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47)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약속된 미래 >(347/355)
< 약속된 미래 >
프랑스 역대 최초의 양군통합 대원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이제 여기에 동북 아시아 임시 군정 사령관 타이틀까지 달게 된 그는 요새 한가지 습관이 생겼다.
바로 최고로 멋진 자세로 담배를 피우는 것이다.
사실 본국에서는 이렇게 담배를 피기 힘들었다.
크리스티앙이 담배는 건강에 좋지 않다며 극도로 꺼렸기 때문이다.
나폴레옹도 담배를 싫어하는 편이라 굳이 아쉬울건 없었다.
하지만 프랑스 밖에서는 담배를 멋지게 피우는 게 곧 멋들어짐의 상징이다.
당장 광동 프랑스에서도 그가 담배를 피는 자세가 멋지다는 찬사가 날이면 날마다 줄을 이었다.
담배는 싫지만 품격있는 정치인으로서의 그림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피는척 할 수 있다.
전쟁을 아름답게 마무리 짓기까지 하니 싫었던 담배연기도 왠지 향긋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깔끔하게 마무리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이것도 다 총독님이 열심히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로베스피에르와 나폴레옹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미소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치켜올렸다.
나폴레옹은 그토록 원했던 명예를 얻었으니 좋고 로베스피에르는 이걸 빌미로 본국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었으니 그저 기뻤다.
둘은 딱히 경쟁자도 아니었으니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대원수께서는 이제 곧 떠나시겠군요. 일본제국과 대한제국 중 어디로 먼저 가실 겁니까?”
“그게 좀 애매하긴 하더군요. 정치인은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하던데 저는 아직 초보라서.”
“폐하께 의논은 해보셨습니까? 정 그러면 대한제국과 일본제국의 임시 사령관을 따로따로 두는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요.”
“크흠···그건 좀. 어쨌든 두 나라는 전부 제가 관리할 겁니다.”
로베스피에르는 동북아시아 임시군정 사령관을 둘로 쪼갤 수는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느꼈다.
하긴 자신이었어도 저런 감투는 독식하고 싶었을 테니 충분히 이해는 간다.
“아···그러면 생각이 많아지긴 하겠네요.”
“폐하께서 좀 알려주시면 좋을 텐데 수수께끼 같은 말씀만 하시고 직접적인 조언은 하지 않으시더군요.”
“뭐라고 하시던가요?”
“제가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 아시아가 어떤 길로 나가야 할지 생각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냥 알기 쉽게 말로 해주면 좋을 텐데 꼭 왕의 조언은 이런식이다.
나폴레옹의 불평을 들은 로베스피에르가 헛웃음을 흘렸다.
“진지하게 정치를 해보려면 이 정도는 해내보라는 뜻 아닐까요?”
“그건 그렇지만······.”
“대원수님의 영향력은 생각보다도 더 큽니다. 다음 총선에서 의회에 입성하신다면 엄청난 힘을 휘두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제 꼴이 되고 싶지 않으시다면 신중하게 행동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충고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러고보니 로베스피에르와 당통은 크리스티앙이 자리를 비운틈에 폭주할뻔했다가 한번 제지를 당한적이 있었던가.
“폐하라면 대원수님의 정치력에 의문을 가지는 순간 실권이 없는 명예직을 안겨주고 끝내실 겁니다.”
“···역시 그렇겠죠?”
왕은 자신의 사람은 확실하게 대우를 해주지만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실권을 주지는 않는다.
나폴레옹이 여기서 능력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로베스피에르의 말마따나 총리 자리는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아시아가 어떤 길로 나가야 좋을지 나폴레옹이 알게 뭔가.
프랑스가 어떤 길로 가야할지도 깊이 고찰해 보지 않았는데 아시아가 오른쪽으로 가든 왼쪽으로 가든 가다가 엎어지든 지네 맘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이렇게 말했다가는 그 즉시 전쟁하느라 수고했고 이제 본국으로 돌아오라는 지령이 떨어지겠지.
“일단은 대한제국과 일본제국을 둘다 둘러본 뒤 결정을 해보겠습니다. 어딜 먼저 갈지는 조금 꾀를 부리면 되겠죠.”
