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02)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302화 그놈의 왕(302/355)
< 그놈의 왕 >
테오도르는 긴장된 마음으로 프랑스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누벨 프랑스는 지금 분명 끝 모를 정도로 승천 중인데 어째서 자신은 이리도 안절부절못하고 있단 말인가.
그래도 아버지라면 해주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으로 심신의 안정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오래 있어 보니 알겠다.
신대륙은 사실상 가문의 영지나 마찬가지였다.
의원 총회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왕실이 아닌 자신과 아버지를 믿고 생활하고 있다.
단순히 소수민족들만 그러는 게 아니다.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프랑스계 이민자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른 민족들과는 다르게 왕실을 존경하고 있지만, 그래도 총독님이 더 좋다는 건 변하지 않았다.
아니, 잘 생각해 보면 프랑스 본토도 비슷하지 않을까.
‘아버지를 왕으로 모시겠다고 하면 프랑스 쪽은 누벨 프랑스가 아버지를 뺏어간다고 여길지도 모르겠군.’
본토에 신대륙의 염원을 확실히 말해두겠다고 하고 오긴 했는데 막상 고국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점점 마음이 심란해진다.
차라리 그냥 콱 배가 난파되어버려서 어디 영국 같은 대로 흘러가 버리면 안 될까.
그리고 자신이 프랑스로 돌아갔을 때는 아버지가 모든 걸 다 끝낸 뒷면 얼마나 마음이 편하겠나.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빌어먹을 대서양은 폭풍우는커녕 비 한 방울도 내리지 않고 바람도 선선하니 항해하기 최적인 날씨였다.
“하하하! 총독 대행께서 고향으로 돌아가시니 바다까지 나서서 축복해주나 봅니다.”
“하하···그런가 봅니다.”
거참 바다라는 새끼. 눈치도 없네.
그래도 자신에게는 누벨 프랑스에서 다년간 국정을 돌보며 축적된 경험이 있다.
일단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나면 뭔가 번득이는 돌파구가 보일지 누가 알겠는가.
게다가 본국에는 아버지도 있으니 멘탈이 완전히 바닥까지 박힐 일은 없었다.
아니다 다를까.
떨리는 마음으로 항구에서 내려 오늘 자 신문을 집어 든 테오도르의 입가에 한줄기 미소가 걸렸다.
-‘함께 나아가는 프랑스’. 루이 16세 폐하의 연설은 프랑스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크리스티앙 총리는 우선 이번 전쟁에서 큰 기여를 한 누벨 프랑스를 최우선적으로 대우해줘야 한다고······.
역시 아버지야. 다 계획이 있으셨구나.
누벨 프랑스에서 최근 화두가 된 내용이 벌써 여기까지 도달했을 리가 없는데 아버지의 대응은 언제나처럼 한발 빠르다.
어쩌면 누벨 프랑스에서 대세로 떠오른 오를레앙 공작가를 왕으로 추대하는 입헌군주제 논의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테오도르는 마음속의 부담을 훨훨 털어버리고 자신을 모시러 온 수행원들에게 걸음을 옮겼다.
“오, 자네들 오랜만에 보는군.”
“어서 오십시오, 도련님. 먼 타지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총독님과 부인께서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래. 두 분은 모두 잘 계시고?”
“물론입니다. 오히려 도련님이 건강이 상하지 않으셨을까 걱정하고 계시죠.”
“하하하, 좀 심란하긴 했었는데 고향 땅을 밟으니 자연스레 마음이 편해지는군. 일단 집으로 가지. 그리고 최근 국내 정세를 좀 알고 싶으니 저기서 언론사별로 신문들 좀 긁어와 주게.”
혹시 자신이 처음 집었던 신문에서만 우연히 누벨 프랑스 문제를 지목한 것인가 했었지만 다행히도 그건 아닌 듯했다.
파리로 가는 동안 열차에서 본 신문의 거의 대다수 1면이 누벨 프랑스에 관한 내용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대두되고 있는 통합론. 과연 부작용은 없을까?
-가틀리프 교수와 함께 알아보는 누벨 프랑스와 프랑스의 공통점과 차이점.
-프랑스는 반드시 누벨 프랑스를 품어야만 한다.
-유럽에는 없는 누벨 프랑스만의 절대적인 강점 다섯 가지. 무엇이 이들을 성장시켰나.
