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24)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환장의 중원 >(324/355)
< 환장의 중원 >
찬란했던 과거의 대제국.
이제는 문자 그대로 과거가 되어버린 제국의 폐허 위에서도 싸움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부자는 망해도 삼년은 간다지만 청의 잔재는 그조차도 가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남은 게 폐허라고 해도 그게 세상의 전부였던 이들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성지와도 같은 법이다.
지금까지 북경에 눌러앉아 있던 황실이 만주로 떠나버린 것도 혼란을 가중시키는 원인 중 하나였다.
북경은 무주공산.
자금성을 차지하는 자가 새로운 황가의 주인이 된다는 근거없는 망상이 어느새 중원 전역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그게 무슨 개소리냐며 헛웃음을 치는 이들도 있었지만 수천년간 뿌리깊게 박힌 인식이란 쉬이 바뀌지 않는다.
외곽에 퍼져 사는 타민족들은 비교적 그런 경향이 덜했지만 중원에 근접한 한족 중심의 국가들은 점점 더 노골적이 되어 갔다.
“북경은 원래 연의 수도였던 곳이다. 마땅히 그 이름을 승계한 우리가 점유하고 있어야지.”
“무슨 수백년도 더 된 개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북경은 곧 천하의 중심이니 가운데 중자를 사용하는 우리 중원국이 점유하고 있는 게 맞다.”
“지랄 말고. 예로부터 천자는 태산에서 봉선의식을 해왔다. 그러니 천하의 중심은 곧 태산을 품은 우리 산둥이 돼야 하지 않겠나?”
별별 되도 않는 이유가 난무하고 격화되는 갈등은 곧 싸움으로 번졌다.
싸움이 일어나니 자연스럽게 각국은 자신들끼리 무장을 하고, 무장을 하는만큼 대립의 규모가 커지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혹자들은 춘추전국 시대가 19세기에 재현되었다고 평할 정도로 갈등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명확했다.
청에서 찢겨져 나간 나라들의 대부분이 아직도 봉건적인 구조를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군사랍시고 모인 이들의 상당수가 현대적인 군사교육을 받지도 못했고 당연히 무기도 빈약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머릿수로 밀어버리는 전략이 아직도 주효했고 각국은 머리를 비우고 돈을 풀어 청년들을 모으는 중이었다.
얼마나 생각없이 사람들을 끌어모았는지 북경을 둘러싼 전투 한번에 20만의 장정들이 동원된 사례까지 나왔다.
일이 이쯤되자 각지의 군권을 쥔 이들의 머릿속에 공통적인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내가 천하를 통일하면 되지 않을까?
천하통일.
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에게는 가슴설레는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어렸을 때부터 동양의 영웅담을 듣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낭만이라고 해야할까.
서구권이나 근대화가 진행 중인 동양국가에서 이런 말을 했다면 낭만은 개뿔 같은 소리가 나왔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중원은 사정이 달랐다.
아직 근대화가 완벽히 되지 않은 땅이 대다수였기에 사람들의 전반적인 의식 수준도 청나라 때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자고로 박수란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중원의 재통합이라는 그럴듯한 사상에 사로잡힌 국가는 계속해서 늘어만 갔고, 동북아시아의 혼란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이 혼란의 틈바구니에 휩쓸린 복건, 하남, 호남 지방의 유력자들은 비밀리에 회동을 가지는 중이었다.
“오오, 어서 오십시오.”
“···잘 지내셨습니까? 라고 묻고 싶지만 시간 낭비겠군요. 피차 마찬가지일테니.”
젊은 남성은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쓰고 온 두건을 벗어 대강 탁자위에 던지고는 자리에 앉았다.
“북쪽의 정세는 어떻습니까?”
“그냥 광기죠, 광기. 미친 놈들이 따로 없습니다.”
“아니, 처음엔 북경을 차지한답시고 머리에 꽃단 광인마냥 날뛰더니 이젠 천하를 통일해요? 지금이 삼국지랍니까?”
“실제로 후연의 왕은 자신을 실패하지 않은 원소라고 하더군요.”
“원소는 얼어뒤질. 그러면 빨리 관도에서 죽으라고 하든가요.”
땅따먹기 놀이는 지네끼리 하든가 이게 웬 민폐란 말인가.
