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08)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사랑스런 아이들 >(308/355)
< 사랑스런 아이들 >
프랑스 파리.
시민들의 동경과 선망의 대상인 튈르리 궁.
“폐하. 슬슬 시간이 됐습니다.”
“···그래. 가지.”
개막식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아직 할 일은 많이 남았다.
피트 같은 사람들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겠지만 사실 이번 월드컵은 이후의 행사를 홍보하기 위한 포석에 가까웠다.
월드컵에 이은 엑스포와 올림픽의 개최.
이 모든 걸 주관하는 나라는 프랑스라는 걸 세계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시켜 둘 필요가 있다.
현대에서는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문화의 힘만큼 무서운 건 없다.
원역사에서 세계가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건 단순한 힘의 논리 때문만이 아니다.
세계의 경제, 문화가 미국을 중심으로 돌고 있기 때문에 ‘영어’라는 언어를 싫어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이대로 놔둬도 세계의 공용어는 프랑스어가 되겠지만 이 흐름을 확실히 굳힐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일단 기술과 스포츠에서 확고한 우위를 다져두면서 문화 쪽에도 아낌없이 투자하는 중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내 자식들이 유럽 각국의 왕이 된 건 더할나위 없는 호재라고 할 수 있으리라.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왕이 된만큼 궁정에 프랑스 문화가 짙게 스며둘 수밖에 없고, 사람들에게도 쉽게 호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베아트리스가 즉위한 이래 스웨덴 왕실에서는 프랑스어가 일종의 유행처럼 퍼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스웨덴어가 확실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대체가 되는 수준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확고한 제1외국어 정도는 되지 않을까.
“폐하. 저기 오고 계십니다.”
궁 밖으로 나와서 둘러보니 최고 vip들을 맞이하는 자리답게 어마어마한 호위병력이 철통같이 경호를 서는 중이었다.
이미 몇 시간 전부터 일대 거리는 일반인의 출입이 철저히 금지 됐다.
몰래 기웃거리던 눈치없는 인간들은 당연히 있었지만 가차없이 연행되어 경찰서로 끌려갔다.
기자들도 지금까지의 행적은 물론 가족관계까지 철저하게 조사해서 출입허가를 내주었다.
다름 사람들도 아니고 이번에는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의 정상이 한번에 모이는 것이다.
이보다 더 엄격하게 보안을 한다고 해도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나도 시간이 되자 미리 지정된 장소로 가서 최대한 근엄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려니 요란한 축포 소리와 함께 황금으로 장식한 마차가 저 멀리서 다가오는 게 보였다.
“헝가리, 크로아티아, 보헤미아의 왕이자 오스트리아의 대공. 신성 로마 연방제국의 황제이신 요제프 3세께서 들어오십니다!”
언제 들어도 수식어 하나는 끝내주게 화려한 자리라니까.
요제프 2세의 양자로 들어가며 그의 이름을 계승한 나의 아들.
게르만어권의 황제답게 샤를이라는 이름 대신 카를 요제프로 불리고 있는 젊은 남성이 이쪽으로 반갑게 다가왔다.
“먼길 오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혹여나 불편한 곳은 없으셨습니까?”
“불편할리가요. 오랜만에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오니 그저 감회가 새로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제가 첫 번째로 도착한 겁니까?”
“예. 다른 분들도 이제 곧 오실 테니 여기서 기다리시죠.”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사실 도착 순서를 정하는 것부터 사전에 엄청난 갑론을박이 오고갔다.
카를은 자신은 로마 연방의 황제이니 표면적으로 지위가 가장 높은 자신이 가장 먼저 자리에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베아트리스는 아무리 지위 차이가 있다고 해도 엄연히 자신이 누나인만큼 자신이 먼저 도착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영국이나 에스파냐도 되도 않는 논리로 서로 우선권을 가지겠다고 우겨댔다.
고작 이런 순서가 뭐가 중요하겠느냐 싶지만 한번 자존심 싸움이 붙은 이상 쉽게 물러날 수는 없는 노릇.
결국 내가 그냥 제비뽑기로 정하라고 중재를 한 뒤에야 각국은 마지못해 납득하며 다툼을 멈췄다.
“폐하도 정정해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저번에 선위를 한다고 하시기에 혹시나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걱정했습니다. 왕비께서도 건강하시지요?”
“물론입니다. 아픈 곳 한군데 없이 건강합니다.”
