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26)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대륙이 부르고 있다 >(326/355)
< 대륙이 부르고 있다 >
이미 누더기가 된 옷을 새로 기워 입는 건 지극히 어렵다.
차라리 과감하게 다 쳐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일 때가 많다.
망조가 든 왕조를 치워버리고 새로운 왕조를 창건할 때 내세우는 명분도 태반이 이런식이었다.
점진적인 변화는 무조건적으로 기존의 집권세력의 반발에 부딪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냥 다 목을 잘라버리고 판을 갈아엎은 뒤에 백지부터 그림을 다시 그리는 게 낫다.
그런 점에서 조선은 운이 꽤 좋았다.
우선 개혁을 시도한 시기가 나라 꼴이 답도 없이 망가지기 전이었다는 게 주효했다.
아마 반세기 정도만 더 지났어도 개혁이나 개선을 하려면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 정도로 상태가 망가져 있었을 것이다.
일본도 사정은 비슷했다.
기존의 막부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을 하려했지만 뜯어고쳐야 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조선과 연방을 만들려는 시도도 나름대로 새로운 틀 안에서 다시 시작해 보려는 의도에서였다.
물론 조선이 끝까지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서 크게 진전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본 역시 완전히 손 놓고만 있지는 않았다.
우선 쇼군 이에나리는 고카쿠 천황의 뒤를 이어 닌코 천황이 즉위하자마자 대대적인 개혁을 선포했다.
천황을 전면에 앞세워 닌코 유신이라 이름 붙인 이 개혁은 일본의 경제, 문화는 물론 정치까지 근대화시키겠다는 야심찬 시도였다.
참고한 나라는 당연히 대 프랑스 연방제국이다.
단순히 현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라서가 아니다.
황제가 존재하는 입헌군주제라는 점에서 일본인들의 정서와도 가장 잘 맞아떨어질 거라 생각했던 까닭이다.
헌법을 제정하고 양원제를 도입했다.
물론 프랑스의 제도를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한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일본에게 어울리는’ 방향성으로 손을 좀 봤다.
대표적인 게 상원과 하원 중 상원의 권한을 어마어마하게 강하게 만들어둔 것이다.
이는 각지를 다스리고 있던 다이묘들에게 상원의 자리를 내어주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쇼군은 스스로 총리의 자리에 올라 정부의 수반이 되었으며 육해군의 통수권자를 천황으로 설정해두었다.
어차피 총리는 천황의 대리인이라는 직함을 추가해두었기에 그리 큰 문제는 없었다.
이 외에도 수많은 개정안들이 있었지만 쇼군은 자신들의 실정에 맞춘 사소한 수정이라고 설명하고 넘어갔다.
조선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개혁을 하고 있었기에 거리낄 것도 없었다.
“천황 폐하! 지금이야말로 기회입니다.”
쇼군, 아니 새롭게 총리로 칭호를 바꾼 도쿠가와 이에나리는 아직 젊디젊은 천황의 앞에서 공손히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무엇이 기회라는 말인가?”
“현재 청나라는 분열하여 열 개가 넘는 소국으로 찢어진 상태라는 건 익히 알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몇몇 나라들이 다시 통합된 왕조로 돌아가려 전쟁을 일으키는 중입니다.”
“하지만 광동에는 프랑스가 있지 않나? 프랑스가 청의 부활을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프랑스는 현재 올림픽 기간 중이라 직접적으로 군사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여 저희가 비밀리에 외교관을 보내 프랑스의 의중을 떠보았습니다.
프랑스는 올림픽을 운영하느라 아시아에서 다른 나라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파악하기 힘들 것 같다는 답을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바보가 아니라면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바로 알 수 있다.
닌코 천황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이어지는 이에나리의 말을 들었다.
“조선도 똑같은 답을 들었다고 하니 그들도 곧 행동에 나설 겁니다. 저희가 뒤쳐져서는 아니 됩니다.”
“그건 대충 알겠는데 기회라는 건 무슨 뜻인가? 우리의 현재 힘을 시험해볼 기회란 말인가?”
