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3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광동 프랑스 >(335/355)
< 광동 프랑스 >
대프랑스연방제국의 중심 유럽 프랑스의 수도, 파리.
튈르리 궁전.
“아니, 폐하. 그래도 이건 아니죠. 저보고 또 광동으로 가라는 겁니까? 저 못합니다! 다른 놈 시키세요.”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은 이탈리아를 이기고 계속해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원래부터 아시아에서 적수가 없었는데 자신감까지 충만해졌으니 이제 두려울 게 있겠는가.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프랑스에 두들겨 맞은 영국은 아시아에 거점이 없었고, 프랑스 역시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중재할 자들이 없었다는 게 컸다.
설상가상으로 청나라도 딱 먹음직스럽게 쫙쫙 나뉘어 있어서 대한제국이나 일본은 절로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산동성을 사실상 자신들의 교두보로 삼은 대한제국은 북경에 마음껏 영향력을 뿌렸고, 일본은 복건성을 사실상 보호국으로 삼아 버렸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슬슬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지 않나? 프랑스의 무력을 상징하는 사람은 자네밖에 없으니까.”
“저 말고도 인재는 많지 않습니까. 란도 있고 다부도 있고 베르티에도 있고 마세나도 있는데요.”
“그래도 자네를 보내는 게 가장 효율이 좋다는 게 그들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던데?”
“아니, 그 미친 새···자들이 진짜로 그렇게 말했습니까? 그건 그냥 지네가 가기 싫다고 그런 걸 아시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제발 보내 달라고 쑈를 하더니 이제는 가기 싫다고 징징대다니 개구리 올챙이 시절 기억 못한다는 게 딱 이런 건가 싶다.
“그래서 가기 싫다?”
“폐하. 저 나폴레옹. 이래 봬도 프랑스의 대원수입니다. 체면이 있지 제가 아시아까지 가는 건 좀······.”
“나는 총리일 때도 갔었는데 자네 말만 들으면 대원수가 총리보다 위라는 거군.”
“아니···그러니까···제가 나이가 있다 보니······.”
“자네가 자네 대신 보내라는 베르티에나 마세나는 다 자네보다 열 살은 더 많은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나.”
유구무언.
나폴레옹은 눈알만 이리저리 굴리며 변명거리를 찾았지만 별다른 반박을 하지는 못했다.
지가 가기 싫든 말든 의회와 왕과 황제가 가라고 하는데 어쩔 거야. 가기 싫으면 옷 벗든가.
“물론 그냥 이유 없이 가라는 건 아니라네. 그만큼 아시아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거지.”
“이전에도 그랬지만 결국 별거 없지 않았습니까. 솔직하게 말해서 그냥 저희가 이노옴! 하면 바짝 엎드릴 것 같은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겠지. 그런데 세상 모든 일이 상식적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는 건 자네도 나이를 먹었으니 알 거 아닌가.”
“아~아무리 그래도 아시아가 프랑스의 중재를 거절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데요.”
그럴 거 같지? 그런데 꼭 그렇게 말하면 그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는 게 세상이고 플래그의 법칙이라는 거다.
해치웠나 하면 무조건 살아나고 설마하면 일어난다.
세상은 그런 부조리로 가득차 있더란 말이지.
당장 원역사의 일본이 미국을 선빵친 건 말이 되는 일이던가.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설마설마하고 있다가 대한제국이나 일본이 프랑스령 진주만을 선빵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꼭 현실로 일어나니 그냥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상책이리라.
“자, 발상을 전환해보자고. 자네가 가서 아시아가 진정 된다면 자네의 명성은 다시 한번 세계를 진동시키겠지? 그토록 시끄러웠던 아시아가 프랑스의 대원수 나폴레옹의 등장과 함께 진정됐다? 이 좋은 기사거리를 신문사들이 놓칠 리가 없겠지?”
“···그렇···겠지요.”
“자네의 이름이 프랑스만이 아니라 또다시 전 유럽과 아시아까지 뒤덮겠지. 먼 나중에 역사서에 이번 아시아의 전란은 이렇게 기록될 게 틀림없어. ‘개화기의 아시아는 이렇게 혼란스러웠으나 이 모든 분쟁은 프랑스의 대원수 나폴레옹의 등장과 함께 일단락됐다.’ 라고.”
“흐음······.”
나폴레옹은 구미가 당기는 듯 표정을 풀고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머릿속에는 자신을 찬양하는 사설로 도배된 신문들을 집안에 가득 쌓아두고 읽는 광경이 자동재생되고 있을 것이다.
