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34)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전조 >(334/355)
< 전조 >
흔히들 무슨무슨 독트린이라 하면 그리 긍정적인 의미를 연상하지는 않는다.
뭔가 일방적일 것 같고, 뭔가 강압적일 것 같고, 뭔가 베타적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는 단어다.
그도 그럴 게 독트린 자체가 자국의 외교방침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렇다.
앞으로 우리는 이러이러한 정책을 펼 테니 그리 알아두세요~하는 포고이기 때문에 어떤 구속력은 없다.
바꿔 말하자면 이런 선언을 공식적으로 할 수 있다면 그 국가는 국제 사회에서 꽤나 유의미한 영향력을 지닌 나라라 할 수 있다.
아니면 그냥 ‘저 병신들 뭐래 네가 뭔데? ’하는 비웃음만 당하고 끝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원역사에서 미국이 본격적으로 나름 강대국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시기를 그 유명한 먼로 독트린 이후로 잡는다.
그 뒤에도 독트린을 선언한 국가는 미국, 소련, 독일 정도로 모두가 강대국이라는 표현을 쓰기에 아깝지 않은 나라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자칭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아시아의 개화파 연합이 선언한 아시아 독트린은 유럽 입장에서는 웃음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시아의 일은 아시아끼리. 신생 강대국의 원대한 포부인가 신흥국의 오만한 망상인가.] [영연방, 아시아 연합의 선언에 공식적으로 이의 제기.] [신성로마 연방, 개화국 연합의 선언은 시기상조라 논평. 국가적 분쟁으로 이어질까?]당장 파리에서도 끝도 없이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형편이다.
이탈리아가 전쟁에서 진 스노우볼이 여기까지 구르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심지어 이 사태를 초래한 이탈리아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소환 당해서 까이는 중이었다.
[아시아의 판단 착오를 초래한 이탈리아의 추태.] [이 모든 게 이탈리아의 탓이다.] [이탈리아 황제 극대노. 내각 총 사퇴.]“이건 뭐 거의 광기구만. 어디까지 가려는 건지······.”
“그만큼 유럽이 받은 충격이 크다는 거겠죠.”
“그래. 외교쪽 책임자인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고문으로 열심히 혹사, 아니 애국에 종사중인 탈레랑이 손에 잡히는 아무 신문이나 주워들며 웃었다.
“여기 사설에서 말하는 게 딱 제가 느끼는 그대로겠죠. 어디보자···나름 강대국의 한축으로 인정받기 위해 야심차게 군을 일으킨 이탈리아의 결과는 참혹했다. 그들에게는 준비, 현장에서의 대응력도, 상황을 헤쳐나갈 무력도 없었다.
이들의 섣부른 행동으로 아시아의 혼란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보이며 프랑스의 중재 능력이 곧 시험대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뭐 누구나 할 수 있는 소리지만 핵심을 꿰뚫는 소리이긴 합니다. 그만큼 사태가 복잡하면서도 명료하다는 거겠죠.”
복잡하면서도 명료하다.
지금 상황에 딱 알맞은 설명이었다.
“우선 다른 국가의 반응을 좀 봐야겠는데. 일단 영국이나 신성로마는 웃기지도 않는 헛소리로 취급하는 분위기인 것 같고.”
“예. 영국은 아예 공식적으로 ‘아시아에 상관을 하든 말든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너희는 신경끄세요’ 라고 추가 성명을 발표할 듯 합니다. 뭐 진짜로 저렇게 말하지는 않겠지만 요약하면 딱 저런 의미겠죠.”
“신성로마는?”
“저쪽은 요약하자면 ‘이탈리아는 우리 중 최약체지. 자만하지 마라 얼간이들아.’ 라고 할 수 있겠네요. 두 나라가 저렇게 반응한 이상 다른 나라들도 다 비슷한 태도를 취할 겁니다.”
이탈리아가 태국의 동맹군으로 참전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리 영국이 인도를 잃고 전성기 힘을 잃었다고 해도 이제 막 체급을 올리고 있는 대한제국이나 일본이 감당할 수준은 아니다.
동북아로 직접 쳐들어가지 않더라도 동남아 지역에만 군함을 이끌고 가서 항구를 모조리 초토화 시키는 정도면 된다.
현지 보급이야 태국 같은 나라에게 뜯어 먹으면 그만이라 생각할 테니까.
물론 영연방과 대한제국, 일본은 모두 프랑스의 동맹국이니 바로 무력 충돌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다.
만약 진짜로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동맹국끼리 전투를 하는 이상 이쪽이 개입할 명분이 선다.
거기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일 문제가 될 때는 아시아쪽이 훼까닥 돌아서 이쪽의 중재마저 무시하려 할 때다.
