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00)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300화 제국의 미래(300/355)
< 제국의 미래 >
전쟁에서 자국에 정당한 명분을 부여하는 건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진리였다.
우리는 신의 축복을 받은 자들.
느그들은 신의 저주를 받은 자들.
우리는 세상에 유일한 신을 믿는 독실한 신자들.
느그들은 우상을 숭배하는 때려죽일 이교도들.
우리는 자유와 정의를 수호하는 위대한 해방자들.
느그들은 세상에 악을 퍼트리는 압재와 사악의 화신.
그 명분이 종교가 됐든 사상이 됐든 어쨌거나 핵심은 이 전쟁은 우리가 착하고 상대가 나쁘다는 프레임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이런 부분을 소홀히 하는 쪽은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결코 그 끝이 좋지 않았다.
괜히 역사상 수많은 강대국이 그렇게나 거품을 물고 성전이니, 해방이니 하는 미사여구로 자신들을 치장한 게 아니다.
어째서일까.
아무리 무기가 탁월하고 훈련이 잘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병사들의 사기가 박살 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냥 숨만 쉬어도 적들이 날아갈 정도로 격차가 크다면 그다지 티가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쟁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이런 명분이 있고 없고가 병사들의 사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무 죄도 없는 선량한 이웃을 때려잡는 것과 자신들의 국가를 침범한 자들과 싸울 때 마음가짐이 같을 수가 없는 까닭이다.
전자는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가 가해졌을 때 이걸 견디지 못하고 도망갈 가능성이 높지만, 후자는 오히려 이를 악물고 더욱 독하게 달려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러시아 제국의 인내심은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이놈들! 이거 놔라! 감히 네놈들이 러시아의 주인을 이렇게 대하고도 무사할성싶으냐! 내 백성들의 분노가 두렵지 않느냐 이놈들아!”
유폐 당한 알렉산드르 1세의 외침에 누구도 호응을 해주지 않는 이유도 그래서였다.
“쿠투조프는 반역자다! 그런데 어째서 아직까지 나를 복권하려는 자가 없는 것이냐.”
알렉산드르 1세는 현 러시아에서 누구와도 비견될 수 없는 정통성을 지닌 챠르였다.
쿠투조프가 아무리 병사들을 듣기 좋은 말로 구워삶았다고 해도 자리를 보전할 수는 없을 거라고 예상했다.
굳이 자신에게 진짜로 충성심이 없더라도 상관없다.
그냥 쿠투조프를 찍어내는 명분으로 사용하면 그만이니 조만간 누가 자신을 다시 옹립하러 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며칠이 지나도, 아니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챠르의 폐위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몰랐다.
바깥에서는 쿠투조프가 쿠데타를 일으킨 반역자는커녕 구국의 결단을 내린 구원자로 찬양받고 있다는 사실을.
“쿠투조프! 쿠투조프!”
“이기지도 못할 전쟁은 제발 그만해줘!”
“전쟁은 이제 싫다! 평화를 달라!”
“전쟁에 미친 챠르는 물러나라! 백성들은 죽어가고 있다!”
끝도 없이 이어진 경제 제재와 국경봉쇄의 여파로 러시아의 내부 경제는 이미 참담하게 망가진 상태였다.
사실 망가졌다는 말도 너무 순하게 표현했을 정도로 진짜로 개박살이 났다.
물가는 말도 안 되게 올라 화폐는 무의미한 수준이 되었다.
공장은 가동을 멈추고 외부에서 들여오던 식량도 모조리 차단당해 아사한 사람들의 시체가 지천에 굴러다녔다.
매장은커녕 화장할 노동력조차 부족하니 자연히 병마가 확산되고 사람들은 더욱 죽어 나가는 악순환이 완성된다.
쿠투조프는 챠르를 구금하고 이 모든 책임이 현 챠르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귀족들도 챠르에게 십자가를 지우는 게 자신들이 살아남을 방법임을 직감하고 모두 쿠투조프에게 붙었다.
“저희는 사실 프랑스와의 전쟁에 반대했었습니다! 하지만 챠르께서는 저희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으셨습니다.”
“저희는 챠르가 프랑스 왕실이 왕비를 학대했다는 거짓 정보에 놀아났습니다. 전쟁에 반대하면 왕실의 모욕을 눈감은 반역자가 되니 어떻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
“각성하라! 각성하라! 왕실은 각성하라!”
