적힌 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정도로 그는 어수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몰랐다면 저 의원들처럼 마음만은 편하게 있을 수 있었을 것을.
“저들의 전력 중 피해를 입은 건 결국 이전 세대의 구식 함선들밖에 없단 겁니다. 실제로 최근 건조된 적의 신형 군함들은 전부 이쪽의 공격을 뿌리치고 도망가버렸다고 합니다. 넬슨 제독이 한 대라도 나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하필이면 그때 총에 맞아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고요.”
“······.”
“그래도 이긴 건 이긴 거 아닙니까?”
“이번에 우리가 이길 수 있었던 건 결국 저들의 낮은 숙련도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예상치 못한 사태를 마주하자 패닉에 빠져서 전선을 이탈해 버린 함장들이 대다수였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승리라고 봐야 합니다.”
전쟁부는 현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그럴 수 있었던 데에는 넬슨 대신 지휘권을 인계받은 콜링우드 제독의 힘이 컸다.
“그래도 우리도 저들에 대한 정보를 얻었으니 넬슨 제독이라면 다음번에도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
다급하게 반론하려던 퍼시발은 바로 그 넬슨이 현재 병상에 누워있다는 점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현재 누벨 프랑스에서 어마어마한 수의 군함들이 건조되고 있다는 소식이 추가로 들어왔습니다. 지금까지 생산된 것들을 합치면 최소 15척 이상이 가까운 시일 안에 합류할 거라고 합니다.”
“15척?”
“예. 그것도 목조 전열함이 아닌 전부 증기 기관을 쓰고 철갑을 둘둘 두른 적의 신형 군함입니다.”
콜링우드 제독이 쓴 보고서에 의하면 기존의 목조 전함들로서는 도저히 적의 철갑선을 당해내기 힘들다고 했다.
“간신히 전투를 이겼는데 곧바로 전력이 보충되는 건가······.”
“그런데 본격적으로 전함을 찍어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벌써 저 정도로······.”
“우리도 최근 신형 군함들을 건조 중이지 않습니까. 도입 예정이 어떻게 되죠?”
“10년 계획으로 약 20척을 건조하고 40척의 구식 전열함에 증기기관을 장착할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명언이 있다.
숫자 앞에 장사 없는 법.
직접 수치로 전해 들으니 벌어질 대로 벌어진 생산력의 차이가 돌연 무겁게 어깨를 짓눌러온다.
“···이거···어떻게 하죠?”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축제에서 상갓집이 되어버린 의사당은 돌연 기나긴 침묵에 잠겼다.
누구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자 조용히 보고서를 내려놓은 피트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분. 지금 상황의 엄중함은 익히 아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드리려고 합니다.”
“오오···역시 총리님!”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영국이 위험할 때마다 여러 가지 묘책으로 상황을 타개했던 윌리엄 피트.
그의 신묘한 계책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작용할 거라고 믿고 있던 의원들은 기대의 눈빛으로 총리의 말이 이어지기만을 기다렸다.
※※※
한편 런던의 의사당이 아수라장이 되고 있을 무렵, 파리 의회 역시 그에 질 수 없다는 듯 온갖 고성이 난무하고 있었다.
“이 사태를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왜 제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입니까!”
“이보세요! 영국 진공 작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분은 당통 의원님 아니십니까!”
“아니, 그거야 내가 말은 했지만 거의 만장일치로 가결된 사항 아닙니까! 그걸 저한테 책임지라고 하면 곤란하죠!”
하원의장 당통은 진심으로 억울하다는 듯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외쳐댔다.
“영국 진공 작전을 주장한 것 자체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당장 올라온 보고서들을 보세요! 이게 우리가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건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현장에서 더럽게 못 싸워서 진 것뿐인데 왜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단 말입니까! 책임을 질 거면 제독들이 져야지!”
“승부를 서두르라고 한 건 의장님 아니십니까!”
