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52)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아직 한발 남았다 >(352/355)
< 아직 한발 남았다 >
신생 대한민국과 일본의 시작을 알릴 재판은 정확히 대환장과 개꿀잼 사이의 어딘가에서 이리저리 탭댄스를 추고 있었다.
비행기가 없는 시대라 양쪽 모두를 보지 못해 서글펐지만 일방적인 폭행이 될 대한민국쪽보다는 이쪽이 더 재밌을 것 같으니 후회는 없다.
예상대로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이지 모르는 상황이 된 일본의 재판장은 피고가 증인석에 서고 증인이 피고석에 서는 개판 그 자체였다.
“그러면 피고측은 변호하시오.”
“이에나리 전 총리는 오직 천황폐하에 대한 충심 하나만으로 살아온 분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찌 쇼군이라는 자리를 스스로 버리고 국가의 틀을 바꾸었겠습니까. 죄가 있다면 어심만을 살피느라 민심에 소홀했다는 점 하나밖에 없을 것입니다.”
“피고측은 죄를 전면부정하지는 않는다고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총리라는 직위에 있었던 이가 어찌 구차하게 완전 무죄를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모든 전쟁의 책임이 전 총리에게 있다는 주장은 전형적인 희생양 만들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걸 꼭 지적하고 싶습니다.”
재판에 끌려 나온 이들의 거의 모든 주장은 위와 같았다.
사형을 면할 길이 없는 자들도 마지막 동아줄을 붙잡듯 자신들은 천황의 명에 따랐을 뿐이라 외치며 눈물을 보였다.
아주 말만 들어보면 일본제국은 악비와 이순신, 원숭환 같은 충신들이 즐비한 줄 알겠어.
그런데 세상 어느 충신이 재판장에 섰다고 자신이 섬기는 왕을 팔아먹을까.
물론 전부가 이런 건 아니었다.
“제가 천황 폐하께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몇몇 실무진들은 마지막까지 담담하게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사형을 판결해달라 청했다.
누가 진정한 충신이고 가짜 충신인지는 귀가 달려있다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건 고위직으로 가면 갈수록 판독기가 기가 막히게 가짜쪽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일까.
“전국민 총옥쇄 작전을 승인한 건 분명 폐하였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맹세할 수 있습니다.”
“증인의 말을 증명할 다른 증거는 없습니까?”
“당시 회의장에 있었던 모든 이들이 증인입니다!”
피고석에서 증인석으로 이동한 이에나리가 거의 피를 토할 기세로 말을 쏟아내고 다른 대신들이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부르짖었다.
물론 그렇다고 천황만이 유죄로 몰리지는 않았다.
사실 이 재판에서 최대 다수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가 합심해 증거를 인멸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총리와 최고 사령관들 정도만 극형을 받는 선에서 재판이 마무리 됐을 게 뻔하니까.
아니, 더 말을 잘 맞췄다면 금고형 정도로 끝났을 가능성도 있다.
아무리 죄가 있는 게 확실해도 입증하지 못하면 유죄를 내리지 못하는 게 사법의 정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살아보겠다고 발악을 하면서 전방위로 똥을 뿌리고 다닌 시점에서 최적의 균형점은 물건너 가버렸다.
여기에 이 재판을 자신들이 얼마나 정의로운지 광고하려는 영국 검사들은 가장 많은 전범을 만들어내는 걸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런 검사들에게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잡고 다같이 지옥으로 향하는 이 광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으리라.
“천황이 전국민이 다 죽어도 자신의 지위만 보전되면 괜찮다고 말했다는 걸 들은 증인들이 다섯이나 있습니다. 이들의 증언에 모순이 없다는 건 서로 교차해 확인해 보면 틀림없을 겁니다.”
“이에나리 전 총리가 천황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건 명백한 거짓입니다. 실제로 전 총리가 계획을 입안했다는 증거들이 있습니다. 천황과 전 총리는 공범이라고 봐야 합니다.”
“전 총리가 자신의 안위를 약속받는 조건으로 항복을 주도했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계약서를 체결한 대원수는 계약서가 법적효력이 없다는 문구를 뒤에 삽입해 놓았으니 이는 무효라고 확인을 해주었습니다.”
실수로 서명한 가짜 계약서를 확인한 이에나리가 입을 딱 벌렸다.
