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01)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301화 아빠 찬스(301/355)
< 아빠 찬스 >
러시아의 조건 없는 완전 항복.
영국과 러시아가 연합했음에도 패배한 이 전쟁은 새로운 질서가 수립됐다는 걸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항복 문서 조인식은 파리에서 진행됐다.
거창하게 하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여기가 어디인가.
건수만 있다면 어떤 걸로든 국뽕을 빨 준비가 되어있는 게 바로 우리 프랑스 사람들이다.
정부는 아예 이번 전쟁의 승전을 기념하기 위한 개선문의 건립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위치는 아이러니하게도 원역사의 에투알 개선문이 세워졌던 곳으로 정해졌다.
항복 문서 조인식날은 승전 기념일로 지정되었고 일주일 전부터 축제를 여는 등 떨 수 있는 유난은 다 떨며 승리를 즐겼다.
똑같은 항복 문서도 몇 장이나 찍어내서 각국의 대표들은 사인도 여러번 해야 했다.
나도 왕실에 보관할 것과 박물관에 보관할 것, 그리고 내가 기념으로 가져갈 것들로 나눠서 각각 다른 펜으로 서명을 남겼다.
루이 16세는 일부러 아내가 사용하던 펜으로 왕가에 보존할 문서에 이름을 적었다.
무슨 마음인지 훤히 보이긴 했으나 대다수의 시민들은 이를 속 시원하다고 받아들이는 듯했다.
신문에서는 루이 16세를 이 시대 최고의 로맨티스트로 포장해주며 앞으로 러시아로 가게 될 왕자 쪽을 집중조명해주었다.
“그러면 둘째 왕자님이 가시는 걸로 결정된 겁니까?”
“그래. 아무래도 도팽을 보낼 수는 없으니까. 다행히 피에르도 의욕을 보여주고 있으니 러시아에서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다.”
러시아의 여론이 어떨지에 따라서 왕자의 운신 폭이 결정되겠지만 당분간은 문제없겠지.
이미 반 프랑스파는 전부 숙청당했고 챠르부터 대신들까지 전부 친프랑스파로 꽉 채워놨다.
아예 외부인도 아니고 엄마노프 왕가의 피를 이은 왕자니 거부감도 덜할 테고.
“왕자님들께서는 다들 명석하시니, 별문제 없을 겁니다.”
“그래도 러시아로 가기 전에 시간을 좀 내서 여러 가지로 알려줄 수는 있지? 샤를이나 베아트리스처럼.”
“그럼요. 왕자님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저에게도 조카들이니까요.”
“그래, 그래. 너만 믿고 있으마. 피에르 그 아이도 내심 네가 도와주기를 바라고 있을 거야.”
러시아의 차차기 챠르를 내 제어하에 두는 건 나에게 있어서나 프랑스에 있어서나 중대한 문제다.
당연히 국왕이 부탁하지 않아도 이쪽에서 발 벗고 나서려던 참이다.
그리고 프랑스의 국뽕이 연일 최고로 치솟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나는 본격적으로 누벨 프랑스 문제를 도마 위로 올려놓았다.
원래 인심은 곳간에서 나오는 법이라고 심적으로도 물적으로도 풍족할 때 이웃에게 쉽게 베풀어주는 게 사람이란 존재다.
이제는 슬슬 누벨 프랑스의 이름 앞에 붙는 누벨이라는 단어를 떼어버릴 시간이 왔다.
※※※
이번 대전에서 초반에 큰 관심을 끌었던 건 아시아에서의 육군 대전이었지만, 결국 결정적인 마무리를 지은 건 해전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특히 트라팔가르에서 넬슨의 신들린 용병술에 패한 뒤에도 오히려 더욱 강하고 웅장한 함대를 구성해 승리를 거머쥔 드라마틱한 전개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런 점에서 누벨 프랑스는 꽤 운이 좋았다.
그냥 무난하게 지상전에서 싸움이 끝났다면 프랑스가 가진 핵심 카드면서 실상 전쟁에는 아무 공헌도 하지 못할 뻔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게 달라졌다.
오대호의 공업 도시들이 미국의 남북전쟁을 통해 확실히 제 자리를 잡았다.
게다가 이번 전쟁을 통해 누벨 프랑스가 가진 어마어마한 생산력이 유럽에 널리 알려지며 무수한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군함을 건조하기 위해 확충한 시설들과 소모된 비용도 전부 영국에서 뜯어냈기 때문에 아무런 손실도 보지 않았다.
