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0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저것을 가지고 싶습니다 아버지 >(309/355)
< 저것을 가지고 싶습니다 아버지 >
실로 오랜만에 열린 유럽의 정상회담은 두말하면 잔소리겠지만 개판으로 흘러갔다.
애초에 일정 국력 이하의 약소국은 회의에 끼어주지도 않았다.
그나마 국력이 떨어지는 스웨덴조차 최근 프랑스와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 어깨에 힘을 주고 다녔으니.
“이번 세계박람회는 개최하지도 않았는데도 관심이 엄청나군요.”
“축구가 끝난다음 바로 열리는 게 주효했던 듯 싶습니다. 달아오른 분위기를 한번 더 고조시키는 느낌이랄까?”
“거기에 프랑스가 자랑하는 신문물들이 아낌없이 소개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요.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 흐름을 꺼트려서는 안 됩니다. 다음 박람회는 프랑스 다음으로 기술력이 좋은 우리 영국에서 하는 것으로······.”
“영국이 프랑스 다음이라? 그건 또 참신한 소리로군.”
예상대로 회담이 시작함과 거의 동시에 영국 총리 리버풀 경 로버트 뱅크스와 로마 연방의 황제 카를의 의견이 충돌했다.
“폐하. 물론 새롭게 떠오르는 로마 연방의 위세는 저 역시 인정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기술에는 누적된 역사라는 게 있습니다. 로마 연방도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가다듬어서 다다음 기회를 살리는 게 더욱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아니. 오히려 우리로서는 이런 대규모 국제 행사를 개최해 연방의 결속을 높이고 싶은 마음이라네. 오히려 영연방이야말로 지금은 잠깐 숨을 고를 시기가 아닌가 싶은데. 내실을 좀 더 다지는 게 좋지 않겠나?”
“저희는 언제나 내실을 다지고 있습니다.”
“그렇군. 그건 또 처음 듣는 사실이로고.”
이미 이건 누가 프랑스 다음가는 2인자의 위치인지 가리는 자존심 싸움이 되었다.
여기서 물러나면 뭔가 꼬리를 내리는 인상을 줄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가만히 있던 에스파냐측도 대화에 슬쩍 끼어들었다.
“사실 저희측은 구체적인 행사의 준비 계획까지 전부 짜두었습니다.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이런 건 준비성이 좋은 쪽이 좀 더 가산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준비는 스웨덴도 만전이랍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얼마전까지 러시아와 지속적으로 영토분쟁이 있었던 곳이에요. 우리가 잘 준비해서 박람회를 세계적인 평화가 도래했다는 걸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행사로 역사에 남게 하겠습니다.”
이대로 계속 놔두면 분명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여지가 생긴다.
나는 옆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있는 미국 대표에게 시선을 돌렸다.
“국무장관께서는 뭔가 의견 없으시오?”
“저야 멀리서 온 객일 뿐이라······.”
미국 연방정부의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실세.
사실상의 차기 대통령 후보로 이미 거의 확정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제임스 먼로는 끝까지 자신의 생각을 밝히지 않았다.
당연한 소리지만 현재 유럽에서 미국은 그저그런 2류 국가 정도의 이미지였다.
사실상 서쪽으로 확장도 거의 하지 못했고 간신히 멕시코 북쪽을 가져와 코르테스 해를 손에 넣은 나라다.
유럽에서 그리 고평가를 받지 못하는 게 별로 이상하진 않았다.
유럽의 실세들만 모이는 이 회담에 제임스 먼로가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
미국은 프랑스의 오랜 동맹이기에 대륙 반대편에서 온 손님을 예우한다는 그럴싸한 그림을 뽑아내기 위해서였다.
“사실 합중국도 박람회 개최에 관심이 있지 않습니까? 유럽 사람들은 대서양 건너편의 실상을 잘 모르는 경향이 있어서 좋은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을 텐데.”
“뭐···대통령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시지만 저희가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입장은 또 아니니까요.”
이 제임스 먼로는 그 유명한 먼로 독트린의 그 먼로가 맞다.
먼로 독트린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대서양 위로 금 쫙 그어두고 여기부터는 우리 영역이니 너네는 얼씬도 말라 선언한 일종의 고립주의다.
하지만 지금 세상에서는 애초에 그럴 수가 없다.
태평양, 대서양 프랑스가 신대륙에 버젓이 존재하며 심지어 국력도 이제 이쪽이 미합중국보다 더 강했으니까.