“폐하. 하지만 폐하의 우려대로 저자들이 진짜로 정신이 훼까닥 돌았으면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하나. 그때는 자네가 제일 잘하는 걸 하면 되지.”
“제일 잘하는 거라면 역시······.”
전쟁이 더 이상 퍼지는 걸 막으려고 하는데 그걸 거부하면 쓸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지 않나.
팔 다리를 모조리 분질러서 싸움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밖에.
“언제나처럼 변수가 생기면 현장에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을 줄 테니 자네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단, 저쪽이 대화에 응하려는 자세를 취한다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만 명심하도록.”
“왠지 이번에도 속아넘어가는 것 같지만 알겠습니다. 제가 가보도록 하죠. 대신 이번에는 함대도 필요한만큼 함께 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저번 전쟁에서는 해군력의 열세로 고립되어버렸기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물론 광동프랑스의 해군 전력만 해도 아시아 전체와 싸워도 무리가 없을 테지만 나폴레옹은 만약의 경우까지 고려하는 듯 보였다.
“좋아. 원하는 대로 해주지. 그러니 확실하게 성과만 내고 돌아오라고.”
“제가 한번이라도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적이 있습니까.”
나폴레옹이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마누라한테 또 장기간 출장 가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해놔야하니까요.”
“그렇게 말하니 이쪽도 양심이 찔리는구만.”
“하나도 안찔리시는 거 다 압니다. 그래도 어지간하면 원거리 원정은 이번을 끝으로 해주십시오.”
“약속하지.”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이라는 말을 속으로 삼킨 나는 나폴레옹에게 잘 가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열심히 입을 털긴 했지만 거짓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폴레옹이 가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진정되면 좋고, 그게 아니어도 나쁠 건 없다.
아시아의 국가들이 진짜로 승승장구하는 자신들의 상황에 취해 눈이 멀었으면 장기적으로는 통제불능의 폭탄이 될 수 있다.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혀가고 있는유럽과 달리 아시아는 지금 혼돈 그 자체였기 때문에 자정이나 중재의 수단도 존재하지 않았다.
왜, 한창 커가는 아이들도 한번쯤은 삐긋해 보는 게 좋다고 하지 않은가.
이 세상에 모든 게 마음대로 되지만은 않는 걸 알아야 훗날 더 건강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으니.
나폴레옹이 아시아 국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이 또한 세계평화에 이바지 하는 길이리라.
아니면 어쩔 수 없고.
※※※
격동의 18세기보다도 한층 더 어지러웠던 혼돈의 19세기가 한창인 무렵의 봄.
정식으로 임무를 부여받은 나폴레옹은 휘하의 함대와 육군을 대동하고 광동 프랑스에 도착했다.
“오랜만입니다. 로베스피에르 총독님. 아직도 정정하신 걸 보니 제가 다 기쁘군요.”
“해임당하지 못해 지키고 있는 자리일뿐이죠 뭐. 대원수께서는 계속 승승장구하시고 계시니 제 일처럼 기쁩니다.”
로베스피에르의 안색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하긴 아시아가 이렇게 개판인데 총책임자의 마음이 마냥 편할 리가 있겠나.
나폴레옹은 적당히 안부 인사를 주고받은 뒤 광동 프랑스의 상세한 현황을 보고받았다.
“이번 일과는 조금 관계가 없을 수도 있는데 폐하께서 제게 따로 부탁한 일이 있었습니다. 가는 김에 이곳이 얼마나 프랑스화가 되어 있는지 한번 잘 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런 거라면 설명보다는 직접 보는 게 훨씬 빠르겠죠. 동양에도 백번의 문답보다 한번의 경험이 더 낫다는 속담이 있으니까요.”
로베스피에르는 일부러 아시아인 관료를 한명 불러 나폴레옹에게 붙여주었다.
“여기 이 친구 이름은 레몽 창이라고 아시안계 프랑스인입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청년인데 아주 똑똑하고 일도 잘하죠. 당연히 프랑스어 실력도 수준급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이 친구에게 신세 좀 지도록 하죠.”
광동 프랑스 태생이라는 말 답게 레몽 창의 얼굴은 누가봐도 아시아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몇분만 대화를 나눠봐도 정체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프랑스인이라는 게 바로 티가 났다.
“호오···광동 프랑스의 경제가 그렇게 호황이라고?”
