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0)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30화 그 결혼, 하지 마십시오 (1)(30/355)
그 결혼, 하지 마십시오 (1)
“예상대로군.”
나는 손에 들린 편지를 접어두고 잠시 머릿속을 가다듬었다.
아직도 회귀하면서 겪은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저번보다 체감상 최소 5배는 더 긴 고통이 지속됐다.
사실 오귀스트와 마리의 결혼이 확정된 시점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너무 제한되었기에 시간을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말로 하고 싶지 않았던 선택이다.
아마 내 인생에서 다시는 이런 선택을 반복하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
비유하자면 대학생 때 요로결석에 걸리고 축구공으로 낭심을 까였을 때의 고통을 전신으로 느끼는 그런 기분이었다.
이번 회귀에선 그 고통이 거의 30분은 지속됐다. 여기서 한번 더 죽는다면?
웃기지 마라.
앞으로 내 인생에서 더 이상의 죽음은 없다.
누군가 날 죽이려는 낌새가 보인다면 기필코 내가 먼저 그놈을 죽여버릴 거다.
“그래도 일단 첫단추는 성공적으로 끼웠으니까······.”
마리를 통해 만나고 싶다는 기별을 전해 들은 요제프 2세는 친애감이 가득 담긴 답장을 보내왔다.
이전과는 달리 처음부터 그의 태도가 호의적인 이유는 단 하나였다.
[신성로마제국의 유일 황제 요제프 2세 폐하 친전]이라는 문구 덕분이다.
사실 테레지아는 엄밀히 말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는 아니니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다.
그래도 요제프 2세 입장에서는 프랑스의 외교단 대표가 자신을 저렇게 인식하고 호칭했다는데에 상당한 만족감을 느꼈으리라.
지금 받은 편지에서도 ‘병은 나았으니 한시라도 빨리 프랑스에서 온 귀빈을 보고 싶다’는 둥, ‘부르봉 왕가의 식견은 익히 들어왔는데 소문이 사실만 못한 것 같다’며 기분 좋은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그 정도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는 거겠지.
앞으로의 미래를 고려하면 지금부터 요제프 2세와 친분관계를 맺어둘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그가 내 계획에 반대를 하고 나선다면 일이 복잡해질 수도 있고, 마리아 테레지아 사후에는 당분간 그가 오스트리아를 단독 지배할 테니까.
답신을 받아든 즉시 나는 바로 호프부르크 궁으로 건너가 요제프 2세와 독대했다.
“허어···정말로 내 동생이 그렇게 말했나?”
“예. 가족애 대한 사랑으로는 이 제국에서 으뜸이시고, 지성으로도 따를 사람이 거의 없다며 폐하의 칭찬에 여념이 없으셨습니다.”
“이거 그 아이가 내 얼굴에 금칠을 너무 심하게 하는군. 그 정도까지는 아닐세.”
“아닙니다. 폐하께서 테레지아 님이나 막내 공주님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는 외인인 저도 바로 알 수 있을만큼 티가 나니까요.”
어머니의 이야기가 나오자 기분 좋아 보이던 요제프 2세의 입가가 살짝 냉소적으로 비틀렸다.
“혹시 어머니께서도 내 얘기를 하셨었나?”
“직접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습니다만 간접적으로 티는 내셨습니다. 폐하의 능력을 누구보다 알고 계시지만 어머니로서의 감정이 발목을 붙잡고 있는 그런 형국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는 그게 불만일세. 아직도 나를 십대의 어린아이로 생각하시는지. 모든 걸 너무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시는 버릇이 있단 말이야.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돌고 돌아서 또다시 왔다.
저번 회귀에서 내 정신을 저 멀리 대서양을 넘어 태평양까지 보내버렸던 ‘그 질문’.
이번엔 어설프게 공감해준답시고 오답을 고를 마음은 없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아니요라고 하는 건 훨씬 더 큰 지뢰를 밟는 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저 인간 성격상 자기 말을 부정했다가는 ‘뭐야? 그럼 내가 틀린 말을 했다는 소리인가? 허허허···이만 나가보게.’ 라는 답이 나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생에서 극한까지 다져진 내 처세술을 발휘할 때가 온 셈이다.
“무릇 어머니들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아들이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법이라 하지 않습니까. 테레지아 님께서도 머리로는 알고 계시지만 아무래도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끔찍이 강한 한 명의 어머니이기도 하시니까요.”
“나를 사랑한다면 더욱 내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아마 폐하께서 단독으로 통치하실 때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기반을 강화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아닐까요? 그리고 제가 볼 땐 폐하께서도 사실 더 강하게 나가실 수 있음에도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계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폐하의 지극한 효심을 저조차 바로 알 수 있는데 신하들과 백성들은 오죽할까요.”
“흠···그렇긴 하지. 내가 지금 이렇게 참는 이유는 그분께서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니까.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어느 정도는 맞춰주는 게 자식으로서의 도리인 법. 역시 자네 같이 식견이 깊은 사람들은 알아보는군.”
