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3화 지옥불 난이도 회귀 (2)(3/355)
지옥불 난이도 회귀 (2)
끔찍한 고통이 온몸을 내달렸다.
온몸이 칼로 난자당해도 이것보다 고통스럽지는 않으리라.
차에 치였을 때도, 뒤통수를 얻어맞고 등에 칼침을 맞았을 때도 이거보다 아프진 않았다.
왜 이렇게 심한 고통을 맛보아야 하는지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그냥 아프다.
그런데 이렇게 미친 듯이 아파도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다.
원래 죽으면 누구나 다 이런 고통을 맛보는 것일까?
솔직히 말하면 억울해서 미칠 거 같았다.
까놓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 이런 꼴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그냥 누구보다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 거 같은데 그 대가로 돌아온 건 두 번의 죽음이다.
문자 그대로 비명횡사다.
그리고 두 번 다 억울하게 목숨을 잃으면서도 별다른 말조차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뺑소니 차주, 그리고 내 뒤통수를 친 이름 모를 암살자 새끼들.
이 잡놈들에게 시원하게 욕이라도 박아 주고 눈을 감았으면 이렇게 울화통이 터지진 않았으리라.
“쯧, 또 한 눈을 파시는 겁니까? 집중력이 이리도 부족해서야······.”
게다가 아파 뒤지겠는데 이제 웬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리가 귓가에서 웅얼거린다.
안 그래도 미쳐버릴 것만 같은데 할 수만 있다면 있는 힘껏 욕설을 박아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이 씨이발 새끼들아!”
그래. 바로 이렇게······.
“······?”
기세 좋게 욕지거리를 내뱉은 나는 뭔가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분명 나는 죽었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화끈하게 소리를 지를 수 있는 것일까.
“도련님, 아무리 수업이 받기 싫으셔도 그렇게 품위 없이 소리를 지르시면 안 됩니다. 뭡니까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들은.”
“허······?”
깐깐해 보이는 얼굴, 중년 남성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가 설교를 시작하자 무심결에 얼빠진 반응이 나오고 말았다.
“제 말이 그리도 마음에 들지 않으셨습니까? 하지만 이제 열두 살이 되는데 아직도 만족스럽게 라틴어를 제대로 읽지 못하시는 건 문제가 있는 겁니다. 다른 분들은 슬슬 콜레주 입학을 바라보고 있을 때인데 이렇게나 뒤처져서야······.”
“응?”
왠지 저번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도 그럴 게 눈앞의 사내는 어제 내가 환생하자마자 처음으로 보았던 가정교사였으니까.
그는 분명 저번에도 열두 살인데 성취가 느리다는 불평을 하며 물러갔었다.
“오늘은 수업을 더 하기가 힘들 것 같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매일 놀지만 마시고 학문에도 힘을 쓰십시오.”
“어? 자, 잠깐.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누군가에 던지는 물음이 아니었다.
순수하게 의문과 당혹으로 점철된 혼잣말이었다.
가정교사는 이전처럼 휑하니 나가버렸다.
혼자 남은 나는 방 안에서 멍하니 선 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미쳐버리겠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 어둑어둑한 저녁이었다.
반사적으로 뒤통수와 등을 확인해 보았지만 꿰맨 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다.
“하긴··· 피가 철철 흐를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면 가정교사가 저런 태도를 보였을 리가 없지.”
아무리 그래도 몸은 괜찮냐는 질문 정도는 해야 했다.
그 이전에 그런 중상을 입었는데 이렇게 멀쩡히 돌아다니는 게 가능할 리가 없다.
어제 한글로 써놓은 앞으로의 계획서도 보이지 않았다.
“꿈인가?”
일단은 그런 가능성을 떠올려볼 수밖에 없다.
일단 내가 환생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상태에서 수업을 받다가 너무 지루해서 깜빡 존 틈에 터무니없는 개꿈을 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일단 납득···이 될 리가 없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한 개꿈이었다면 그런 선명한 통증이 느껴질 리가 없지 않은가.
아직도 머리와 등에는 그때의 감각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느낌이다.
게다가 방금 눈을 뜨기 전에 느낀 그 끔찍한 고통은 대체 또 뭐란 말인가.
아무리 가위에 눌렸어도 잠결에 그런 고통을 느낀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맞아, 간식.”
기억대로라면 조금 후에 시녀가 간식을 가지고 온다.
메뉴도 기억하고 있다.
분명히 프랑스의 전통 빵인 브리오슈였다.
그것도 직사각형 모양의 브리오슈 낭테르 위에 치즈를 곁들인 형태였다.
브리오슈가 흔하긴 해도 이 정도로 구체적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아니나 다를까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에 뒤이어 시녀가 간식과 뜨거운 우유를 가지고 들어왔다.