대충 훑어보니 통합에 부정적인 기사는 단 하나도 없었다.
굳이 꼽자면 문화가 다른데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정도?
하지만 그것도 이러이러한 부분이 걱정되니 대비를 해야 한다였지 통합을 하지 말자는 말이 아니었다.
‘일단 프랑스는 누벨 프랑스를 편입시키려는 생각인가. 나쁘지는 않은 상황이기는 한데······.’
으딜 식민지 놈들이 동급으로 취급받으려 하냐는 여론은 아니라 다행이긴 하다.
하지만 문제는 누벨 프랑스는 일반적인 통합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통합을 하긴 하되 저들의 불안감을 덜어줄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어느새 파리역이 눈앞에 보였다.
그렇게 그는 돌아왔다.
거의 도피하듯 도망나왔던 고향으로.
감상에 젖을 만도 했지만 공사 구분이 철저한 그는 절대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성대한 환영파티가 끝나기 무섭게 아버지와 독대를 청한 테오도르는 누벨 프랑스의 여론을 줄줄이 읊어댔다.
“···이래서 제가 식민의회 의원들에게 믿고 맡기라고 하고 본국으로 오게 된 겁니다. 그래도 아버지께서 미리 준비하고 계신 걸 보고 한숨 돌렸습니다. 혹시 이런 사태도 다 예상하고 계셨었나요?”
“···물론이지.”
역시 아버지야! 곤란할 때면 기가 막히게 구하러 와주시는구나.
표정에 아무런 내색이 없는 아버지의 잔잔한 미소를 본 테오도르는 안심하며 와인을 쭉쭉 들이켰다.
‘크~ 와인은 역시 프랑스산이지.’
이제 마음 놓고 휴가 나온 기분을 만끽하면 되겠다.
테오도르는 누가 봐도 앓던 이를 뽑은 듯 신이나 보였다.
※※※
루이 16세를 황제로 하고 나를 왕으로 해서 입헌군주정을 수립하고 싶다고?
이게 뭔 개소리야.
“···물론이지.”
몸에 벤 허세가 아주 반사적으로 튀어나왔지만 머릿속은 순식간에 뒤죽박죽이 됐다.
아들놈이 혼자 신나서 방으로 룰루랄라 돌아가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당황한 기색을 끝까지 숨기지 못했을 것이다.
“이게 알려지면 여론이 무조건 악화될 텐데.”
사실 본토가 식민지를 완전히 동등하게 편입하는 건 나름대로 크게 통을 썼다고 봐야 한다.
실익이 어쨌든 간에 본토에 살고 있는 프랑스 시민들은 당연히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다.
식민지 사람들에게 모두 본국의 시민권을 주고 그들을 차별 없이 대우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게 다 지금까지 누벨 프랑스에서 온 2군단이 엄청난 활약을 하면서 빌드업을 착실히 쌓아뒀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놈들이 그런 건 됐으니 오를레앙 왕가를 새로 세우고 자신들은 본국과 따로 놀겠다고 한다면 어떨까?
보통의 프랑스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 고오얀 놈들. 너희들은 그냥 식민지가 딱이야. 평생 식민지로 살아라’라고 하지 않을까.
솔직히 나라도 그럴 것 같다.
다음날 이 얘기를 들은 우리 의원님들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누벨 프랑스의 독립성을 고려했을 때 이해하지 못할 주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론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겁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자칫하면 시민들이 식민지 사람들이 자신들의 머리 위에 서려고 한다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일반적인 통합조차 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의원들은 전쟁에서 거하게 사고를 친 뒤라 그런지 아주 조심스럽고 합리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진즉 그렇게 했으면 얼마나 좋아.
물론 모두가 반대만 하는 건 아니었다.
누벨 프랑스에 실제로 가 본 적 있는 라파예트 같은 사람은 이들의 주장이 나름 일리가 있다고 여기는 듯 보였다.
“하지만 저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말이 좋아 통합이지 그냥 프랑스의 변방으로 남아서 무시당할 거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건 당연하니까요.”
“우리가 그렇게 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거야 우리 생각이고요. 그리고 그럴 마음은 없어도 우리가 본의 아니게 그들의 역린을 건드릴 수도 있습니다. 당장 여기서 누벨 프랑스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분이 얼마나 계십니까.”
