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40)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신에게 대적하리라 >(340/355)
< 신에게 대적하리라 >
이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기는가 지는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무섭도록 올라오는 신흥국을 상대하는 강대국의 오만.
질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강자만의 호사.
전형적으로 패배를 부르는 플래그였지만 나폴레옹은 이미 그런 경지를 초월한 이였다.
자만이나 방심이 아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전력, 가진 그대로의 힘을 분석했고 그 순간 이미 승패는 결정 되었다.
만약 나폴레옹이 순수한 무인이었다면 여기서 그의 고찰은 끝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이제 단순한 무관이 아니었다.
최초의 프랑스의 양군 통합 대원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프랑스인 서열 2위 등등의 화려한 수식어를 지닌 유명인이다.
이런 위치에 있으면 필연적으로 정치와 연관될 수밖에 없고, 실제로도 크리스티앙이 허용해주는 선에서 조금씩 영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이번 아시아 전쟁의 발발은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고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요지는 프랑스의 대원수가 왔음에도 전쟁 억제라는 초기 목적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나폴레옹 대원수의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나 보네?
-원래 그 사람은 딱히 정치를 잘 하는 건 아니었잖아. 가서 괜히 아시아 국가들을 얕잡아 보다가 이런 일이 터진 거 아니야?
-하긴 아시아 놈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우리랑 싸우자고 달려들 리가 없잖아
-그렇지? 이번에는 나폴레옹이 잘못했네.
지금쯤은 본국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게 틀림없다.
원래 대중들은 자극적인 이슈에 취약했고 유명한 이들을 깎아내리며 희열을 느끼는 족속들이었으니까.
물론 이런 일로 나폴레옹이 이뤄놓은 업적이나 명성에 금이 가는 건 아니다.
그러나 자존심에는 확실하게 금이 갔다.
지금까지 대성공 그 자체였던 위대한 대원수의 커리어에 처음으로 기스가 난 것이다.
심지어 그 상대가 영국이나 신성로마도 아니고 아시아다.
그러니 떨어진 자존심을 그나마 다시 돌려놓으려면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될만한 인상적인 승리를 거둘 필요가 있었다.
졌지만 잘 싸웠다 같은 엔딩은 절대로 허용해줄 수 없다.
그렇기에 직접 군을 이끌고 광동에 상륙했다.
남하를 준비하는 적을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격퇴해도 되지만 그럴 마음은 진즉 접었다.
순식간에 복건까지 먼저 치고 올라갈 육군의 편성을 끝낸 나폴레옹은 도열해 있는 광동 프랑스의 군단을 쭉 둘러보았다.
본국에 비하면 손색이 있긴 해도 이 정도면 결코 나쁘지 않다.
참모진들도, 현장의 장교들도 아시아가 아닌 유럽에 데려다 놔도 능히 제몫을 할 수 있는 이들이라는 게 바로 판단이 됐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대로 된 실전 경험이 너무 적다는 것 정도겠지.
사실 그렇기에 일부러 자신의 얼굴을 병사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앞으로 나선 것이다.
존경하는 대원수가 손수 눈을 맞추고 격려를 해준다면 안 그래도 드높은 사기가 한층 더 올라갈 테니 말이다.
게다가 이렇게 둘러보니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불안요소 하나도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 자네 둘!”
대원수의 호령을 받은 병사 두 명이 바짝 군기가 든 목소리로 외쳤다.
“대위! 앙투안 레이!”
“중위! 조슈아 츄아!”
사기가 높은 건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와 별개로 긴장으로 자세가 뻣뻣해진 게 한눈에 보인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사기가 높다고 하더라도 수는 적군이 더 많고 젊은 장교들에게는 전쟁 자체가 처음일테니.
겁을 집어먹은 건 아니더라도 어느정도는 몸이 굳을 수밖에 없으리라.
나폴레옹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혹시 겁이 나나?”
“아닙니다!”
“적들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면 첫 실전이 무섭나? 긴장되는 건가?”
