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23)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마지막 산불 >(323/355)
< 마지막 산불 >
치밀한 준비와 사전조율 끝에, 세계 최초의 근대적인 음악 콩쿠르 개최가 결정 됐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대부분 역사에 남는다.
이런 좋은 기회를 아들내미에게 빼앗긴 건 확실히 이쪽의 실책이었다.
스포츠와 기술쪽으로 너무 집중하고 있었던 터라 다른 부분에서는 안일했다는 걸 부정하지 못하겠다.
모차르트라는 희대의 사기캐를 보유하고 있는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건 빼도박도 못하는 실책이 맞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아들이 한 일이니 솔직히 잘했다고 칭찬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버지로서의 입장.
이런 기회에 한발 걸치는 게 국가의 위신에 영향이 가는 지금 시대의 지도자로서는 가만히 넘어가주기 힘들다.
윈윈이 되어야지, 윈윈이.
신성로마제국이 훨씬 더 빠르게 준비에 들어갔으니 이제와서 파리에서 무언가를 하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그게 숟가락을 올릴 수조차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쪽은 최근 바흐와 헨델마저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한 음악의 신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폐하,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이것.
프랑스-신성로마제국이 공동주최하는 모차르트 국제음악 콩쿠르다.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니 기분이 어떤가? 아, 자네는 고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
“어릴 때는 미치도록 떠나고 싶었던 곳인데 그래도 이 나이를 먹고 돌아오니 감회가 새롭긴 합니다.”
어느새 희끗한 새치가 눈에 띄는 나이가 된 모차르트는 복잡한 시선으로 도시의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살아있는 음악의 신. 모차르트의 귀향을 축하드립니다.
-우리는 모차르트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음악보다 위대한 음악. 모차르트의 음악에는 감동이 있다.
소리내어 읽기엔 낯 뜨거울 정도의 찬양으로 가득한 플랜카드가 도시 입구부터 중심부까지 도배되어 있지 않은 곳이 없다.
이쪽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나온 신성로마제국측의 환영단도 별반 다르지 않은 글귀가 적힌 깃발을 흔드는 중이다.
모차르트가 장수했다면 과연 세계 음악계에서 어느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을까. 하는 가정은 클래식계에서 심심할 때마다 소환되는 단골 주제였다
그리고 그 대답은 지금 바로 이렇게 눈앞에 있었다.
“크리스티앙 폐하께서 이렇게 직접 와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신성로마제국측 환영단의 대표자가 넙죽 고개를 숙이고 그의 뒤에 있던 요제프 3세가 반갑게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크리스티앙 폐하께서 참석해주신 덕분에 이번 행사는 대성공일 것 같습니다.”
“실패하는 게 더 어려운 기획이었는데 당연한 말씀이지요. 하하하.”
호쾌하게 웃는 내 얼굴을 슬쩍 보던 요제프 3세는 돌연 작은 목소리로 내 귀에 중얼거렸다.
“거참, 이거까지 한발 걸쳐야 속이 시원했습니까? 그냥 저한테 다 넘겨주시지.”
“이런 건 다 나중에 역사책에 기록이 남을 텐데 내가 미쳤다고 통으로 양보해주겠니?”
“하아···간만에 뭐 좀 제대로 해보나 싶었더니.”
신성로마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걸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내가 선택한 건 모차르트 끼워팔기였다.
신성로마제국은 아닌척 해도 사실 모차르트를 프랑스에 뺏긴 걸 ptsd로 여기고 있었다.
지금 모차르트의 위상은 현대로 치면 전성기 마이클 잭슨에 퀸을 합치고 마무리로 BTS까지 첨가한 느낌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 정도의 예술가를 눈뜨고 타국에 넘겨줘버렸는데 열받지 않으면 그건 사람이 아닐 것이다.
듣자하니 모차르트의 연주를 보고도 그에게 자리를 주지 않았던 후원자들의 명단까지 떠돌았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음악도 모르는 인간들이라며 자손대대 음알못의 낙인이 찍히는 형벌에 처해졌다.
이런 상황이라 이쪽이 프랑스와 신성로마제국 합동으로 콩쿠르의 주제를 모차르트로 하기로 했으니 반응이 오지 않을 리가 없다.
