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92)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92화 괴물의 말로(292/355)
< 괴물의 말로 >
트라팔가르 해전은 역시 프랑스가 대패해야 제맛이지!
혹시나 싶어서 홍콩을 점령하자마자 아시아로 돌아온 내 예상은 주효했다.
아마 넬슨도 비슷한 방식을 썼겠지만 상대편에게 움직임을 읽히지 않기 위해 네덜란드 상인으로 위장하고 운하를 넘어왔다.
위험한 방식이긴 했지만 잘못되면 그냥 한 번 눈 딱 감고 회귀해버리지 뭐.
일단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루트로 귀환했지만 내가 마르세유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전이 다 끝난 뒤였다.
대패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진짜로 뒷목을 잡을 뻔했다.
이 망할 놈들이 진짜로 크게 사고를 쳤구나 하는 생각에 손이 바르르 떨릴 지경이었다.
그냥 진짜 성질대로 파리로 가서 의회를 해산시켜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했으니까.
그래도 기차를 타고 오면서 찬찬히 신문을 훑어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최악의 참사는 일어나지 않은 듯했다.
이 정도면 그래도 다행이다.
빌뇌브 제독이 천하의 겁쟁이인 건 맞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겁이 많은 게 도움이 됐다.
이미 패전 소식이 널리 퍼져나갔는지 기차 안에서도 시민들은 이 화제로 연신 열을 올리는 중이었다.
“이 멍청한 새끼들! 그러니까 왜 바다로 기어나가서 영국 놈들한테 발리고 지랄이야!”
“듣자 하니 영국 놈들이 마구 돌격하니까 당황해서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도망쳤다는데?”
“도망친 새끼들은 모조리 사형시켜버려야지 사형!”
“의회도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네. 이런 때일수록 총리님께서 계셨어야 하는데······.”
“그러게 말이야. 총리님도 참 뭐 하고 계시는지.”
미안하다. 지금 바로 네 뒤에 앉아있다.
내 욕이 들릴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도 아직 불똥이 나한테까지는 튀지 않았나 보다.
그래도 냉정히 본다면 나도 책임에서 아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내가 아시아로 갔기 때문에 본토와 연결이 차단됐고 영국의 발 빠른 움직임에 대처가 늦은 것이니까.
물론 내가 아시아로 가지 않았다면 나폴레옹이 어떻게 폭주했을지 알 수 없고, 지금처럼 청을 완벽하게 분할하지도 못했겠지만 얻은 게 있으면 잃은 것도 있는 법.
타의긴 하지만 총리가 이렇게 나라를 오래 비웠다는 건 분명 칭찬받을만한 일은 아니다.
내가 없었으니 의원들도 오죽 당황했으랴.
파리에 간다면 이들에게도 사과를 해야겠다.
그게 윗사람의 책임 있는 자세···는 개뿔 지네끼리 치고받고 책임 전가를 해대는 걸 보니 그런 마음이 싹 다 날아갔다.
“우선 제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궁금하실 테지만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이야기부터 하도록 합시다. 얼마 전에 있었던 해전에서 우리 군이 아주 부끄러운 패배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총리님! 그건 빌뇌브 제독이 제대로 된 지휘를 하지 못했기 때문······.”
“아니, 현장 지휘관들에겐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자마자 함선을 보존하기 위해 퇴각한 건 옳은 판단이었습니다. 애초에 제대로 된 숙련도도 쌓지 않은 상태에서 무기에만 의존해 전투를 한다는 발상 자체가 글러 먹었어요.”
프랑스의 해군은 오스만과의 싸움에서 얻은 승리로 뽕에 잔뜩 취해 있었겠지만 이건 그냥 순전히 무기빨로 얻은 꽁승이었다.
덕분에 압도적인 스펙을 가지고 있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란 교훈을 이번에 얻었다.
게임으로 치자면 그냥 생각 없이 유닛을 선택해서 무지성 어택땅만 박아도 전부 쓸어버리니 무슨 피드백을 얻을 수 있겠나.
그러다가 이번처럼 제대로 한번 허를 찔리면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키보드에서 손을 떼버리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기존의 전열함들과 기선을 같이 운용하면 어떤 식으로 배치를 해야 하는지, 분명 고폭탄을 운용하는 전함들이 있을 텐데 어째서 적의 돌격에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는지. 이건 전부 우리 군의 허접하기 짝이 없는 경험과 숙련도가 불러온 참사입니다. 하지만 이게 현장 지휘관들 탓으로 돌린다면 억울한 일일 겁니다. 어떤 분들이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시간도 없이 전쟁터로 밀어 넣었으니.”
“총리님, 그건 의장님이······.”
“아니 이 사람들이 아직도 내 탓을!”