부자 사이이긴 해도 일단 카를은 타국의 황실로 입양된 사람이고 제국의 황제라는 공적인 지위가 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는 이렇게 서로에게 깍듯하게 존대를 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부모의 건강 상태가 가장 먼저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물론 나나 마리 역시 틈만 나면 타국에 나간 자식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편지를 써서 붙였으니 피장파장이지만.
“그나저나 제비를 뽑았음에도 제가 1순위가 되었다는 건 이게 하늘의 뜻이라는 것이겠죠? 왠지 이후 있을 논의에도 순풍이 불 것 같아 안심입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프랑스는 이번에 중립적인 입장입니다. 누구의 편도 들어줄 수 없으니 너무 서운해 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예, 예 이해합니다. 아무리 저희가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라고 해도 다른 나라 역시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요. 특히 스웨덴 같은 경우는······.”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연달아 터지는 축포 소리와 함께 스웨덴 왕실을 상징하는 깃발이 저 멀리에서 휘날리는 게 보였다.
카를은 점점 가까워지는 마차를 힐끗 바라보며 태연하게 작은 목소리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래도 스웨덴이 저희와 비할바는 아니지요. 요새 보면 프랑스를 믿고 너무 설치는 경향이 있다니까요?”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그런 말이 남의 귀에 들어가면 안 됩니다.”
“아, 물론이지요. 저도 사적인 장소가 아니라면 이런 이야기는 안합니다.”
결국 사적인 공간에서는 하겠다는 소리인가.
안 그래도 서로가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남매는 충돌하는 경우가 잦다는 말이 있다.
게다가 서로 왕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았으니 콧대가 오죽 높아졌으랴.
‘에휴, 이 철없는 놈들이 사고치지 않도록 지켜봐야겠구만.’
이쪽을 향해 환하게 피어나는 딸 아이의 미소를 바라보면서도 내 마음은 그리 썩 편치만은 않았다.
※※※
“자, 이제 됐습니다. 장시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거대한 기계 앞에서 송구스럽다는 듯 연신 허리를 숙여 보인 사진사가 황급히 기기를 정비해 밖으로 나갔다.
“후···이게 말로만 듣던 그 사진기인가 하는 겁니까? 듣던 대로 꽤 오래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군요.”
“그래서 거치대가 있는 거지요. 뭐, 그래도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그림보다는 시간이 빠르니까요.”
“저희 나라에도 최근에 저 사진기가 퍼지고 있긴 하지만 프랑스는 확실히 빠르군요. 돌아가면 저희도 좀 더 투자를 해봐야겠습니다. 장기적으로 가치가 엄청나 보이는 분야 같은데.”
카를은 사진사가 두고 간 몇몇 장비를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연신 흘겨보았다.
“하하하, 로마의 폐하께서는 신문물에 관심이 굉장히 많으신가 보군요.”
“예. 국가의 지도자라면 응당 그래야지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시대에 뒤처지는 순간 바로 경쟁에서 밀리게 되니까요.”
“그렇긴 하지요. 역시 폐하께서는 식견이 깊으십니다.”
“여왕 폐하에 견줄수야 있겠습니까. 스웨덴의 성장이 요새 눈부시다는 소식이 저희 국가까지 들려오고 있는데요.”
온기와 애정이 듬뿍 담긴 남매의 훈훈한 대화를 지켜보는 기자들의 입가에도 자연스레 미소가 걸렸다.
-누가 봐도 가족이라는 걸 알 수 있는 훈훈함.
-앞으로 계속될 유럽의 평화를 암시하는 듯한 광경.
이내 기사 제목을 뽑아낸 기사들은 더할나위 없이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회의장에서 나갔다.
그렇게 방에 나와 테오도르, 베아트리스, 카를만 남게 된 지 정확히 1초 뒤.
얼굴에서 미소를 싹 지운 베아트리스가 퉁명스럽게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우리 막내 이제 아주 콧대가 하늘을 찌르시네? 좋겠네, 좋겠어.”
“누님만 할까요? 전 최근에 스웨덴 귀족들에게 존경심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누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맞춰주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말하는 본새 봐라. 황제 간판 달았다고 이제 위아래도 없나보네.”
“남매 관계에 위아래가 어디 있습니까?”
이야~아까 나간 기자 양반들이 이런 광경을 봤다면 어떤 기사를 실었을까.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하기에 앞서서 가족들끼리 뜻깊은 시간을 보내려고 했었는데 확실히 뜻이 깊긴 하네.
