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2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사대천왕 vs 진정한 로마 >(329/355)
< 사대천왕 vs 진정한 로마 >
네 마리 용이든 호랑이든 토룡이든 중요한 건 그런 이름을 칭할 실질적인 힘이 있느냐 없느냐다.
그런 점에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개화국 연합은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동네 일진 노릇을 할 힘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시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같은 체급의 나라 중에는 개화가 압도적으로 빠른 개화국들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리고 인구수로 어떻게든 밀어버릴 수 있는 청이나 인도는 정상이 아니었다.
청은 이미 여러개로 찢겨나가 과거의 유물이 되었고, 인도는 영국이 빠져나가며 생긴 혼란을 수습하는 것만도 힘들었다.
무엇보다 아시아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광동 프랑스가 본국에서 명령이 오지 않아 침묵을 지키는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화파 국가들은 즐길수 있을 때 즐기자는 심정으로 브레이크를 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달려나갔다.
“이거 참 전쟁이 원래 이리 쉬운거였나?”
“싸웠다 하면 지지를 않으니 멈춰야 할 때를 가늠하는 게 어렵구만. 프랑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북쪽에서는 만주국이 휩쓸고 내려오고 산둥반도부터는 대한제국과 일본 연합군이 치고 올라온다.
이내 청의 상징이자 중화질서의 핵심이었던 북경마저 연합군의 손에 떨어졌다.
이전까지 북방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던 북연은 대한제국과 일본 연합군을 상대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허물어졌다.
여러 차례의 전투를 거치며 승승장구한 대한제국은 확신을 넘어선 맹신을 품게 됐다.
프랑스제 무기는 무적이고 게틀링 기관총은 신이다.
울창한 숲을 지나다가 기습이라도 당하면 모를까 적을 인식한 상태로 벌이는 전투에서는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다.
“보십시오, 류 경. 이게 자금성이랍니다, 자금성. 하하하!”
“제가 어렸을 때는 태산처럼 범접할 수 없는 대상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뒷동네 마실에 산책 나온 기분입니다. 고노에 경은 어떻습니까?”
“저도 류 경과 비슷한 심경입니다. 이런 감동을 총리 각하나 천황 폐하와 함께 나누고 싶었는데 그저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렇군요. 저도 폐하께 지금의 이 벅찬 심정을 보고서로 정리해 올려야겠습니다.”
아시아의 국가에게 자국의 군대를 이끌고 북경에 입성한 기분은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청의 등쌀에 눌려 살던 대한제국이나 변방의 오랑캐 취급이나 받던 일본으로서는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하지만 이들보다도 더욱 감정에 복받친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기병들을 이끌고 북경의 정문 앞까지 달려온 만주국의 무장들이었다.
“······.”
“······.”
감동어린 말을 늘어놓는 대한제국이나 일본측과는 달리 아무런 말이 없다.
과거 선조들이 차지했던 땅에서 쫓겨난 뒤 다시 돌아왔다.
그 복잡미묘한 심정을 다른 이들이 어찌 짐작할 수 있으랴.
천천히 시내로 들어와 자금성까지 함락해버린 연합군은 자금성의 정전인 태화전으로 들어섰다.
은근히 연합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대한제국의 사령관 류효원은 산뜻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자자, 드디어 우리의 1차 목표가 성공적으로 달성됐습니다. 이건 모두 우리 동맹 여러분의 탁월한 활약 덕분입니다. 박수!”
“박수!”
자축의 박수로 가볍게 분위기를 환기한 류효원은 태화전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만주국이 물러가면서 문화재는 싹 다 털어갔고, 이후 여러번 주인이 바뀌며 지속적으로 훼손되었기에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래도 이곳에 오니 뭔가 천하의 주인이 된 것만 같은 웅장함이 가슴을 채우는 느낌이다.
이 맛에 사람들이 그렇게나 북경을 먹고 싶어서 안달이구나 자연스럽게 이해가 됐다.
“이제 북경까지 차지한 이상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우선 본국에서 어떤 명령이 왔는지 공유가 가능한 분 계십니까?”
“저희 총리 각하와 천황 폐하께서는 진정한 대동아공영을 위해 우리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천명하셨습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 주도하는 대동아공영! 이것만이 아시아가 유럽을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저희쪽은 반반입니다. 이대로 여세를 몰아 우리 동맹이 대륙을 갈라서 지배해야 한다는 쪽도 있고 프랑스의 반응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파도 있습니다.”
