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31)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파스타 대 똠얌꿍 >(331/355)
< 파스타 대 똠얌꿍 >
나는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전보를 정리한 보고서들을 한데 모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세계 각지에서 들어오고 있는 여러 소식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문구가 하나 있었다.
[이탈리아, 태국으로 원정군 파병]와 이놈들 봐라. 설마설마했는데 진짜로 행동으로 옮겼네.
옆에서 차를 한잔 하고 있던 나폴레옹이 의문스럽다는 듯 물었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렇게 보이나?”
“예. 최근에 폐하께서 그런 표정을 지으신 적이 거의 없으니까요.”
부하들까지 알 정도로 그렇게나 티가 났단 말인가.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방금 읽은 보고서를 나폴레옹에게 건네주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탈리아가 의기양양하게 군대를 출격시켰다는데.”
“란에게 듣긴 했었는데 진짜로 출격했군요. 흥미롭네요.”
프랑스군의 대원수인 나폴레옹은 자국은 물론 타국에서 얻어온 첩보도 훤히 꿰고 있다.
게다가 전략적인 식견도 유럽 최고봉이었기에 내 의문을 풀어주기에 이보다 적합한 상대는 없었다.
“그래서, 자네의 예측을 한번 들어보고 싶은데?”
“이탈리아의 아시아 원정이라···어렵군요, 어렵네요. 총사령관은 누구랍니까?”
“총사령관은 펠레그리노 장군이고 부사령관은 가리발디라고 하던데. 그러고보니 자네도 가리발디의 이름을 들어봤겠군.”
주세페 가리발디라면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이탈리아의 영웅이다.
원역사에서도 당대는 물론 현대에서까지 이탈리아 역사에서 손에 꼽히는 영웅으로 떠받들어질 정도였으니까.
지금 시대에서도 가리발디는 이탈리아에 혜성처럼 나타난 천재 지휘관으로 제법 명성이 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그를 이탈리아의 나폴레옹이라고 띄워주었기에 프랑스에서도 제법 유명했다.
물론 프랑스인들의 반응은 ‘오구오구~그러셨어요? 이탈리아의 나폴레옹이구나 와~정말 대단해요’ 정도였지만.
“장래가 유망한 젊은이라고 하더군요.”
“그것뿐인가? 이탈리아의 나폴레옹이라잖아.”
“저보다 30살 이상 어린 청년이니 뭐 잘 자라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그 나이 때 누벨 프랑스를 평정했고 프로이센을 박살내버렸다는 걸 강조해두고 싶군요.”
역시 이것보라지. 쪼잔하기 이를데 없는 이놈 성격에 마음에 담아두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딱 어투만 봐도 ‘으딜 한참이나 어린놈이 감히 내 이름을 팔아?’라는 심경이 뚝뚝 묻어나오는구만.
“당연히 자네와 비교하면 상대가 안 되지. 그래도 이탈리아 통일 전쟁에서 제법 활약한 영웅이라고 하지 않나?”
“다 봤습니다. 전술적으로는 특기할 만한 자질이 있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단순히 전투를 잘하는 것과 총사령관으로서 전쟁을 조율하는 건 다르다는 걸 폐하께서도 잘 아실 겁니다.”
“그렇지. 그래서 부사령관이라는 애매한 위치로 간 거 같은데?”
사실 20대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원정군의 부사령관이 된 것도 꽤나 파격적인 인사였다.
저 나이에 최소 별을 달았다는 건데 아마 이탈리아군에서 가장 빠른 승진가도를 밟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부사령관이 아니라 총사령관으로 갔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펠레그리노라는 이름은 솔직히 기억에 없는지라.”
“그래도 의외로 뛰어난 장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유럽에서 눈여겨봐야 할만한 자들은 전부 어떤 식으로든 이름을 들어봤다고 자부합니다. 가리발디처럼 말이죠. 결국 제가 모른다는 건 결국 그 정도 수준의 지휘관이라는 건데 이류 지휘관이 지휘하는 이류 군대가 이사아 원정이라···힘들겠네요.”
“다른 건 모르지만 자네가 하나 틀린 게 있네.”
“예?”
어지간하면 군사 분야에서 내가 나폴레옹에게 태클을 거는 일은 없었기에 바로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가 미심쩍다는 듯이 재차 물었다.
“제가 뭘 틀린 겁니까? 설마 펠레그리노 장군이 제가 모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라도 한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니고 이류 지휘관이 지휘하는 이류 군대라는 게 틀린 표현이라는 거지. 이류 지휘관이 지휘하는 삼류 군대. 이게 정확한 표현일 테니.”
원역사에서 아프리카는 제국주의 열강의 놀이터나 다름 없었다.
