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46)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황제를 위한 나라는 없다 >(346/355)
< 황제를 위한 나라는 없다 >
전쟁이란 대부분의 경우 승자와 패자가 갈리기 마련이다.
물론 패자라고 해서 무조건 비참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아니다.
패배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손해를 보긴 했어도 상대방과 무난하게 협상에 이르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패배를 발판 삼아서 더욱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 챙기려는 이들로 그득한 나라는 반드시 수렁으로 굴러떨어지게 되어있다.
지금 교토의 황궁이 딱 그러했다.
현인신 천황은 처음부터 설마하니 천황제가 폐지되겠냐는 마음으로 사태를 제어할 의지가 없었다
마음속에는 까짓거 진짜로 답이 없어지면 항복해도 상관없다는 낙관이 깃들어 있었다.
나폴레옹과 담판을 짓고 온 이에나리 총리의 보고를 받는 천황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도록 애를 써야만 했다.
“그러니까 그 프랑스의 대원수라는 자가 천황제를 존속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는 건가?”
“우선 천황폐하의 안위는 절대적으로 보장하겠다 약속했습니다.”
“내 안위만 보장하고 천황제는 폐하겠다는 말장난일 가능성은?”
“프랑스는 일본 신민에게 천황 폐하가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퇴위는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으니 황실을 존치하겠다는 건 명백한 사실일 것입니다.”
이에나리는 나폴레옹과 합의한 사항의 전문을 모든 대신들이 보는 앞에서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다.
-일본제국은 즉시 모든 무장을 해제하고 전투 행위를 중단한다. 전후처리를 위해 일본제국을 통치할 권한은 광동 프랑스의 총독과 대원수에게 일시적으로 양도되며 전후혼란이 수습되는 대로 다시 일본 정부에게 반환된다.
-일본제국은 지금까지 부당하게 얻은 모든 식민지를 원래의 주인에게 반환하고 프랑스에게 배상금을 지불한다.
-일본제국은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민들의 뜻에 의해 정부를 재구축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수립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프랑스는 이 모든 일이 마무리 된 뒤 일본 정부에 어떠한 불이익이나 경제적 보복을 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자잘한 선언들이 있었지만 일단 굵직한 것들을 추려보면 이쯤 됐다.
이에나리의 말을 듣고 실제로 전문을 읽어보기까지 한 곤도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의문을 보였다.
“나폴레옹 대원수가 정말로 이 모든 사항에 동의를 했단 겁니까?”
“그랬으니 내가 이걸 들고 오지 않았겠나.”
“저희로서는 바라마지 않을 조건이기는 한데···총리께서는 이 모든 걸 받아들이시겠다는 거로군요.”
“당연하지. 나폴레옹의 의도는 결국 명확했네. 우리가 항복을 하지 않는다면 일본 열도 전체를 아사시킬 작정으로 봉쇄를 지속할 거라고 하더군.”
“민간인 사망자가 어마어마하게 나올테니 그 방법은 지속 못할 거라는 게 중론 아니었습니까? 누가 먼저 물러서는지 기싸움을 하려는 걸로 이해하고 있었는데요.”
신민들의 목숨을 장기말 삼아서. 라는 말을 꾹꾹 눌러담은 곤도가 이에나리를 쏘아보았다.
건방지기 짝이 없는 시선이었지만 이에나리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미 이면협상으로 자신의 목숨은 보장이 됐는데 이런 왈왈거리는 개소리쯤이야 기분좋게 흘려넘기면 그만이다.
“당연히 프랑스도 수십만에 달하는 아사자를 낼 생각은 없겠지. 하지만 이들은 이 시민들의 분노를 황실로 돌리려는 교묘한 선동을 함께 병행하려는 듯했네. 실제로 대한제국은 이 노림수에 걸려서 지금 사방에서 폭동이 들끓고 있더군.”
“아~그러니까 자신들이 아니라 이쪽의 시민들이 정부를 뒤엎게 만드려는 계략이라는 거군요. 이해가 됐습니다.”
일본의 사정은 대한제국보다는 나았지만 이쪽도 겨울이 다가오면 더는 장담할 수 없다.
