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1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내조의 여왕 >(315/355)
< 내조의 여왕 >
“호호호, 그게 정말인가요?”
“그렇다니까요. 정말이지 남자들이란 유치하기 짝이 없는 면이 있어요.”
다메르발 백작부인이 주최하는 살롱은 가십거리에 굶주린 귀부인들의 놀이터가 되어 있었다.
“하긴 폐하께서도 여전히 여러 정부를 거느리고 있다는 소문이 도니까요. 그런 점에서 태자 전하는 깨끗하네요?”
“오히려 너무 깨끗해서 문제죠. 사실 그런 소문도 있잖아요.”
“태자 전하의 남성으로서의 기능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하는 불경한 소문 말씀인가요?”
“아니요, 아니요. 그것보다는······.”
말은 불경이니 뭐니 하고 있지만 실상 이곳에서 그런 걸 신경쓰는 사람은 없다.
궁중에서 떠도는 온갖 루머에 살을 붙여서 입방아를 찧는 거야말로 이들의 삶의 낙 중 하나였으니.
다메르발 백작부인이 목소리를 낮추며 주변을 둘러보자 모두가 눈을 빛내며 그녀의 다음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태자 전하에게 뭔가 더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도나요?”
“이건 확실치 않은 소문인데요. 그러니 여기에서만 이야기를 하고 밖에서는 비밀을 엄수하는 걸로.”
“아, 뭔데 그러세요. 그러니까 더 궁금해지잖아요.”
지켜질 리가 없는 약속이었지만 이걸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실은 마련했다.
“태자 전하의 남성 기능에 문제가 없다는 건 이미 궁중의 의사들이 확인을 끝냈다고 해요. 그런데 어째서 정부는커녕 지금까지 제대로 된 연애사도 흘러나오지 않은 걸까요?”
“남성기능에 문제는 없다고요?”
“그렇다니까요~이건 제가 확실한 소식통에게 들은 말이에요.”
남성 기능에 문제는 없다.
그런데 딱히 여인을 만나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 왕가의 남성은 지금까지 정부를 들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여성편력이 엄청났다.
이 모든 걸 종합해 보면 나오는 결론은 결국 한가지.
“태자께서···남색을?”
“사실 그러면 다 이해가 되긴 하네요. 태자 전하보다 동생분들께서 먼저 결혼을 하셨고.”
“세상에, 세상에 생각해 보니 아귀가 딱딱 들어맞네요.”
“아~그래서 오를레앙 공작님이 태자 전하보다 먼저 결혼을 하신 거네요. 사실 그렇잖아요? 합스부르크와 부르봉의 결합인데 당연히 태자 전하가 그 상대였어야 하는 걸.”
온갖 그럴싸한 추론과 조롱이 이어졌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공작전하는 솔직히 지금에야 오를레앙 공작전하지 그때는 제대로 된 작위조차 없었잖아요.”
“그래도 천연두 백신을 만든 영웅이셨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뭐~그렇긴 한데 아무리 큰 업적을 세웠다고 합스부르크 황가가 애지중지 키운 황녀를 준다는 게 말이 안되잖아요?”
“그러니까 원래는 태자 전하와 혼담이 오고갔는데 태자 전하께서 도무지 여인에게 흥미를 보이지 않아서?”
어느새 왕태자는 게이가 되어버렸고, 크리스티앙은 짬처리를 위해 독박을 썼다는 게 거의 정설로 굳어졌다.
다른 곳도 아니고 합스부르크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에 어울려줬겠냐는 합리적인 비판 따윈 나오지 않았다.
이들의 관심사는 이미 자신들의 망상을 충족시켜주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었으니.
“그럼, 그럼 태자 전하의 애인은 누구인가요?”
“사실 같은 남성과 만나는 건 별로 의심을 사지 않을 테니 상당히 대놓고 만나지 않았을까요?”
“태자 전하가 가장 많이 만나는 남성이라고 하면······.”
“···누가 있죠?”
금방이라도 후보를 추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의외로 이조차 쉽지 않았다.
왕태자 루이 오귀스트는 여자는커녕 남자조차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신체 강건한 남성이 그러는 게 말이 되나요?”
“아, 잠깐만요! 있네요, 있어! 태자 전하가 일주일에 꼭 몇 번씩 만나는 남성!”
“있나요? 그게 누구인데요?”
“오를레앙 공작 전하요.”
한창 들떠있던 살롱의 분위기에 갑자기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미 가십에 환장한 귀부인들의 주책은 아슬아슬한 선을 훌쩍 넘어 저 멀리까지 가버렸다.