“조, 조작된 증거입니다! 저는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서명을 한적도 없습니다!”
“이 서명이 위조가 아니라는 건 각국의 증명가들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서명을 정밀하게 위조하는 기술자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저는 억울합니다!”
아무리 나는 모릅니다라고 앵무새처럼 떠들어봐야 법정은 증거로 말하는 자리다.
시민들도 원하면 얼마든지 방청할 수 있게 공개된 이 재판은 결국 일본 시민들에게 정치인들이 얼마나 혐오스러운 존재인지를 각인시키는 결과만을 낳았다.
“피고 도쿠가와 이에나리는 광동 프랑스에 대한 선전포고 없는 불법공격과 전쟁의 총책임자, 그리고 자국민을 고의적인 방패막이로 삼은 죄가 종합적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해 사형을 선고한다.”
이에나리 외에도 프랑스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복건성에서 학살과 약탈을 자행한 군의 사령관들에게도 사형이 선고됐다.
천황은 그래도 일국의 왕이었으니 사형을 당하는 신세는 면했지만 지금까지 생각없이 행동했던 모든 게 세상에 공개되며 완벽하게 민심을 잃었다.
아무리 피해가 커도 일본은 천황을 버리지 않는다.
국가를 위해서라면 신민들과 군사들은 기꺼이 목숨을 바쳐도 된다.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총리와 대신들이 건의한 계획에 단 한번의 반대조차 없었다는 사실을 이제 모두가 알았다.
“짐은 제국을 도탄으로 몰고 신민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가한 책임을 인정한다. 현어신이라는 가공의 관념을 신민들에게 주입해 무엇보다도 귀한 목숨을 바치게 한 참담한 행태에 깊이 통탄한다. 앞으로 정부와 신민은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와 화합을 무엇보다 중시하여······.”
천황은 자리에서 쫓겨나듯 물러나며 원역사의 인간선언보다도 훨씬 더 강한 사실상의 사죄문을 작성해 낭독해야만 했다.
사실 원역사의 인간선언은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외부에서나 시끄러웠던 것이지 내부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달랐다.
단순히 천황이 인간이라는 걸 넘어서 지금까지 신민들에게 거짓된 관념을 세뇌시켜 왔다는 걸 고백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까닭이다.
특히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신민들이 몇이 죽든 상관없다라는 권력자들의 면모가 드러난 상황이라 더욱 충격이 컸다.
천황이 뭐 대수냐, 이런 꼴을 보고도 다음대의 천황을 세워야 하느냔 목소리가 대놓고 나왔다.
지금 당장은 여기까지.
당장 천황제를 폐지하지는 않았다고 해도 이 정도면 무대는 다 갖춰졌다.
앞으로 이쪽의 어용신문을 몇 개 세워서 계속 여론몰이를 해주면 이제는 시간문제일뿐이다.
입헌군주정의 핵심은 국민들이 왕가를 존중하는 마음에 달려있다.
이게 뿌리부터 흔들린 이상 아무리 수선하려고 해봐야 결국 밑빠진 독에 물붓기일뿐.
그토록 자랑스럽게 주장하던 만세일계의 혈통은 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
[제국에서 공화국으로. 신생 대한제국의 변화.] [500년 왕조의 폐막. 50년 유배형을 선고받은 옛 황제의 몰락.]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프랑스의 동맹이다.]일본에서 볼만큼 재미를 보고 돌아온 한성은 이미 반쯤은 축제분위기였다.
“이게 다 저도 모르고 있던 저의 천부적인 균형감각 덕분이 아닐까요?”
구체적으로 한 게 뭐가 있느냐고 한번 물어보고나 싶었지만 나도 눈치가 있는 사람이다.
슬슬 돌리면서 꼽주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활짝 웃으며 일본에서 기념품으로 가져온 부채를 손에 쥐어주었다.
“역시 나폴레옹 대원수! 그러면 내가 내린 지시도 다 이행해 두었겠지?”
“예? 지시요?”
“에이, 천부적인 균형감각을 지닌 나폴레옹 대원수가 왜 그러시나. 이 나라가 민주정을 한다고 제대로 굴러갈리가 없잖나.”
“아, 그거 말씀하시는군요. 물론입니다. 안 그래도 정약용이라는 자가 와서 폐하가 이랬느니 저랬느니 하면서 추천서를 한아름 들고 왔습니다.”
