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36)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주먹이 운다 >(336/355)
< 주먹이 운다 >
나폴레옹이 처음 보냈던 중재안을 둘러싸고 연합 내에서도 많은 토론이 이루어졌었다.
너무나도 당연안 말이지만 아시아의 네 마리 용도 프랑스와 대적할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호구처럼 굽히고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는 없었다.
대한제국, 일본, 베트남, 만주국.
그 어디서도 나폴레옹의 중재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대한제국의 총리 정약용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으나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이는 소수에 불과했다.
특히 무서운 속도로 떠오르고 있는 전쟁영웅.
류효원이 앞장서서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게 결정적이었다.
“우리는 당당한 주권이 있는 국가입니다. 주권이 무엇입니까.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프랑스가 와서 개처럼 기라면 기고 숙이라면 숙이는 국가가 아니란 겁니다.”
“아니, 류장군. 프랑스가 우리보고 일방적으로 숙이라고 한 건 아니지 않나.”
“숙이라고 한 게 맞지요! 더 이상의 세력확장을 하지 말라는 건 우리의 한계는 이 정도라고 선을 그어버린 겁니다. 프랑스가 그럴 자격이 어디 있습니까.”
평소 정약용의 의견을 따르는 대신들조차 이번에는 류효원의 의견에 동조하고 나섰다.
“류장군의 말이 맞습니다. 아니, 솔직히 우리가 뭘 잘못했다는 겁니까. 끽해야 중원에서 1개 성을 보호국으로 삼고 1개 성을 차지했을 뿐인데요.”
“일본도 그렇고, 만주국도 그렇죠. 베트남도 태국에게 항복을 받았지만 식민지로 만들지는 않았고요. 항복한다고 하면 받아줬습니다. 학살도 하지 않았고요. 그런데 왜 그만하라는 겁니까.”
이 인간들 거듭된 승리로 눈이 멀어버렸구나.
정약용은 어째서 저들이 이러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장교들과 관리들은 아시아를 자신들 전용의 보물창고로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손만 뻗으면 막대한 제물이 들어오는데 왜 그걸 방해하느냔 말이다.
“아니, 그래도 프랑스의 제안을 계속 무시한다면 저들도 인내심에 한계가 올텐데 그때는 어쩌자는 건가? 설마 프랑스와 한판 붙기라도 하려고?”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자그마한 갈등도 두렵다고 하라는 대로 모두 맞춰주면 이건 속국으로 향하는 지름길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프랑스의 속국이 아니라 동맹국 아닙니까.”
그 동맹국도 제발 해달라고 사정사정해서 받아낸 자리라는 걸 그새 까먹었나.
정약용은 머리를 감싸쥐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와 동년배인 이들은 프랑스가 아시아를 휩쓸어버릴 때 현직에서 그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보았다.
하지만 지금 요직에 오른 이들은 그때 말단에 불과했기에 그저 기록으로만 그 시기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괴리가 생겨버린 걸까.
만약 여론이라도 자신의 편이었다면 무언가를 할 수 있겠지만 그것조차 아니라는 게 머리를 띵하게 만들었다.
대한제국이 나폴레옹의 중재를 거절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은 서용보가 노구를 이끌고 궁성의 앞까지 온적이 있었다.
그는 마치 석고대죄라도 하듯 자리를 깔고 황제에게 읍소했다.
“폐에에에하! 대불란서 제국과 크리스티앙 천자에게 거스르는 짓은 천조질서에 어긋나는 일이옵니다! 현 제국이 개화를 하며 전통적인 유교질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해서는 안 될 일이옵니다.
명분과 실리 그 어느쪽도 건질 수 없는 선택을 거두어주시옵소서!”
과거 조정의 실세였던 이의 구구절절한 호소에도 아무도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심지어 젊은 청년들은 서용보의 근처에서 대놓고 욕을 하며 그를 조롱해댔다.
“이 유교 꼰대가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이 아직도 뭔 조선시대인줄 아나.”
“천자면 어쩔건데! 우리 황제 폐하가 그러면 유럽 새끼들한테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거야 뭐야!”
“이탈리아 같은 놈들 아가리만 털지 실제로 싸워 보니까 뭣도 아닌 놈들이라더만.”