“그래도 두분은 형제이신데······.”
“형제라고는 하지만 배다른 형제 아닌가요?”
“그렇죠. 왕족이 배다른 형제면 남남보다 못하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인데요 뭐.”
“어머, 어머 배다른 형제끼리의 금단의 사랑? 그런데 오를레앙 공작 전하는 멀쩡히 아내분이 계신데요.”
“남성과 여성 모두 좋아하는 사람들도 은근 꽤 있으니까요.”
“태자 전하와 공작 전하라니···그래도 그림은 좋네요.”
동성간의 애정은 기독교 사회에서는 죄악으로 치부되지만 이런 가십에 매몰된 여성들은 예로부터 존재해왔다.
오죽하면 과거에는 신성로마제국과 프랑스 왕국의 왕들을 엮어 책으로 내려던 시도도 있었겠는가.
물론 밖으로 새어나가면 처벌도 당할 수 있는 일이라 이런 활동은 철저하게 음지에서 행해졌다.
안 그래도 오를레앙 공작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백작 부인은 내심 이를 좋은 기회라 여겼다.
“어머~그러면 앙투아네트 공작비가 너무 불쌍하지 않나요?”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니까요. 일단 두 사람은 금슬이 좋기로 유명한데.”
“겉으로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니까요. 사실 부부들의 깊은 사정이야 당사자들밖에 모르는 이야기잖아요?”
이대로 한 몇 달만 지나면 사교계 밑바닥에는 오를레앙 공작이 동성애자일 수도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깔릴 터.
소문의 시작이 어디인지 추적해보려고 해도 확실히 범인을 잡아내긴 힘들다.
어쨌거나 다메르발 백작부인은 옆에서 부추기기만 했지 정확히 그렇다고 입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벼락 출세한 사생아가 목에 힘주고 다니지 말았어야지.’
사실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정확히 말하면 오를레앙 공작보다는 그의 부인이었다.
자신은 이런 꽃다운 나이에도 나이 50이 다 된 늙은 백작과 결혼한 기구한 신세였다.
그런데 말이좋아 결혼동맹이지 합스부르크에서 정략결혼으로 팔려온 여자가 세상 행복하단 얼굴을 하고 있는 게 눈꼴시렵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에 어렸을 때부터 호의호식했으면 됐지 정략결혼을 해서도 저렇게 잘사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니 자신 같은 사람이라도 힘을 내서 균형을 맞춰줘야지.
앞으로 얼마나 더 소문을 부풀려줄까 행복하게 생각하던 와중, 밖이 좀 소란스럽다 싶더니 당황한 시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잠깐만요! 지금은 부인들께서 담소를 나누시는 중······.”
쾅!
이게 무슨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커다란 굉음과 함께 문이 활짝 열리고.
그토록 속으로 씹어대던 여인이 백합처럼 활짝 피어나는 미소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계시던데 저도 좀 낄 수 있을까요?”
※※※
마리는 마치 자신의 집에 온양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이미 의자가 꽉 차있었지만 지긋이 바라보고 있으니 누군가가 알아서 자리를 비워주었다.
“여, 여기 앉으세요!”
“어머 고마워요. 그리고 대체 어떤 화제로 그렇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셨는지도 좀 알려주시면 고맙겠는데요.”
“아니, 잠깐만요! 그건······.”
다메르발 백작부인이 다급하게 뭐라 말을 하려 했으나 마리가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저도 대화에 끼려면 지금 화제를 알아야죠. 눈치없이 갑자기 화제를 바꿀 수는 없잖아요?”
“아, 아니···굳이 그러시지 않으셔도······.”
애초에 현장에서 꼬리를 잡혔다고는 하지만 방금까지 했던 말을 왕자비가 들었을 리가 없다.
여기서 계속 잡아떼기만 해도 무난히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백작부인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이 타이밍에 왕자비가 들이닥친 게 우연일 리가 있겠는가.
“···다메르발 백작부인께서 태자 전하와 공작 전하에 관한 불경한 소문이 있다고······.”
“베르티에 부인!”
육군 공병대 중령의 아내.
그냥 그저그런 배경을 지녀서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있던 중년 여인이었는데 설마 처음부터 왕자비의 사람이었던 것인가.
베르티에 부인은 아연실색하는 백작부인을 신경도 쓰지 않고 태연하게 마리에게 이 방에서 오갔던 모든 말을 고했다.
생글생글 웃고 있던 마리는 베르티에 부인의 말을 이어지면서 점점 더 굳어지더니 마지막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이건 조금 머리가 어질어질하네요.”