때문에 합중국의 현 외교노선은 신대륙의 프랑스와 최대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남쪽으로 뻗어나가는 것이었다.
나는 애초에 파나마를 제외하면 남쪽 땅에는 아무런 미련도 없었기에 미국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는 않았다.
멕시코랑 지지고 볶고 싸우든 그건 양 국가의 문제였으니까.
“저희 합중국이 우선시하는 건 무엇보다 화합과 평화입니다. 오히려 이런 일로 유럽의 우애가 상할까봐 걱정되는군요.”
“진짜로 그럴 일은 없을 테니 걱정 마시오. 하지만 확실히 앙금은 남을 수도 있겠군. 그건 좋지 않은데.”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먼로를 보낸 이유는 짐작이 간다.
그는 미국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친화력이 좋은 정치인이었으며 어지간해서는 적을 만들지 않았다.
오죽하면 이념이 다른 연방주의자들조차 먼로는 그나마 말이 통하는 양반이라고 표현했을까.
그가 속한 당은 친프랑스파를 표방하고 있기도 했으니 좋은 인상을 남기고 오라는 취지에서 이쪽으로 파견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 나도 이쪽을 이용해서 출구전략을 하나 마련해 볼까.
“자, 자, 여러분 모두가 자국에 자부심이 넘치는 건 이해합니다만 국가의 정상들이 이런 식으로 말싸움을 하는 건 위신에 해가 됩니다. 그러니 제가 중재안을 마련하겠습니다. 그냥 깔끔하게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전원 무기명 투표로 다음 개최지를 뽑기로 합시다.”
“···투표로 결정이라······.”
“그냥 간단하게 이 나라에서 개최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곳을 차례대로 세 개를 쓰면 됩니다.”
“어째서 세 개입니까? 그냥 한 개만 쓰면 되지 않겠습니까?”
“무기명 투표인 이상 모두가 자기 나라를 쓸 게 뻔한데 그럼 동률이 나오겠죠. 그러니까 세 개씩 쓰자는 겁니다. 물론 저는 빠지겠습니다. 우리는 어차피 이번에 개최를 했으니까요.”
이 지리멸렬한 회의에 슬슬 피로를 느끼던 수장들은 하나 둘 찬성의 의사를 밝혔고, 바로 투표에 들어갔다.
유일하게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내가 각국의 수장들에게서 종이를 받아서 섞은 다음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모두가 동의했으니 결과에 이의없이 승복하리라 믿습니다.”
“그래야지요.”
“물론입니다.”
들린다 들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면서 극한의 눈치싸움을 한 인간들의 속타는 소리가.
“자, 그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세심하게 한 장씩 확인해 보기로 하죠.”
이런 류의 게임은 현대에서 많이 해봐서 빠삭하게 알고 있다.
앞서 말했다시피 무기명인 이상 누구 누구를 적었는지 모르니 사람들은 아무런 걱정없이 자신들의 이름을 한자리에 올려둔다.
그 다음으로는 이제 최대한 경쟁자들의 표가 많이 나오지 않는 방향으로 투표를 하기 마련.
즉, 영국이나 신성 로마, 에스파냐 같은 나라들은 절대로 서로의 이름을 쓰지 않는다.
개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중요한 건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고 움직인다는 것이다.
즉, 이런 게임을 하면 거의 십중팔구는 ‘설마 다른 사람들이 이놈을 뽑겠어’하는 놈이 가장 많은 표를 얻게 되어 있다.
이 자리에서 그 위치에 해당하는 건 물론······.
“표결 결과 가장 많은 득표를 한 건 놀랍게도 미합중국이로군요.”
“······?”
“아니, 미국이 이걸?”
“뭐야. 대체 누가 미국을 찍······.”
서로의 얼굴을 돌아본 유럽의 수장들은 이내 ‘야, 너도?’라는 표정이 되더니 헛웃음을 터트렸다.
정작 당사자인 먼로도 갑작스레 벌어진 사고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 보였다.
“축하하오.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행사를 개최할 수 있게 됐으니 당당하게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겠군.”
“···아, 예. 이게 무슨 일인지···정말 감사드립니다.”
머리가 있으면 먼로도 내가 자신의 편의를 봐준 거라는 사실을 잘 알겠지.
친프랑스파를 표방하는 당이 계속 실권을 잡고 있어야 필요 이상으로 신대륙에 심력을 쏟을 일이 없어진다.