나폴레옹은 물고 있던 파이프 담배를 입에서 빼고 지도를 응시했다.
“먼저 항복한 만주국을 챙겨줄 겸 만주쪽에 먼저 들러서 차후의 일을 의논해봐야겠습니다. 그 다음 가까운 순으로 한바퀴 돌아서 광동으로 오면 되겠죠.”
“나쁘지 않은 방법이네요. 만주를 들리면 당연히 대한제국, 일본제국 순으로 도는 게 정상 동선이니까요.”
“그렇죠. 절대로 둘 중 어느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든가 하는 티는 나지 않을 겁니다.”
엄밀히 따지면 이건 제대로 된 정답은 아니었다.
크리스티앙이 요구한 최선의 답을 내는 걸 회피하고 어물쩍 넘어간 거니까.
하지만 정치란 게 원래 무조건 최선의 길만 고를 수는 없는 법 아니겠는가.
최악보다는 차선의 길로 가는 것도 정치인의 미덕이라 믿는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신묘한 한수에 스스로 감탄하며 동북으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
대한제국의 수도였던 한성.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다른데?”
정식으로 항복문서에 조인하기 위해 대한제국을 찾은 나폴레옹은 뜻밖의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우오오오! 나폴레옹!”
“대한의 해방자 나폴레옹!”
“우리에게 자유를!”
혹시라도 민간인들이 침략자 프랑스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면 어떻게 처리할까 논의를 했던 게 바보짓이었다.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몰려나온 시민들은 위풍당당하게 백마를 타고 온 나폴레옹의 이름을 연호하며 꽃다발까지 뿌려댔다.
“···우리는 침략자가 아닌가?”
어이없어하는 나폴레옹의 물음에 비서관이 작게 속삭였다.
“대한제국 황실이 쿠데타로 박살나지 않았습니까. 저쪽에서는 아마 악의 축은 구황실이고 프랑스는 잘못이 없다는 여론을 퍼트렸나 봅니다.”
“수완이 괜찮구만. 우리로서는 편하게 되었어.”
이렇게 여론이 협력적이면 무난하게 전후수습도 할 수 있고 프랑스의 이권도 확실하게 챙겨갈 수 있을 터.
그리고 그건 전부 나폴레옹의 공이 된다.
주인을 잃은 경복궁의 앞에 당도한 나폴레옹 일행을 정약용이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다시 뵈니 반갑습니다. 총리님.”
“아, 지금은 총리가 아닙니다. 대한제국은 이제 없으니까요. 지금 직책은 대한민국 비상대책의원회의 의장입니다.”
“대한민국.”
나라의 주인이 황제에서 시민으로 바뀌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인가.
나폴레옹은 이보다 더 노골적일 수 없는 이름에 살짝 웃음이 나왔다.
“그럼 의장님이라 하죠. 의장님, 안타깝긴 하지만 이름이 바뀌었다는 걸로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는 없습니다. 알고 계시겠지요?”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고 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렸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거야 당연히 고려해드려야죠.”
솔직히 말하면 쾌재라도 지르고싶은 심정이다.
패전국 황실의 처리는 승전국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부담이었다.
당장 나폴레옹은 아직도 일본제국의 황실을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실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아니,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알지만 그러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일지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다.
만주국이나 베트남은 일찍 항복을 한 대가로 입헌군주국으로나마 황실을 남겨주기로 결정했지만, 일본은 다르니까.
그러니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자기네들이 알아서 황실을 치워버린 대한제국이 얼마나 예쁘게 보이겠는가.
“그러면 대한제···아니 민국은 앞으로 왕정이 들어설 일은 없는 겁니까?”
“예. 일단 시민들이 그걸 원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아주 단단하게 학을 뗐으니까요. 저기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미합중국의 선례를 따라서 대통령제를 도입해보려고 합니다.”
“대통령제라······.”
여기서 바로 확답을 줄 수는 없지만 아마 본국이 바라는 최상의 결과가 나온 게 아닐까.
어떻게 되는 대로 했는데 이렇게 착착 흘러가다니 그 동안 자각하지 못했던 정치적인 재능이 마침내 개화한 것인가.