“그건 또 듣고 보니 그렇긴 한데······.”
“그러니 저들도 대외적으로는 자신들의 지위를 보장받으면서 다른 쪽에서는 현상유지를 하기를 바라는 것이겠죠. 이해는 갑니다.”
다른 의원들도 이쯤 되니 라파예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해한 듯했다.
물로 나도 어째서 이런 주장이 나왔는지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해를 하는 것과 용납을 하는 건 전적으로 다른 문제다.
“라파예트 의원의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누벨 프랑스가 바로 옆에 붙어있는 땅이라면 모를까 지리적으로 저렇게나 멀리 떨어진 이상 그걸 용납하긴 힘듭니다.”
“예? 총리님, 오히려 반대 아닌가요? 옆에 붙어있으면 상대적으로 통합이 더 쉬울 테니 제후국 비스무리한 방식으로 남길 이유가 없는 게 아닌지.”
“지금 당장이 아니라 먼 미래에 동질성을 유지하는 게 쉬울지 어려울지를 고려해봐야 합니다. 바로 옆에 있는 나라라면 일단 제후국처럼 만들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동화시켜 나갈 수 있지만, 누벨 프랑스는 멀어도 너무 멉니다. 물론 제 아들 대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을 테지만 그 이후를 생각하면 어떨까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누벨 프랑스 내에서는 프랑스와 갈라서자는 여론이 피어오를 수밖에 없다.
캐나다와 알래스카, 오대호에 대평원과 텍사스 남부, 북미 서부를 통으로 가지고 있는 누벨 프랑스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프랑스보다 국력이 강해질 터.
만약 그런 시기가 온다면 프랑스가 떨어져 나가려는 누벨 프랑스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내 후손 중에 파쇼끼가 있는 놈이 나와서 누벨 프랑스를 독립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외칠지 누가 알겠는가.
물리적인 거리는 곧 마음의 거리기도 하다.
연인들조차 몸이 멀어지면 애정이 식어버리기도 하는데 쌩판 남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
투 트랙으로 나라를 굴리려고 하면 당장은 몰라도 먼 미래에는 나라가 쪼개지는 걸 피할 수 없으리라.
“총리님,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일단은 누벨 프랑스 옆에 있는 미합중국처럼 연방제로 가는 걸 절충안으로 고려해볼 수 있겠군요. 연방제로 해서 누벨 프랑스에 폭넓은 독립성을 보장해주면 저들의 불안감도 덜 수 있겠죠.”
당장 옆나라에서 멀쩡히 시행 중이니 거부감도 덜할 테고, 이쪽의 실정에 맞게 제도를 손보면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연방제라···하긴, 전례가 없는 일이 아니니 무리는 아니겠군요. 영국도 따지고 보면 비슷하니까요. 그러면 식민 의회의 의원들을 초대해서 좀 더 상세히 의견을 조율하면 어떨까요?”
“그래야지요. 마침 총독 대행을 맡고 있는 아들이 파리에 있으니 초안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조금 빡세기는 해도 누벨 프랑스 하나라면 뭐 어찌어찌 가능하긴 할 것이다.
머리털이 빠지도록 빡세게 두뇌를 회전해야겠지만.
그러나, 설상가상이라고.
먼 바다를 건너서 온 소식은 대서양 저편에서만 도착한 게 아니었다.
인도양과 지중해를 넘어서 아시아 저 끝에서도 내 뒷목을 잡게 하는 보고가 같은 날 의회에 올라왔다.
“총리님! 로베스피에르 총독의 전언입니다. 이번에 청에서 분리된 광동성의 인사들이 홍콩과 연합해 독자적인 정부를 구성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면 상황을 더 상세히 정리해서 보냈어야지 그냥 이것만 뚝 떼어내서 보내면 이쪽이 어떻게 판단을 하겠습니까.”
“그것이···홍콩 사람들은 중원의 천자가 이제 사라졌으니 그와 동격인 총리님을 새로운 왕으로 삼게 해달라고······.”
이게 뭔 개소리야.
대체 이놈의 인간들은 왕이 없으면 살 수가 없나?
왜 멀쩡히 총리로 잘살고 있는 날, 왕을 시키지 못해 안달이냐고.
< 그놈의 왕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