문제는 이 광기의 폭풍은 점점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었고,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증자의 69세손이자 호남성을 대표해 참석한 증린서가 한탄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일단 이렇게 모였으니 대책을 논의해 봅시다. 복건성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청나라는 망하기 전까지 주민들을 바다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해금정책을 고수했다.
덕분에 해안가에 인접한 복건성 해안의 수많은 마을이 초토화 됐고, 복건성 사람들은 외국과 내통하는 매국노 취급을 당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복건성은 청에서 떨어져 나간 나라들 중 가장 빠르게 외국과 교역하며 날이 갈수록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복건성 출신의 젊은 청년 임칙서가 있었다.
지금까지 증명한 실적이 있기에 아직 새파랗게 젊은 청년임에도 누구도 그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임칙서는 당당하게 다른 국가의 대표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우선 무력충돌 자체는 피할 수 없는 상수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가장 북쪽에 위치한 하남성이 가장 위험합니다.”
“그렇겠지요. 바로 위에 미친놈들이 득실거리고 있으니.”
“안타깝지만 복건과 호남은 바로 지원을 하기 힘듭니다. 그렇기에 미리 대비하고 있어야 하는데 말이 쉽지 이것도 어렵죠.”
임칙서는 하남성의 대표로 나온 상청의 명문가 위안씨의 가주를 돌아보았다.
사실 그가 보기에는 위안씨 역시 언제라도 저 광기에 한발 걸칠 수 있는 이들이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믿음이 가질 않는다.
하지만 차마 그렇게 말할 수는 없기에 최대한 본심을 숨기고 중립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일단은 우리가 동맹을 맺었다는 걸 공표하죠. 그 자체만으로도 억제력이 될 겁니다. 그리고 광동 프랑스와 접촉을 해보죠.”
“프랑스?”
“예. 사실 지금 북쪽의 광기에 가장 먼저 휩쓸렸어야 할 국가는 만주국입니다. 그쪽에는 천자를 표방했던 도광제가 멀쩡히 살아있으니까요. 하지만 보십시오. 꼬리에 불붙은 망아지마냥 날뛰는 북쪽 놈들도 만주에는 들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지 않습니까.”
“만주국은 프랑스의 동맹이니까······.”
지금까지 프랑스가 동북아 전선에 개입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동북아 국가들은 철저하게 자신들끼리만 치고받고 싸우며 프랑스의 동맹은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개입할 명분 자체가 없었다.
자신들의 안전에 위협이 되면 개입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당분간은 그럴일이 없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게 지금 전투는 북쪽에서만 일어나고 있었고, 이쪽은 광동과는 아예 엮일 일이 없었다.
“우선은 광동 프랑스에 접촉해서 이들이 지금 상황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부터 알아봐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 이용하도록 하죠.”
“그게 말처럼 쉬울까요?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아시아의 국가들에게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상태인데.”
“그러니 개입을 하게 만들어야지요.”
사실 임칙서도 광동 프랑스의 전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정확히 몰랐다.
과거 청을 유린한 프랑스의 본대는 유럽으로 돌아갔다고 알고 있는데 과연 새로 온 자들은 어떨 것인가.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설령 광동 프랑스가 이전에 청을 공격한 프랑스군보다 약하다고 하더라도 북방의 떨거지들보다는 약할 리가 없다.
“하지만 임대표. 우리끼리 동맹을 맺는 건 그렇다 쳐도 프랑스와는 어떻게 접촉할 생각인가?”
“걱정마십시오. 그건 제가 직접 할 테니까요.”
“오오! 그래준다면야 우리는 든든하지.”
“역시 임대표야. 우리는 그럼 믿고 있겠네.”
청나라에서 분리된 국가들 중 상당수는 아직도 프랑스와 관계가 미묘했다.
이런 상황에서 복건이 총대를 메고 나서준다면 다른 이들로서는 나쁠 게 없었다.
다만 임칙서에게도 나름의 생각은 있었다.
‘능력도 없는 꼰대들이 어딜 날로 먹으려고.’
이렇게 한 자리에 모아놓고 보니 바로 감이 온다.
사실상 나라만 바뀌었을 뿐이지 아직도 윗자리에 있는 자들의 사고방식은 청나라에 있을 때와 하등 다를 게 없었다.
이런 자들과 함께 놀고 있다가는 자신들까지 도매급으로 묶여 퇴보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란은 위기가 아닌 기회였다.