“도련님, 여기에 간식 두고 가겠습니다.”
“어, 그래. 수고가 많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몇 분가량 마음을 진정시킨 뒤 천천히 시선을 돌려 시녀가 두고 간 간식을 확인해 보았다.
미치겠네. 기억 속에 있던 간식과 한 치도 다를 바 없는 메뉴다.
음식의 종류는 물론이고 접시와 컵의 모양까지 다 똑같다.
이 어이가 없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순간적으로 패닉 상태에 빠질뻔했지만 일단 진정하고 상황을 되짚어 보았다.
이래 봬도 철이 들기도 전부터 죽는 그 순간까지 혼자서 인생을 개척해온 몸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알바에 과외는 물론이고 근로학생까지 안 해본 게 없었다.
덕분이라고 하기는 좀 슬프지만 어쨌든 적응력과 생존본능만큼은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
일단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해보는 것이다.
다행히 간접적으로는 많이 봤던 소재라 얼마 지나지 않아 답을 도출해낼 수는 있었다.
가능성이라고 한다면 예지몽···아니면 역시 그거다.
회귀.
지금 상태로는 일단 저 두 가지 가능성을 전부 고려해야만 했다.
예지몽이라고 하기엔 내가 느낀 감각들이 너무 선명했으나, 그런 류의 예지몽이 있을지도 모르니 속단은 금물이다.
내 지론은 언제나 최선보다는 최악의 경우를 고려하는 게 맞다는 쪽이었으니 우선은 예지몽 쪽도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
내게 있어서 예지몽 쪽이 회귀보다 손해인 이유는 간단하다.
진짜로 오늘 있을 죽음을 미리 본 것에 불과하다면 다음 기회는 없다는 뜻이다.
즉, 이후 실제로 죽어버릴 경우 내 인생은 그대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했다.
아니, 최악의 경우를 고려하면 회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설령 죽어서 회귀를 했다고 해도 앞으로도 또 그럴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쩌면 어제 죽음에서 한 번 회귀한 게 끝이었을 수도 있다.
까놓고 말해서 목숨 두 개 들고 시작한 것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치트키지 않는가.
내 목숨이 2개일지, 3개일지, 그것도 아니면 무한일지는 죽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어가면서 실험해볼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목숨이 걸린 일이다.
최대한 빡빡하게, 다시는 그런 경험을 겪지 않는 쪽으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만 한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긍정적인 요소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죽을 때 느꼈던 충격 탓인지 아니면 조금 전의 통각 때문인지 머릿속에 뿌옇게 내려앉아 있던 안개가 옅어진 느낌이었다.
덕분에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양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를테면 방금 간식을 주고 나간 시녀의 이름이 멜리사라는 것.
그리고 내 배경이 빈말로라도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처참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내가 전생에 어째서 루이 크리스티앙 드 프랑스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가.
간단했다.
루이 크리스티앙 드 프랑스라는 이름은 부르봉 왕가에서 정식으로 받은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현 국왕인 루이 15세의 장남이자 왕태자인 루이 페르디낭의 아들이었다.
문제는 정실 소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부르봉 왕가에서 왕족이 정부나 애첩을 두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문란함의 화신인 부르봉 왕가의 남성이 애첩을 두지 않는 게 이상한 것이었다.
하지만 내 아버지인 루이 페르디낭은 왕족답지 않게 도덕적인 관념이 투철한 사람이었다.
당연히 문란함의 결정체인 부왕의 사생활에도 엄청난 반감을 지니고 있었다.
루이 15세의 국민적인 인기가 바닥을 기고 있었기 때문에 왕태자는 부왕과 반대되는 자신의 도덕성을 국민들에게 어필했다.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프랑스의 국민들은 루이 왕을 비판하는 것과는 반대로 왕태자에게는 아낌없는 사랑과 기대를 보내주었다.
하지만 남자가, 그것도 한 나라의 태자가 젊은 혈기를 완전히 억누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사냥을 마치고 적당히 흥이 오른 어느 날 루이 페르디낭은 평범한 시골집 소녀를 자신의 침상으로 끌어들였다.
그냥 하룻밤의 해프닝으로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여인은 왕태자의 아이를 임신했다.
지금까지 부왕의 사생활과는 완전히 정반대되는 행보로 인기를 끌었던 왕태자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너도 별다를 게 없네! 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아니지. 오히려 도덕적인 면모로 인기몰이를 했기 때문에 더 심하게 비판받을 가능성도 높았을 거야.”
왕태자가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그의 편에 선 수많은 귀족은 아이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었다.