“이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는 게 사실일 겁니다. 그런 사람들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죠. 그런 점에서 이번 일에 가장 큰 책임을 가지고 있는 저부터 이번 전쟁이 끝나면 사퇴하도록 하겠습니다.”
의원들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인 뒤 잠시 반응할 시간을 주자 예상대로 어마어마한 소란이 터져 나왔다.
“총리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퇴라니요!”
“그거야 일련의 사고는 제가 본국을 비웠기 때문에 일어난 일 아닙니까. 의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건 명백한 사실인데 모두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면 남은 건 저밖에 없지 않습니까. 제가 없어서 의회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으니 제가 책임을 져야죠. 전쟁이 끝나면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사죄하고 물러나겠습니다.”
블러핑에 가깝긴 했지만 사실 이건 어느 정도는 진심이 섞여 있기도 했다.
어차피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만 하면 이제 프랑스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초강대국이 된다.
그러면 내가 손을 떼더라도 알아서 굴러가지 않을까···라기보다는 이제 현자타임이 오려고 하니 좀 쉬고 싶은 게 본심이다.
하지만 예상대로 아까까지 죽어라 책임 공방을 벌이던 놈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내 발목을 붙잡으며 매달리기 시작했다.
“안 됩니다 총리님!”
“총리님께서 물러나시면 저희는 다 죽습니다!”
“한번만 살려주십시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내일이라도 바로 저희의 탓이라고 광장에서 대국민 사죄를 올리겠습니다! 사퇴의 뜻을 거두어 주십시오, 제발!”
나는 잠시 고민에 빠진 척 턱을 쓰다듬었다.
저놈들이 난리를 치는 이유는 뻔하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의회가 제대로 일을 못 한 건 내 책임이니 모든 걸 내려놓고 물러나겠다고 하면 여론이 어떻게 되겠나.
기삿거리를 기가 막히게 잘 써내는 언론들은 분명 의회에서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니 총리가 십자가를 대신 졌다고 하겠지.
그러면 과장이 아니라 의원들의 대다수는 몸 성하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사이다 한번 크게 들이키고는 싶었지만 바로 저렇게 머리를 박아버리니 이번엔 넘어가 주기로 할까.
“여러분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좋습니다. 일단은 전쟁을 마무리하는 게 급선무이니 여러분들도 지금 다른 문제는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빌뇌브 제독에게 함대 재편을 맡기도록 하죠.”
“예? 빌뇌브 제독은 패장인데 다시 기용한단 말입니까?”
“아군의 사기 진즉 차원을 위해서입니다. 해군은 1차적으로 잘못이 없었다는 걸 인지시켜야 저들도 좀 마음을 편하게 먹겠죠. 물론 차후 전투를 빌뇌브 제독에게 맡기진 않을 겁니다. 다만 이번에 겪은 시행착오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모두와 공유하라고 하세요.”
물론 해군이 개똥처럼 싸운 건 사실이지만 원인제공을 누가 했느냐고 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그리고 어차피 승기는 이쪽에 있는데 적에게 시간을 주고 싶지도 않고.
“함대가 재편되는 즉시 신대륙에서 출항할 군함들과 합류해 다시 한번 영국군과 싸울 겁니다. 이번에는 범선들은 전부 제외하고 전부 기선들로만 이뤄진 함대로.”
“예? 전투에서 패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바로?”
“이쪽과 저쪽의 전력 차이는 이번 전투로 오히려 더 명백해졌습니다. 해군 제독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그렇게 말할 겁니다.”
지금이야 자신들이 져놓고 한번 더 믿어달라고 하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테니 입 다물고 있겠지만.
“분명히 이겼는데도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한 함대를 끌고 나타난다면 영국군은 오히려 사기가 꺾일 겁니다. 저쪽이 굽히지 않는다면 부러질 때까지 물량을 퍼붓도록 합시다.”
나폴레옹에게는 아시아 쪽에서 전쟁이 끝난 뒤에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부 상세히 말해두고 왔으니 걱정할 건 없다.
남은 건 이번에 확실해진 이쪽과 저쪽의 템빨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줄 뿐.
원래 쇼 미 더 머니 친 놈은 못 이기는 게 정상이야.
※※※
의원내각제는 일반적인 대통령제와 중대한 차이점이 있는데 바로 행정부 수반의 민주적 정당성이다.
대통령은 직선이든 간선이든 국민들의 선택을 받으니 의회가 멋대로 행정부를 주무를 수는 없다.
당연히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의원내각제는 다르다.
의회는 행정부를 탄핵할 수 있는 수단, 즉 내각불신임을 실행할 수 있고 행정부 역시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다시 실행할 수 있다.
물론 제도로는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 내각불신임이 실행된 적은 많지 않았다.
완벽한 불신임이 이뤄진 건 독립전쟁에서 대패하고 미국 식민지를 날려 먹은 프레데릭 노스 시절 정도일 뿐.