“야! 저 유교 꼰대 끌어내!”
만약 곁에 호위병들이 없었으면 과거 영의정까지 지낸 사람이 백주대낮에 청년들한테 두들겨 맞아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날뻔했다.
정약용은 국내 여론은 이미 망했다는 걸 직감하고 다른 동맹들이 말려주기를 바랐다.
만약 다른 3국이 전부 프랑스의 중재안에 찬성하자고 한다면 대한제국도 따를 수밖에 없었으니.
그러나 정약용은 몰랐다.
답이 없다고 느끼고 있는 국내 여론이 오히려 가장 순한맛이었다는 사실을.
※※※
“만주국의 선황이 죽었다고?”
갑자기 날아온 뜻밖의 소식에 일본의 황궁에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에나리 총리의 물음에 외무대신이 뻘쭘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게···만주국이 프랑스의 제안을 거절하기로 했다는 현 황제의 결단을 듣고 충격으로 급사했다고······.”
“뭔 황당한 죽음도 다 있군.”
“만주국의 선황은 프랑스에게 붙어서 황제의 자리를 유지했던 이니까요. 누구보다 친프랑스에 가깝고 프랑스의 힘을 두려워하고 있을 겁니다.”
“겁쟁이 같으니라고.”
이에나리가 차갑게 조소를 흘렸다.
아무리 프랑스가 두렵다고 하더라도 호구처럼 당해주기만 하면 나라를 어떻게 운영하겠는가.
자신은 프랑스의 힘을 빌려 개혁을 완성했지만 만주국의 황제처럼 유약하게 나가지는 않았다.
물론 프랑스는 두려운 상대다.
그러나 그건 정면으로 싸웠을 때의 이야기일뿐.
아무리 강한 상대라고 해도 다루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법 아니겠나.
“그나저나 곤도가 천황 폐하께 프랑스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진언했다는데 사실인가?”
“그런 듯 합니다.”
“그래서 폐하께서는 뭐라고 하셨고?”
“대신들의 뜻이 다 정해졌다면 대신들과 총리님의 뜻을 존중하겠다 하셨습니다.”
“당연히 그러셔야지.”
어차피 천황이란 존재는 대일본제국을 묶어두기 위한 쐐기에 지나지 않는다.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결정할 실권은 없었다.
그걸 모르지 않을 텐데도 천황에게 쪼르르 달려간 걸 보면 곤도 그 놈이 꽤 애가 타는 모양이다.
이에나리의 불편한 심경을 눈치챈 외무대신이 재빠르게 한마디를 보탰다.
“곤도대신은 자신을 키워준 사람이 누구인지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프랑스에서 하도 오래 외교관으로 있었더니 자신이 프랑스인이라고 착각하는 거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군. 지금 그 자리에 올려준 사람이 내가 아니라 프랑스라고 착각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사태파악을 못할 수가 없지요.”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 매달아 버릴 수도 있지만 그럴만한 가치도 없다.
어차피 이제 곧 있으면 자리에서 물러날 인간인데 신경을 쓰는 게 시간낭비였기 때문이다.
“곤도가 뭘 하든 대세에 지장은 없으니 다른 이야기나 해보지. 베트남의 반응은?”
“베트남도 우리와 별 다르지 않습니다. 즉각 중재에 응해야 한다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거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고 합니다.”
“그래?”
“예. 저쪽은 아예 한술 더떠서 프랑스가 계속 간섭하면 그냥 싸우자는 말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어차피 밀림을 끼고 싸우면 프랑스가 들어오지도 못할 텐데 무엇이 두렵겠냐면서······.”
“···그럴싸한데?”
프랑스가 이탈리아보다 강하긴 하겠지만 베트남의 밀림을 이용한 방어전술은 확실히 독보적인 강점이 있었다.
물론 밀림을 피해서 다른 도시들을 작살내는 방법도 있다.
그래도 베트남이 끝까지 항복만 하지 않으면 국토가 완전 점령 당하는 일은 없지 않겠는가.
‘만약 일이 틀어진다면 이번에도 그 놈들을 방패로 삼는 게 좋겠군.’
동맹의 의견이 만장일치로 정해진 이상 이제는 거리낄 게 없다.
이에나리는 대일본제국은 타국의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천황의 이름으로 발표했다.
