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35화 체크메이트다 (2)(35/355)
체크메이트다 (2)
왕족 살해미수.
이 말이 얼마나 위협적이고 심각한 단어인지 이 자리에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쥐죽은 듯 주변이 고요해지고 오직 적막만이 주변을 집어삼켰다.
“···왕족 시해······.”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천둥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
그걸 기점으로 산발적으로 웅성거리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에스터하지 대령이······?”
“호위 책임자가 전하를 시해하려고 했다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전후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이었다.
지목당한 에스터하지의 얼굴을 보니 언어로 형언하기 힘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최대한 태연하게 보이려 애쓰고 있지만 동요하는 게 다 티가 난다.
“와, 왕자 전하?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습니다.”
분절돼서 뚝뚝 끊기는 목소리가 불쌍할 정도네.
저 정도면 세 살짜리 아이가 와서 봐도 당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것 치고는 내가 나타났을 때 거의 귀신을 본 표정이던데. 내가 무사하다는 게 그렇게나 놀랄 일이었나?”
“아, 아닙니다. 저는 그저 전하가 갑자기 나오실 거라고는 예상을 못 해서···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아무 문제도 없었다면 지금까지 모습을 보여주시지 않을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정상적이라면 베르젠 백작처럼 반응했겠지. 병사들을 끌고 온 건 명백하게 내가 잘못됐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 아닌가.”
카우니츠도 이미 한 번 지적했었던 사항이다.
나까지 그걸 물고 늘어지자 주변에서도 점점 에스터하지를 의문 섞인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전하의 안위를 확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고작 이것 하나로 제가 전하를 해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는 건 너무나 억울합니다!”
“그래? 하긴 증거도 없이 사람을 살인미수범으로 몰면 억울하긴 하겠지.”
“만약 제게 혐의가 걸려있다면 기꺼이 자진해서 조사를 받겠습니다. 저는 정말 무고······.”
“아니. 조사를 할 필요는 없어.”
처음에는 쩔쩔매면서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을 감상해볼까 했는데 생각만큼 내 인내심이 훌륭한 편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뭘 착각하는 모양인데. 나는 방금 네 반응을 보고 대충 때려 맞춘 게 아니야. 이 자리를 마련한 건 그냥 네가 얼마나 얼빠진 얼굴을 할지 구경이나 해보잔 생각으로 만든 거거든. 네가 뭘 할지는 이미 한참 전부터 다 알고 있었다고.”
“···억울합니다. 저는······.”
“억울한 게 아니고 궁금하겠지. 어떻게 어제 독이 든 와인을 퍼마신 인간이 이렇게 멀쩡하게 서 있는지.”
정확히 와인을 콕 짚어서 이야기하자 이 악물고 혐의를 부정하던 에스터하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단순히 취조하는 게 아니라 사전에 분위기를 다 조성해 놓은 덕분에 심리적인 압박감이 훨씬 크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아무리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해도 정말로 저놈이 다 알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면 사람은 동요하기 마련이다.
“···와, 와인이라니 저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제가 전하에게 드린 선물은 청나라에서 들여온 차였습니다! 독을 탄 와인으로 누군가 전하를 해하려 했다면 그건 더욱 제가 아니겠지요.”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병신도 아니고 자기가 선물한 음식에 독이 들어있으면 당연히 그 사람이 의심받을 텐데 그딴 짓을 하겠어?”
“······.”
이전 회귀에서 내가 가장 우선했던 건 바로 어느 음식에 독이 들어있는지를 특정하는 것이었다.
그것만 알면 흉수가 누구인지는 쉽게 추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연회에서 먹은 음식은 제외했다.
수많은 귀족이 자리한 곳에서 정확히 나만을 저격해 음식에 독을 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성이 떨어졌다.
잘못하기라도 했다가는 대참사가 날 수 있다.
테레지아나 요제프 2세가 범인이었다면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닌 시점에서 이 경우의 수는 배제해도 좋았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남은 건 내게 개인적으로 들어온 선물들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범인이 머저리가 아니라면 자기가 선물한 음식에 독을 탈 리가 없다.
죄를 덮어씌우려고 타인의 선물에 독을 탈 가능성도 의심해 보았으나, 프랑스 쪽이 범인이라면 이 역시 가능성은 낮았다.