엄동설한의 추위에 식량까지 부족한데 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정부가 자존심을 세우겠다고 끝까지 항복을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역사에 유례가 없었던, 시민의 손에 끌려 내려가는 권력자들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애석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악마적인 계획을 짜고 실제로 시행하는 이상 나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네. 우리 개인의 안위야 몰라도 이 황실만큼은 끝까지 지켜내야 하지 않겠나? 그런 각오로 나는 나폴레옹의 앞에 무릎을 꿇었고 이 합의문을 받아온 것이지.”
“오오오! 역시 총리님이십니다.”
“총리님의 충심은 제국의 역사에 길이길이 회자될 겁니다.”
왠지 모양새가 총리가 모든 걸 뒤집어쓰고 물러나는 그림이 되자 대신들이 앞다투어 아부를 쏟아냈다.
반대로 천황은 솟구치는 경멸감을 억누르며 총리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다른 건 몰라도 이에나리가 천황제의 유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서였다.
그가 정말로 그 정도의 충신이었다면 천황을 이런 장식용 허수아비로 만들어 놓았겠는가.
자신의 손에 있는 권력을 절대로 놓지 않을 인간이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게 뭔가 수상했다.
‘혹시 다른 꿍꿍이속이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천황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늘 그랬듯이 대신들의 뜻에 맞춰주며 적절한 균형을 찾아보는 수밖에.
“황실을 지키려는 총리의 마음이 너무나 가상하여 눈물을 금할 수가 없도다. 내 그 높은 뜻을 헤아려 조금이라도 더 신민이 고통받지 않도록 속히 뜻을 정하겠노라. 프랑스에게 황실은 그들의 요구대로 무장을 해제하겠다 전하라.”
천황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신들이 땅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아내며 통곡을 해댔다.
그 가짜 눈물을 내려다보는 천황은 지금까지 품고 있었던 낙관적인 생각을 조금 수정할 필요를 느꼈다.
어쩌면 항복은 끝이 아닌 진정한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일지도 모른다.
※※※
천황제를 유지하기 위해 순순히 항복한 일본제국과 달리, 대한제국의 내부사정은 좀 더 역동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류 장군. 내 오늘 각지에서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괴담을 접했는데 그런 일은 없다고 하지 않았나?”
“자그마한 소요에 지나지 않습니다. 폐하.”
가까스로 복건성에서 탈출해 본국으로 돌아온 류효원은 현재 나날이 불어나는 폭도들을 진압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게 황제의 귀에 들어가는 순간 저 유약한 인간은 분명 항복을 입에 올릴 게 뻔해 제대로 된 정보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어딘가에서 현재 돌아가는 사정을 주워듣고 또 지레 겁을 집어먹은 모양이다.
“폐하. 광동에 다녀온 정총리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현재 저쪽도 이쪽의 필사적인 저항에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버티면 분명 저쪽도 이쪽에 슬슬 협상하자는 제안을 건낼 겁니다.”
나폴레옹과 만나고 온 정약용은 나폴레옹은 절대 이쪽을 봐줄 생각이 없다는 걸 분명히 알렸다.
황실은 몰라도 이 전쟁을 주도한 자들은 전원 사형대로 올려버리겠다는 것이다.
이 순간 류효원에게 퇴로는 막혔다.
그가 죽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이쪽이 사정하는 형태가 아니라 저쪽이 부르는 형태로 협상장에 들어가야 한다.
시민들 수십만, 아니 수백만이 죽더라도 어쩔 수 없다.
본이 국가가 존재해야 국민 또한 존재하는 법 아니겠나.
그렇게 뜻을 맞춘 군부는 지방의 폭도들을 진압하는데 전력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군부의 적은 적군이 아니라 쌀을 달라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었다.
일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가 싶지만 다행히도 군부의 주요인사들은 물론 그 깐깐하던 정약용마저 인정해주었다.
‘혼자 고고한 척 하고 있었어도 결국 제 목숨이 아까운 건 마찬가지였던 게지.’
어쨌거나 황제는 지금처럼 시민들은 기꺼이 목숨을 초개처럼 버려가며 프랑스에게 저항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알고 있으면 된다.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프랑스가 죄없는 시민들을 학살했다고 역으로 공작을 해서 여론 몰이를······.’
이건 좀 괜찮은 생각이다 싶던 찰나, 저 멀리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전이 코앞인데 어느 정신나간 놈이······!”