엄밀히 따지자면 누벨 프랑스는 지금까지 너무 빠른 성장을 했기에 자신들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오대호를 가지고 시작해 처음부터 공업에는 엄청난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중부의 대평원을 먹으며 엄청난 농업생산력을 얻었고, 아직 자신들은 모르지만 텍사스 남부를 얻으며 미래의 성장동력도 확실히 선점해 놓았다.
생산력은 넘치고 노동력은 모자랐기에 유럽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민자를 받으며 인구수도 폭발적으로 느는 중이다.
오죽하면 아시아에서조차 이민자들이 오고 있겠는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누벨 프랑스는 조금 과장을 보태면 주민들도 헷갈릴 정도로 어제와 오늘이 달랐다.
당연히 총독도, 의회도 지금까지는 자신들의 힘과 영향력이 정확히 어디인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게 이번 대전으로 어느 정도는 증명되었다.
프랑스 외에는 적수가 없다던 영국조차 생산력으로 치면 자신들보다 나을 게 없어 보였다.
지금 당장은 몰라도 앞으로 수십 년만 지나면 누벨 프랑스 단독으로도 영국의 국력을 추월할 거라는 견적이 나왔다.
과학기술도, 학문의 발전 속도도 본인들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각종 모임이 많아졌고, 사회적으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프랑스에서 분리되어야 한다고 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고, 나와도 바로 미친 소리하지 말라는 집중포화를 맞고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분리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누벨 프랑스의 입지를 더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다.
이건 기본적으로 누벨 프랑스의 정체성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누벨 프랑스는 프랑스가 아니다.
누벨 프랑스의 기원은 프랑스가 신대륙에 만든 개척 식민지였으며, 지금도 그 사실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1기 누벨 프랑스는 7년 전쟁에서 영국에게 처절히 털리며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의 누벨 프랑스는 이름만 같을 뿐 체제, 사상, 운영 철학 등 모든 게 그때와는 달랐다.
애초에 다른 식민지와는 다르게 식민지세조차 내지 않고 있으니 사실상 식민지라고 부르는 것도 어폐가 있다.
그렇다면 누벨 프랑스는 무엇인가.
식민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본국과 완전히 합쳐지지도 않았으며, 종속국이라고 하기엔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정부나 왕이 없다.
총독이라는 직함이 있는 것 자체부터가 자주 독립국은 아니라는 증거.
식민지도, 독립국도 아닌 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모호한 정체성의 소유자가 바로 누벨 프랑스인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새롭게 각광 받는 주장이 들불처럼 신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냥 이렇게 된 거 우리도 따로 정부를 구성하자!”
“우우우! 분리독립주의자는 괜히 논란을 일으키지 말고 꺼져라!”
“아니, 닥치고 얘기를 들어봐! 프랑스에서 완전히 분리되자는 게 아니라 우리를 이끌어줄 지도자를 확실히 해달라는 게 중요한 거라고!”
“지금도 지도자들은 훌륭한데 그게 무슨 개소리냐! 결국 그냥 분리독립하자는 분탕이잖아!”
“그래봐야 총독과 총독대행인데 무슨 소용인가! 그런 어중간한 위치보다는 차라리 크리스티앙 총독님을 왕으로 모신 입헌군주국을 수립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보니 그것도 그렇네?”
누벨 프랑스에서 크리스티앙은 거의 살아있는 신이자 신성불가침의 존재였다.
까놓고 말해서 누벨 프랑스 시민들은 프랑스 본토처럼 왕가에 대한 충성심은 그리 깊지 않았다.
이 땅을 눈부시게 발전시킨 사람도, 본토와의 차별을 없앤 사람도, 어마어마한 부와 찬란한 미래를 약속한 사람도 왕가가 아닌 크리스티앙 개인이었으니까.
특히 이런 주장은 프랑스 출신보다는 타국가 이민자들이나 원주민들 사이에서 힘을 얻었다.
이들은 왕가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게 아예 없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점점 하나로 모이는 시민들의 의견을 계속 모른척할 수는 없는 노릇.
결국 누벨 프랑스 식민의회까지 이 안건이 올라왔다.
“최근 들어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는 말들이 끊이질 않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총독 대행께서도 들어보셨을 거라 믿습니다.”
모두가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누군가 먼저 나서주기를 바랐던 질문.