결국 안절부절 못한 눈으로 동생들을 지켜보던 테오도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두 사람. 아버지가 보고 계신데 좀 자중하는 게 어떻느냐.”
“아~효자 나셨네 효자 나셨어. 오라버니는 그렇게 효성이 지극하셔서 선위하겠다는 아버지의 뜻을 그렇게 박살내버리셨어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버지가 어찌나 속이 상하셨을지······.”
“아니, 왜 갑자기 불똥이 나한테 튀는 거야.”
“오라버니도 이번에 오를레앙 공작의 지위는 받으셨다면서요. 그러면 아버지의 일도 좀 적극적으로 도와드리고 그러세요.”
테오도르는 갑자기 사이가 좋아진 동생들의 반격에 찍소리도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나는 앞으로 지속될 유럽의 평화에 심각한 의문을 느끼며 탁자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오랜만에 보는데 시작부터 아주 화목한 분위기로구나.”
“아, 아닙니다. 아버지. 싸우는 게 아니라······.”
“맞아요. 저는 덕담을 해준 건데 괜히 얘가 심통을 부려서······.”
“아니 콧대가 하늘을 찌른다는 게 덕담입니까? 하도 오래 외국에 있었더니 프랑스어도 헷갈리는 겁니까?”
“또, 또 싸운다. 지금이라도 이 자리에 어머니를 데려와야 좀 진지하게 임하겠느냐.”
마리의 이름이 나오자 베아트리스와 카를이 거의 동시에 입을 딱 다물었다.
다 큰 성인에 일국의 왕까지 됐음에도 애들은 결국 영원한 애들인가.
아직도 엄마한테 이른다라는 위협이 먹히다니···스웨덴과 신롬의 국민들아 미안하다.
너희들의 왕이 이렇단다.
그 왕을 꽂아넣은 사람으로서 대신 사과를 할 테니 받아다오.
“크흠, 크흠. 그럼 좀 진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제 곧 회의 시간이 되는데 아버지께서는 중립을 지키실 거라고 하셨죠?”
“그래. 내가 누구 편을 들더라도 뒷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으니.”
“음~그러면 됐어요. 카를,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끼리 입을 좀 맞춰놓지? 아무리 그래도 우리끼리 견제하다가 영국이 어부지리를 취하기라도 하면 그거만큼 바보같은 게 어디있겠어.”
“그렇긴 하죠. 그러면 적어도 우리끼리는 반대표를 던지지 않도록 합의하고 들어갈까요? 설마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한 약속을 어기진 않을 거라 믿습니다.”
“너나 통수치지 말라고. 스웨덴에서 나는 믿음과 신뢰의 상징으로 유명하니까.”
국가 단위의 모략과 야합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보니 신기하면서도 한숨이 나오는 건 왜일까.
이거 나중에 진짜 야사 같은 데에 그럴싸한 음모론으로 실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루이 크리스티앙이 막후에서 세계를 조종하기 위해 자식들을 각국의 왕으로 퍼트렸다든가.
“그러면 누님, 이렇게 하죠. 이번에는 저희를 밀어주십시오. 대신 다음에는 제가 누님을 밀어드리겠습니다.”
“야 물도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법인데 기왕 먼저 할거면 내가 해야지.”
“누님. 제 입으로 이런 말하긴 조금 그렇지만 원래 국력의 차이가 곧 발언권의 차이인 법입니다.”
“스웨덴 같은 소국은 찍소리 말고 가만 있어라 이거?”
“그렇게 꼬아서 듣지 마시고 현실적으로 이해를 좀 해주시라는 거죠.”
“네가 그렇게 나오면 나도 다 생각이 있거든?”
베아트리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내쪽으로 다가와 팔짱을 꼈다.
“아~빠~저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시면 안되요?”
“중립을 지키겠다고 하신 아버지를 곤란하게 해서 뭐 어쩌겠단 겁니까.”
“강대국의 횡포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소국의 왕인 베아트리스는 너무 슬퍼요. 아빠가 균형을 지켜주시는 게 오히려 더 중립적일 것 같은데.”
“아 저 인간 또 저러네. 어릴 때부터 불리하면 무조건 아버지한테 비비고 보더니. 어머니에게 그렇게 혼나고 아직도 정신 못차렸습니까!”
일국을 통치하는 제왕들의 대화수준···실화냐.
가슴이 옹졸해진다.
그리고 베아트리스. 너 이제 애엄마거든? 안 귀여우니까 이제 그만 떨어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