일단 자기가 속한 진영에 의심의 총구가 향하는 건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막막했거든. 하지만 딱 한 가지 의문을 해결하고 나니 답이 보이더군. 나를 독살한 뒤 그 혐의를 저쪽에 덮어씌우려고 했잖아? 그러면 자연히 독을 탈 음식도 한정되기 마련.”
“아, 아닙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가장 유력한 후보는 와인이 되겠지.”
처음 독살당했을 때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내가 먹어보고 싶다고 말한 와인이 선물로 올라왔다는 것부터 수상쩍은 일이었다.
여기에 오스트리아 측에서 보낸 선물에 독이 들어있었다면 책임 전가하기도 손쉬울 터.
호위부실로 추궁을 당해도 어떻게든 넘어갈 핑계가 생긴다.
저쪽에서 작정하고 암살하려고 준비를 해놨는데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물론 테레지아는 사전에 그 정보를 포착하고 역공작을 할 준비를 해두었다.
저번 회귀에서는 거기까지 추론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미 시간이 너무 지난 뒤였다.
무엇보다 그저 심증일 뿐 무조건 확실한 사실도 아니었다.
게다가 테레지아와 협상할 카드조차 수중에 없었다.
이미 오귀스트와 마리의 결혼이 결정된 이상 오스트리아에서 머무는 동안 테레지아가 계속해서 날 보호해 줄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이번 죽음은 어떻게 넘긴다 쳐도 또 다른 위협이 온다면?
개복치마냥 툭 건드릴 때마다 죽어버리면 내 정신이 붕괴할지도 모른다.
회귀의 세이브 포인트가 오스트리아의 첫날로 계속 고정된다면 몰라도 시간이 흐른 상태로 넘어간다면 뒷수습도 불가능해진다.
차라리 깔끔하게 한 번 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걸 확실히 한 뒤 승부를 보는 게 최선이었다.
그래서 와인에 정말로 독이 들어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의심 가는 용의자들에게는 전부 사전에 다른 말을 해두었다.
만찬이 있을 다음날에는 중요한 행사가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신경 쓸 생각이라고.
여기까지는 셋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말했지만, 그 뒤 내용은 조금씩 다 달랐다.
에스터하지에게는 와인은 이제 질렸고 오스트리아의 전통주가 맛있다고 하니 손에 들어온다면 꼭 먹어보고 싶다는 말을 흘렸다.
샤를 그라비에에게는 음주를 하면 실수할 수도 있으니 술은 자제할 생각이라고 지나가듯 말했다.
베르몽 주교와는 왕실에서 즐기는 전통 음식 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냥 스쳐 지나가면서 한 말인 척했지만, 암살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은 가볍게 흘릴 리가 없다.
내가 무조건 먹을 거라고 확신하는 음식에 독을 타야 성공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만찬이 열린 저녁에 소소한 변화가 생겼다.
샤를과 베르몽은 내 말을 기억하고 자신들이 가져온 축하선물을 다른 종류로 바꾸었다.
셋 중에 에스터하지만 처음 회귀와 똑같이 홍차를 선물로 주었다.
내가 그에게 마셔보고 싶다고 했던 오스트리아의 전통주는 어느 귀족이 보냈다는 선물로 배달 되었다.
몇 가지 방법을 더 생각해 놓았지만 이 순간 거기까지 갈 필요조차 없어졌다.
나는 범인은 에스터하지가 맞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독이 들어있는 걸 알면서도 전통주를 마시고 첫날로 회귀했다.
오귀스트와 마리의 혼담이 확정되기 전에 그녀를 내가 취하기 위해서.
다행히 계획은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내가 합스부르크의 사위가 된 순간부터 오스트리아에서의 안전은 이제 보장된 셈이었다.
물론 이런 자초지종을 모르는 에스터하지는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냥 추론 아닙니까. 설령 와인에 독이 들어있던 게 맞다고 해도 제가 탔다는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네가 여기에 온 첫날부터 오스트리아 측 외교관이 붙어 다녔었지? 어째서 그랬다고 생각해?”
“···무슨···. 설마?”
“투구트 남작이 너한테 뒷돈을 받아먹으면서 여러 가지 편의를 봐줬고, 너는 목적을 들키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그를 이용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반대야. 네 행동은 전부 이쪽 왕실에 보고되고 있었다고.”
“···바보 같은··· 그럴 리가······.”
에스터하지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되물었다.
“처음부터··· 손바닥 위에서 춤추고 있었다고?”