“그러고보니 그 정약용은 앞으로 뭘한다고 하던가?”
성공적인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그래도 이전 정권의 총리였던 사람이라 그를 곱게 보지 않는 시선도 있었다.
그래도 재판 뒤에도 나폴레옹과 만났다면 좋게좋게 마무리가 된 모양이다.
“일단 이 나라의 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 임시 군정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인재라고 합니다. 조금 고령인 점이 마음에 걸리긴 하는데 제가 고생하는 것도 아니니 상관없겠죠.”
“좋은 마음가짐이로구만. 그리고 뭐 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나?”
“딱히 없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뭐든지 그냥 일단 먹이려고 보더군요. 이거도 먹어봐라 저거도 먹어봐라 하는데 어휴······.”
내가 가고나니 이번에는 나폴레옹에게 두유노우 김치를 시전한 것인가.
그래도 프랑스 사람들은 유럽 사람들 중에선 꽤나 다양하게 음식을 접하니까 그렇게 질색할만한 음식은 없었을 텐데.
물론 나처럼 맛있게 김치를 쫙쫙 찢어서 고기에 싸서 먹으면서 엄지를 치켜올리는 리액션을 할 사람은 전무할 거라 확신할 수 있다.
“폐하, 그러고보니 일본쪽은 잘 해결됐습니까? 폐하가 가신다고 해서 저는 완전히 신경을 끄고 있었는데······.”
“최고책임자는 자네였는데 신경을 끄고 있었다고?”
“그거야 폐하께서 가셨으니 제가 주제넘게 참견할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이것도 적재적소라 할 수 있죠. 하하하.”
“역시 천부적인 균형감각의 소유자 답군.”
보인다.
아무리 높은 자리로 올라가도 미룰 수 있는 일을 모두다 나에게 떠넘기는 눈앞의 군사천재의 미래가.
나폴레옹 프랑스 차기 총리 후보에서 탈락.
그냥 당에서 명예직을 맡는 정도로 만족하고 끝내자.
“일본쪽도 여기보다 느리긴 해도 우리에게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거야.”
“하긴 이곳이 좀 비정상적일 정도로 빠르죠. 전 놀랐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들의 황제였는데 속전속결로 끌어내리고 종신형이나 다름없는 판결이 내려졌는데도 만세를 부르며 환호하더군요.”
“원래 여기가 좀 극단적이기는 해.”
사실 프랑스도 원역사에서는 그보다 한술 더 뜬 극단을 보여줬다는 게 함정이지만, 일본에 비하면 이쪽도 충분히 극단적인 건 사실이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이제 다 마무리가 됐다고 보면 되겠군요.”
“그렇다고······.”
봐도 되겠지라고 말하려던 나는 반사적으로 말을 삼켰다.
지금 떠오른 사실인데 여기서 끝나면 이제 나는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잖아?
그럴 수는 없지.
얼마만의 휴가인데 이렇게 끝내는 건 말이 안 된다.
“···생각하는 걸 보니 역시 자네는 아직 경험이 짧아.”
“예? 제가 놓친 부분이 더 있습니까?”
“···정약용에게 우리쪽에 유학을 보낼만한 인재들의 명단을 검토해봐야지.”
“그렇긴 한데 그걸 굳이 폐하나 제가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정론이다.
솔직히 일개 유학생들을 국가의 정상급이 만나줘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나 이런 건 어차피 이유를 붙이기 나름아닌가.
나는 적당히 머리에서 떠오르는 대로 말을 짜맞췄다.
“이왕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우리가 여기서 선심을 좀 더 써주자고. 저들은 단순한 유학생이 아니라 본국으로 돌아가면 다 한자리씩 할 장래의 고관들이니까. 여기서 저들을 맹목적인 프랑스 신도로 교육해두는 작업을 해두면 장래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아~그렇게도 볼 수 있군요. 역시 폐하십니다.”
“일본쪽에서도 유학생을 보낼 테니 이참에 한번에 엮어서 프랑스가 얼마나 관대한 나라인지 한번 보여주도록 하지.”
그냥 되는 대로 붙인 이유긴 했어도 생각해보면 꽤나 좋은 아이디어이긴 했다.
혹시 또 아는가.
앞으로 원활한 관계를 위해 쳐내야 할 인간이나 유용한 인간을 가려낼 좋은 기회가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