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48)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뒤로 넘어져도 베게 위에 넘어지면 그만이다 >(348/355)
< 뒤로 넘어져도 베게 위에 넘어지면 그만이다 >
보통 워라밸이 보장되어 있는 사람들은 귀찮은 출장이 잡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같이 과로에 시달리는 이가 합법적인 장기 해외출장을 갈 수 있다면?
인터넷도 없는 시대라 필연적으로 해외에 있는 동안 업무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면?
“아시아의 전권을 대원수에게 주긴 했지만 최종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어야 더 효율적인 일처리가 가능할 것 같은데.”
“그러면 폐하의 대리인을 보낼까요? 외무장관 정도면 적당할 거 같습니다.”
“아니. 앞으로 동북아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한 자리니 내가 직접 가야지.”
“그러면 그 동안 본국의 일처리는 누가하죠?”
“총리와 장관들이 잘 협업해야지. 그러니 순방 일정을 좀 잡아야겠어.”
무조건적으로 떠나려는 자.
“폐하, 죄송하지만 그건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그냥 외무장관을 보내시죠. 탈레랑은 충분한 능력이 되는 사람입니다.”
“그렇습니다! 폐하께서 계시지 않는다면 또 장관들끼리 자존심 싸움을 벌이지 않겠습니까.”
“장관들만이 아니라 의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외무부 장관을 보내시죠.”
무조건적으로 붙잡으려는 자.
물론 후자쪽이 머릿수가 좀 더 많아서 이쪽이 조금 불리하긴 했다.
한마디를 하면 네다섯 마디가 돌아오니 물량전에서 이기기가 힘들다.
물론 지금 장관들이 필사적으로 만류하는 건 정말로 일이 잘못 꼬일까봐 염려하는 게 아니다.
저번 전쟁 이후 내가 없을시에도 최적의 상황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두었다.
내가 몇 달 자리를 비운다고 엘랑해버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았다.
다만 지금보다 일이 많아지겠지.
솔직히 저번 선위부결 사건때야 내가 여러 가지로 해놓을 게 남았기 때문에 못이기는 척 받아들인 면이 없지않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내가 물러나지 못하는 이유는 전적으로 이놈들 탓이었다.
물론 서로가 철저하게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명분을 쌓아야했기에 점점 이유만 거창해져 가는 중이다.
“아시아는 우리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곳이라는 걸 모르나? 단순 인구로만 따지면 유럽보다 아시아가 월등하단 걸 잘 생각해보게. 지금부터 확실하게 기틀을 잡아둬야 우리가 먼 미래에도 지금의 성장동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니까?”
“그러니까 외무부 장관에게 그 사실을 철저히 주지시키면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무려 폐하께서 십년이 훌쩍 넘도록 총애하시는 장관에게 그런 능력이 없을리가요.”
“아니, 그러니까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지위의 문제라는 거지.”
“그렇습니다, 폐하. 바로 그 지위 때문에 안 되는 겁니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와 전쟁을 한 곳입니다. 아무리 철저하게 대비를 해도 어떤 불경한 자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문화부 장관의 말이 옳습니다! 게다가 요새 조선기술이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바다란 변덕스러운 존재입니다. 저희는 만에 하나의 가능성까지 전부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난 암살이나 사고사에는 면역이라고.
속시원하게 까발리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치매온 노인네 취급을 받을 테니···아니, 그렇게 은퇴하면 오히려 좋은가?
순간 혹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물러나는 건 그림이 좋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네.
이렇게 이번에도 내 패배로 끝나나 싶었던 순간, 아시아에서 나를 구원해줄 한 장의 서신이 날아왔다.
대한제국은 물론 일본제국에서조차 천황제를 폐해버리겠다는 나폴레옹의 야심찬 그림.
넌지시 암시를 주었더니 역시나 찰떡같이 알아듣는구만.
믿고 있었다고 나폴레옹.
“타국 황실의 문을 닫으려면 이후 여러 가지 준비를 해둘 필요가 있겠지.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는 이상 내가 직접 갈 필요가 있으니 다들 그렇게 알고 있게.”
“······예.”
“아니, 대원수 너무 과한 거 아닙니까? 전쟁에서 이겼다고 아예 황실을 폐하는 건 선 넘은 거 아닌지······.”