“예. 이건 아마 본국에도 계속 보고가 가고 있을 겁니다. 지금 추세가 계속되면 앞으로 십수년 내에 태평양 프랑스에 붙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태평양 프랑스도 지금 놀랍도록 빠르게 성장 중이니 변수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군. 본래 아시아는 유럽에 섞이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쪽은 굉장히 동화가 잘 되는 것 같단 말이지.”
광동 프랑스를 둘러보며 나폴레옹이 가장 놀란 건 이들의 문화였다.
여기가 프랑스인가 아시아인가 의심될 정도로 프랑스화가 기가 막힐 정도로 수월하게 진행 중이었다.
아랍에서 베르나도트와 함께 온갖 시행착오를 거쳤던 나폴레옹은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이런 나폴레옹의 의문에 레몽 창은 조심스러운 추측을 내놓았다.
“광동은 예로부터 상인의 관점에서 자신들의 유불리를 판단해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최고의 경제대국인 프랑스에 포함되는 건 두 손 들며 환영할만한 일이죠. 저도 그런 환경에서 자랐는지라 프랑스에 대한 동경이 굉장히 컸습니다.”
간단히 말해 자본주의가 민족주의를 완벽히 찍어눌러버렸다는 의미다.
“제가 어렸을 때는 프랑스어를 잘하는 아이들이 못하는 아이들을 대놓고 무시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또 그렇지는 않은 것 같더군요.”
“그래? 언어 좀 하는 걸로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건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인가?”
“아닙니다. 이제 프랑스어를 못하는 애들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런 거죠. 본국에서도 프랑스어를 할 수 있다는 게 그리 큰 자랑거리가 되지는 않겠지요? 그것과 똑같습니다.”
“1세대만에 그 정도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건가. 폐하께서 굉장히 흥미로워 하시겠어.”
경제 성장과 여론 조사 같은 건 보고서로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실제로 살아가는 이야기는 이렇게 현장에서 듣는 걸 따라가지 못한다.
나폴레옹은 어째서 크리스티앙이 아라비아는 해외령으로, 광동은 본국에 편입될 땅으로 구분해 놓았는지 이해가 갔다.
‘자본주의가 대단하긴 하군.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이라더니······.’
그리고 레몽 창은 말하지 않았지만 광동에서 며칠 더 머무른 나폴레옹은 이들이 프랑스화에 거리낌이 없는 이유를 하나 더 알았다.
바로 주변국들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벌어져 있는 격차 때문이다.
이것도 자본주의적 관점이라 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물질적인 관점에 국한된 게 아니라 엄연히 정신적인 영역에도 속하는 문제였다.
주변국들과 비교가 안 되는 경제력과 군사력, 문화 수준을 누리고 있다는 자부심.
크리스티앙이 자주 표현하는 단어로 치환하자면 광동은 현재 프랑스뽕에 거하게 절여져 있는 상태라 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분위기에서 자란 젊은이들은 사상과 행동방식부터 그냥 프랑스인이나 마찬가지였다.
행정만이 아니라 군사쪽에도 젊은이들이 활발하게 진출해 있었고, 너무나 다른 사상 때문에 조부와 갈등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이걸 자신의 환영행사에서 확실히 느꼈다.
“우오오오오!”
“나폴레옹 대원수님!”
“세계 최고의 전략! 프랑스의 검!”
“대원수님! 이쪽을 한번만 봐주세요!”
파리에서 개선행사를 할 때 이상으로 몰린 환영 인파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나폴레옹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다.
마치 전설속에 나오는 위인이 실제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라고 해야할까.
이색적인 경험에 오랜만에 흥분한 나폴레옹은 내심 이것 또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적당히 아시아 국가들에게 으름장만 놔주고 본국으로 돌아가면 되겠지? 이렇게 내 커리어에 또다시 영광스러운 업적이 한줄 추가되겠구만.’
이만큼 가성비 좋은 일이 또 있을까.
그러나 이런 나폴레옹의 낙관적인 예상은 사흘도 채 지나지 않아서 깨졌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 이 이상 세력 확장을 멈추고 모든 전투를 중단하자는 나폴레옹의 중재안을 보기 좋게 거부해버린 것이다.
소식을 들었을 때, 나폴레옹은 자신도 신기할 정도로 화가 나지 않아 놀랐다.
그저 황당하고 또 황당할 뿐.
‘아, 사람은 너무 어이가 없으면 분노조차 일어나지 않는구나.’
새삼스럽게 작은 깨달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갈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