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22)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문화 전쟁 >(322/355)
< 문화 전쟁 >
유럽의 국가들은 가까운 거리만큼이나 심리적인 거리도 가깝고 교류도 빈번하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잘 알았고, 그렇기 때문에 이웃한 국가들끼리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최근의 유럽은 점점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뭉치는 중이라 자신들의 연방 내에서는 사이가 좋았다.
관용과 다문화 존중이야말로 미덕이라는 인식이 전역에 퍼진 덕분이다.
인종차별과 타 문화에대한 비존중은 미개함 그 자체로 간주되었다.
이런 흐름은 프랑스에서 차차 전파된 것이었지만 이제는 대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이런 흐름을 따르는 추세였다.
특히 원래부터 다문화 다민종으로 이루어져있는 신성로마제국은 즉각 관용과 존중을 자신들의 통치이념으로 삼았다.
“유럽 최초의 대제국 로마는 속주 출신의 인물조차 황제가 될 수 있었던 나라였다. 그런 로마의 적통 후계자인 우리 신성로마제국 연방에서 차별과 불평등 따위가 있어서는 아니된다.”
누구 마음대로 로마의 적통 후계자라고 하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신성로마의 시민들은 정말로 자신들을 그렇게 여겼다.
결국 요제프 3세는 황제의 칙령으로 직접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이를 어기는 이는 엄격하게 처벌하기 시작했다.
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제로 제국추밀원의 한 의원이 특정 인종은 열등하다는 실언을 한지 고작 이틀 만에 직위에서 해임당한 일이 있었다.
사실 엄밀히 말해서 이렇게 한다고 한순간에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건 아니다.
아직도 상당수의 유럽인들은 아시아인이나 흑인은 열등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걸 겉으로 표현하는 게 도덕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게 컸다.
요제프 3세는 특히 이걸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위대한 로마 시민이라는 자긍심을 활용한 것도 이 전략의 일종이었다.
이전에 프랑스에 갔을 때 크리스티앙도 이 전략 자체에는 찬성을 했었다.
동시에 이게 그릇된 파시즘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품격있는 국가의 시민으로서의 자세를 강조해야지 국가 자체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건 안 된다. 이건 아 다르고 어 다른 수준이지만 장래에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니까.
“예, 예. 걱정마십시오 아버지.”
요제프 3세는 최근 한가지 취미가 생겼다.
바로 자신이 일구어놓은 제국의 위상을 매일같이 거닐며 실감을 느끼는 것이다.
“솔직히 기술 같은 건 우리가 프랑스만 못하지만 그래도 쌓아올린 전통의 힘이라는 건 무시 못하지 않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폐하.”
“사실 뭐 기술도 프랑스 정도한테만 딸리는 거지 나머지는 우리가 꿇릴 게 없잖아? 영국이 우리보다 위였던 것도 몇 년 된 이야기고 지금은 비슷할 것 같은데? 북유럽 연방이야 그냥 덩치만 큰 호구들이고.”
“역시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최근 신성로마제국 연방의 라이벌이 누구냐 묻는다면 백에 구십구는 영국의 이름을 꼽았다.
프로이센? 이쪽에 먹히는 게 무서워서 부랴부랴 북유럽 연방에 합류한 겁쟁이들이다.
에스파냐? 자기네끼리 연방을 만들어보려다가 실패하고 북아프리카까지 눈길을 돌리고 있는 낙오자들이다.
러시아? 저번 대전에서 두들겨 맞고 국력이 절반 이하로 줄은 패배자들에 불과하다.
프랑스? 이쪽은 전통적인 우호국이었으며 애초에 경쟁할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즉, 신성로마 연방이 유럽의 2인자 자리를 두고 다툴만한 자들은 지금 시점에서는 영연방뿐이다.
물론 영국은 어림도 없다며 코웃음을 치겠지만, 적어도 이들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런 점에서 내가 저번에 말한 건은 어떻게 되었나? 분명 이번주까지 검토해 보고를 올리라고 했을텐데?”
“예. 문화를 관리하는 부처를 따로 두는 것은 실로 현명하신 판단이라 사료됩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아직 유럽 문화의 중심은 저희 아니겠습니까? 프랑스가 과학과 체육 분야에서는 선두라고 하지만 저희는 전통이 있으니까요.”
“그래. 오랜 시간동안 누적된 전통이라는 건 한순간에 뒤집을 수 있는 게 아니니. 부처 이름은 일단 임시로 문화체육진흥부라 짓기로 하지.”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참 아쉽긴 하단 말이야. 프랑스가 우리쪽의 저명한 예술가들을 쏙쏙 빼갈 때 눈 뜨고 다 놓쳤으니.”
딱히 아랫사람들을 탓하려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얼굴이 하얗게 질린 관리들이 그대로 머리를 박으며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즉시 시정하겠습니다!”
“아니. 이미 지나간 일은 신경쓰지 말고 앞으로 잘할 방법을 생각하도록.”