“그냥 군국주의자들의 씨만 말려도 될 거 같은데······.”
장관들은 뒤로 툴툴거리긴 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모르는 바보들은 아니었다.
나는 씰룩거리려는 입가를 억지로 누르고 차분하게 회의를 마무리지었다.
크~이게 얼마만의 휴가냐.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린 곳은 아시아의 전장만이 아니다.
떠나는 자와 남겨진 자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파리의 날씨가 오늘따라 더욱 화창하게 느껴졌다.
※※※
과거에 대한제국이었던 나라.
이제는 대한민국으로 이름을 바꾼다는 나라의 수도에 도착하니 성대한 환영인파가 나를 반겼다.
전쟁에서 진 나라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열렬한 환호와 박수가 쏟아지니 무슨 같은 승전국의 개선행사에 온 느낌이었다.
“폐하! 이리 와주시다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째 프랑스에서 뵀을 때보다 혈색이 더 좋으신 것 같습니다.”
“그런가? 역시 휴식만한 보약이 없다니까.”
비행기 같은 게 없는 시대라 아시아까지 오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지겹다는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 즐거운 출장 바캉스를 끌 수 있는만큼 끌고 싶다는 욕망만이 있을뿐.
“그나저나 이 땅에 이렇게 다시 발을 디딜 줄 은 몰랐는데 감회가 조금 새롭긴 하네.”
“예? 이전에 와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저번에 아시아에 오셨을 때는 북경과 홍콩쪽만 왔다갔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그냥 실없는 소리였으니 흘려듣도록.”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이야기다.
사실 이곳에 올 때만 하더라도 뭔가 더 북받치는 감정이 있을 줄 알았는데 까고 보니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신기하다고 해야할까.
새롭게 재건된 경복궁과 광화문의 웅장한 모습을 보니 역사덕후로서의 웅심이 끓어오르는 건 있었다.
물론 내 사정을 알 리가 없는 나폴레옹은 신나게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제가 폐하의 심중을 완벽히 헤아려 최적의 전략을 세웠습니다. 결국 대한제국이 스스로 황실을 끌어내리고 민주정의 길을 걷기로 했으니 이보다 더 잘된 일이 어디있을까요. 하하하!”
“그렇긴 하지. 우리 입장에선 아주 최적의 결과를 받아들게 됐어. 솔직히 자네가 대한제국과 일본제국을 박살낼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뒤처리가 매끄러울 줄은 몰랐는데.”
“사실 저도 놀라긴 했습니다. 아무래도 폐하의 곁에 계속 있었더니 저도 성장한 게 아닐까요?”
나폴레옹은 신나게 웃음을 터뜨리며 자신이 직접 주안상을 차렸다.
“최근에는 여기에 온 기념으로 이들의 문화대로 술상을 차려보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아주 좋아하더군요. 폐하께서도 드셔보시죠.”
“당연히 그렇겠지.”
확실히 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나폴레옹도 눈치가 많이 좋아지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곳에서 가장 잘 먹히는 방법이 뭔지는 모를 터.
나는 시범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을 불렀다.
어지간히도 이쪽 동향에 신경을 쓰고 있었던지 무려 정약용이 직접 와서 허리를 굽신굽신 숙였다.
“폐하!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참으로 영광입니다. 다른 이도 아니고 폐하께서 직접 오시고 뒷수습에도 힘을 보태주신다니 참으로 각골난망하옵니다.”
“괜찮네. 자네들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으니 우리도 인정을 해줘야지. 물론 늦게 항복을 한 건 사실이니 베트남이나 만주만큼은 봐줄 수 없다는 건 이해해주게.”
“물론입니다! 저희는 그냥 폐하가 여기 계시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혹시라도 바라시는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십시오.”
“어차피 실무는 대원수가 다 알아서 할 테니 그쪽과 이야기를 하게.”
나는 정약용이 보는 앞에서 전통주를 쭉 비우고 보란 듯이 김치까지 집어먹었다.
내 표정을 유심히 살피던 정약용은 이쪽의 반응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자 잽싸게 물었다.
