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30)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설마 로마가 약하겠어 >(330/355)
< 설마 로마가 약하겠어 >
신생 이탈리아 제국의 통일은 극적이긴 했지만 감동은 없었다.
자신들이야 말로 진정한 로마라며 신성로마제국 연방을 비판했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은 없었다.
물론 신성로마는 자신들이 진짜 로마고 이탈리아는 로마를 수도로 삼고 있는 자신들이 로마의 후예가 아니면 뭐냐고 했지만, 그건 그들끼리의 다툼이다.
유럽의 국가들은 니네가 뭔 로마냐며 조소를 흘릴 뿐이었다.
그래도 겉으로만 보면 이탈리아 제국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탈리아 반도의 전 지역을 손에 넣었고 인구도 무려 2천만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세세하게 뜯어보면 내부는 엉망이었다.
원래 이탈리아 반도는 중세 시대부터 수많은 국가가 난립해 있었던 곳이다.
당연히 도시국가들마다 문화나 경제구조는 물론 상업과 금융의 발전 정도도 전부 달랐다.
집권세력은 처음에는 하나로 합쳐진 이탈리아 반도의 경제력을 너무 과대평가했다.
원래 방구석에서 펜대를 굴리면서 계획을 짤 때는 뭐든지 잘 풀릴거라는 망상에 빠지기 쉽다.
이탈리아 반도를 하나의 거대한 경제적 공동체로 묶고, 관세를 철폐하면 알아서 상업이 발전하고 돈이 복사가 될 거라고 여겼던 것이다.
물론 이게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알게 됐다.
전통적으로 농사에 주력하던 남부의 일용직 농민들은 그런 상업활동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물건을 팔려고 해도 그럴만한 구매력조차 부족했으니 교역이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
심지어 철도는 개뿔 도로조차 열악해 마차를 굴리기도 힘들었기에 물건을 제대로 나르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이후 정권을 잡은 이탈리아 제국의 의회는 일단 목표를 바꿨다.
전 국토의 균형성장을 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부유한 북부쪽에 대규모 공업지대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공업의 발전이 농업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북부만이라도 발전하는 게 어디냐 싶겠지만 사회의 갈등이라는 건 그렇게 이성적으로 봉합되는 게 아니다.
어떻게든 내부의 결속을 끌어올리면 다른 만만한 상대를 희생양으로 삼아서 쥐어팰 필요가 있었다.
물론 유럽에서는 지금 신생 이탈리아의 샌드백이 되어줄 호구 나라는 없었다.
북쪽에는 영국과 함께 세계 2인자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 신성로마 연방.
그 옆은 세계 최강의 강대국 프랑스.
바로 그 옆은 지금도 나름대로 목소리는 내고 살 수 있는 에스파냐가 있다.
그나마 만만한 상대로는 그리스가 있지만 정작 그 그리스와 싸운다고 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장담을 할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유럽 내부에서 분란을 일으키면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는 프랑스가 개입할 수 있다.
“우리 이탈리아 제국은 과거 로마의 정기를 이어받아 세계의 평화를 수립하는데 기여할 것임을 앞으로 천명한다.”
신생국인 이상 절대로 침략을 위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현명하게 정국을 살핀 이탈리아는 아시아로 시선을 돌렸고, 자연스레 태국과 베트남의 분쟁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건 다시없는 기회입니다!”
“이미 의회의 성명으로 태국에 동맹 제안을 보냈습니다. 태국이 이를 받아들이면 우리는 동맹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태국에 군대를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전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태국의 수도가 위험하다고 들었는데요.”
“베트남의 뒤를 봐주는 동맹들이 더 있습니다. 이미 라오스와 캄보디아가 뚫렸고 태국도 이대로 가면 위험할 듯 합니다.”
“쯧쯧, 역시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아시아 국가들의 싸움은 어느쪽이 우리의 무기를 잘 쓰냐로 결정되나 보군요.”
이탈리아 의원들은 자신들이 여기에 끼어들어서 질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저 태국이 위험할 때 자신들이 도와주는 게 생색을 많이 낼 수 있을 테니 오히려 운이 좋다고 여길 뿐이었다.
하지만 개중에도 상황을 냉정하게 보고 있는 사람은 무조건 있기 마련이다.
사르데냐 출신의 젊은 청년 주세페 가리발디가 손을 번쩍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존경하는 의원님들! 승리한 뒤의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긴 하지만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정말로 전쟁을 이길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냉정하게 따져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당연히 이길 수 있지 설마 우리가 아시아 국가 따위에게 질 거라는 말인가?”