“아닙니다!”
자신도 처음에 전장에 나설 때는 저랬었다.
드디어 능력을 보여줄 때가 왔다는 생각에 흥분되면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속에 꽉 들어찬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함께 사관학교를 졸업했던 친구들과 함께 아닌척 허세를 떨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명찰을 가리키며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외쳤다.
“자! 읽어봐라. 여기에 뭐라고 쓰여있나?”
“예? 그, 그거야 사령관님의 성함이······.”
“어허! 안 들린다! 더 크게! 뭐라고 쓰여있다고? 있는 그대로 읽어봐라!”
“나···나폴레옹!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래! 자네들의 앞에 서 있는 내가 누구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입니다!”
이번에는 장교들만이 아닌 병사들을 둘러보며 재차 물었다.
“아직도 긴장이 되나? 혹시라도 첫 실전이 무서운 이가 있는가?”
나폴레옹이 지목한 두 장교와 도열한 병사들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아닙니다! 절대 질 리가 없습니다!”
“그래! 이제 알았으면 전원 위치로! 이번 전쟁도 6주 안에 끝낸다!”
언제부터인가 청나라의 수도를 6주만에 점령해 버리고 항복을 받아낸 나폴레옹을 6주의 사나이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나폴레옹은 확신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
이탈리아를 이긴 뒤 베트남은 자신들이 지닌 지형의 힘에 취해 있었다.
-프랑스든 영국이든 로마든 일단 우리 땅에서 싸운다면 질 리가 없다.
이건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다.
베트남이 밀림을 끼고 작정하고 농성하면 이를 뚫어낼 수 있는 나라는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가는 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시대의 기술로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애초에 베트남에 육군을 상륙시킬 마음이 없었다.
굳이 점령할 생각도 없는 땅에 육군을 밀어넣는 멍청한 선택을할 리가 없지 않은가.
광동 프랑스는 해남도에 설치한 해군기지를 거점으로 군함을 운용하며 베트남의 해안가만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혼자 떨어져 있는 베트남의 해군전력은 프랑스 함대에게는 그저 사격연습을 할 수 있는 샌드백에 불과했다.
해남도와 가까운 항구들이 모조리 박살나고 열심히 건조중이던 함선들도 전부 물고기 밥으로 가라앉았다.
해안가에 나름 열심히 대포를 설치해 봤지만 절망적인 사거리 차이만을 실감하게 됐을 뿐이다.
“대한제국은 뭐 하고 있는 거야? 일본제국은?”
“광동 프랑스의 봉쇄로 타이완을 넘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버티고 자시고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항구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게 생겼는데 어쩌런 거야!”
“그래도 아직 내륙에 위치한 도시는 버티고 있지 않느냐고······.”
“버티는 게 아니라 방치당한 거지! 애초에 저놈들은 육군을 대동하지 않고 있는데!”
광동 프랑스가 노리는 건 명백했다.
베트남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경제적인 토대를 그냥 모조리 허물고 옛날로 되돌리기만 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베트남이 현재 개발중인 도시는 전부 해안가에 위치해 있던 터라 광동 프랑스의 딱 좋은 먹이감이 됐다.
결국 베트남은 피눈물을 흘리며 그로톡 열심히 건조했던 군함들과 항구의 시설들이 싸그리 초토화 되는 걸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된 거 그냥 육군을 모아서 광서로 들어갈까? 동맹국의 육군이 복건에 있으니 양쪽에서 협공을 하면 광동 프랑스라도······”
“이성을 찾으십시오! 그게 놈들이 노리는 겁니다!”
“아니 그럼 눈 뜨고 우리 항구가 대포찜질을 받는 걸 보고만 있으라는 건가! 바다길이 전부 막혀버리면 우리 경제는 다시 옛날로 돌아가버릴 수밖에 없단 말이야!”
해상봉쇄.
애초에 베트남을 점령하는 게 아니라 패는 게 목적이었던 광동 프랑스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배트남의 배가 한척도 없도록 만들고, 보란 듯이 나머지 3국 쪽으로 전력을 돌렸다.