“아니, 막말로 나만 그랬습니까! 그때는 다 찬성해 놓고 이제 와서 나한테만 책임 전가를 하는 건 대체 무슨 심보입니까!”
“이래서 총리님의 재가를 기다렸어야 하는데······.”
“총리님도 찬성할 거라고 했으면서 이제 와서 자신들만 빠져나가려고 하지 맙시다!”
의원들은 혹여나 자신의 탓이라는 지적이 나올까 봐 필사적으로 서로를 지목하며 치열한 난타전을 벌였다.
지금까지 계속 상승세였던 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버린 주범으로 지목되면 다음 선거에서는 무조건 낙선이다.
낙선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국회의원들이다.
일단 현장 지휘관이었던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건 물론이고, 의회에서도 몇몇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나만은 살아남자.
이게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는 대다수의 마음가짐이었다.
“그러면 그냥 이것도 투표로 정해버립시다! 누구 잘못인지 투표로 정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니, 미쳤어요? 무슨 투표를 이런 데다가 한단 말입니까.”
“지금 투표의 기능을 부정하는 겁니까?”
“아니! 이건 그냥 마녀사냥이지 않습니까!”
여기서 투표를 하면 누구의 이름이 뽑히겠나.
당연히 하원의장인 당통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겠는가.
절대로 투표 따위 시킬까 보냐.
“여러분.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일단 이 패전을 어떻게 수습할지 그것부터 논해야······.”
“논하긴 뭘 논합니까. 이미 개작살 났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고 군의 사기도 바닥을 찍었는데.”
“최소 몇 개월은 잠잠히 박혀 있어야죠. 그동안 시민들의 분노는 우리가 감내해야 할 테고.”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프랑스는 지금까지 패배와 너무나도 멀어져 있었다.
항상 승리가 당연했던 이들이라 그런지 이 정도의 패배만으로도 술렁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당통이 어떻게든 자신의 의장직을 유지하기 위해 맹렬하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 와중.
냉소적이면서도 황당함이 듬뿍 베인 목소리가 입구 쪽에서 울려 퍼졌다.
“직접 와서 보니 진짜 개판이 다 됐군.”
“뭐야! 누가 감히 신성한 의사진행 시간에 난입을 하는 거냐!”
“경비병은 대체 뭘 하는 거야!”
후방에 앉아있던 젊은 의원 한 명이 벌떡 일어나 후드를 푹 눌러쓴 남성에게 다가갔다.
“경비들은 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여기가 어디라···허억!”
문을 열고 들어온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한 의원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뭔데 그렇게 소란을 벌···허억!”
회의에 참관하고 있던 상원의원 라파예트 후작이 넘어진 의원을 일으켜주다 말고 비명 섞인 소리를 내질렀다.
“초, 초, 총리님! 어째서 여기에······!”
‘총리’라는 단어가 울려 퍼지자마자 의사당 안에 있는 모든 의원의 고개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뒤로 돌아갔다.
“초, 총리님!”
“아시아에 계신 게 아니었습니까?”
“대체 어째서···아니, 어떻게······.”
크리스티앙은 의원들의 질문에도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천천히 의장석을 향해 걸어왔다.
심각한 분위기를 감지한 의원들은 모두가 입을 다물고 조용히 옆으로 비켜섰다.
의장석에서 열변을 토하던 당통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손을 덜덜 떨었다.
“총리님! 그러니까 이건······.”
“당통.”
낮은 목소리로 당통의 말을 끊은 총리는 의장석 아래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입 다물고 내려가 있어.”
“네, 넵! 알겠습니다!”
헐레벌떡 자리에서 내려간 당통은 빈 의석 아무 곳에나 자리를 잡고 시선을 내리깔았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크리스티앙 총리는 느릿하게 의사당을 둘러보며 다시 입을 뗐다.
누구도 감히 대답하지 못하는 침묵 속에서, 그의 음성만이 의사당을 울릴 뿐이었다.
“지금부터는 제가 회의를 주도하겠습니다.”
< 귀환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