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32)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어서 와 밀림은 처음이지? >(332/355)
< 어서 와 밀림은 처음이지? >
이탈리아군의 상륙은 당연히 개화국 연합의 귀에도 들어갔다.
이탈리아군은 동남아를 아시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점찍었고, 자신감 있게 앞으로 치고나갔다.
연합국은 자신들의 전력에 자신감이 있었으나 이탈리아군이 너무 저돌적으로 나오니 일단 공세를 중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방은 엄연한 서구 열강의 한축이고 로마라는 이름은 이제 아시아에도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게 당연했다.
“이탈리아에게 패배하면 지금까지 좋았던 우리 동맹의 사기가 훅 꺾이게 될 겁니다. 우선은 우리쪽 국경까지 쭉 빠지죠.”
“국경까지 빠질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냥 캄보디아쪽 국경까지만 물러난 뒤에 전황을 살피는 게 어떻겠습니까.”
“적의 전력이 파악되기 전까지는 싸움을 피해야 합니다. 이탈리아가 정말로 로마의 후계자를 자처할 저력이 있다면 우리는 지금 무서운 적을 상대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베트남을 돕기 위해 온 일본과 대한제국의 관리들은 이탈리아의 존재감에 살짝 압도당한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게 다른 나라도 아니고 무려 로마다.
개화를 할 때 처음으로 접했던 로마의 기록은 동양의 관리들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기원전 시대에 그런 문명을 이룩한 국가가 서방에도 있었다니.
물론 중원의 당나라도 로마에 뒤지지 않는 엄청난 제국이긴 했다.
하지만 동양 사람들은 과거 자신들만이 세상의 중심이고 서양은 한참이나 열등한 자들로 보았다.
현실은 달랐고, 지금은 그 구도가 아예 역으로 뒤집혔다.
이것만으로도 동방의 지식인들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 로마의 적통 후계자라는 신생 이탈리아 제국.
존재만으로도 풍기는 소위 ‘근본력’이라는 게 차원이 달랐다.
게다가 대한제국도, 일본도, 베트남 역시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 불안감이 있었다.
지금까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건 같은 아시아를 상대로 싸웠기 때문.
진짜 강대국인 유럽을 상대로 싸우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런 불안감이 지휘관들은 물론 직접 싸우는 병사들의 발목을 잡아끌었다.
자만심은 패전의 원인이 되지만 자신감 부족 역시 사기저하로 이어지기 마련.
연합군은 일단 후퇴한 뒤에 전열을 가다듬는다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싸우지도 않고 꼬리를 말아버린 연합군의 추태는 궁지에 몰려 있던 태국의 숨통을 트게 해주었지만.
반대로 이미 자신감이 하늘을 뚫고 있었던 이탈리아군은 싸우지도 않고 얻은 승리로 그만 브레이크가 고장나버렸다.
“크하하하하! 저 미개한 아시아 놈들. 지금까지 전장에 제법 나가보긴 했지만 저렇게 겁이 많은 놈들은 처음 보는구만.”
“장군. 미개한 게 아니지요. 우리가 오자마자 도망갔다는 건 최소한의 상황판단은 할 능력이 있다는 건데요.”
“아, 그렇군. 역시 같은 사람이라 그런지 원숭이들보다는 훨씬 더 똑똑하단 말이야. 가리발디, 자네는 그렇게 신중해야 한다더니 아직도 같은 생각인가?”
이럴 수가 있는 건가.
그야말로 상식이 부정당하는 느낌이다.
혹시나 함정인가 싶어 자세히 알아봤지만 정말로 다 철수했다.
한명의 인원도 남김없이. 전부 다.
‘수도 코앞까지 진군해놓고 갑자기 튀어버린다고?’
잠깐 뒤로 물러난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예 국경 바깥으로 꽁지가 빠져라 튀어버린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를 방심시키기 위한 적의 책략···일리는 없을까요?”
그래도 끝까지 의심을 거두지 않는 가리발디의 조심성에 펠레그리노 사령관은 짙은 한숨으로 답했다.
“가리발디···자네가 생각해도 그게 말이 된다고 보는가? 진짜로 진지하게 그렇게 여기는 거라면 말해보게. 나도 무시하지 않을 테니.”