특히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잘츠부르크는 이걸 고장을 홍보할 천재일우의 기회라 생각했는지 엄청나게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렇게 이야기가 굴러간 결과 세계 최초의 근대적 음악 콩쿠르는 이런 형태로 개최되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이번에 베토벤이 헌정곡을 써주기로 했다며? 너도 출세했구나. 혹시 써달라고 강요를 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물론···아니죠. 하하하···제가 그런 멋없는 짓을 했을리가요.”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그걸 휘두르는데는 신중해야 한다. 너는 농담처럼 던지는 말 한마디도 상대방에게는 농담이 될 수 없으니.”
“···명심하겠습니다.”
반응을 보니까 딱봐도 곡 써달라고 했네 했어.
다른 누구도 아니고 황제가 ‘이보게~나를 주제로 곡 하나만 써줘.’라고 했는데 ‘응 싫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아직 너는 한참 멀었다 아들아.
나는 내심 한숨을 푹 내쉬며 모차르트와 함께 공연장을 미리 둘러보겠다며 떠났다.
역시 신성로마제국이 프로이센을 꿀꺽하게 놔두지 않은 건 신의 한수였다.
프로이센이 북유럽 연방에 계속 붙어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뭐가 됐든 로마 연방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낫겠지.
국력의 문제가 아니라 얘네의 행보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내가 죽은 뒤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끼리 개처럼 싸우는 결말만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각국의 교류를 활성시키고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형성시켜둬야 한다.
주판을 튕겨볼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경제적인 타격이 크면 사람은 쉽게 칼을 빼들지 못할 테니까.
게다가 그렇게 되면 전쟁을 벌이는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악영향이 올테니 다른 나라가 두고볼 리가 없다.
설마하니 전세계에서 지탄을 받고, 봉쇄를 받아 경제가 박살이 나도 기어코 옆나라랑 싸움박질할 미친 국가가 있겠어?
※※※
당연하지만 각국의 최고 정상들이 참가하는 행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정치적인 색을 띨 수밖에 없다.
문화 예술을 위한 자리라고 해도 크게 다를 건 없다.
표면적으로는 그런 티를 내지 않아도 물밑에서는 다 그들만의 리그가 열리게 되어 있다.
오히려 이런 공식인 듯 공식아닌 자리에서만 논할 수 있는 화제도 있는 법이다.
이를 테면 지금 남매싸움이 한창인 아시아 문제라든가.
“그러니까 누님네는 아시아쪽이랑 교역하기가 힘들지 않습니까. 다 된 스프에 재뿌리지 말라고요.”
“응? 아닌데?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데?”
“오~그러니까 북쪽으로 빙 돌아가서 러시아를 통해 교역을 하려고요?”
“아니지. 프로이센이 우리 연방으로 합류했으니 너희가 협조만 해주면 충분히 가능하다니까?”
“저희가 그걸 해줄 이유가 없지요.”
이 우애좋은 남매는 저번에 파리에 있을 때보다 한층 더 사이가 나빠진 느낌이다.
특히나 오늘은 나까지 포함해 세명만 있는 가족모임이라 더욱 불꽃이 튀는 듯 했다.
“아니~그렇게 탐욕스럽게 혼자 다 먹지 말고 좀 함께하자니까? 공생하는 삶 몰라?”
“그래서 프로이센의 연방 가입을 눈감아줬지 않습니까. 원래 그곳은 우리가 노리고 있던 지역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요.”
“프로이센이 잘도 그쪽으로 들어가겠네. 당장 우리랑 붙은 이유의 99%가 너희한테 먹히기 싫어서인 건 알지?”
“···쯧, 됐습니다. 그러면 앞으로도 이렇게 평행선으로 가면 그만이죠,”
“아이고 뒤끝 보소. 우리 대~로마의 황제께서 속은 보스보루스 해협도 통과 못할 정도로 좁아터졌네.”
계속 듣고 있었는데 이 이상 되면 진짜로 감정싸움으로 발전할 것 같다.
유럽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서라면 이 둘이 가장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조율하면 좋을지 암담하구만.
“오랜만에 만난 가족끼리 싸움은 그쯤하거라. 이러다가 며칠 뒤에 있을 공식석상에서도 틱틱거리겠구나. 그랬다가는 언론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 건 아닐 거라 믿는다.”
“예···그거야 뭐.”
“걱정 마세요 아빠. 이런 쪽으로는 우리가 또 전문가라고요. 공식석상에서는 너무 사이가 좋아서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나오는 남매라니까요?”
베아트리스가 요제프 3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 얼굴을 본 아들내미의 눈에 일순간 무섭다는 감정이 스쳐지나간 건 내 착각이려나.