귀족들마저 등을 돌렸으니 이제 러시아 왕실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머리에 총을 맞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만약 이 당시 공산주의가 러시아에서 태동하고 있었다면 바로 혁명으로 나라가 뒤집혔어도 이상하진 않았으리라.
물론 챠르를 이대로 유폐했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쿠투조프가 임시 정부를 꾸린다고 해도 그가 새로운 챠르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그랬다가는 바로 ‘이러려고 반란을 일으켰냐’라는 말과 함께 생일 선물로 총알 세례를 받을 게 뻔하니.
다행히도 일단 귀족들은 그의 계획에 동의를 해주었다.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알렉산드르 1세의 두 동생도 일단 살고 보자는 생각에서인지, 아니면 진심에서 우러나온 생각인지는 몰라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그러면 모두가 동의하신 거라고 생각하고 항복 의사를 밝히겠습니다.”
“예예, 뭐가 됐든 지금 사태는 넘기고 봐야 합니다. 안 그러면 다음엔 우리가 시민들한테 죽을지도 몰라요.”
“그냥 프랑스에서 하라고 하는 대로 다 들어줘도 되니까 경제 제재는 풀어야 합니다. 대사에게 그 점을 주지시켜 주십시오.”
귀족들은 까놓고 말해서 폴란드고 벨라루스고 우크라이나고 그냥 다 토해내도 별상관 없었다.
러시아의 역사에 멍청한 호구들로 기록되더라도 지금 성난 시민들에게 맞아 죽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
“요새 보니 영국이 말 잘 듣는 강아지가 되었다던데······.”
“진심에서 우러나와서 하는 행동이겠습니까. 군을 움직일 때마다 프랑스의 동맹, 영연방이라고 아주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것 보세요. 지금은 우리 이름을 팔고 다니는 게 이득이 되니까 그러는 걸 겁니다.”
루이 16세는 저번에 봤을 때와는 180도 달라진 생기 넘치는 얼굴로 옆에 수북하게 쌓인 신문들을 가리켰다.
“어느 기사들을 봐도 이제 영국은 우리의 적수가 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좀 더 밟아놓지 않아도 됐던 건가?”
“이 정도가 딱 좋습니다. 영국의 장기적 기반이 될 수 있는 곳은 전부 뺏어놨으니까요.”
“그래도 아프리카 식민지는 가지고 있지 않나?”
“얼핏 보면 그렇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거기는 그냥 돈 먹는 하마에 지나지 않습니다. 식민지라는 게 그렇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거든요.”
식민지에서 장기적으로 이득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값싼 노동력만 있어서는 안 된다.
끝도 없이 철광석이 쏟아져나온다거나, 아니면 석유가 펑펑 나온다거나, 금광이 지천에 굴러다닌다거나 하는 정도는 되어야 유의미한 가치가 있다.
그것도 아니면 중국이나 인도처럼 이쪽의 물건을 받아줄 시장이 되든가.
안타깝지만 아프리카는 이 중 해당하는 게 없었다.
값싼 노동력을 굴릴 수는 있겠지만 그거야 나중엔 다 인권침해의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법.
루이 16세는 그리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와인을 한 잔 더 따랐다.
“네가 그렇다니 그게 맞겠지. 사실 뭐 나는 그쪽은 그렇게 관심도 없었어. 오히려 러시아 쪽이 최근에 신나게 두들겨 맞는 게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폐하의 기분도 풀어드릴 겸 제가 신경을 좀 썼습니다.”
“하하하! 그때 내가 그런 말을 하자마자 이렇게 반응이 오다니 내가 진짜로 동생 하나는 잘 뒀다니까?”
물론 러시아를 밟아놓은 건 루이 16세 좋으라고 그런 건 아니지만, 겸사겸사 본보기를 보여주려던 마음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선동과 날조로 승부를 보려고 했으면 똑같이 얻어터질 각오는 했어야지.
“그런데 크리스티앙, 이번에 그 러시아 대사가 한 말은···어떻게 해야 하지? 그것도 다 네 예상범위 안에 있던 거였고?”
“아예 고려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예상하던 것 중 가장 저자세로 나온 거긴 하죠.”
내가 알던 러시아라면 그냥 시민 다 죽어도 상관없으니 배 째라고 나와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것도 그리 가능성이 높은 건 아니라고 봤지만, 그래도 미약한 가능성으로라도 고려는 했었다.