“···역시 그건 아닌 듯 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자고로 적을 과소평가하는 것보다 과대평가하는 게 더 해롭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주의깊은 건 좋지만 너무 조심성이 많으면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법일세.”
펠레그리노는 부하의 마음을 이해했다.
오히려 요새 젊은이들 답지 않게 혈기로만 모든 걸 밀어붙이지 않는 게 더 기특하지 않은가.
장래 이탈리아 제국을 이끌어갈 든든한 한축이 되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면 이제 답은 나왔군. 이대로 진격해서 아예 적의 항복을 받아버리지.”
“수비를 굳히는 게 아니라 역공을 한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하지. 우리에게 겁먹고 도망가는 놈들을 이대로 놔줄 이유가 없지 않나? 자고로 적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때가 언제인가. 바로 퇴각하는 적의 후미를 칠 때 아니겠나.”
그건 실제로 전선에서 싸우다가 퇴각하는 적군을 추격해 섬멸할 때고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샘솟았지만 가리발디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총사령관만이 아니라 모든 장교들이 전부 밀어붙이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여기서 반대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기에.
“혹시 이견이 있는 사람 있는가? 있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이니 한번 말해보게.”
“장군님! 오히려 지금 당장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들이 도망가는 속도가 일품이라 우리는 총 한번 쏴보지 못했는데 전쟁이 끝나버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하! 맞습니다. 장군님. 늦더라도 내일은 바로 출발해야 합니다.”
“음음. 듣고보니 그 말이 맞다. 그러면 진군 경로는 이렇게 하면 되겠지?”
펠레그리노는 자신들이 있는 방콕에서 베트남 제국의 수도인 후에까지 아주 정직하고도 똑부러지는 일직선을 그었다.
잠자코 있기로 한 가리발디는 자신의 맹세를 채 3분도 지키지 못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총사령관 각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행군 경로가 깁니다. 차라리 적의 주력이 후퇴한 동쪽이 아니라 남쪽으로 진격해 캄보디아를 해방시키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하면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가리발디, 가리발디. 내가 몇 번이고 말했지만 지금 우리가 싸우고 있는 국가는 같은 유럽의 상대가 아니란 걸 왜 자꾸 까먹는가.”
펠레그리노가 답답해 죽겠다는 듯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있어서 필요한 건 압도적인 승리와 전과라는 걸 이해 못하겠나? 우리가 적의 주력을 피해 찌질하게 남쪽 도시에서 깨작거렸다는 소식이 유럽에 전해지면 과연 무슨 소리를 들을까?”
가리발디는 이제야 펠레그리노의 의중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본국은 애초에 이곳에 전쟁을 하려고 온 게 아니라 정치를 하려고 온 거다.
전쟁은 이미 이겼다고 가정해두고, 어떻게 하면 최대한의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궁리만 하고 있다.
“아, 사령관님! 그래도 식수공급은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모 한명이 손을 번쩍들고 외치자 가리발디의 얼굴에 순간 화색이 돌았다.
그래도 생각이라는 걸 하는 동지가 한명은 있었구나!
가리발디가 내심 쾌재를 부르고 펠레그리노가 의아한 시선으로 입을 연 참모를 바라보았다.
“식수확보는 당연히 중요한 문제지. 아니면 그걸 특히 더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
“파스타를 삶으려면 지금 계산보다도 물이 더 많이 필요할 겁니다. 여긴 수질이 본국보다 좋지 않아서 버리는 물이 많이 나올 것 같기 때문입니다.”
우문현답.
명료하기 그지없는 답에 펠레그리노가 무릎을 치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확실히 그 점을 생각 못했군. 좋아. 모두 이 점을 확실히 유념하고 움직이도록.”
파스타 보급이 제대로 안 되는 순간 장교들의 사기는 급감한다.
병사들이야 뭐 좀 맛없는 거 먹어도 상관없겠지만 장교들이 존심이 있지 조림에 들어있는 퉁퉁 불어터진 파스타를 먹을 수 있겠나.
지휘본부에 모인 이들에게 이건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는 중대 문제였다.
