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1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세계의 절반 >(319/355)
< 세계의 절반 >
“여기까지 다들 모이라고 하다니···프랑스에서 온 자들이 무슨 생각일까요?”
“글쎄요. 설마 기독교로 개종하라거나 뭐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겠죠?”
“유럽 놈들은 성향이 비슷비슷하니 진짜로 그럴지도······.”
“프랑스는 그래도 영국보다는 조금 더 낫다는 말이 있다고 하니 섣불리 단정은 하지 말아봅시다. 그런데 그쪽 지방은 요새 어떻습니까? 우린 해적 새끼들 때문에 뭘 할 수가 없어요.”
각지에서 모인 지역의 대표자들은 불안한 목소리로 의견을 나누며 분위기를 살폈다.
프랑스가 넘겨받은 지역은 아라비아 반도의 여러 지방에 퍼져 있었기 때문에 본래라면 한자리에 모일 일이 없는 이들이었다.
그래서 대표들의 사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웃민족이나 국가끼리는 사이가 나쁘지만 저 멀리 떨어진 이들은 관심밖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오스만 투르크와 영국에게 시달렸다는 공통점도 한몫을 했다.
“하여간···오스만 새끼들이 물러가고 숨 좀 돌리려고 하니 영국 놈들이 와서 그 난리를 치지 뭡니까. 우린 진짜 망했어요.”
“그래도 오스만보다는 영국이 낫지 않았습니까? 오스만 놈들은 그냥 인세에 강림한 샤이탄 그 자체였는데요.”
“굳이 비교하자면 영국이 좀 더 낫긴 했네요. 그래도 그놈들은 우리를 기본적으로 밑으로 깔고 들어가려고 했는지라······.”
현재 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은 전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식량생산량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에서 부의 기준은 곧 생산량이었으며 자급이 불가능한 땅의 가치는 높지 않았다.
지금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민족들도 사실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살던 정주민들이 아니다.
세력경쟁에서 밀려 이런 곳에라도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던 유목민들의 후손이 대다수였다.
그래도 이제 상업으로나마 먹고 살아보려 하니 해적이 들끓고, 판로는 끊겨 그조차 여의치 않아졌다.
게다가 위에서는 오스만 투르크가 깡패처럼 날뛰고, 바다에서는 대영제국이 설쳐대니 마음이 편할 리가 있겠는가.
간단히 말하자면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태연한 척 미소를 짓고 있는 대표들은 여유가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었다.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다는 자조적인 웃음에 가까웠다.
그리고 지역의 전권을 위임받은 베르나도트는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았다.
도리어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좌천당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앞으로 여러분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이곳을 개척해나갈 프랑스의 총독, 장바티스트 쥘 베르나도트입니다.”
“반갑습니다! 아덴 지역의 부사이드라고 합니다.”
“아즈만 성채에서 온 자이드입니다.”
“에얄레트에서 온 사바흐입니다. 프랑스의 명성을 이전부터 흠모하고 있었습니다.”
지역의 대표자들은 의외로 겸손한 베르나도트의 첫인상에서 상당한 호감을 받았다.
적어도 저번에 이 지역을 차지한 영국의 총독과는 판이하게 분위기가 달랐던 까닭이다.
적어도 그자들은 ‘동고동락’한다는 말 따위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았었다.
베르나도트는 탁자 위에 아라비아 반도의 상세한 지도를 올려두고 자신의 구상을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우선 아덴은 아덴 만으로 나가는 최고의 요충지중 하나입니다. 이 지역은 역시 이곳을 중심으로 해나가는 게 적합할 겁니다. 아즈만 성채는 인근의 여러 토호국들이 연맹을 형성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희 프랑스는 여러분들이 프랑스의 해외령으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확실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에얄라트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 말은 결국 우리는 귀국의 식민지가 된다는 말입니까? 영국과 똑같은······.”
“아니요. 영국과는 다릅니다. 그리고 식민지가 아닌 해외령입니다. 저희는 이제 식민지라는 용어는 쓰지 않습니다. 착취도, 노역도 당연히 일체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괴로움도 즐거움도 함께하는 사이가 될 거라고요.”
“···말씀은 고맙지만 저희로서는 아직 실감이 잘 나질 않습니다. 당장 저희는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 있고, 이건 귀국과 섞이기 힘들 텐데요.”
아시는지 몰라도 이슬람권이 기독교권과 섞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건 지금까지 숱한 대립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고, 크리스티앙 역시 이 부분은 확실히 선을 그었다.
광동과 홍콩은 아예 프랑스의 일부로 병합될 예정이었으나 이곳은 아니다.