“내가 독살당했어도 넌 바로 오스트리아 병사들에게 구금됐을 거다. 왕족을 암살하고 그걸 동맹국에 뒤집어씌우려 한 최악의 범죄자로서 처리됐겠지.”
“저, 저는 아닙니다. 모르는 일······.”
“그나저나 너도 참 어설프단 말이야. 사실 이쪽도 실수를 하나 했었거든. 독이 든 와인을 다른 와인으로 바꿔치기를 했는데 그만 미묘하게 다른 제품을 써버렸지 뭐야. 한 번 확인만 했어도 이렇게 현장에서 광대놀음을 할 일은 없었을 텐데.”
당연히 거짓말이다.
바보도 아니고 그런 실수를 할 리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미 멘탈이 박살 난 에스터하지는 평정심을 잃고 내가 놓은 덫에 그대로 걸렸다.
“그럴 리가! 와인은 분명 내가 직접······.”
뒤늦게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방금 발언은 사실상 자수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그냥 슬쩍 떠본 거였는데 이 정도로 자폭해버릴 줄이야.
한창 의기양양해하던 시점에서 갑자기 저 지하 밑바닥까지 추락했으니 무리도 아니다.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기가 힘들겠지.
나는 당장이라도 에스터하지를 체포하려는 병사들을 만류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네가 포섭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사실 처음부터 전부 우리 쪽 사람들이었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이중 첩자였다고.”
“···말도 안 돼······.”
“증거야 썩어남을 정도로 많은 상황이라 넌 이대로 가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거다. 가문도 풍비박산 나겠지. 하지만 내가 묻는 말에 순순히 답을 해준다면 내가 널 직접 죽이지는 않는다고 약속하마.”
마음 같아서는 갈아 마셔도 시원찮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몇 가지 남아있다.
에스터하지는 결국 실행범일 뿐 이런 음모를 꾸민 놈은 분명 따로 있을 터.
최우선적으로 죽여야 할 인간은 바로 그놈이다.
에스터하지야 굳이 내가 죽이려 하지 않아도 뒤늦게 손자 사랑에 눈을 뜬 우리 할아버지가 살려둘 리가 없지.
내가 직접 죽이는 건 아니니 약속을 어기는 것도 아니다.
나는 약속만큼은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다. 암.
“잘 생각해봐라. 사실 넌 나를 죽일 이유도 없었잖아? 개인적인 원한이 있을 리도 없고, 그냥 너를 꼬드긴 놈의 말에 넘어갔을 뿐이겠지. 이대로 네가 모든 걸 다 덮어쓰고 죽는다고 해봐야 그놈은 고마워하지도 않을걸?”
이성적으로 고려하면 바로 받아들여야 할 이야기다.
그럼에도 에스터하지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네 뒤에 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권력이 강한 인간이라도 지금의 널 구해줄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텐데?”
“그러니까··· 저는······.”
“너를 호위대장으로 추천한 슈아죌이냐? 아니면 나를 굳이 이곳으로 보낸 모푸? 그것도 아니며 전혀 다른 누군가?”
에스터하지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살갗이 찢어지고 붉은 피가 손가락 틈새로 흘러나왔다.
이 반응만으로도 어느 정도 감은 잡혔다.
에스터하지가 고민하는 이유는 잡혀가더라도 흑막이 자신을 구해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서가 아니다.
설령 흑막을 불어버린다고 해도 자신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거물이라 이건가. 그럼 일단 머리 좀 식히면서 고민하고 있도록.”
어차피 프랑스에 이 정도의 반응을 끌어낼 권력자라면 그 수는 한정되어있다.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한 손을 넘어가지는 않을 테니 표적을 좁히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내가 턱짓으로 에스터하지를 가리키자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그를 끌고 갔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나를 보는 주변의 시선이 또 한 번 달라졌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양측 모두 경탄과 외경이 섞인 눈빛으로 나를 보기 시작했다.
애초에 이런 거창한 무대를 꾸민 이유 중 하나는 내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서였다.
적당히 맞춰주고 숙이고 들어가면 지금처럼 날파리가 꼬여 드는 법이다.
두 번의 죽음 덕분에 아주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감히 누구도 건드릴 생각을 못 하도록 확실한 아성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
에스터하지를 부추긴 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상관없다.
이쪽을 칠 각오를 했다면 본인이 죽을 수도 있다는 각오를 했어야지.
반드시 찾아내 주마.
그리고 그 정체가 누구라도 편히 죽지는 못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