설마 그 정도로 머리가 맛이 가겠느냐 싶지만 승리의 뽕이라는 건 원래 이성을 마비시킨다.
이탈리아를 가뿐하게 밟아버린 이상 저들의 머릿속에 어떤 괴물이 자라고 있는지는 나도 짐작이 가질 않는다.
설마하니 진짜로 유럽과 제대로 한판 붙어도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폐하. 그런데 저희가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하나 더 있습니다.”
“뭔가?”
탈레랑이 살짝 입가를 비틀며 동북아시아의 한축. 광동 프랑스를 짚었다.
“엄밀히 말해서 광동 프랑스는 프랑스의 일부지만 아시아입니다. 저 자칭 개화국 연합이 광동 프랑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직 확실치가 않습니다.”
“솔직히 아무 생각 없지 않을까?”
애초에 정말로 깊은 고찰이 있었다면 지금 시점에 독트린을 선언했을 리가 없다.
99.99%확률로 이탈리아를 이겼다는 뽕에 취해서 되는 대로 내뱉은 게 확실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국 어느 시점에서든 문제가 될 수밖에 없으니 빠르게 짚고 넘어갈수록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하지. 이미 움직이고 있을 것 같긴 하지만 로베스피에르에게도 연락을 보내봐야겠군.”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광동 프랑스의 전력은 대서양, 태평양, 유럽 프랑스들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엄연히 프랑스의 함대와 군단이 주둔하고 있는 이상 전력은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광동프랑스는 아시아 현지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점을 고려했을시 실질적으로 아시아에서 최강의 전력을 가지고 있는 건 단연코 광동 프랑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제국? 일본? 만주국? 베트남?
각개격파가 아니라 넷이 합쳐도 세달안에 정리당한다고 확신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걸 모르는 바보는 지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하핳핳!”
대한제국의 수도 한성.
황제가 기거하는 궁에서는 누가 크게 웃을 수 있는지 경쟁이라도 하듯 신하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를 않았다.
“크하하하하하!”
물론 그 중에서도 가장 화통하게 웃는 건 대한제국 황제의 몫이다.
황제가 호탕하게 웃자 관리들은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감히 불경하게도 황제보다 크게 웃는 눈치없는 자가 있을리 없기 때문이다.
“그래, 그래. 이탈리아에서 포로들의 몸값이 도착했다는 말이지?”
“중원에서 끌어모은 배상금까지 합치면 프랑스에서 들여온 차관을 상당부분 갚을 수 있습니다.”
“그렇군. 그러면 이제 숙원이었던 경복궁의 중건에 착수할 수 있는 건가?”
“태국에서 추가로 배상금을 얻어낸다면 얼추 예산을 맞출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러면 그렇게 해야지. 어차피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태국은 바람의 등불 신세 아닌가.”
황제는 보위에 오른 이후 지금만큼 기분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
위대했던 아버지의 이름에 가려 자존감이 꺾였던 지난날의 굴욕은 이제 너무나 까마득해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불안하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모든 게 잘 풀릴일만 남았다.
조선 왕조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를 뽑는다면 지금까지는 당연히 세종대왕이었겠지만 한 100년 뒤쯤에는 다르지 않을까?
대외적인 혼란과 내부의 분란으로 시들어가고 있던 조선을 재건한 것도 모자라 훌륭히 근대화를 이룩하고, 정묘년과 병자년 이후 왕조의 숙원이었던 북벌까지 해냈다.
게다가 불타버린 경복궁을 더욱 화려하고 웅장하게 중건해 땅에 떨어졌던 왕조의 자존심을 다시 살리기까지 할 예정이다.
이런 업적이 전부 자신의 치세 아래에 이루어졌다.
솔직히 말해서 자신이 뭔가를 주도적으로 한 것 같지는 않지만, 시대의 흐름을 잘타는 것도 실력 아닐까?
‘아니···아무리 그래도 세종대왕님의 앞에 내 이름을 높는 건 조금 그러니 두 번째로 하기로 하자. 왕조 역사상 두 번재로 위대한 왕이자 대한제국의 문을 연 가장 위대한 황제. 그게 바로 나다.’
한껏 자화자찬을 마친 황제는 새롭게 태어날 경복궁의 조감도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거지. 이게 바로 대한제국의 황제가 기거할 궁전이지!”
“마음에 드신다니 영광이옵니다!”
“규모는 자금성에 미치지 못하지만 크기가 다인 것은 아니니까. 앞으로 아시아의 중심은 이 경봉국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나 정 총리?”
대한제국의 초대 총리를 맡게 된 정약용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아의 중심은 그래도 광동 프랑스 아닌가? 대한제국이 아무리 강해져도 중심을 맡긴 조금 무리 같은데.’