이 나라의 태자와 공작이기에 앞서 마리에게는 아주버님과 남편이다.
그런 두 사람을 엮어서 망상소설을 써대고 있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태연할 수 있겠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감지한 다른 귀부인들도 앞다퉈서 모든 게 백작부인의 책임이라 입을 모았다.
자신들이라도 멀쩡히 몸을 빼기 위한 생각이 훤히 보였으나 마리는 굳이 이를 트집잡지는 않았다.
어차피 중요한 건 일벌백계를 통한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었으니까.
“대충 전후사정을 알겠으니 다메르발 백작이 올 때까지 기다리세요. 백작의 앞에서 지금 이 모든 이야기를 그대로 다시 한번 해주시고요. 백작의 반응을 보고 이 일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결정하겠습니다.”
“와, 왕자비님···제발 자비를······.”
“걱정 마세요. 이런 것좀 했다고 단두대로 보내거나 하지는 않아요. 저에겐 그럴 권한도 없고.”
당연한 말이지만 이 소식이 남편의 귀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백작부인은 물론이고 백작의 가문까지 한꺼번에 쓸려나갈지도 모른다.
자신의 선에서 처리하는 게 베풀어줄 수 있는 최고의 자비라는 걸 모르는 것일까?
하긴 그걸 알 지능이 있었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소문을 퍼트리려 하지도 않았겠지.
“다메르발 백작부인. 혹시 억울하신가요?”
“예? 아, 아뇨···저기 그러니까······.”
“제가 이 자리에 백작을 불러와서 추궁하면 어떻게 될지는 예상이 가시죠?”
“아, 안됩니다! 제발 자비를······.”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이 일이 커지면 어떻게 될지는 뻔히 예상이 가긴 할 것이다.
백작은 분명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며 펄쩍 뛰면서 부인을 내쳐버릴 게 뻔하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었으니 교회에서도 무난하게 이혼을 인정해줄 것이고.
집안단속도 제대로 못한 무능한 가장이라는 비판을 받기는 하겠지만 가문째로 박살나는 것보다 수십배는 낫다.
그리고 백작부인과 백작부인의 가문은 파리에서 다시는 얼굴을 들고다니지 못하게 될 터.
“한 가지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백작부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면 앞으로 백작부인 같은 실수를 저지른 사람들을 찾아서 제게 알려주세요. 도움이 되는 정보를 알아온다면 이번 일은 특별히 눈감아 드리죠.”
“저, 저, 정말이신가요?”
“저는 평생 이런 일로 거짓을 말해본 적은 없답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아는 자들만 해도 두 명은 있습니다. 지금 당장 말씀드릴 테니 제발 한번만 용서를 해주세요!”
마리는 자애로운 미소로 답하며 백작부인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다 뽑아냈다.
그렇게 만족스럽게 백작의 저택을 나서자 뒤를 따라나온 베르티에 부인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정말로 이걸로 끝내실 건가요?”
“너무 물렀다고 생각하시나요?”
“예. 백작부인은 왕자비님께 명백하게 악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봐줬다고 절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다음부터는 안들키는 방식으로 뒤통수를 치려고 하지 않을까 싶은데······.”
“역시 군인의 아내라 그러신지 객관적이시네요.”
베르티에 가문은 남편이 특별히 총애하는 군인이다.
아직 주변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덕분에 이런 식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남편이 총애하는 사람은 사실 베르티에 중령이라기 보다는 아들쪽이었으나 부부는 그래서 더욱 남편에게 고마워하는 듯 보였다.
“어차피 다메르발 백작 부인은 두달 정도 뒤에 뇌물 수수 혐의로 고발될 거예요. 마리안이 증거를 수집중이니.”
“···아······.”
“헛소문을 퍼트리려고 한 건 봐주지만 뇌물은 또 다른 문제니까요.”
절대로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뉘우치고 참회하는 삶을 살겠다면 봐줄 수 있겠지만 사람이 그렇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이제 그녀도 잘 안다.
“참, 그러고보니 이번에 남편이 사관학교 학생들을 후원해주려고 하나봐요. 부인도 다음에 시간이 되면 아들을 데리고 궁으로 오세요. 서로서로 알아두면 도움이 될 테니 제가 다른 사람들을 소개시켜 드릴게요.”
“이렇게 감사할 데가.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부터 오를레앙 공작가의 가신으로 살아가는 이상 가신들끼리의 관계도 굉장히 중요하다.
마리는 모임에 초대할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하나하나 추려보며 마차 위로 올랐다.
그러니까 이름이 분명···베르티에와 베르나도트, 그리고 나폴레옹이라고 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