“질 거라는 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으니 상황을 면밀히 살펴봐야······.”
“자네는 우리가 같은 유럽 국가와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나? 얼마전만 하더라도 활과 창을 쓰며 싸우던 야만국들을 상대로 하는 건데 이기는 게 당연하지.”
지금까지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전면전에서 패한 근대 국가는 유럽에 존재하지 않았다.
프랑스나 영국은 물론이고 아주 잠깐에 불과했지만 신성로마나 에스파냐도 청나라군을 손쉽게 털어버리지 않았던가.
지금까지의 역사와 기록이 증명하고 있었으니 의원들이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리발디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도 그럴 게 그는 고작 십대일 때부터 이탈리아의 통일 전쟁에 뛰어들어 혁혁한 공을 세운 전쟁 영웅이었다.
최근에는 프랑스와 영국의 선진화된 전략 전술체계까지 공부하며 단순한 감이 아니라 정형화된 이론까지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 그가 보기에 이번 전쟁 계획은 한 마디로 ‘이게 맞나?’에 가까웠다.
“여러분. 당연히 지금 이 유럽에서 싸우면 우리가 베트남이든 아시아의 다른 용이든 질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전장은 태국쪽이 될 겁니다.”
“그게 왜? 우리가 그러면 설마 그런 것도 모르고 논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가리발디는 소리를 지르고 싶은 욕망을 꾹꾹 눌러 담으며 세계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 보십시오. 우리가 여기서 군대를 보내면 지중해를 건너서 수에즈 운하를 건너 홍해를 빠져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아라비아 해를 돌아서 버마해로 진입해 태국으로 들어가겠죠. 이것만 해도 상당한 대행군입니다. 우리는 이 정도의 거리를 움직인 상태에서 적군과 싸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알겠네. 하지만 그래서 태국과 동맹을 맺겠다는 거 아닌가. 태국이 현지에서 우리에게 보급을 해준다면 우리 군이 아시아의 허접한 군대쯤이야 가뿐하게 박살낼 거라 믿네.”
“······.”
아무리 전쟁에서 공을 세웠다고 해도 나이가 어리다는 건 정치판에서 너무나 큰 약점이 된다.
의원들은 마치 어린애 달래듯 가리발디를 어르며 자신들의 의견을 전혀 굽히지 않았다.
“아직 젊은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성과라네. 우리 신생 이탈리아 제국이 이만큼이나 강력한 국가라는 걸 보여줘 국민들의 사기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이 말일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거죠.”
“설마하니 지겠나. 하하하! 그리고 우리에게는 젊은 전술의 천재 주세페 가리발디, 자네가 있지 않은가?”
“하하하! 그 말이 맞습니다. 우리 이탈리아의 자랑! 카이사르와 스키피오의 환생! 프랑스의 나폴레옹에 비견되는 천재 지휘관 가리발디가 있는데 뭐가 걱정입니까.”
정작 그 당사자가 자신 없어 하고 있는데 이건 대체 무슨 해괴한 화법이란 말인가.
가리발디는 더 이상의 설득이 불가능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지금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지금까지 아시아가 유럽과의 전쟁에서 보여준 처참한 전적 때문이었으니.
‘쓰읍···정말로 어쩔 수 없는 건가.’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결국 이기기 위한 방도를 짜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가리발디는 이렇게 된 이상 조금 더 긍정적인 예측을 해보기로 했다.
의원들의 말처럼 베트남과 그 동맹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아시아는 아시아다.
생각외로 자신들이 더 쉽게 이길지도 모르는 일이긴 했다.
가리발디는 압도적인 다수표로 가결되는 태국과의 동맹을 진한 한숨과 함께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태국의 수도 끄룽탭 마하나콘.
방콕이라고도 불리는 이 도시는 현재 깊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
인드라 신의 난공불락의 도시라는 이름답게 한 차례 베트남의 공세를 이겨내긴 했지만, 생각보다도 상대방의 힘이 훨씬 강했던 것이다.
“적들의 힘이 예상보다도 훨씬 강하다. 저들을 이겨낼 좋은 수단이 없겠나?”
원래 태국과 베트남은 캄보디아와 라오스 지역을 두고 지금까지 다툼을 벌여왔다.
이번에도 그런 싸움의 연장선이라고 여겼는데 이게 웬걸.
새로 만든 동맹의 힘을 뒤에 업은 베트남은 엄청난 괴력으로 라오스와 캄보디아 지역에서 태국의 군을 손쉽게 밀어냈다.
이후 이어진 전투 역시 연전연패.