솔직히 털어놓자면 요제프 3세도 프랑스에 있을 때는 덕분에 문화생활을 많이 즐겼으니 할 말은 없다.
특히 아버지가 직접 데려왔던 모차르트의 음악들은 하나하나가 다 주옥 같아 아직도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었다.
“조금 과장섞자면 내가 프랑스를 떠나 유일하게 아쉬웠던 게 모차르트를 다시 내 눈으로 볼 수가 없단 거였다네. 그 사람이 태어난 고향은 나의 영토에 있는데 정작 내가 그를 볼 수가 없으니 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그래도 모차르트도 이제 연로한지라 직접 극장에 나타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작곡한 곡들은 아직도 프랑스를 윤택하게 해주고 있지 않나.”
지금 유럽에서 모차르트가 가지는 위상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음악의 신’, 여기에서 더 뺄 말도, 덧붙일 말도 없었다.
그냥 음악의 신이라고 하면 그게 모차르트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됐다.
전문가들은 모차르트가 현재 나이의 절반만 살고 단명했다고 하더라도 음악 역사에 길이길이 남았을 거라고 단언한다.
즉, 지금 모차르트의 커리어를 절반으로 줄여버려도 길고긴 음악사에서 비견될만한 이를 찾기 힘들다는 뜻이다.
‘아버지가 이런 점에서는 참 대단하다는 말이야. 어떻게 된 게 예술쪽으로도 저렇게 거미줄처럼 손을 여기저기 뻗어놨는지.’
요제프 3세는 어렸을 때부터 모차르트와 인연이 깊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이가 좋았던 모차르트는 어머니인 마리가 임신했을 때마다 직접 태교용으로 쓸 곡을 작곡하기까지 했었다.
덕분에 요제프 3세나 누나 베아트리스는 철이 들기도 전부터 모차르트를 거의 매주 한번은 볼 정도로 자주 봤었고 대화도 많이 나눴다.
‘그러고보면 모차르트는 아버지가 자신의 건강을 너무 과하게 신경쓴다며 툴툴거렸었지.’
자신도 그때는 아버지가 너무 유난인건가 싶었는데 이제와서 보니 아니었다.
모차르트는 그 나이가 됐어도 아직도 역사에 남을 명곡들을 써내 사람들의 심신을 정화시켜 주고 있지 않은가.
반면 신성로마제국 연방이 내세우는 최고의 음악가는 젊은 나이에 청력을 상실해 말 못하는 고통을 겪는 중이었다.
음악인이 귀가 들리지 않는다니 그 절망과 아픔이 얼마나 클지는 황제조차 짐작이 가질 않는다.
오죽하면 다른 누구도 아닌 황제가 이렇게 직접 병문안차 방문을 하겠는가.
물론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오나 폐하. 폐하께서 한낱 음악가의 집에 직접 방문하실 필요가 있습니까? 그냥 마차를 보내 궁으로 오라고 하면 될 것을.”
“그런 권위주의적인 생각을 하니 우리가 계속 나라의 보배 같은 예술인들을 잃는 거라네. 앞으로 세계가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문화를 선도하는 국가가 더 앞서나갈 거야. 프랑스는 그걸 알고 있으니 저토록 투자를 하는 것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폐하의 깊은 뜻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어도 요제프 3세가 아무 예술가들에게나 이러지는 않았다.
지금 찾아가는 사람은 이미 신성로마를 넘어 전 유럽에 명성이 파다한 거장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번에 만났을 때 아버지 크리스티앙조차 이 사람에게는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게 떠올랐다.
“폐하. 자리가 다 준비되었으니 들어가시죠. 저쪽도 폐하께서 친히 방문해주신데에 몸 둘 바를 몰라하고 있습니다.”
“뭘 또 그렇게까지. 그러면 잠깐 좀 다녀오겠네.”
요제프 3세가 응접실로 들어가자 허겁지겁 나온 집주인이 그를 맞이했다.
자신이 사는 나라의 황제를 맞이하는 것치고는 너무 조촐한 행색이었으나 황제는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평소에 야인처럼 하고 다닌다는 남성의 이야기를 익히 들어 알았기 때문이다.
“반갑네. 아, 청력이 좋지 않으니 필담으로밖에 이야기를 하지 못하겠군.”
요제프 3세가 눈짓을 하자 뒤에 서있던 속기사가 빠르게 황제의 말을 종이에 옮겨 보여주었다.
글귀를 읽은 남성은 황송하다는 듯 최고의 예우를 갖춰 인사를 건넸다.
제국의 후작의 앞에서도 할말은 하는 남성이었지만 황제는 이야기가 다르다.
게다가 보통 황제도 아니고 쇠퇴해져가는 제국을 다시 반석위에 올려놓은 영웅적인 이라면 더더욱.
귀는 멀었지만 정신은 또렷하고 음악적인 감각은 날이 갈수록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모차르트가 프랑스로 가버렸어도 로마는 아쉽지 않다는 말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거장.
바흐에게까지 비견되는 음악의 성인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찾아주시니 정말 영광입니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라고 합니다.”