그냥 심심하면 쳐들어가서 눈에 거슬리는 국가는 쥐어패고 식민지로 삼고 착취하고 말을 듣지 않는 이들은 죽여버렸다.
오히려 아프리카 국가들과 싸우는 것보다 가치가 있는 땅을 차지하게 위해 자신들끼리 싸워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을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게 패배한 열강이 하나 있었으니 그게 바로 이탈리아 왕국이라는 놈들이다.
다른 열강들은 실시간으로 아프리카에서 재미를 보고 있는데 혼자서 패배, 그것도 그냥 패배가 아닌 참패를 하며 강화조약을 맺었으니 얼마나 큰 놀림감이 되었겠는가.
오죽하면 이 소식을 들은 민중들이 폭동을 일으켜 이탈리아 정부는 군대까지 동원해야 했다고 한다.
이탈리아가 바로 이런 동네다.
그래서인지 이번 아시아 원정도 왠지 벌써부터 결과가 훤히 보이는 듯했다.
총사령관이라도 유능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했는데 나폴레옹의 말을 듣자하니 그것도 아닌 것 같으니 이미 답은 나온 게 아닐까.
“일단 자네 의견도 나와 대충 일치하는 듯하니 광동에는 이 점을 참고해서 이후의 계획을 수립하라 일러두겠네. 딱히 덧붙일 말은 있나?”
“없습니다. 그냥 이탈리아가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마지막으로 남은 차를 쭉 들이킨 나폴레옹의 입가에는 조소로 밖에 보이지 않은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
누가봐도 그럴 리가 없다는 속마음의 발로였다.
※※※
이탈리아인들은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다.
흔히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라면 프랑스를 떠올리는데 이탈리아 역시 프랑스에 절대 뒤지지 않았다.
프랑스가 유럽 요리의 최고봉이라는 자부심을 부린다면 이탈리아는 원조라는 타이틀에서 뽕을 느낀다.
사실 이는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근대에 와서야 프랑스가 유럽 미식의 정수, 첨단 개스트로노미의 선두주자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중세 때까지는 이야기가 달랐다.
중세의 프랑스는 냉정하게 말해서 그들이 그토록 비웃는 영국과 하등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포크와 나이프는 당연히 제대로 쓰지 않고 대충 익힌 고기를 그냥 손으로 집어 먹는게 보통이었다.
향과 감칠맛이 가득한 스프는 찾아볼 수도 없고 그냥 밍밍한 죽을 쭉 들이키는 게 고작이었다.
이런 프랑스의 미식이 발전하기 시작한 건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에서 요리가 전해지면서부터다.
16세기 메디치 가문의 딸인 카트린 드 메디치가 프랑스의 왕자 앙리 2세와 결혼한 게 프랑스에게는 구원의 시작이었다.
이때에 가서야 프랑스에 포크가 대중적으로 보급되었으니 파면 팔수록 미식의 나라의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 때문에 프랑스가 유럽 미식의 끝판왕이라는 걸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프랑스? 그 새끼들 그거 우리 나라에서 요리 배껴간 놈들이잖아.”
그런 놈들이 스스로 미식의 나라라고 칭하고 있으니 가소롭기 그지없다.
이런 생각은 이탈리아인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공통정서였다.
이탈리아인이라면 마땅히 이탈리아의 요리가 세계 최고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펠레그리노 총사령관은 태국에 도착한 첫날부터 이 낯선 기후에서 파스타를 만드는데 전념하고 있었다.
“···총사령관님. 이제 곧 작전회의에 들어가셔야 합니다.”
“아, 가리발디. 잠깐만 기다려보게. 지금 내 회심의 걸작이 완성됐거든. 자네도 한번 맛을 보게나.”
“아니, 지금 파스타를 먹고 있을 때가······.”
“이것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배부터 채워야지. 아니면 혹시 자네는 페투치네나 링귀네를 선호하나?”
“아닙니다. 장군께서 만드시는 파스타가 당연히 정석이겠죠.”
사실은 푸질리 파인 가리발디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펠레그리노에게서 접시를 받아들었다.
면이 긴 건 파스타로 취급해주지도 않는다는 말을 하면 눈앞의 인간은 분명 노발대발할테니.
예상대로 총사령관은 자신이 삶은 면을 황홀하게 바라보며 위에 소스를 끼얹었다.
“내가 태어난 에밀리아로마냐에서는 파스타라면 당연히 탈리아텔레를 뜻하지. 게다가 이건 내가 본국에서 가져온 특제 토끼고기 소스라네. 여기에 숨김맛으로 바질을 섞어 넣었지.”
“역시 총사령관님이십니다. 면을 삶는 솜씨가 이미 경지에 이르셨군요.”
“하하하, 당연하지.”