속내는 그러했지만 이제 정약용은 대세를 거스르는 정치력 낮은 초짜가 아니었다.
아무리 개떡같은 말을 하고 있더라도 찰떡같이 반응을 해줘야 한다.
그런 뒤에 나중에 실무적으로 황제의 망상을 조금씩 조율해나가면 된다.
이게 바로 귀양에서 풀려나며 얻게 된 삶의 지혜이자 정계에서 높이올라가기 위한 처세법이었다.
“태양이 동쪽에서 떠오르듯 앞으로의 아시아는 잠자는 동방의 범! 동방의 와룡! 동방의 예의지국인 대한제국이 주도할 것입니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세!”
정약용의 만세삼창에 뒤이어 다른 관리들도 모두 손을 들어 올리며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만세! 만세! 만세! 대한제국이여 영원하라!”
“하하하! 그래, 그래. 경들의 충심과 제국을 향한 애국심이 있다면 앞으로도 우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갈 것이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결연하게 외치는 황제를 향해 열렬한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환갑의 나이에 퇴직도 못하고 과로에 시달리는 정약용은 프로답게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속으로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후···이런 씹, 아무리 돈을 끌어와도 경복궁 중건을 하기엔 모자란데 태국에 뭐라고 하고 배상금을 더 뜯어내지?’
안 된다고 해도 이미 뽕에 취한 황제와 제국의 관리들은 말릴 수가 없다.
정약용은 노환으로 정게에서 은퇴한 서용보가 처음으로 부러워졌다.
※※※
대한제국에서 광란의 승전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동안.
바로 이웃나라 일본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크하하하!”
“음하하하하!”
“천황 폐하 반자이! 반자이!”
과연 동조선, 서일본다운 화합이라고 해야할까.
사용하는 언어만 다를 뿐이지 양국의 황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대화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똑같았다.
“이게 다 쇼···아니, 총리님의 영명한 지도력 덕입니다.”
“내가 한 게 무에 있겠나. 다 천황 폐하께서 우리를 든든히 이끌어주시는 덕분이지. 폐하! 신 도쿠가와 이에나리가 앞으로 신명을 다해 폐하를 보필하겠습니다!”
“그래. 경의 충심이 참으로 고맙도다. 짐은 앞으로도 경을 믿고 의지할 테니 나라의 대소사를 훌륭히 처리해다오.”
“이토록 신을 믿어주시니 영광입니다. 분골쇄신하여 대일본제국의 미래를 위해 이 몸을 아끼지 않겠나이다!”
사실 이에나리도 처음에는 불안불안했었다.
아시아에서는 무적이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상대는 저 유럽의 강대국 중 하나였으니까.
지금까지 싸워 온 상대들과는 격이 다를 줄았는데 이게 웬걸.
막상 뚜껑을 까보니 유럽 놈들도 자신들과 별 다를 게 없는 사람들이었다.
총으로 쏘면 죽고 칼로 찔러도 죽고 대포로 쏴도 죽는다.
지금까지야 무기의 차이가 현격해 싸움을 걸지 못했지만 이쪽에도 적을 죽일 무기가 쥐어진 이상 충분히 싸움이 된다 이 말이다.
“저희가 꿈꿔왔던 대동아공영의 날이 이제 정말로 얼마 남지 않은 듯 합니다. 우리가 확실한 의지를 서방에 표명했으니 저들도 가볍게 여기지는 못하겠지요.”
“맞습니다. 뭐 주제를 모르고 또 쳐들어오면 이따리아? 이따리? 그놈들처럼 혼쭐을 내서 쫓아버리면 되겠지요. 하하하!”
베트남을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한 방파제로 쓰기로 한 건 지금 와서 생각해 봐도 신의 한수였다.
밀림이라는 천혜의 방어지형을 끼고 싸우면 상대가 그 누구라고 해도 질 것 같지가 않다.
그렇다고 베트남을 피해 삥 돌아오면 베트남에 주둔 중인 함대로 적의 뒤를 쳐서 보급을 끊으면 된다.
단순명쾌하지만 단순하기에 그만큼 힘이 있는 전략이다.
이렇게 서방의 간섭을 막아내면서 차근차근 힘을 기르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은 빈말이 아닌 정말로 용에 걸맞은 체급을 가질 수 있게 되리라.
그때가 되면 저 멀리 지구 반대쪽에 있는 유럽 국가를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된다.
정말로 그 날이 오게 된다면 남은 위협은 단 하나.
같은 아시아에 진을 치고 있는 광동 프랑스뿐이다.
드넓은 세계 지도를 바라보는 이에나리의 눈에 묘한 열기가 번들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