버럭 역정을 내며 소동의 원인을 파악해 보라 외치려 했으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문이 벌컥 열리며 총을 든 군인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무기를 들고 들어오느냐! 책임자는 누구인가!”
군부의 수반인 류효원이 서슬퍼런 노성을 내질렀으나 군인들의 얼굴에는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곧이어 그들의 뒤에서 익숙한 얼굴이 앞으로 나오며 혀를 찼다.
“책임자는 나이니 군인들에게 너무 뭐라 하지 말게.”
“정 총리? 당신 미쳤소? 폐하의 앞에서 이게 무슨 행패란 말이오!”
“미친 건 내가 아니라 자네지. 지금까지 폐하의 눈과 귀를 막고 거짓된 사실을 고한 이에 비하면 지금 내 행동은 무례 축에도 끼지 못하지 않나?”
“거짓된 사실?”
아직 사태 파악이 다 안된 황제가 어리둥절해하며 묻자 정약용이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현재 대한제국의 국토 전역에서 백성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중입니다. 물론 대규모 폭동으로 이어진 건 소수에 불과하지만 류효원은 군부에게 이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발포허가까지 내렸죠.”
“정 총리! 그건 당신도 납득한······.”
“이미 군부 인사들은 저와 말을 맞춰놨기에 그런 바보 같은 명령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저런 자가 폐하의 판단력을 흐리게 둘 수는 없는 노릇. 때문에 이렇게 무례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점을 용서해 주십시오.”
정약용은 황제의 말을 더 기다리지도 않고 부하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지금부터 국가를 위기로 몰고간 반역자의 신병을 구속하겠습니다.”
“이 미친놈들이 기어이 국가를 들어다가 프랑스에 가져다 바치려고 하는구나! 폐하, 속으시면 안 됩니다! 이 자들은 국가를 프랑스에게 넘기고 본인들만 살아나가려는 매국노입니다! 저는···읍읍!”
류효원은 끝까지 말을 다 잇지 못하고 결박당해 밖으로 끌려나갔다.
그의 죽일 듯한 시선을 받은 정약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니까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했어야지. 하긴 일이 이 지경까지 오도록 놔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이미 정약용과 뜻을 함께하는 군부는 병사들을 풀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주전파들의 신병을 대부분 확보했다.
경복궁까지 장악한 이상 이제는 진짜로 거리낄 게 없다.
정약용은 눈을 질끈 감고 지금까지 대한제국의 상징이었던 황제를 향해 선언했다.
“폐하. 전국 각지가 도탄에 빠지고 죄없는 백성들의 피가 너무나도 많이 흘렀습니다. 일이 지 경까지 오게 된 데에는 간신들만이 아닌 폐하의 책임 또한 있다는 걸 부정할 수가 없사옵니다!”“···뭐라?”
반쯤은 강건너 불구경으로 보고 있던 황제의 입이 딱 벌어졌다.
“지금 네놈들 설마 반정을 한다는 구실로 병사를 일으킨 것이냐! 청의 제후국에 불과했던 조선을 제국으로 일으킨 내가 군주의 자격이 없다고. 감히 그렇게 말하는 것이냔 말이다!”
“폐하. 군인들이 시민을 향해 총을 쏜 순간 이미 더는 손을 쓸 수가 없게 됐습니다.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성난 군중이 황실을 가만놔두지 않을 겁니다.”
“짐이 곧 대한제국이거늘 감히 누가 나를 비난한다는 말이더냐!”
“전쟁은 대한제국이 프랑스를 상대로 선포한 것. 그렇다면 대한국···아니, 대한민국이 된다면 저희도 프랑스와 협상할 명분이 서게 될 겁니다.”
조선 때부터 왕을 섬기며 왕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는 걸 미덕이라 여겨왔다.
존경해마지 않았던, 아니 지금도 마음속으로 숭배하고 있는 선왕의 아들에게 이런 선고를 내리는 정약용의 마음이 편할리는 없었다.
그러나 나라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
정약용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구시대와의 작별을 고했다.
“모든 백성들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이만 내려와 주십시오. 이 나라는 이제 황제를 필요치 않습니다.”
황제의 나라가 아닌 국민의 나라로.
수천년간 뿌리내렸던 동북아시아의 체제가 마침내 거대한 파도에 쓸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