요약하자면 요제프 2세는 사실 테레지아를 밀어낼 수 있는 능력과 힘을 갖추고 있지만, 어머니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기에 참고 있는 것뿐이라는 소리다.
물론 단순히 호구처럼 당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테레지아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걸 충분히 알기에,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서 장단을 맞춰주고 있을 뿐이다.
진실은 저 멀리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어쨌든 간만에 자존심을 한껏 세운 요제프 2세의 표정은 확실히 이전보단 좋아 보였다.
간신히 폭사하지 않고 지뢰밭을 통과하는데 성공한 듯 싶다.
“저는 계몽군주이신 폐하께서 이 나라를 직접 통치하시게 될 때가 제국이 과거의 성세를 되찾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동맹국의 왕자로서 그 날을 고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보고자 합니다.”
“···자네 같은 사람이 대체 어디에 있다가 지금 나타났는지 모르겠군. 앞으로 궁에 머무는 동안 자주 찾아오게. 정치도 좋고 사상도 좋으니 의견을 교류하며 유익한 시간을 보내지 않겠나?”
“폐하의 고견을 들을 수 있다면 저야 다시 없을 영광이지요.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라도 달려오겠습니다.”
요제프 2세는 냉소적이고 인간불신에 가까운 성격으로 알려져있다.
가족을 제외하고는 잘 믿지 않는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건 확실히 점수를 땄다는 의미였다.
중간에 금밟고 퇴장해버렸던 이전과는 천지차이다.
앞으로도 말로 잘 구슬리면 오스트리아에 머무는 동안 빠방한 스폰서가 되어주겠지.
무엇보다 얼마 뒤 던질 승부수에서 괜한 훼방이 들어올 걱정도 사라졌다.
무사히 한 계단을 오르는데 성공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음 단계를 위해 움직이기로 했다.
※※※
“정말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감사는 오히려 제가 드려야지요. 덕분에 일이 예상보다도 더 쉽게 풀렸는 걸요.”
드디어 다가온 약속의 날.
예정대로 연주회보다 조금 더 일찍 만난 마리 앙투아네트는 여느 때보다도 더 표정이 밝았다.
“안 그래도 궁을 떠나기 전에 이 나라의 공주로서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크리스티앙 님께서 제 소원을 이뤄주신 거예요.”
예상대로 기뻐하며 환하게 웃는 그녀에게 나도 마주 미소를 지어주었다.
좋아해야지. 그걸 노리고 일부러 깜짝 이벤트를 열어준 거니까.
저번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 뒤, 나는 곧바로 테레지아에게 가서 천연두 백신 시험접종에 마리가 함께 나올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저번 회귀의 경험 덕분에 마리가 이런 기회에 굉장히 목말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실제 효과도 좋다는 걸 체험했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에서도 고객이 최대로 감동할 때는 입밖으로 말을 꺼내기도 전에 원하는 걸 대령해주는 게 아니던가.
그 법칙을 충실히 이행해주니 확실히 나를 바라보는 마리의 눈에 서린 친근감이 더욱 깊어졌다.
물론 이건 내가 루이 15세를 닮아서 객관적으로 미형인 외모를 지닌 덕도 보았을 것이다.
전생의 외모였다면 아무리 잘해줘도 ‘좋은 사람’ 정도의 평가를 받고 끝나버렸을지도 모른다.
슬프지만 과거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실···같은 건 일단 접어두고 나는 그녀와의 대화에 집중했다.
“궁 밖에서 그렇게 오래 돌아다니신 건 오랜만이셨을 텐데 어떻던가요?”
“두말하면 뭐하겠어요. 너무 좋은 경험이었어요. 아름다운 빈의 거리를 마지막으로 눈에 새길 수 있었다는 점도 정말 감사한 일이었고요.”
그녀는 만족스러워 보이면서도 조금은 아련한 눈빛으로 쇤브룬 궁의 전경을 둘러보았다.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우아한 멋을 간직한 정원과 조각상들, 멀리서 봐도 생동감이 넘치는 아름다운 분수까지.
전부 어렸을 적부터 쭉 봐왔고 그렇기에 익숙한 광경일테지만, 지금은 하나하나가 전부 색다르게 보일 것이다.
“베르사유도 여기처럼 아름답겠죠?”
“쇤브룬이 이곳만의 멋이 있는 것처럼 베르사유도 그곳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솔직히 살기 편하다고는 말씀 드리기 어렵지만요.”
“솔직한 대답이 오히려 더 듣기 좋네요. 주변에서는 저를 안심시키려고 그러는 건지 계속 좋은 이야기만 했었거든요. 저도 듣는 귀가 다 있는데 말이에요.”
주변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도 솔직히 이해는 갔다.
안 그래도 정략결혼으로 사이도 좋지 않은 국가에 가는데 프랑스 궁정 생활 드럽게 빡세다, 사생활 다 노출된다, 피똥 싸도록 고생할 거다 같은 얘기를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 얘기 했다가 마리가 가기 싫다고 떼쓰기라도 하는 날에는 입 잘못 놀린 사람은 그대로 천국행 예약 아니겠느냔 말이다.