“내가 이전에도 말했지만 유럽의 평화는 너희 두 국가와 러시아가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결정될 거다. 어떻게든 너희 대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것 같으면 내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하거라.”
서유럽쪽은 프랑스가 떡 버티고 있으니 설령 싸움이 터진다고 해도 일정 이상 규모로 커질 수가 없다.
하지만 북유럽과 동유럽은 죄다 한덩치 하는 국가들끼리 붙어있으니 어떻게 될지 예측이 가질 않는다.
지금이야 반쯤 호구 신세가 되긴 했지만 러시아도 수십년에서 백년쯤 지나면 다시 덩치가 올라올지도 모르니까.
이건 이미 두 사람에게도 몇 번이나 주지시켰으니 충분히 이해하리라 믿는다.
머리 하나는 비상할 정도로 좋은 아이들이라 이해력 자체는 걱정이 없는데 이제와서 보니 저놈의 성격이 제일 큰 문제다.
“걱정 마세요. 이미 유럽은 전쟁하기가 더 힘든 구조로 돌아가고 있잖아요?”
“그러니까요. 전쟁하면 싹 다 망하는데 누가 미쳤다고 먼저 방아쇠를 당기겠어요.”
라고 하는 의견은 세계 1차 대전때도, 2차 대전 때도 있었지.
심지어 2차 대전 때는 1차 대전의 경험도 있기 때문에 절대 전쟁은 없을 거라 확신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인간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라고 모두가 믿었지만 인간은 생각보다 더 멍청했나 보다.
물론 그때는 지금처럼 유럽이 하나의 덩어리로 뭉친 것도 아니고, 상호협력적인 경제 체제를 구축해 가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니 두 사람 모두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특히 프로이센을 둘러싼 게르만 문화의 종주권 다툼은 앞으로도 쭉 신경써야 한다.”
“예.”
“저도 그 부분은 계속 주시할 생각이에요.”
이번 화제가 대충 마무리 되는 듯하자 요제프 3세가 기다렸다는 듯 바로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두 분 모두 이야기는 들으셨습니까? 청나라···아, 이제 청나라가 아니죠. 옛 청나라 영토에서 제법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느 것 같던데요.”
“그쪽은 광동 프랑스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가 제일 정확하지 않을까 하는데 아빠는 이미 자세히 알고 있죠?”
“그게 너희들 귀에도 들어갔다는 말이냐? 확실히 첩보 쪽에도 신경을 쓰고 있긴 한가 보구나.”
아직 확실치 않은 정보이긴 했지만, 갈가리 찢어져 있던 동북 아시아 방면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라 들어왔다.
사실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최대한 서로 섞이지 못하도록 쪼개놓았으나 그렇기 떄문에 서로간의 국력이 완전히 대등한 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한족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원쪽 국가들은 인구수도 많고, 청나라 때부터 비축해놓은 힘도 비교적 짱짱한 편이었다.
조선의 바로 북쪽에 위치한 만주국도 청나라의 고위 관리들이 대거 이주했기에 지적인 수준도 높았다.
오히려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가 터지지 않고 있던 게 많이 버틴 거라 해줘야 할 것이다.
“광동 프랑스가 자리를 잡고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걸로는 분쟁 억제가 안되나 보군요.”
“광동은 최남단에 있으니까. 그리고 중원에 있는 국가들과는 이미 별개로 나뉘었으니 서로 간섭도 하지 않고.”
“그렇다면······.”
“그래. 조만간 전쟁이 날 거다.”
되도록 늦추고 싶었지만 어차피 반드시 한번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사고다.
이건 발생 자체보다는 어떻게 수습을 잘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광동 프랑스가 건재한 이상 도로 청나라가 들어서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겠으나, 그렇다고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고보니 아버지께서 예전부터 그런 말씀을 하셨었죠. 동양에 천하가 분열이 오래되면 반드시 합쳐지는 법이라는 말이 있다고. 인상 깊었던 말이라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런데 그 뒷부분까지는 기억하고 있지 못하고 있나 보구나.”
사실 그 부분이 제일 중요한 건데 말이야.
나는 의아해하는 아들에게 나관중의 명언을 풀버전으로 들려주었다.
“천하 대세를 논하자면 분열이 오래되면 반드시 합쳐지고, 통합이 오래되면 반드시 나눠진다.”
물론 그쪽은 아직 통합을 논할 정도로 오래 분열되어 있던 게 아니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누가 합쳐지게나 해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