“물론 그런 의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저희가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키울 기회라는 게 중요한 겁니다.”
“그런데 조선도 움직일 거라 하지 않았나? 그러면 조선과 경쟁해야 할 수도 있을 텐데······.”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서로의 힘을 확실히 확인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아시아에서 우리를 상대할 적수가 없다는 게 확실해지면 이번에야말로 연방을 구성할 수 있을 겁니다.”
유럽은 지금 더 점점 커다란 덩어리들로 뭉쳐가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일본이 세계적인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혼자의 힘으로는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의회의 판단이었다.
그러니 비슷한 체급을 지닌 국가 하나를 더 끌어들여야 한다.
머리가 있다면 조선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니 이번 동북아의 분쟁을 최대한 이용할 필요가 있으리라.
“그렇군. 그런데 조선이 우리와 연방을 구성하려 할까? 그들은 절대 짐을 인정하지 않을 텐데.”
“연방도 종류가 있습니다. 독자적인 정부를 구성한 느슨한 연방으로 가면 될 겁니다. 중요한 건 군사적, 경제적으로 동맹이 될 수 있는 상대를 구하는 거니까요. 조선은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국가니 대상으로 적합합니다.”
듣고보니 그럴듯한 소리다.
사실 총리가 이토록 강하게 나오면 천황이 딱히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처음부터 선택지 따위 없기도 했고.
“모두의 의견이 그렇다면 뜻대로 하도록 하라. 황국과 짐을 위한 모두의 충심을 내 의심하지 않으니.”
“황송합니다 폐하!”
“그런데 어떤 식으로 개입할 생각인가? 저들끼리 싸우고 있는데 우리가 개입할 명분이 딱히 있는가?”
“예. 문제없사옵니다.”
원래 이렇게 집단으로 나뉘어서 싸우고 있는 패싸움만큼 끼어들기 쉬운 판이 없다.
특히 자기들끼리 찢어져서 치고받은 역사가 워낙 오래된 일본은 이런 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경력직이 인기가 많은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
일본의 예측대로 조선의 조정은 어떻게 하면 이번 싸움에서 합법적인 깽판을 칠 수 있을까 맹렬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원래 지금 논의해야 하는 사항은 전쟁이 아니라 국호변경이어야 했지만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뒤로 밀려버린 것이다.
물론 이 점을 지적하는 대신도 없지는 않았다.
“전하! 북방의 전역도 중요하긴 하지만 우선 내실을 다지는 걸 완벽히 끝내놓아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청이 망하고 중화 질서가 해체된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언제까지 저희가 옛 관습에 사로잡혀 있어야 하겠습니까.”
“그래. 그 말도 옳긴 하다.”
현재 조선은 급격한 근대화를 추진하며 이전의 모든 걸 새롭게 바꾸는 중이다.
당연히 국호와 국왕의 시호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화의 질서가 해체됐고 이제 구시대의 유산에 불과하게 된 시점에서 우리가 그 질서에 얽매여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옵니다. 전하께서도 이제 황제로 등극하시고 연호를 새롭게 정하시옵소서.”
아직도 옛사상에 찌들은 극소수의 신료들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어차피 이들의 영향력은 옛날 옛적에 소멸한지 오래다.
딱 한명. 서용보만이 대프랑스 황제국이 있는데 어찌 조선의 왕이 황제를 칭할 수 있냐며 반발했으나 그는 건강이 악화되어 지금 자택에 머무는 중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우선 전쟁을 준비해야지요. 내실은 이후에 다져도 됩니다.”
“연호가 대포에 화약을 채워주는 것도 아닌데 일단 급한 일부터 치우고 천천히 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여기저기서 중구난방으로 의견이 쏟아지자 일단 상황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낀 정약용이 앞으로 나섰다.
“일단 개혁안을 전부 확정지은 뒤에 대외 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북방 정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니 그냥 동시에 처리하도록 하죠. 새롭게 제정한 연호와 국호를 대외적으로 드러낼 기회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그렇군.”