그럴만 하다는 내 표정을 본 마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큰 걸 부정할 수는 없지만 저도 이 나라의 공주에요. 이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해야만 하는 의무를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고요.”
“자신의 삶을 살 수 없다는 현실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그 말씀 말인가요?”
“물론이죠. 지금까지 제가 누려온 안락한 삶과 앞으로 누릴 호사를 생각하면 그 정도 대가는 치러야 하니까요. 충분히 해낼 수 있어요. 그렇게 해야만 하고요.”
그녀의 마지막 한 마디는 꼭 내가 아니라 자기자신에게 건네는 암시처럼 느껴졌다.
이전에는 저 모습을 보고 아무것도 눈치챌 수 없었다.
그저 두렵고 무섭지만 그걸 잘 극복해내고 있는 강인한 마음을 가진 소녀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보인다.
서있는 위치가 달라지면 자연스럽게 보이는 경치도 변하기 때문일까.
마리 앙투아네트란 사람이 루이 크리스티앙에게 처음부터 호감을 보였었던 이유.
그녀가 가졌던 나에 대한 동질감을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 작은 소녀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망설임이 얼마나 커다란지.
“공주님의 각오가 정말로 굳건하다면 저도 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듣기에 괴로우실 겁니다.”
“부탁드립니다. 저도 이미 마음의 준비는 마쳤어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각오는 훌륭하지만 인식이 무릅니다. 베르사유의 궁정생활이 힘들 건 이미 예상하셨겠지만 정말로 공주님을 힘들게 만들 건 베르사유가 아닌 프랑스입니다.”
“저도 알아요. 200년이나 지속된 적대관계가 고작 결혼 몇 번 했다고 바로 풀리진 않겠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게 마냥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결연한 눈빛과 떨리는 손을 애써 감추기 위해 꽉 쥔 주먹이 애처로울 정도로 눈에 띄었다.
어지간히 식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에서 마냥 환영 받을 존재가 되지 않으리라는 건 예상했을 것이다.
물론 역사의 흐름을 다 아는 나와는 달리 그 강도가 정확히 어느 정도일지 예측한 사람은 없겠지.
‘설마 왕비한테 그 정도로 욕을 박겠어?’
‘설마 정부가 없다고 그 험담이 다 왕비에게로 가겠어?’
‘설마 백성들이 못견딜 정도로 나라 사정이 안 좋아지겠어?’
하지만 놀랍게도 그 모든 게 다 이루어진다.
“프랑스에 가면 공주님의 편은 없다고 생각하십시오. 다수의 귀족들이, 거의 모든 시민들이, 공주님의 사소한 허물 하나도 놓치지 않고 트집을 잡을 겁니다. 지금까지 받아왔던 무조건적인 호의가 정확히 반대로 작용한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리고 특종에 굶주린 언론들은 없는 소문까지 부풀려서 공주님에게 거짓된 인상을 덮어씌우고 끊임없이 펜으로 난도질하려 들겠죠.”
엄밀히 말하면 이건 왕실의 민심이 바닥까지 떨어진 조금 더 뒤의 이야기이긴 하다.
프랑스의 시민들도 처음에는 마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현실이 시궁창일수록 욕받이가 될 사람은 필요한 법.
욕을 먹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진 마리가 그 대상이 되는 건 결국 필연적인 일이었다.
“그런가요. 조금 더···마음을 단단히 먹을 필요가 있겠네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시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제 편이 없지는 않잖아요. 크리스티앙 님도 계시고 제 부군이 되실 분도 계시니······.”
희망사항을 늘어놓는 마리의 목소리가 조금씩 작아졌다.
아무래도 가장 유력한 장래 남편 후보였으니 나름대로 열심히 소문을 조사해본 것이리라.
마리에게는 안 됐지만 루이 오귀스트는 그녀를 지켜줄 방파제가 될 수 없다.
남편으로서는 결코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 둘은 왕과 왕비가 될 사람들이었다.
좋은 남편이 되기 전에 좋은 왕이 되었어야 한다.
오귀스트에게는 그 부분이 절망적으로 부족했다.
여기서 입 발린 말로 안심시켜줄 수도 있겠으나 내 목적은 애초에 그게 아니었으니 위로는 해줄 수 없다.
더 철저하게, 그녀를 몰아붙여서 속마음을 토해내게 해야 한다.
나는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거리를 찾아보려는 마리에게 가차없이 냉정한 현실을 들이밀었다.
“안타깝지만 지금 공주님과 혼담이 오가는 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기대도 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역시 제가 감내하는 수밖에······.”
“사실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긴 합니다.”
“정말로요? 그게 대체······.”
귀가 솔깃해진 마리의 몸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기울었다.
동시에 내 목소리가 주변의 누구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낮게 가라앉았다.
“···을 파토내버린다면.”
“예? 뭐라고 하셨죠?”
그래. 역시 이 방법 외에는 없다.
“하지 마십시오. 그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