“베트남쪽은 현재 태국과 전쟁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가능하다면 지원을 부탁한다고 하더군요.”
“직접적으로 군을 지원해주는 건 무리겠지만 다른 방식으로는 지원을 검토해 보도록 하죠.”
연합은 아시아 전체를 정교하게 그려놓은 거대한 지도를 펼쳐두고 땅따먹기를 하듯 이곳저곳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의견을 교환했다.
앵무새처럼 대동아동영을 부르짖는 일본과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슈뢰딩거의 만주국, 그리고 사실 중원 본토보다는 동남아에 관심이 더 많은 베트남까지.
사실상 동상이몽의 집합체인 이 동맹을 유지하려면 대한제국이 발 벗고 나서서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이 막중한 책임을 떠안은 류효원은 차분히 우선순위를 정리해나갔다.
“우선 아무리 우리가 동맹을 맺었어도 이 거대한 땅을 영구적으로 지배하는 건 무리입니다. 최대한 현지국가들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는데 여기에 이견이 있으신 분들은 없겠지요?”
“예. 그게 처음에 모두가 동의한 방침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일단 항복을 받아낸 국가들은 해체하지 말고 보호국으로 놔두기로 합시다. 그리고 절대 식민지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식민통치는 요새 한물간 구닥다리 방식이라는 말이 많이 들려오고 있으니까요.”
“그냥 사다리 걷어차기 아닙니까? 지네가 실컷 해놓고 우리는 이제와서 하지 말라니······.”
고노에의 불만스러운 목소리에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후발주자들이 보기에는 유럽의 행태가 딱 저렇게 보이기는 했다.
지금까지는 잘 몰랐지만 개화가 되며 서양의 역사까지 제대로 공부한 뒤에는 더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지네는 신대륙에서 그렇게 대학살을 벌여놓고, 아시아에서 온갖 수탈을 다해놓고 이제와서 착한 척을 한다고?
힘만 쎄면 뭐든지 다할 수 있는것처럼 굴어놓고 아시아 국가들이 뭐좀 하려고 하니 제재를 하려는 건 솔직히 굉장히 아니꼽다.
류효원 역시 내심 고노에의 말에 동감하는 편이었다.
“프랑스까지는 뭐···현 폐하가 실세가 된 이후에는 쭉 온건한 노선을 걸었으니 그럴 수 있다 칩시다. 그런데 영국 놈들이 윤리니 뭐니 하는 걸 보면 괜히 더 반발감이 든달까요?”
“어쩌면 그걸 노리고 고도의 심리전을 거는 걸 수도 있습니다.”
“그렇죠. 영국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사실 말은 이렇게 해도 대한제국이나 일본은 영국의 침공방식을 굉장히 많이 참고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 혐성짓을 하는데 영국이 하는 짓만큼 효율적이고 가성비가 좋은 방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새롭게 떠오르는 국가들이 반드시 한번쯤은 참고해야하는 교과서라 할 수 있으리라.
“일단은 이제 슬슬 유럽쪽이 우리의 행동을 알아챘을 겁니다. 다음 단계는 저들의 반응을 보고 결정할까요?”
“그러면 일단은 베트남을 지원해서 동남아에 우리의 교두보를 만드는 게 어떻겠습니까. 유럽이 만약에 아시아로 넘어오려고 해도 가장 먼저 그쪽을 통과해야 하니까요.”
“동남아를 방파제로 쓰자는 말씀이로군요. 명안입니다.”
어떻게 된 게 날이 갈수록 차오르는 건 자신감뿐이다.
이제 이들은 프랑스가 아니라면 그 누구와 한판 뜨더라도 질 것 같지가 않았다.
※※※
역사상 두 번째로 열린 근대 올림픽은 다른 수식어가 필요없을 정도의 대성공으로 끝났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프랑스가 메달의 과반수를 차지하지는 못했다는 점 정도일까.
그래도 압도적인 1등임에는 변함이 없었으니 프랑스인들의 국뽕을 다시 한번 충전해주기엔 부족하지 않았다.
-누가 축구만 잘하는 나라라고 했던가. 초대 올림픽에 이어 이대 올림픽까지 석권! 세계 최고의 체육 강국 프랑스!
-축구와 음악 종합 체육에 미식까지. 세계의 모든 중심은 프랑스로 통한다.
-19세기에 재림한 로마. 아니, 로마 이상의 제국. 그 이름은 위대한 프랑스.