포문을 연 사람은 지혜로운 라둔이라고 불리는 원주민 출신의 의원이었다.
“이 전쟁을 끝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우리 해군이라는 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우리의 현 위상에 걸맞은 대우를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총독 대행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계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음···제가 알기로는 아버님, 그러니까 총독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본국에서도 곧 누벨 프랑스의 지위 격상을 위한 움직임이 있을 테니 준비하라고 하셨고요.”
“지위 격상이라는 건 우리가 프랑스의 다른 지방들과 완전히 동등하게 편입되는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러면 이 식민의회도 본국의 의회에 편입되고 우리도 프랑스의 의원이 되는 거라고 알면 되겠습니까?”
“글쎄요. 아직 자세한 건 전해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곧 본국에서 저를 비롯한 누벨 프랑스의 대표들에게 본국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요청이 올 겁니다. 자세한 논의는 그 이후 하는 게 어떨까요?”
테오도르는 크리스티앙의 장남으로서 지금까지 나름 충실히 총독 대행 업무를 수행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실제로도 누벨 프랑스는 그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안 눈부신 성장을 거두었고, 특히 다인종 포용 부분에서 나날이 성과를 내는 중이었다.
하지만 역으로 이 부분이 누벨 프랑스에 거주하는 소수인종 사람들의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총독대행님, 죄송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은 게 현 상황입니다. 프랑스에 편입된다면 그건 좋겠지만 본국과 제도나 행정이 일원화될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저는 요새 많은 부족으로부터 걱정스러운 우려를 전달받고 있습니다.”
“누벨 프랑스의 힘은 다양한 민족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조화로움에서 나옵니다. 이부분은 지금까지 총독님과 제가 행동으로 보여드렸다고 생각합니다만.”
“예.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만약 이곳이 프랑스의 다른 지방들과 별다를 게 없게 된다면 총독이란 지위도 사라지게 될 것 아닙니까? 물론 총독님은 프랑스의 총리시지만 총리는 종신직도 아니고, 총독과도 업무가 다르지요.”
“라둔 의원의 말대로입니다. 안 그래도 누벨 프랑스는 영토가 워낙 넓어서 주마다 다른 나라로 봐도 될 정도로 문화가 다른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서양 저 건너편에 있는 프랑스와 완전히 동등하게 묶일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스웨덴 이민자 출신의 의원이 라둔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쯤 되니 테오도르도 이들이 무얼 걱정하고, 무얼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냥 총독님께서 이 나라의 최고책임자로 계속 계셔주기를 바라는 거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예. 지금 신문에서도 누벨 프랑스가 어떤 길로 가는 게 좋을지 수많은 지식인이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주장은 비슷합니다.”
라둔이 직접 가져온 수많은 신문을 일일이 들어 보이며 목청을 높였다.
“토론토 리베라는 아예 프랑스의 국왕 폐하를 황제로 격상시키고 크리스티앙 총독님을 누벨 프랑스의 왕으로 옹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입헌군주국 체제는 이미 본국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게 증명됐으니 우리 쪽도 그렇게 해도 문제는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건 아버님께서 원치 않으실 겁니다.”
“이쪽이 간곡히 요청드리면 생각을 바꾸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저희만이 아니라 이 땅의 수많은 시민은 우리의 지위가 격상되기를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해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저희는 답을 해줘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프랑스 본토와 완전히 동등한 대우를 해주는 걸 원하지만, 또 완벽히 편입되는 건 뭔가 좀 꺼려진다는 거다.
처음에는 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냐는 생각이었지만 무얼 걱정하는지는 테오도르도 이제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영국과 미국의 전례도 있기 때문에 프랑스 본토의 정치인들을 그대로 믿는 건 찝찝하긴 하겠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아버지가 이 나라의 왕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아들일 것 같지 않았다.
지금 프랑스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본토의 여론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
이쪽이 외치는 건 어떻게 보면 미합중국이 그랬듯 자신들도 떨어져 나가겠다는 걸로 보일 수 있겠다는 걱정도 들었다.
“일단 여러분들의 마음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제가 본토로 가서 잘 말씀드려 보도록 하지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는 그럼 총독 대행만 믿고 있겠습니다.”
쏟아지는 기대와 신뢰에 위장이 아프다.
테오도르는 그 어느 때보다 골치 아픈 이 시점에 자신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카드를 꺼냈다.
친애하는 아버지.
‘해주시죠.’
< 아빠 찬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