만주국, 베트남, 그리고 대한제국이 그에 동의하며 호응해주니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네 마리 용이 또다시 아시아에 짙은 풍운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
[변수가 생긴다면 현장에 판단할 권한을 주겠다.]크리스티앙에게 권한을 얻어낼 때에는 희희낙락했지만 현재 나폴레옹의 마음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 놈들이 뭘 잘못 먹었나? 혹시 프랑스어를 몰라서 이해를 못한 건 아니겠지?”
“저들은 모두 프랑스의 동맹국입니다.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러면 어째서 중재안을 거부하는 거지? 내가 그렇게 무리한 요구를 했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중재안은 동맹국들의 위신을 최대한 세워준 게 아니었나.
지금 점령한 점령지에서 군을 물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이익을 취하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다.
그냥 딱 이 정도로만 선을 긋고 더 전쟁을 하지 말라고 한 게 그렇게나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였나.
즉, 이걸 거부했다는 건 얼마든지 더 전쟁을 할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있다는 의미인데······.
“아시아에서 이 이상 전쟁이 커지면 유럽에서도 분명 반응이 있을 수밖에 없겠지?”
“당연하지요. 안 그래도 영국이나 신성로마가 벼르고 있지 않습니까? 아시아에 새로 시장을 확보하고 싶어서 몸이 달아오른 자들이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죠.”
“그러면 또 전쟁이 확대될 텐데······.”
명예로운 기록만 낼름 빼먹고 빠지려던 계획에 완벽히 제동이 걸렸다.
심지어 중재안이 파토났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로베스피에르가 나폴레옹을 찾아오기까지 했었다.
대체 어떤 조건을 들이밀었기에 저들이 저런 미친 짓을 하냐 따졌으나 나폴레옹이 제시한 조건을 들어보고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이 새끼들 싸그리 쳐돌았군.” 이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돌아가버렸다.
어차피 이번 일의 최종책임자는 나폴레옹이지 자신이 아니라는 듯한 여유가 느껴져서 은근히 화가 났다.
“만약···아시아에서 전쟁이 더 확대되고 유럽이 참전하고 이게 대전쟁으로 격화 된다면······.”
전쟁은 두렵지 않았다.
이미 프랑스와 다른 국가들의 국력 차이는 이전 전쟁보다 훨씬 더 벌어진 상태였으니까.
문제는 전쟁의 승패가 아니라 대전쟁이 벌어졌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자네라면 이런 사태를 미연에 막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었나 보군.’
들린다 들려.
실망에 가득 찬 크리스티앙의 한숨 소리가.
보인다 보여.
나폴레옹은 결국 싸움만 잘하는 얼간이이지 이런 일에는 적합하지 않았었다는 신문의 사설들이.
아무리 아시아 국가들이 거하게 정신이 나가서 일을 저질렀다고 해도 결국 자신이 중재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웃기지 마라. 그럴 수는 없다.
지금까지 단 한번의 실패조차 용납하지 않고 커리어를 쌓아왔는데 말년에 이런 흠집이 생긴다고?
그것도 영국이나 신성로마 같은 강대국이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 때문에?
“···그럴 수는 없지. 그럴 수는 없고 말고.”
당장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은 프랑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을 꼽으라면 항상 두 번째로 꼽혔다.
일등으로 올라갈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지만 지금의 자리에서 밀려나는 건 절대 용납 못한다.
나폴레옹의 얼굴이 점점 험악해지는 걸 본 레몽 창이 위로하려는 듯 말했다.
“대원수님. 그래도 아직 일이 완전히 엎어진 건 아니니······.”
“그래. 완전히 엎어진 건 아니지.”
요는 아시아의 전란이 격화되는 걸 막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겠나.
“말로 해서 못 알아듣는다면 내가 직접 귓구멍에 쑤셔넣어줄 수밖에.”
나폴레옹은 로베스피에르에게 부탁해 새로운 최후통첩을 보냈다.
[지금 당장 분쟁 중인 모든 구역에서 전투를 멈춰라. 그리고 지금까지 점령한 모든 지역에서 군사를 물린 뒤 각국의 대표들을 광동 프랑스로 보내라.]거절하려면 거절해봐라.
그럴 수 없게 만들어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