낡고 낡은 구체제를 손절하고 새로운 동아줄을 잡을 수 있는 기회.
시대가 바뀌었다면 따라가야 한다.
이걸 모르는 자들은 결국엔 도태될 뿐이다.
저기 위에서 난리치고 있는 자들처럼.
※※※
챙겨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총독이라는 자리는 나쁘지 않다.
누릴 수 있는 권한도 많고 모두가 자신을 보며 굽신거리고, 뜻한 바를 마음껏 펼쳐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에 비례한 책임도 늘어나는 건 정말 고역이다.
특히나 광동 프랑스는 프랑스의 해외령 중에서도 가장 특수한 곳이라 부담이 더 심했다.
이곳이 신대륙처럼 얼마나 빠르게 프랑스화 될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이번 총독인 로베스피에르, 자신의 성과에 달렸다.
자신이 삐끗한 그 시기가 한세대, 두세대쯤 더 늦어질 수도 있었다
이건 다름 아닌 크리스티앙이 직접 말한 사실이었다.
그때부터는 솔직히 이곳의 총독이라는 자리가 그리 편하지 않았다.
본국의 영토로 직접 합병할 생각은 없다는 아라비아의 총독이 되고 싶다는 소소한 소원이 있었지만 어쩌겠나.
꼬우면 자신이 인사권을 가진 크리스티앙이 되야겠지만 그건 더 싫은 것을.
“젊었을 때는 그냥 위에만 올라가면 다 될 줄 알았는데 말이야······.”
“총독 각하. 여기 북방에서 들어온 소식입니다. 하북과 산동의 경계에서 또다시 전투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하나. 프랑스는 평화적 해결을 지지한다는 성명문 보내주고 나머지는 본국의 지시를 기다려야지.”
이 지긋지긋한 놈들은 대체 뭘 잘못 먹었길래 허구한날 싸움박질을 하고 있단 말인가.
‘뭐? 천하통일? 난세를 바로잡아?’
처음 들었을 때는 누가 자신을 놀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건 저들의 머릿속 사고방식이었을 줄이야.
“자자, 빨리빨리 보고서를 정리해서 파리로 보내자고. 과학기술이 왜 발전하는 줄 아나? 바로 이럴 때 쓰라고 과학자들이 매일같이 연구에 매진하는 거야.”
“그런데 너무 폐하의 지시만 기다리고 있으면 총독 각하의 능력에 의구심을 가지실 수도······.”
“아, 그래?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제발 가지셨으면 좋겠어. 그러면 다음 개편 때 나는 조금 덜 중요한 자리로 갈 수 있겠지?”
젊었을 때 잠깐 혁명을 꿈꾸며 공화정을 이끄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일단 그냥 위로 올라가서 정의로운 정책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면 다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와서 보니 웬걸.
진짜로 자신이 실권을 잡았다면 아마 나라를 작살내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면 나라를 작살내기 전에 단두대로 끌려가서 목이 댕강 날아갔거나.
“그냥 이대로 무능한 척 하다가···아니지. 그러면 또 광동의 프랑스화를 지연시킨 희대의 무능력한 총독으로 역사에 이름이 남을 거 아냐. 그건 안 돼.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거지?”
로베스피에르는 수년 전 크리스티앙이 선위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울었다.
그냥 슬퍼서 눈물이 막 나왔다.
크리스티앙이 물러나면 모시는 주군이 물러났다는 이유를 핑계로 자신도 물러나려고 했었기 때문이다.
‘아 거참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하는 분이 은퇴만 못하는 게 말이 되냐고. 사실 일부러 안한 거 아냐? 권력에 맛 들려서.’
만약 총독경력이 조금만 짧았어도 진지하게 이런 의심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때가 됐을 때 지고 싶은 꽃의 심정을.
“그래. 물러날 수 없다면 차라리 이번 사태에 공을 세워서 당당히 보상을 요구하는 게 어떨까? 그렇다면 폐하도 계속 날 여기 두시진 않겠지?”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마침 복건의 대표로 왔다는 임칙서라는 자가 총독 각하를 뵙기를 청하고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뭐라고?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거야. 당장 데려와라! 내 탈출구···아니, 그 임칙서라는 자를.”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힌 아시아의 전황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