도저히 참지 못한 베트남의 육군이 장기인 수성을 버리고 공세로 나왔지만 광동은커녕 광서조차 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베트남은 이제 제발 동쪽의 동맹국들이 힘내서 기적을 연출해주기를 바랄뿐이었다.
※※※
“이제야 준비가 끝난 건가?”
류효원은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는 만주제국과 일본제국의 군대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싸움은 중원의 허접한 국가들과 맞붙었을 때처럼 안일하게 나가서는 안 된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끌어모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따라 3국은 도합 3만 이상의 군대를 복건에 집결시켰다.
그냥 어중이떠중이 3만이 아니라 정식으로 훈련을 받고, 신식 무기로 무장한 병사 3만이다.
이 정도라면 재래식 무기를 쓰는 이들은 10만이 아닌 20만이라도 갈아버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저쪽 역시 이쪽보다 더한 무기로 무장한 괴물들.
정보대로라면 2만 남짓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의 수적 우위로는 안심할 수 없다.
계속해서 지원군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류효원은 일단 승부를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적군을 이끄는 자의 명성도 솔직히 상당한 부담이었다.
‘나폴레옹···진짜로 그렇게 대단한 자일까?’
물론 나폴레옹의 업적이나 능력을 무시한다거나 거품이라고 여기는 건 아니다.
나폴레옹은 대한제국이 조선이던 시절부터 중원을 넘어 한반도까지 명성을 떨쳤던 전설의 용장이니까.
대한제국의 사관학교에서도 나폴레옹에 대한 내용은 필수교과 과정에 포함되어 있었으며 모두가 그를 동경하고 닮고 싶어했다.
오죽하면 대한제국에서는 나폴레옹을 두고 육지의 이순신이라 하는 자들마저 있었다.
류효원 역시 그런 분위기에서 전술을 배운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마치 신의 앞에서 검을 뽑아든 이단자가 된 것 같다는 생각마저 하는 중이었다.
이건 비단 류효원만이 아니라 일본제국의 군대를 끌고 온 고노에도, 만주국의 지휘관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프랑스에게 뿌리깊은 공포를 주입당한 만주국은 이 순간에서조차 프랑스와의 전투를 피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이대로는 안 된다.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 류효원은 3국의 지휘관들을 불러놓고 비장하게 소리를 높였다.
“이제 결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순간에도! 적의 명성에 겁을 먹고 움츠러드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을 힐난하는 게 아닙니다. 저 역시 그러니까요.”
그러나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렇게 심리적으로 지고 들어가면 실제로 이길 수 있는 싸움도 이기지 못한다.
“나폴레옹, 나폴레옹. 모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하지요. 분명 그럴 겁니다. 대단하지요. 우리 모두가 나폴레옹의 전술을 배웠고 그렇게 되고 싶어서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의 성과를 이룬 겁니다! 한니발이 그의 전략을 흡수한 스키피오에게 무너졌듯이! 우리 모두는 나폴레옹의 전술을 연구하고 흡수했습니다.”
청출어람.
얼음이 물보다 차갑듯이 노력과 연구를 아끼지 않으면 결국 스승의 깊이를 능가하는 제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스승은 모든 걸 스스로 개척해야 하지만 뒤따라가는 제자는 스승의 업적을 그대로 보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나폴레옹보다 위대한 인물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될 수도 없겠지요. 하지만! 그를 이길 수는 있습니다.”
마치 자신에게 세뇌하는 것처럼.
류효원은 주먹으로 책상을 치며 결연하게 외쳤다.
“나폴레옹이 전장의 신이라면 우리는 신을 쓰러뜨리는 자가 될 겁니다!”
류효원의 일장연설에 고노에가 박수를 치며 화답했고 곧 막사에 있는 전원이 책상을 쿵쿵 두드리며 우렁찬 함성을 내질렀다.
나폴레옹이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면서 숙면을 취하고 있는 어느 새벽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