사람들이 자극에 익숙해지니 기사들의 문구도 날이 갈수록 더욱 노골적이고 자극적으로 변하는 느낌이다.
그러든 말든 신문사는 신문만 잘팔리면 그만이었기에 더욱더 자극적인 문구를 뽑아내는데 열심이었다.
정치인들도 국민들이 만족하는 것 이상의 호재는 없었기에 지금의 상황에 굉장히 만족해하는 눈치다.
이렇게 모두가 한껏 국뽕을 흡입하는 와중, 날이 갈수록 요지경이 되어가는 아시아의 보고가 내 앞으로 당도했다.
“그러니까 자신들을 자칭 네 마리의 용이라고 한다는 거로군.”
“예. 실제로도 아시아에서 저 네 국가의 동맹을 막을 세력이 전무합니다.”
“그렇겠지. 조선···아니, 이제 대한제국이라고 하나? 대한제국과 일본만 연합하더라도 아시아에서 막을 자가 없을 텐데 베트남과 만주까지 붙었으니까.”
“현재 자칭 네 마리 용 연합은 북경까지 진출해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태국의 짜끄리 왕조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 태국 수준으로는 베트남 하나도 감당할 수 없다.
하물며 다른 세 나라가 간접적으로 지원까지 해준다고 하니 죽었다 깨어나도 승산이 없을 것이다.
“전황은 어떻게 되고 있지?”
“수도 방콕이 곧 함락될 것 같다고 합니다. 이 보고서가 써질 때 그런 상황이었으니 지금은 함락됐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진짜로 지랄났구만.”
일본이 설치는 가능성까지는 고려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조선이나 베트남까지 끼어들어서 난리를 쳐댈줄은 솔직히 나조차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덕분에 청의 재통합은 또다시 저 멀리 가버렸으니 이용가치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고 해야 하려나.
하지만 지금 계속 판이 커지고 있어서 새로운 문제거리로 부상해버린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시아가 이렇게까지 개판이 되면 지금 간을 보고 있는 유럽도 얼마든지 참전할 수 있을 테니까.
“혹시 유럽 국가들 중 아시아에 개입하려는 자들이 있나?”
“예. 신생 이탈리아 제국이 태국쪽을 눈여겨 보고 있는 듯 합니다.”
“이탈리아? 그 놈들이 갑자기 뭐 잘못 먹었나.”
불과 십수년전만 해도 도시국가들로 쪼개져 있던 이탈리아가 통합된 건 정말로 최근의 일이었다.
바로 위에 로마 제국 연방이 통합되면서 어마어마하게 세를 불려가는 게 여러모로 영향을 미쳤던 모양이다.
“일단 합친 건 좋은데 막상 합쳐놓고 보니 이제는 더 발을 뻗을 곳이 없어져서 그런가? 그래서 아시아까지 발을 뻗어보려는 거고?”
“그리고 통합된 국력을 외부에 과시해 내부의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습니다.”
탈레랑과 베르티에의 분석이 이어질수록 자연스럽게 한숨이 새어나온다.
“그래, 이탈리아가 태국을 돕겠답시고 참전하면 어떻게 될 거 같나?”
“이탈리아가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니던 시절은 르네상스 이후로 끝났죠. 이제와서 뭐 좀 해보려고 한들······.”
“유럽 땅에서 싸우면 몰라도 아시아까지 들어가서 싸우는데 이탈리아가 베트남은 이길 수 있을까요?”
평가 한번 최악이네.
물론 나 역시 이들의 의견에 동감했기에 딱히 이견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근대 유럽 국가중 최초로 아시아에게 대판 깨진 찐따들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폐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탈리아에게 자중하라는 전언을 보낼까요?”
“그랬다가는 내정간섭이지. 저놈들이 설쳐봐야 우리에겐 별 영향 없을 테니 그냥 놔둬 보자고.”
만약 이탈리아가 초월적인 강력함을 발휘해 네 마리 용을 모조리 뱀고기로 만들어버리고 태국을 먹는다면 문제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지금 갑자기 번개가 쳐서 내가 골로 갈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탈리아가 어떤 추태를 부리는지 보고 이후의 방침을 마련해보겠습니다.”
얘네들도 이탈리아가 삽질하는 건 이미 상수라고 생각하나 보구나.
트루 로마의 위엄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생각을 비우고 지켜보자.
원래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 강건너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니까.
아시아의 네 마리 용과 트루 롬의 격돌이라니 가슴이 웅장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