-한 200년쯤 지나면 모를까 100년은 어림도 없어. 아라비아는 독립된 해외령 정도로 남겨둘 생각이니 자네도 그렇게 알고 계획을 짜서 제출하도록
크리스티앙은 베르나도트가 파리를 떠나기 전 몇 번이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베르나도트 역시 경애하는 왕의 당부를 잊지 않았다.
“여러분들의 불안은 이해합니다. 프랑스는 현지의 종교와 문화, 관습을 인정합니다. 개종을 강요하는 일 따위는 결코 없을 겁니다. 다만 여러분들께서도 저희가 여러분을 존중해주시는 만큼 저희를 존중해주셔야 합니다. 이 부분만 지켜진다면 프랑스와 여러분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뭐···그건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말로 개종 같은 걸 강요하지 않는다면.”
“하지만 총독님. 냉정하게 말해서 저희는 이곳 아라비아반도 내에서도 가난하기 짝이 없는 자들입니다. 가진 힘도 변변치 않고, 재물은 더욱 더 부족합니다. 그런데 프랑스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요는 일방적으로 착취해서 뜯어가는 것 아니면 무슨 쓸모가 있겠냐는 것이다.
사실 베르나도트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교통의 요지라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미묘하게 부족한 느낌이다.
물론 프랑스가 이 지역을 차지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모든 부를 독차지하면 쏠쏠하긴 할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티앙이 세워둔 구상은 그게 아닌 듯 보였으니 문제였다.
아직도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쩌겠는가.
위에서 까라고 하면 까야 되는 게 관리의 슬픈 숙명인 것을.
베르나도트는 미리 준비해둔 사진을 우르르 꺼내서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자, 여러분 이걸 보십시오.”
“응? 이게 뭔 그림입니까?”
“우와~무슨 그림이 이렇게 실감 난답니까?”
“프랑스 화가들의 솜씨가 범상치가 않네요.”
“아···여러분? 이건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라는 겁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실제로 있는 사물의 풍경을 이 종이 위에 그대로 옮겨주는 것이지요.”
프랑스에서도 최근에 도입되기 시작한 신문물이라 그런지 아랍 대표들은 연신 신기해하며 사진을 이리보고 저리 돌려보았다.
아예 사진가를 불러와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어주기까지 하니 이들은 거의 입에 귀가 걸린 채 사진을 시종들에게 맡겼다.
“감사합니다. 총독님!”
“가보로 간직하겠습니다.”
“아아···네. 일단 좋아해 주시니 기쁘네요. 하지만 중요한 건 사진 기술보다는 이 사진에 찍힌 풍경입니다. 이곳은 광동 프랑스라고 과거 청나라의 일부였던 곳입니다. 여러분도 청나라는 아시지요?”
“그럼요. 동방의 대국 아닙니까? 프랑스에 패배해서 열 몇 개로 쪼개졌다는.”
사진은 최근의 광동 프랑스의 수도 홍콩과 옛 청의 수도가 있던 북경의 전경을 담고 있었다.
“양쪽의 일반적인 거리 풍경을 담아봤습니다. 조작이라는 말을 피하기 위해 모두 번화가로 소문난 곳만 찍어왔으니 비교해 보십시오.”
“딱 봐도 차이가 심하네요. 여기 홍콩이라는 곳은 완전히 별천지가 따로 없는 것 같은데요. 과거 그토록 발전했었다는 바그다드조차 비교가 안 될 것 같습니다.”
“예. 광동 프랑스와 청의 일부였던 나라들의 경제 수준은 누가 봐도 차이가 큽니다. 하지만 이곳도 프랑스령이 되기 전에는 다른 지역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즉, 앞으로 저희와 함께한다면 이 사진에 담긴 광경이 여러분들의 일상이 되는 겁니다.”
“···우리가 사는 곳이 이렇게 될 거라고요?”
“지금이야 아라비아반도의 다른 지역이 여러분들을 무시하겠지만 수십 년 뒤에는 반대가 될 겁니다. 오히려 여러분들이 저들을 거지 취급하겠지요.”
이슬람 교도들이 자신들의 방식을 고수하며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는 의문에 크리스티앙은 간단히 답을 내놓았다.
-자본의 맛을 보면 다 변하게 되어 있다.
물론 여기엔 전제조건이 달렸다.
쏟아져 들어오는 자본을 지배층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맛을 봐야 한다.
그 달달함에 중독이 되면 다시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걸 대체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는 거였지만 왕에게는 다 계획이 있어 보였으니 걱정은 하지 않는다.
“우리가 진짜로 이 광동 프랑스라는 곳처럼 될 수 있다는 겁니까?”
“폐하께서는 확실하게 약속하셨습니다. 이게 여러분들이 앞으로 누리게 될 미래라고요.”