“일단 가장 중요한 건 북방전역에 개입해 우리가 개혁을 지속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외국자본의 비중이 너무 높은 지금 이 기회는 절대 놓쳐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조선의 현 개혁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누더기를 기워 비단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혼자서라면 절대로 불가능했겠으나 다행히도 성공적으로 외국자본을 유치한 덕에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앞으로는 단발령도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복식도 근대화하며, 철도를 더욱 확충해 상공업을 진흥시킬 계획이다.
실제로 현재 국왕의 수라상에는 라따뚜이, 콩피 같은 프랑스 요리가 올라가고 식후에는 쁘띠푸르에 커피까지 곁들여 먹기도 했다.
무기도 프랑스에서 쓰다가 퇴역할 시기가 온 병기들을 구입해 무장했고 병사들을 지휘할 장교를 키우기 위해 사관학교도 세웠다.
그러나 역시 아직 빈곤한 자본의 축적과 후진적인 금융체계가 발목을 잡는 중이다.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건 좋지만 여기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잦은 개입으로 독립성도 떨어지고 개혁의 동력도 유지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터진 전쟁은 엄청난 기회였다.
“성공할 수만 있다면 지금까지 지고 있던 채무의 상당수를 저쪽으로 떠넘겨 버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외국에서 지금까지 빌려온만큼의 차관을 더 가져올 수도 있겠죠.”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적이로다. 하지만 지금 기회를 노리는 게 우리만이 아니라는 점이 걸리는군.”
“예. 파리에 갔던 외교관도 일본 역시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선수를 빼앗길지도 모르겠는데···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현재 조선은 주기적으로 인접한 국가의 동향을 보고받는 중이었다.
그리고 광동프랑스를 제외한다면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는 다름아닌 일본이었다.
처음에는 왜놈들이 분수도 모른다며 비웃는 여론이 대세였지만, 뜯어보면 볼수록 저들의 기세는 얕볼 수준이 아니었다.
당장 아직까지 연호도 정하지 못하고 의회로의 전환도 완료하지 못한 조선보다 저들의 속도가 한걸음 빠르지 않은가.
물론 이는 일본이 원래부터 자신들을 황국이라고 주장했던 덕도 있을 것이다.
“하아···머리가 아프군. 그런데 지금까지 잊고 있었는데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하지 않나? 우리가 현재 북방전역에 개입해서 확실히 적들을 찍어누를 군사력이 있는가?”
지금 계획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단순히 적과 싸워서 이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쪽의 피해는 거의 전무한 채로 압도적으로 적을 찍어 눌러야 목적한 바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은 만주라면 모를까 역사상 단 한 번도 황해를 건너 대륙으로 군사를 보내본 적이 없었다.
만약 야심차게 군을 보냈는데 패퇴라도 당하면 망신당하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는다.
그렇게 반대를 무릅쓰고 전통을 쳐내더니 결과가 이거냐며 어마어마한 공격을 당할 게 뻔하다.
지금까지 불만을 억누르고 있던 자들이 우후죽순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시도는 좋았다] 라는 말로 간단히 수습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뜻이다.“문제 없습니다. 현재 우리군의 장비는 대부분 프랑스가 이전 세대에 쓰고 있던 병기입니다만 비장의 무기를 하나 들여왔으니까요.”
“비장의 무기?”
“예. 극소량을 얻어오는 데에도 엄청난 비용을 지불했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무기입니다. 이게 있는 이상 구세대의 무기를 쓰는 북방 국가들에게 질 가능성은 아예 없습니다.”
지금까지 정약용이 이토록 자신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던 국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러면 믿어보기로 하지. 이번 출병은 조선 역사상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대업이 될 것이다. 모쪼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 실패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예! 전하.”
“과인이 전하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것도 이제 이번 회의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이번 북벌은 조선이 새롭게 태어났다는 걸 알리는 신호가 될 터이니 모두 그렇게 알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
때는 도래했다.
지금까지 태산처럼 가로막고 있던 대륙이 그들을 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