어느 정도 성실하게 책무를 다하는 내각은 애초에 불신임을 당할 일이 없다.
애초에 불신임이 되려면 행정부 수반인 총리가 자신이 속한 여당에서 완전히 신뢰를 잃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피트의 눈앞에서 일어났다.
“뭐라고요? 총리직에서 내려오라고?”
“···커흠! 그렇게 됐습니다.”
“지금 시국이 농담할 때가 아닙니다. 실없는 소리들 그만하시고 제가 드린 제안을 투표에 부쳐주시죠?”
“그건 이미 부결됐습니다. 그리고 농담이 아니라 총리 불신임 투표도 이미 가결됐습니다. 총리님,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 주셔야겠습니다. 이해해 주시겠지요?”
지금 무슨 질 나쁜 농담이라도 듣는 것인지.
총리 불신임? 가결?
순간적으로 지금 사태를 다 이해하지 못한 피트가 답지 않게 말까지 더듬거리며 되물었다.
“아, 아니 그게 무슨···지금 대체 뭔 짓을 하고 있는 겁니까?”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의회는 총리님의 제안을 부결하고 내각을 해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예전부터 차기 총리직을 노리고 있던 퍼시발은 누가 봐도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사죄의 말을 이어나갔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로서는 도저히 총리님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가 없겠더군요. 이게 언론을 타서 외부로 퍼지는 순간 우리 당은 끝장입니다. 안 그래도 지금 바깥은 우리가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미친 제안으로 강화를 제의하다니요.”
“그래서, 당의 존망 때문에 국가의 미래를 망치자고요?”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건 아니죠. 인도를 포기하면 대체 우리에게 뭐가 남는다는 말입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그 방법밖에 없다니까 이 병신들아!
목젖까지 올라온 욕을 간신히 삼킨 피트는 자신의 초인적인 인내력에 감탄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 생각들 해보십시오. 여기서 계속 전쟁을 고수하면 결국 우리는 밀립니다. 물론 프랑스 놈들에게도 꽤나 타격을 주겠죠. 군함도 몇 척 가라앉힐 수 있겠고요. 하지만 그거 전쟁이 끝나면 전부 이쪽이 물어야 할 배상금이 됩니다.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는데 그러면 이길 수가 없단 말입니다!”
“아직 방법은 있습니다. 다음 전투에서 완벽한 대승을 거두고 그걸 빌미로 강화를 제의하면 됩니다!”
“아니, 그러니까 다음 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이 한없이 낮단 말입니다! 넬슨 제독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그가 없는 상황인데······.”
“그래도 인도를 포기하겠단 조건은 말이 안 된다는 겁니다!”
퍼시발의 의견에 뒤에 쭉 서 있는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도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강화를 제의하면 프랑스는 분명 응해줄 것이다.
그만큼 영국으로서는 말도 안 되는 손해를 보게 되는 거니까.
하지만 여기서 끝까지 가면 인도를 잃는 건 물론이고, 청나라에 박아둔 모든 거점은 물론 각지에 퍼져 있는 식민지와 최악의 경우 아일랜드도 토해내야 할 수 있다.
이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팔다리를 잘라내야 한다는 게 피트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퍼시발은 인정할 수 없었다.
아직 총리도 되지 못했는데 이렇게 은퇴하면 자신은 뭐가 된다는 말인가.
그는 비밀리에 여당의원들을 소집해 이 모든 책임을 피트에게 뒤집어씌우자고 속삭였다.
마침 피트가 인도를 포기하자는 중재안을 내놨으니 이걸 언론을 통해 퍼트리면 여론도 등을 돌릴 터.
모든 걸 피트의 탓으로 돌리면 다음 선거에서 다수당이 되지는 못할지언정 아예 망하진 않을 수 있다.
결국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자신의 의석인 의원들로서는 이러는 게 인지상정.
이제 대강 돌아가는 상황을 짐작한 피트는 헛웃음을 흘리며 지금까지 자신이 이끌어왔던 의원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허허···결국 이런 꼴을 보자고 그토록 달려왔다는 말인가.”
지금까지 외국에 못 할 짓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그건 모두 조국의 미래를 위해서 한 일이었다.
동지들도 마음속 깊은 곳에는 같은 뜻을 품고 있으리라 믿었거늘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정치라는 괴물에 발을 담근자, 결국에는 정치라는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것인가.
피트는 떨리는 손으로 파이프를 간신히 입에 물고 길게 연기를 뿜어냈다.
피어나는 연기의 향처럼, 가슴속에 내려앉은 감정은 그저 한없는 쓰디씀 뿐이었다.
역사상 두 번째로 불신임당한 총리.
그게 정치인 윌리엄 피트가 역사에 새긴 마지막 족적이었다.
< 괴물의 말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