다른 나라라면 0%였겠지만 러시아는 러시아니까.
하지만 다른 의미로 이번에 러시아가 제시한 조건은 파격적이었다.
나는 몰라도 루이 16세가 느낀 충격은 상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폐하께서는 어떻게 하시고 싶습니까? 이건 당사자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니 폐하의 의향이 가장 중요할 듯합니다.”
“의회도 그렇게 말하던가?”
“예. 이건 어떻게 보면 로마노프 왕가가 부르봉 왕가에게 건넨 제안이니까요. 다만 이걸 대가로 지금 러시아의 제재를 풀어줄지 말지는 의회가 결정해야 하겠지만요.”
사실 베르사유로 오기 전에 파리에서 상황은 다 정리해두고 왔다.
루이 16세가 받아들이면 러시아의 요구대로 하고, 루이 16세가 거절한다면 좀 더 많은 걸 뜯어내는 방식으로 제재를 풀어주는 걸로.
“그런데 이게 정말로 되긴 되는 건가?”
“안 될 건 없지 않습니까. 왕자님들은 엄연히 로마노프 왕가의 피를 이으신 분들이니까요.”
쿠투조프와 러시아 고관들이 건넨 제안은 굉장히 조건이 복잡했지만 요약하자면 간단했다.
알렉산드르 1세의 동생이자 차기 챠르인 콘스탄틴 파블로비치는 원래부터 프랑스와의 전쟁을 반대하던 친 프랑스파였다.
게다가 그는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아 슬하에는 아들도 없었다.
그러니 콘스탄틴이 루이 16세의 자식 중 한 명을 양자로 삼고, 정확히 삼 년 뒤에 선위를 하고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통성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프랑스 역시 자존심을 한껏 세울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수립될 정권도 친 프랑스파로 가득 채워지게 될 게 뻔하니 이번 사태와 같은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게 될 터.
프랑스로서는 여러모로 남는 게 많은 승리다.
단순히 이걸로 봐달라는 것도 아니고 현재 독립을 요구하는 지역은 다 독립시켜주겠다고도 했으니 제재를 풀어줄 명분도 확실했다.
남은 건 루이 16세의 선택뿐.
“이전에 듣기로 왕자님들은 로마노프 왕가의 피가 흐르는 걸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하셨던데요.”
“그랬지.”
“하지만 바꿔 말하면 이건 기회이기도 합니다. 어머니의 고국은 어머니를 그토록 핍박했지만 자식이 왕이 되어 돌아가는 게 아닙니까. 어떻게 보면 최고의 복수가 되는 셈이죠. 왕권에 위협이 될 존재라고 핍박을 했지만 결국 아들을 챠르로 올린 셈이니까요.”
“···그런가···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만. 하긴, 사실 진짜로 뭔가를 해볼 생각이라면 내 뒤를 잇는 것보다 러시아로 가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어.”
아무리 러시아를 밟아놔도 먼 미래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이런 식으로 혈연의 족쇄를 채우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이렇게 이쪽이 개입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두면 혹시 뒤늦게 공산혁명 같은 게 터진다고 해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겠지.
여기에 영국은 도저히 심어둘 각이 보이지 않더라도 에스파냐 정도는 추가로 결혼동맹을 노려볼 여지가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누벨 프랑스부터 에스파냐, 프랑스, 신성로마, 러시아까지 부르봉 왕가의 혈통이 쭉 이어지게 된다.
어차피 나중에는 다 입헌군주정으로 전환되겠으나, 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왕실의 존재는 가벼이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장 원역사에서 일본이나 영국, 태국의 사례만 봐도 견적이 확실히 나오지 않는가.
“좋아. 내 아들들한테 말해보지. 아마 효심이 깊었던 아이들이니 네가 한 말을 들려주면 서로 가겠다고 지원할 거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도 정식으로 러시아 쪽에 항복 문서에 서명하라고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어쩌면 영국이나 러시아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아직 완벽히 해결되지 않았다.
“누벨 프랑스에 관해서 왕가가 여론을 좀 조성해줬으면 합니다. 일단 논의를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프랑스가 21세기에도 최강국으로 남을 수 있을지 아닐지는 굳이 50년, 100년 뒤까지의 미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의 10년으로도 충분히 모든 걸 굳힐 수 있을 테니까.
< 제국의 미래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