아무리 미국이 원역사만큼의 힘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친하게 지내둬서 나쁠 일은 없으니.
다른 수장들은 허탈해 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자신들이 아닌 다른 유럽의 국가에서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그나마 안도하며 자리를 떠났다.
어차피 자신들의 우월함을 증명할 기회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당장 이번 행사는 유럽만이 아니라 아메리카, 심지어 아시아의 국가에서조차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렸다.
인도는 물론 여러 국가로 쪼개진 중원의 소국들, 심지어는 조선에서까지 상당한 수의 인원을 파견했다.
어차피 지금 시대에 산업 스파이 따위의 말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아시아 국가의 입장에선 발전된 서양문물을 마음껏 보고 연구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을 테니 군침이 싹 돌았을 법 하다.
그렇기에 참가하는 유럽의 나라들은 이번에 작정하고 칼을 갈아왔으리라.
엑스포가 19세기와 20세기에 그토록 흥했던 이유도 애초에 체제선전을 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장소가 없다는 이유에서였으니.
“그런데···너는 어째서 여기에 가만히 있느냐.”
다른 군주들이 모두 자국의 과학자들을 독려하기 위해 회의실을 빠져나갔음에도, 단 한 명.
신성로마의 황제인 카를은 신하에게 옷매무새를 가다듬게 하는 척 하면서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우리끼리 감정싸움을 하느니 그냥 미국에 줘버리자. 아버지다운 실리적인 판단이시군요.”
“어차피 누구를 밀어줘도 이야기가 나오게 되어 있었단다. 베아트리스가 없었다면 나도 너를 밀어줬겠지만······.”
“당연히 이해합니다. 저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여기 남은 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카를은 그렇게 말하며 도로 자리에 앉아서 웃옷을 대충 벗어 옆의 의자에 던져놓았다.
“원래 진즉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누님이 계속 제가 아버지와 독대하지 못하게 견제하시더군요. 처음부터 박람회 같은 거 별로 안중에도 없었는데 말이죠.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애초에 영국이나 누님이 그렇게 놔두지 않을 테니.”
“오호···그러니까 사실 지금까지 네 행동은 전부 연기였다는 말이로구나.”
“예. 어차피 다음 개최지는 미국으로 정해졌으니 이제 다른 사람들도 제가 아버지와 독대하든 말든 크게 신경쓰지 않겠죠.”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신성로마의 황제가 직접 프랑스까지 행차하셨을까.
나는 일말의 기대와 불안감을 담아 아들에게 물었다.
“일단 들어보마. 어떤 화제기에 다른 가족에게조차 말하지 않으려는 건지 궁금하구나.”
“가족이라고 해도 형님까지는 괜찮습니다. 프랑스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누님은 가족이라고 해도 결국 제 3국의 여왕이시니 조금 예민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판단했거든요.”
뭔 말을 하려는데 사설이 이렇게 긴 거야.
내가 빨리 본론이나 말하라고 눈짓을 보냈지만 카를은 나지막하게 혀를 차며 턱을 매만질 뿐이었다.
“아···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설명드려야 하나. 어느정도는 생각해왔는데 막상 입밖으로 꺼내려니 어렵네요. 저는 신성로마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어설픈 체제를 벗어던지고 진정으로 민족을 화합, 통합하는 방식밖에 없다고 보았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나도 그게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아버지의 방식을 굉장히 많이 참고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딱 하나. 제쪽에서 손톱에 박힌 가시처럼 거슬리는 존재가 있습니다.”
“설마······.”
이 놈이 뭘 하고 싶어하는지 대강 짐작이 간다.
새롭게 연방으로 거듭나며 다양한 문화권을 어떻게든 잘 융화중인 신성로마였지만, 아직 명백하게 통합하지 못한 지역이 하나 남아 있었던 까닭이다.
“예. 현재 저희는 수많은 문화권에 영역이 뻗어 있습니다. 게르만 역시 당연히 그 중 하나이지요. 그리고 제가 다스리는 게르만인들은 우리야말로 진정한 게르만 문화권의 주인이라 자부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저 역시 이 문제를 언제까지나 피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예, 그러니 단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프로이센을 제가 가져갈 테니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역시나 이럴 줄 알았다.
실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오르긴 하는데 그 전에···아들아.
일단 너부터가 프랑스 혼혈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