결국 생명의 위협을 느낀 소녀는 배 속의 아이와 함께 도주했고, 정처 없이 떠돈 끝에 오스트리아까지 흘러 들어갔다.
여인은 거기서 아이를 낳고 숨을 거두었으나 아이는 빈민가를 전전하며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러던 와중 기적처럼 프랑스의 법복 귀족들에게 발견되어 파리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그들이 자신을 데려온 건 딱히 연민이나 동정심 따위 때문이 아니다.
루이 15세의 뒤를 이을 예정이었던 왕태자 루이 페르디낭은 2년 전 결핵으로 사망했다.
다음 대의 왕은 장차 루이 16세로 알려지는 비운의 인물.
왕태자의 장남인 루이 오귀스트로 결정됐다고는 하지만, 내 존재가 어떤 변수를 일으킬지 몰랐다.
물론 잘해봐야 사생아인 나는 보통이라면 왕위계승권을 받을 수 없는 몸이었다.
딱히 아무런 역할도 못 할 가능성이 더 높았으나 어쨌거나 데리고 있어서 손해를 볼 건 없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막말로 갑자기 전염병이라도 돌아서 적법한 왕위계승권자가 다 죽어버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어떤 기상천외한 핑계를 대서 날 후보로 내세울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당장 몇 년 전만 해도 왕태자가 결핵으로 죽을 거라고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죽음을 본 이들이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 보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결국 내가 들어온 몸의 주인은 임신 된 그 순간부터 끝까지 자신의 삶 따위는 가질 수 없는 운명이었다.
“어찌 된 게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기만 하는 처지가 꼭 전생의 내 인생이랑 판박이구만.”
제대로 빛을 보기도 전에 허무하게 목숨을 잃어버리는 안습한 결말마저 날 빼다 박았다.
“어쩌면 그래서 이 몸으로 환생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네.”
덕분에 최우선으로 임해야 하는 목표는 확실히 세울 수 있었다.
파멸이 예정되어 있는 미래를 어떻게든 벗어나 성공적으로 내일을 맞이하는 것.
그런데 말은 쉽지. 이거 게임으로 치면 똥겜도 이런 똥겜이 없다.
객관적으로 보면 나는 그냥 존재하는 것 자체가 사망 플래그인 인물인 것이다.
99% 확률로 어느 선택지를 골라도 저승행 특급열차를 탈 확률이 높다.
모 개복치처럼 별다른 행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비명횡사해버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래서 설레발은 재앙의 근원이라고 하는 거다.
이지 모드라고 씨부린 놈에게 앞으로는 제발 깝치지 좀 말라고 하고 싶다.
딱 죽기 직전까지 처맞아야 정신을 차릴 놈 같으니.
어쨌든 저번에 작성해둔 야심찬 계획서는 이 시간부로 전부 폐기다.
돈을 버는 것도, 권력의 핵심에 다가서는 것도 일단 안전을 보장받은 뒤에나 꿈꿀 수 있는 사치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정한 신분으로 돈을 벌어봐야 그건 안 그래도 넘치는 죽을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내 존재가 알려지는 순간 날 죽이려는 사람들이 좀비 떼마냥 달려들 게 분명했다.
어쩌면 이미 들켰을지도 모른다.
“아니, 잠깐. 들켰을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이미 들킨 게 확실하지 않나?”
어제 내 뒤통수를 친 그 개잡놈들.
그놈들은 어디 귀족들에게 고용된 암살자인 게 틀림없다.
자신들의 이권이나 지위 보전을 위해서라면 아이고 뭐고 피도 눈물도 없이 치워버리는 자들이 이 시대의 귀족이다.
열두 살의 어린아이라고 봐주지 않는다는 건 이미 지난번 경험으로 증명됐다.
“미친 권력의 망자들 같으니······. 그러니까 단두대에서 모가지가 싸그리 날아갔지.”
주모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이 집에 계속 있는 한 오늘 저녁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 건 틀림없었다.
바보도 아니고 암살자가 오는 걸 뻔히 알고도 당해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머뭇거릴 시간은 없다.
지금 바로 움직여야 한다.
나는 급하게 짐을 챙겨 방을 나설 준비를 마쳤다.
물론 그 전에 브리오슈와 치즈를 입안으로 우겨 넣는 건 잊지 않았다.
도망갈 땐 도망가더라도 공짜 음식을 버리고 갈 수는 없지.
“멜리사! 지금 당장 마차 좀 준비해줘!”
입안을 가득 채운 빵 때문에 발음이 뭉개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나는 최대한 걸음을 서둘렀다.
객관적으로 보면 눈앞이 깜깜해질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인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이 세상의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지식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니 이렇게 끝나진 않을 것이다.
아니, 절대로 그렇게 놔두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