“음식은 입에 맞으십니까? 방금 드신 건 김치라고 저희들이 즐겨먹는 발효음식인데 혹시라도 입에 맞지 않는다면 바로 치우겠습니다.”
안 그래도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판을 깔아주다니 운이 좋구만.
유구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두유노우 김치 레파토리의 역사에 나 역시 준비된 반응으로 응수해주었다.
“이거 맛있군. 아주 별미야.”
김치로 고기를 둘둘 말아 야무지게 입속에 집어넣은 나는 정약용을 비롯한 모든 이가 볼 수 있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김치! 맛있어요!”
“오오오!”
“폐하의 입에도 맞으시군요!”
이 마법의 주문 한마디에 긴장하고 있던 대한민국 임시관료들의 얼굴이 활짝 펴졌고, 나폴레옹은 이 극적인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좋아. 이제 며칠 내로 프랑스의 왕이 김치를 먹으며 극찬했다는 미담이 수도 내에 쫙 퍼질 거다.
이걸로 최소 프랑스에 대한 호감도가 2단계는 올라갔다.
“자자, 그러면 나는 대원수와 밀린 이야기를 할 테니 다들 내일 행사장에서 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저녁 보내십시오!”
부담이 한결 가신 얼굴로 인사를 건넨 정약용과 관리들이 나가자 나폴레옹이 의문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저게 진짜로 맛있습니까?”
“자네한테는 별로 맛이 없을 걸? 차라리 밥이랑 같이 볶아서 먹으면 그건 좀 입에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데 폐하께서는 굉장히 잘드시는군요.”
“나폴레옹, 이 나라에서는 외국인이 김치를 잘먹으면 그것만으로도 호감도가 폭발적으로 올라간다는 걸 알아두게.”
슈퍼쏘니도, 지성팍도, 유나킴도, BTS도 없는 시대이지만 김치의 존재는 미래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다.
모르긴 몰라도 나폴레옹이 이곳에서 며칠동안 뒹굴면서 작업을 한 것보다 내가 방금 던진 한마디가 훨씬 더 영향이 컸을 거다.
“역시 폐하십니다. 이곳에 오시기 전에 철저히 연구를 하고 오신 거로군요.”
“그렇다고 해두지. 그래도 빈말이 아니라 나도 정말로 놀랐지 뭔가. 자네가 대한제국은 몰라도 일본제국까지 민주정으로 만들 생각을 하다니.”
일본에서 천황제를 없애야겠다는 생각은 나도 머리로는 하고 있었다.
다만 천황이란 존재는 일본에서 민간신앙과도 같은 존재였기에 이걸 성공적으로 뿌리뽑을 수 있다는 확신까지는 없었다.
“일본의 현 체제는 군국주의가 싹트기 쉬운 환경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일단 되든 안되든 대개조를 해봐야겠죠. 그리고 대한제국과 일본제국이 민주정이 되면 우리쪽도 큰 이익을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걸 자네가 간파하다니 아주 놀라워.”
사실 대한제국이나 일본제국이 대한민국과 일본 민주주의 공화국이 된다고 잘 굴러간다는 보장은 없었다.
아니, 십중팔구는 개판이 난다.
민주정이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일정 이상은 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변질된 민주주의 호소국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제국이나 일본제국의 수준을 봐서는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도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직접선거는 어불성설이고 미국처럼 간접선거를 하는 것도 여의치 않을 거다.
“새롭게 생길 대한민국이나 일본은 스스로 민주정을 정착시킬 역량이 없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당분간은 소수의 유능한 사람이 끌어가는 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것도 우리의 지원이 없으면 쉽지 않겠지.”
“······.”
“그러니까 앞으로 이 두 나라를 이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우리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프랑스의 관점으로 세계를 보는 유능한 지식인들이 될 수밖에. 이런 문화가 초기에 뿌리를 내리면 장기적으로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안봐도 뻔하지. 자네도 이런 그림을 그렸으니 민주정을 도입하려 한 것일테고.”
“···물론···이지요. 하하···하. 제가 노린 게 바로 그거였습니다.”
아, 이 놈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었구나.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나폴레옹의 빈 잔에 술을 가득 따라주었다.
의도가 됐든 좋은 게 좋은 거니 이번에는 그냥 모르는 척 넘어 가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