“허어···세상에.”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저희로서는 정말 감사한 일이기는 한데 프랑스에는 어떤 이득이 있는 겁니까?”
베르나도트 역시 그걸 알고 싶었다.
하지만 아는 게 없는데 어떻게 말해줄 수가 있겠는가.
적당히 지어낸 말로 둘러댈 수밖에.
“당연히 저희도 여러분들이 누리는 만큼은 가져갈 겁니다. 고통과 즐거움을 모두 함께한다! 이게 바로 프랑스가 현지의 사람들을 존중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는 태평양과 대서양, 그리고 광동의 프랑스가 쌓아 올린 부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이 중동의 프랑스가 될 차례입니다.”
“하긴, 선례가 있으니까······.”
“혹시 저희가 해야 하는 조건 같은 게 있습니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우리의 관계는 상호존중이 기본입니다. 그리고···어디 보자.”
품속에서 왕실의 직인이 찍힌 편지를 꺼내든 베르나도트는 왕가의 문장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는 밀봉을 해제했다.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폐하의 서신입니다. 그분께서 친히 쓰신 내용이라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릅니다.”
“오오···프랑스의 왕께서 우리에게 직접?”
“황송한 마음으로 읽어보겠습니다.”
대표들과 함께 편지를 본 베르나도트는 이제야 크리스티앙이 대강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파악이 됐다.
편지에 적혀 있는 조건들이 가리키는 바가 너무나도 명확했기 때문이다.
“···각 지역의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프랑스가 전액 부담하지만 그만큼 시설에 대한 지분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파생되는 부는 절대로 프랑스가 독점하지 않고 충분히 현지와 공유한다······.”
“일반 시민들의 경제력이 낮다면 자연히 치안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이는 주둔하고 있는 프랑스군과 프랑스 시민들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 그러니 지역의 대표들은 시민들의 생활 수준을 개선하는 데 최대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걸 약속해줬으면 좋겠다. 이를 위한 지원은 프랑스에서 한다?”
“각 지역의 경제력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외국의 공분을 살 것이다. 이는 자연히 안보의 위협으로 이어지는 만큼 프랑스는 해외령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를 위해 현지인들은 프랑스군의 군사시설의 설치를 용인하고 보조해줬으면 좋겠다.”
읽어보기만 하면 전적으로 아랍 유지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뿐이었다.
순진한 각 지역의 대표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바로 서명을 했지만, 잔뼈가 굵은 베르나도트는 크리스티앙의 계획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됐다.
‘이곳에 어마어마한 양의 금광이라도 매장되어 있나 보군.’
요는 개발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부의 지분 확보다.
이게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크리스티앙은 현지와 이걸 나눠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한 만큼 가져가겠다고 프랑스가 독점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이럴 경우 현지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만약 나눠 먹어도 될만한 수준이라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현지의 인심을 얻는 게 상책이긴 하다.
또 한가지는 바로 국방의 종속이다.
사실 빈말로도 이 지역은 군사력이 좋다고 할 수 없는 오지 중의 오지다.
막말로 이들이 제대로 된 군사력이 있었다면 도시가 몇 개나 연합했는데도 해적들을 어쩌지 못해 쩔쩔매고 있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금광이 발견돼서 막대한 부가 유입된다면?
당연히 오스만이나 중동의 다른 국가가 군침을 흘리며 달려들겠지.
그러나 프랑스가 대신 국방을 맡아주면 그럴 걱정이 사라진다.
어차피 자주국방이 안되는 이들이니 저들에게도 딱히 선택지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경제부터 국방까지 전부 프랑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종속시켜두면 시간이 지나도 따로 떨어져 나갈 엄두는 내지 못할 터.
베르나도트는 새삼 국왕의 큰 그림에 혀를 내둘렀다.
‘그나저나···대체 황금이 얼마나 묻혀 있으면 이런 계획을 세우시는 거지?’
석탄이나 철광 따위는 아무리 산더미처럼 매장되어 있어도 이 정도의 부를 창출하지 못 한다.
결국 남은 건 황금 정도인데···무슨 전설의 엘도라도라도 묻혀 있는 것일까.
의문은 들었지만 의심은 하지 않는다.
베르나도트가 지역 유지들의 서명을 챙겨 받고 있던 찰나, 아덴만에서 해적들의 배를 모조리 때려 부쉈다는 보고가 도착했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행동 하나는 정말 귀신같이 빠른 놈이다.
벌써부터 저렇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줄이야.
이렇게 현대의 서예맨과 아랍에미리트 연합, 쿠웨이트, 카타르의 최대 유전은 전부 자신들도 모르는 새에 프랑스의 그늘 아래로 들어가게 되었다.
다만 너무나 안락하고 따뜻한지라 영원히 나갈 생각이 들지 않는 그늘이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