※※※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 진군하는 적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류효원이 노구를 이끌고 베트남에 도착한 뒤로 연합군의 움직임은 더 긴밀해졌다.
원래는 소수의 물자와 장교만 보내 지원할 예정이었던 연합군은 이탈리아의 참전으로 방침을 바꾸었다.
“적의 진격속도는?”
“빠릅니다. 밀림 지대로 거침없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말이 안 되는데.”
이탈리아군이 진격하는 위치는 무수한 밀림으로 뒤덮인 험지였다.
베트남 응우옌 왕조에게 상세한 지도를 받아본 류효원은 어째서 남월이 예로부터 천혜의 요새라 불렸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어떤 국가라고 해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 지역을 뚫고 오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기 떄문이다.
“유럽이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어떤 신병기를 개발한 게 아닐까요?”
베트남군의 사령관 응우옌 썬은 류효원이 이끄는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단순히 그가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파견을 온 대한제국과 일본의 장교들도 계속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적이 우리를 얕보고 있는 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일단 한 번 간을 봐야 할 듯 합니다.”
“동의합니다. 우선 부딪쳐봐야 알 수 있으니까요.”
적이 이쪽의 국경까지 접근한 이상 지금부터의 전장은 베트남 군인들에게 익숙한 안방이나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대한제국과 일본에서도 소수라고는 해도 지원군을 보내주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적이 유럽의 강대국 중 하나라고 해도 허무하게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세계를 주름잡았던 몽골도 격퇴한 적이 있습니다. 로마라고 해도 문제는 없을 겁니다!”
공격이라면 몰라도 방어만큼은 자신이 있다.
거리낌없이 진군하는 적들을 보아하니 뭔가 노림수가 있는 듯 보였지만 어쩔 수 없다.
일단 부딪쳐 보고 적의 전력을 파악한 뒤에 추가적인 대처법을 짜내보겠다.
류효원과 응우옌 썬은 동남아시아 내륙을 세로로 가로지르는 메콩강 일대를 눈여겨보았다.
적이 식수를 보충하려고 할 때가 바로 기습의 기회다.
연합군이 우물안의 개구리인지, 여의주를 얻고 승천할 이무기인지 판가름이 날 때가 다가왔다.
※※※
타타타탕! 두두두두!
“으아아악!
“뭐, 뭐야!”
“적습이다! 적습!”
“까쪼! 미개한 놈들 아니랄까봐 너저분한 기습을!”
“전투 준비! 전투 준비해라!”
갑작스레 쏟아지는 적군의 총알세례에 이탈리아군은 혼란에 빠졌다.
“중대장님! 중대장님은 어디있어!”
“몰라! 일단 쏴 갈기고 봐!”
“갈기려고 해도 적이 어디 있는질 알아야 쏘지 병신아!”
울창한 밀림지대에서 기습을 당했으니 당연히 시계가 확보될 리가 없다.
무엇보다 지시를 내려줘야 할 장교들이 더욱 우왕좌왕하고 있어서 혼란이 수습될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보고를 받은 가리발디는 황급히 막사를 열어젖히고 부대를 지휘해야 할 장교들을 찾아다녔다.
“바판쿨로! 적습이라는데 대체 뭣들 하고 있는 거야!”
“아니, 그래도 지금 면이 다 됐는데 밥 먹을 시간에 전투하는 법이 어디있습니까. 저 미개한 놈들은 밥도 안 먹는지······.”
병사들은 최근에 보급되기 시작한 통조림으로 식사를 때우는데 장교들은 아직도 갓 삶아낸 따끈따끈한 파스타로 미식을 즐긴다.
당장 눈앞의 취사 세트만 봐도 은식기와 한번에 2가지 이상의 파스타 요리를 가능한 조리도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게 바로 이탈리아 제국군이 자랑하는 장비라는 현실에 가리발디는 또 한 번 머리끝까지 열이 뻗친다.
결국 마음속의 울화를 다 떨쳐내지 못한 가리발디는 악귀처럼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지랄하지 말고 당장 가서 지휘나 해! 이 파스타 처먹고 똥만 싸는 쓰레기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