안 그래도 노령이었던 전대 국왕인 라마 2세가 충격을 받아 임종에 들었을 정도로 현 상황은 좋지 않았다.
당연히 새롭게 즉위한 라마 3세의 눈동자에서도 고뇌의 빛이 떠날 줄을 모르고 있었다.
“폐하. 송구하지만 현재 우리군의 힘만으로는 적을 막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적들의 무기가 워낙 강력하고 저들을 돕는 동맹까지 있어 기세가 꺾이지를 않고 있습니다.”
“동맹이라고 해봐야 저 멀리 동북 아시아에 있는 자들이 아닌가? 그들이 여기까지 배를 타고 내려와서 우리를 공격하고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직접적으로 군사를 보내는 건 아니지만 상당한 양의 보급물자가 간 듯합니다. 베트남은 이번 전쟁에서 얻을 이득으로 그것들을 갚아주겠다고 약손한 듯 하고······.”
“그렇다면 그자들의 말을 믿어볼 수밖에 없단 말인가.”
라마 3세의 떨리는 눈동자가 오늘 막 도착한 따끈따끈한 서신 위로 향했다.
“그런데 대관절 이탈리아라는 나라는 정체가 무엇인가? 나는 처음 들어보는데 혹시 아는 이들이 있나?”
라마 3세도 유럽의 정세에 완전히 무지한 이는 아니었다.
당연히 세계 최강대국 프랑스의 이름은 알고 있고 영국과 신성로마제국의 이름도 알고 있다.
최근에 떠오르는 북유럽 연방과 간간히 이름이 들리던 에스파냐도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솔직히 이탈리아 제국이라는 이름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봤다.
“일단 외교관이라는 자의 말로는 신생 이탈리아 제국은 로마를 계승하는 국가라고 했습니다.”
“로마? 로마는 나도 알지. 그런데 로마의 후계국은 신성로마제국 연방 아닌가?”
“외교관의 말로는 자신들이 진짜고 신성로마는 가짜라고 합니다. 그 증거로 옛 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로마는 현재 자신들의 수도라고 지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과연 실제로 유럽의 지도를 보아하니 수도 로마는 신성로마제국이 아니라 이탈리아 제국내에 있는 게 맞았다.
“그리고 신성로마제국의 영토는 엄밀히 말하면 옛 로마와 크게 관련이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저기 장화처럼 생긴 이탈리아 반도가 옛 로마가 번성하기 시작한 요지라고 했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서양의 문헌이 번역된 책을 찾아보았지만 거짓말은 아니었습니다.”
“허참 그러면 이상하군. 신성로마제국이라는 놈들은 그러면 무슨 근거로 자신들이 로마의 뒤를 이었다고 하는 거지?”
수도도 가지고 있지 않아, 영토도 안 겹쳐, 민족도 달라.
뭐 하나 겹치는 게 없는데 후계자라는 건 조금 이상하지 않나.
“그래서 유럽에서는 신성로마제국을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도 아니고, 제국도 아니라 조롱한다고 합니다.”
“크흠···듣고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군. 그나저나 그 로마의 후계자라는 자들이 우리를 돕겠다는 이유가 뭔가?”
“아시아에 교역 거점을 확보하고 싶은데 우리야말로 그 동반자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지금 위기 상황으로 보이니 조금 더 좋은 조건으로 거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솔직한 건 마음에 드는군. 무조건적으로 도와주겠다는 것만큼 의심이 가는 자들은 없으니.”
사실 이런 상황에 자신만만하게 도와주겠다고 나섰으니 가진 힘이 결코 약하진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프랑스나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보여준 전적 자체가 워낙 화려했으니 마음이 기울기도 했다.
“우리는 저 지긋지긋한 밀림의 거지 놈들만 치워버릴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으니···일단은 저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걸로 가지. 나중에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엎어버리면 그만이니까.”
로마라는 국가는 비록 천년도 더 전에 역사속으로 사라진 이름이었으나 라마 3세도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제국이었다.
그런 제국의 후계자를 자처하고 있으니 그럴만한 힘을 지니고 있겠지.
그러니까 그 먼 바다를 건너서 여기까지 군대를 보낸다고 하는 것일 터.
설마하니 저렇게 거창하게 전선에 참가했는데 기본도 못하는 놈들이 오겠어?
설마가 사람 잡는 법이라지만 이번만큼은 아무런 의심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뜻밖의 구원군을 만난 라마 3세의 입가에 오늘 처음으로 미소가 깃들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두 발 뻗고 잠에 들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