면 뽑는 솜씨로 지휘관의 능력이 정해진다면 펠레그리노는 단연코 나폴레옹도 능가하는 장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면을 아무리 잘 뽑고 삶아내도 전쟁에는 눈꼽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슬픈 현실이었지만.
어쨌든 여기서 접시를 빠르게 비우지 않으면 이 인간은 움직이지 않는다.
거의 흡입하듯 음식을 다 먹은 가리발디는 입가를 닦고 다시 한번 사령관을 재촉했다.
“이번 회의에는 태국의 요인들도 참가할 예정입니다. 더 늦기 전에 가시죠.”
“하긴 문명인인 우리가 시간 약속에 늦으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겠지. 슬슬 가봄세.”
비전의 소스가 상하지 않도록 안전한 곳에 놔둔 펠레그리노는 가리발디를 앞세워 막사를 떠났다.
다행히도 펠레그리노와 가리발디는 약속시간에 늦지 않았다.
그들이 정시에 도착해서는 아니었다.
펠레그리노는 5분 정도 늦었지만 태국의 요인들이 2분 가량 더 늦었기 때문에 책을 잡히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물론 양쪽 다 약속시간에 늦은 개념없는 추태를 부렸다는 사실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역시 미개한 아시안들은 시간관념 자체가 없나보군.”
펠레그리노는 태국 사람들이 이탈리아어를 알아들을 리가 없으니 대놓고 욕을 하며 방긋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통역관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의 말을 적절히 번역해 들려주었다.
“아시아에 처음 오는데 이렇게 반갑게 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하하, 저희를 도우러 오셨는데 당연하지요.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사실 여러분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신 듯 하여 이렇게 우리의 전통음식을 준비해왔습니다.”
통역의 대화를 들은 펠레그리노가 눈을 빛내며 시종들이 가져온 접시를 빤히 바라보았다.
“호오···감히 우리를 요리로 기선제압해보겠다?”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닌 것 같았지만 가리발디는 펠레그리노의 망상을 굳이 제지하지는 않았다.
오기전에 파스타를 먹긴 했어도 일단 태국 음식에 흥미가 동했기에 얌전히 그들이 건네는 접시를 받았다.
“팟타이와 똠얌꿍입니다. 알기쉽게 비유하자면 아시아식 파스타와 스프라고 이해하시면 될 겁니다.”
“오~이게 바로 오리엔탈레 파스타.”
제까짓게 얼마나 맛있겠냐며 시식을 해본 펠레그리노의 표정이 일순간 바뀌었다.
“호오···이 녀석들. 보통이 아니로군. 이게 동양의 맛인가? 제법이야.”
단맛, 신맛, 짠맛이 전부 균형감 있게 섞여 들어있고 거기에 살짝 매콤한 맛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나쁘지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엄청나게 맛있었다.
“동양이 기술은 좀 떨어져도 역사는 깊이가 있지. 식문화 자체는 얕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란 말인가······.”
“영국이 인도를 정벌한 게 빈약한 요리를 좀 개선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조롱도 있었으니까요.”
“잠깐. 그러고보니 프랑스도 광동을 병합한 뒤 요리의 다양성이 한층 더 증가했다는 평가가 있었지.”
얼마전에 올림픽을 참관하러 갔을 때 프랑스에서 먹었던 요리는 확실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전통적인 클래식도 수준이 높았지만 광동 프랑스의 요리로 소개된 건 이탈리아의 드높은 자존심에 상처를 낼 정도였던 것이다.
“저 먼 극동의 땅에서 가져온 향신료들과 조리기법 중 쓸만한 것들을 우리 방식과 조합했단 말이야. 상당한 연구가 됐는지 수준이 아주 높았어. 이대로 가면 프랑스와 우리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단 위기감을 느꼈어.”
그렇다면 자신들도 비슷한 방법을 써볼 수 있지 않을까?
이곳의 요리가 맛있는 걸 보면 바로 옆에 붙어있는 베트남이라는 놈들도 괜찮은 수준의 미식을 향유하고 있을 것이다.
“좋아, 좋아. 우리군의 수준을 드높이는 것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이득도 가져갈 수 있겠어. 오늘은 아주 기쁜 날이로군. 그렇지 않나?”
“···그렇네요. 총사령관님.”
태국의 요인들은 통역이 필사적으로 번역한 ‘귀국의 요리를 아주 마음에 들어하고 있습니다’ 라는 평가를 듣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누가보면 미식여행을 온 줄 착각하겠는데 지금은 엄연한 전시상황이다.
가리발디는 이 대환장의 상황을 보며 돌연 관자놀이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원래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전쟁을 이겨보려 했지만 작전 변경이다.
최소한의 피해로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그 정도만 해내도 자신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가슴을 피고 귀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