“요제프 3세라고 하네. 최근에 듣자하니 이제는 필담으로밖에 의사소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귀가 좋지 않아졌다지? 자네의 음악을 사랑하는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그저 안타까울 따름일세. 내가 진즉 사람들에게 일러 자네의 귀를 잘 봐줬어야 하는데.”
“폐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하지만 귀가 들리지 않게 되면서 오히려 들리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걸 제 음악에 녹여내려고 노력하는 중이고요.”
“과연 천재들의 발상은 달라도 뭔가 다르군. 그래도 귀가 아예 들리지 않는 건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점이 많을 거야. 내가 사람들에게 단단히 일러뒀으니 앞으로는 자네의 수발을 들어줄 전속 사용인들이 따라다닐 테니 걱정말고 하고 싶은 거에만 전념하게.”
“세상에 이렇게나 신경을 써주시다니······.”
베토벤의 감격에 겨워하는 표정을 본 요제프 3세는 슬슬 여기에 온 진짜 목적을 털어놓았다.
“그나저나 자네가 옛날에 작곡한 영웅(에로이카) 교향곡 말인데. 부제가 크리스티앙이었지?”
“예. 그때는 한창 프랑스의 선진적인 사회 문화에 경도되어 있을 때라······.”
“나도 그때는 프랑스에 있었으니 당시 상황을 잘 알지. 자네에게 헌정곡을 받고 뛸 듯이 기뻐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거든.”
“아, 그렇군요. 폐하께서는 그분의 아드님이셨죠.”
요제프 3세는 아직도 그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들인 그조차 크리스티앙이 그토록 기뻘하는 걸 본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자네의 곡을 듣고 경쟁의식에 찬 모차르트가 곡을 하나 더 써온 것도 참으로 재밌었지. 이름이 대영웅이었나? 자넨 그때 기분이 어땠나?”
“저야 존경하고 경애하는 선배가 그런 반응을 보였다는 게 나름 뿌듯했죠.”
천하의 모차르트가 그런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인 건 베토벤의 곡이 그만큼 훌륭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교향곡으로서의 가치가 낮았다면 모차르트도 그냥 비웃고 넘어갔을 테니.
“그런 김에 자네도 곡을 하나 더 써보는 건 어떻겠나? 내가 한가지 기획하고 있는 행사가 있는데 거기에 곡을 하나 내주면 좋겠네.”
“행사라면 어떤?”
“프랑스가 문화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건 알고 있겠지? 우리도 거기에 질 수는 없으니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 중이네. 그 중 하나가 음악인들 육성이고.”
프랑스 출신 답게 축구를 사랑하는 요제프 3세는 크리스티앙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을 옆에서 쭉 지켜보았다.
바로 될썽부른 싹을 조기에 모조리 데려오는 것이다.
두각을 나타낸 유스들을 한데 모아 실력을 계속 갈고닦게 하면 그중에서도 특출난 이들은 반드시 몇 명씩 나온다.
요제프 3세는 이걸 음악에 접목할 계획이었다.
“젊은 음악인들을 모아서 경쟁 비슷한 걸 시키는 제도는 그리스 시대때도 있었지. 나는 이걸 완벽하게 체계화시켜서 대중적인 호응을 이끌어낼 계획이라네. 사람들은 경쟁에 열광하는 법이거든. 물론 음악으로 경쟁을 하고 순위를 붙이는 게 음악인들에게는 조금 껄끄러울 수 있겠지만.”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분명 많긴 하겠습니다만.”
“하지만 이렇게 하면 기존보다 훨씬 쉽게 인지도를 얻고 후원자들에 눈에 띄기도 용이해지겠지. 재능있는 자들이 훨씬 빛을 보기 쉬워질 거야.”
문화를 제압하는 자가 장기적으로는 사람들의 의식을 제압한다.
요제프 3세의 장기적인 계획을 들은 베토벤은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일국의 황제가 이렇게나 진지하게 음악인들의 육성에 관심을 기울여주는데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법 아니겠는가.
“알겠습니다. 제가 힘 닿는 대로 최고의 곡을 하나 뽑아보겠습니다.”
“고맙네. 아직 계획에 불과할 뿐이지만 세계 각국의 귀빈들을 모실 예정이니 자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게야. 자네가 곡을 헌정한 그분이 오실지도 모르고.”
슬쩍 미끼를 던져주자 아니나 다를까 베토벤의 눈에 숨길 수 없는 의욕이 넘쳐 흘렀다.
이 정도면 됐다.
요제프 3세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당부를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리고 괜찮다면 나를 주제로 한 헌정곡도 하나 써주게. 내가 그래도 로마의 황제니까 제목은 카이저 어떤가?”
필담을 옮기는 관리가 황당하다는 눈길로 이쪽을 쳐다보았으나 뭐 어쩌라고.
아버지한테도 곡 써줬으니까 자신한테도 하나 써줘야 균형이 맞지 않겠나.
요제프 3세는 그저 당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