“우선 본국에서 연락이 오는 걸 기다리도록 하죠. 그동안은 항복문서에 정식으로 조인을 하고 임시군정을 설치해서 대한제···아니 민국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겸사겸사 전쟁 배상금도 뜯어가고 이쪽이 대여해준 무기들도 전부 몰수해야겠지만.
대한제국은 무난하게 처리되겠다는 확신이 선 나폴레옹은 이제 교토쪽으로 눈을 돌렸다.
대한제국을 대통령제로 만들어버렸으니 이제 명분도 섰다.
옆나라가 이렇게 됐는데 너네도 양심적으로 같은 길을 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면 저쪽도 쉽게 뭐라하지 못할 테니까.
두 국가를 무난하게 개조하고 귀국하면 크리스티앙도 인정을 해줄 테니 이대로 총리직까지 최단거리로 직행······.
“우와아아아아!”
“죽여라! 죽여!”
“항복 따위 있을 수 없다!”
“천황께서 결정하신 일에 토를 단 역도들을 모조리 주살하라!”
“웃기지 마라! 항복이 폐하의 뜻일 리가 없다! 자신들만 살자고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들!”
대한제국과 비슷한 분위기일 거라 예상했던 나폴레옹은 바다를 건너 날아온 교토의 소식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내전이 벌어졌다고?”
“내전이라고 해야할지···그냥 자기네끼리 치고받고 싸우면서 교토를 개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이보게. 우리는 그걸 내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네.”
“하지만 저쪽의 황제가 항복하기로 했고 대신들도 뜻을 모았다고 하니 놔두면 알아서 잠잠해질 겁니다.”
“흐음······.”
직접 가서 본 게 아니라 완벽하게 파악한 건 아니었어도 대강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가 갔다.
흔히 말하는 최후의 발악 뭐 그런 거겠지.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훼까닥 돌아버렸다는 건 어디까지나 핑계일뿐.
진짜 목적은 이 모든 걸 황제를 잘못 보필한 자들의 책임으로 돌리고 이틈에 정권을 탈취하려는 거다.
따지고 보면 정약용이 일으킨 쿠데타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혼란한 틈을 타서 전쟁에 책임이 있는 자들을 찍어내고 새로운 권력을 수립하려는 것까지는 똑같다.
하지만 황제를 신성시하지 않는 대한제국은 황제를 찍어냈다.
반대로 황제를 인신으로 모시는 일본제국에게는 처음부터 황제를 쳐낸다는 선택지 자체가 없었다.
“이미 다 끝났는데 진짜 끝까지 귀찮게 하는군. 이쪽이 개입하지 않아도 상관없겠지?”
“예. 반란을 일으킨 자들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간신들에게 사로잡힌 천황을 구출하겠다는 거니까요. 천황이 이쪽의 뜻대로 항복하다겠고 한 이상 저들의 주장은 근본부터 틀려먹었습니다. 곧 와해 되겠죠.”
“만약 우격다짐으로 황실을 점령하고 결사항전을 주장한다면?”
“그러면 바라는 대로 죽음을 결정하게 해주면 되지 않을까요?”
사실 일본의 내전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게 맞다.
다만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저 정도의 반응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데에서 일본에 뿌리깊게 내린 인식의 편린을 엿볼 수 있었다.
일본인에게 천황제는 단순한 군주제도가 아니라 신앙과도 같다.
그렇다고 실권이 있는 건 아니니 입헌군주정의 군주와 바티칸의 교황을 적절히 버무려 놓으면 저런 모양새가 될까.
물론 나폴레옹은 상대가 설령 교황이든 뭐든 개의치 않았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교황이 정신을 못차리면 그냥 로마를 침공해서 교황청을 박살내버릴 마음도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교황이란 제도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일본제국에서 천황제를 분리한다는 게 얼마나 큰 일인지 이해는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이런 이유로 현 천황만 폐위시키는 정도로 끝내고 일본은 그냥 입헌군주정으로 놔두자는 제안을 올릴까 고민도 했다.
천황제를 섣불리 없앴다가 너무 강한 역풍이 부는 걸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지금까지는.
나폴레옹은 크리스티앙이 요구했던 문제의 해답을 마침내 급전으로 띄워보냈다.
-일본제국의 제정을 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