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54)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 모두의 마무리 >(354/355)
< 모두의 마무리 >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과 따스한 태양.
과거의 전쟁이 땅에 남긴 상흔은 이제 흔적도 없을 정도로 사라진 지 오래다.
“앞으로는 기술의 시대입니다!”
일본에서 누구보다 프랑스를 잘 안다고 자부하는 남자.
프랑스를 연구하는데 자신의 모든 걸 건 남자 곤도는 일본에 귀국하자마자 행정체계를 모조리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일본은 프랑스는커녕 영국이나 신성로마에 비해서도 월등히 기술이 딸립니다. 하지만 이 격차를 좁히지 않는다면 영원히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할 수 없습니다. 우선 정부 주도로 어떻게든 자본을 모으고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무기로 체급을 키워가야 합니다!”
천황에 대한 존경심은 땅에 떨어지고 정치인을 향한 혐오가 정점에 달한 일본은 곤도 같은 인재에 굶주려 있었다.
전쟁이 끝나자마자 프랑스로 떠났던 곤도가 귀국한 이유도 바로 자신의 시대가 왔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제 이름을 걸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여러분들의 곳간은 두 배로 풍족해지게 될 겁니다. 저 곤도를 기억해주십시오!”
시대는 변해간다.
압도적인 지지로 총리대신이 된 곤도는 프랑스에서 함께 수학한 동료들을 내각의 중추에 심어두고 자신이 꿈꾸는 나라를 만들어갔다.
조선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민주정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들의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나라는 결국 좋은 교육 수준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전 국력을 집중해 기초적인 경제 체급부터 상승시켜야 합니다.
저 추사 김정희가 정약용의 뒤를 잇겠습니다! 저희 공화당에게 깨끗한 한표를 행사해주십시오!”
전세계가 경악하고 프랑스가 감탄하고 대륙이 벌벌떠는 검증된 인재 김정희!
라고 적힌 홍보문구가 한성 거리를 수놓는다.
자신이 쓰면서도 부끄러운 문구였으나 지금은 이런 자극적인 언어가 잘 먹힌다는 걸 김정희는 잘 알았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일단 당선이 최우선이다.
자신의 이상을 펼쳐나가는 건 대선에서 이기고 난 뒤에도 늦지 않다.
자신은 있었다.
프랑스에서 세계의 다양한 석학들의 논문을 읽고 실제로 그게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물론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다리 찢어지는 법이라고 대한민국이 프랑스처럼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나라를 만드는 건 가능하다.
그만큼 그곳에서 보고 들으며 느낀 것들은 많았다.
이제부터는, 앞을 보고 달려갈 때다.
※※※
“나폴레옹! 나폴레옹! 나폴레옹!”
저 먼곳에서 울려 퍼지는 극렬 지지자들의 성원을 음미하며 나폴레옹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느긋하게 눈을 감았다.
내심 노리고 있던 총리로는 선출되지 못했으나 상원 본회의를 주재하는 의장의 자리만으로도 만족한다.
“동방에는 이런 속담이 있더군.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처음부터 바로 총리가 되면 무슨 재미로 정치를 하겠나?”
“자네 저번 선거 때도 그냥 의석만 꿰차고 있는 수준 아니었나? 무슨 처음부터 총리가 되면 재미 없다는 건지.”
“말이 그렇다는 소리지, 말이.”
툴툴 거리며 차를 따르는 나폴레옹을 본 장 란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커피는 안 마시나? 하루에 3잔은 마시더니.”
“최근 역류성 식도염도 좀 심해져서 의사가 커피를 끊으라고 하더군. 그래서 한잔만 마시기로 했지.”
“아니, 끊으라고 했으면 끊어야지 한잔만 마시는 건 뭔데?”
“그 의사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거지. 커피를 끊으면 역류성 식도염에는 좋겠지만 내 정신이 병들어서 죽어버릴 걸?”
“이야~획기적인 이론이로군. 자네는 정치가 아니라 의료의 길로 나갔어야 해.”
누가봐도 비꼬는 소리였음에도 나폴레옹은 기분좋게 웃으며 차를 홀짝였다.
끽해봐야 임명직이나 전전하는 녀석이 어찌 상원의장이 된 자신의 큰 뜻을 알겠는가.
“그러고보니 다른 이들은 어디 갔나?”
“행사에 참가하려고 자리를 비웠지. 오늘은 폐하께서 그렇게나 좋아하시는 축제의 날이니까.”
“아 맞다. 나이가 드니 이거 계속 깜빡깜빡 하게 되는 게 슬프단 말이야. 자네는 안가봐도 되나?”
“나는 자네와 함께 가려고 기다리던 건데? 자네 설마 안가볼 생각인가?”
“그럴 리가. 두분 폐하께서 모두 참가하시는 행사인데 대 프랑스의 상원의장인 내가 자리를 비워서야 되겠나. 하하하!”
자리에서 일어난 나폴레옹이 상원의원임을 증명하는 자신의 뱃지 위에 의장 표시를 하나 더 달고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거울 앞에서 뱃지가 가장 잘 보이도록 조정을 마친 그는 비서를 호출했다.
“지금 행사장으로 가볼테니 준비 좀 해주게.”
“알겠습니다.”
절도있게 나가는 비서의 뒷모습을 보던 나폴레옹이 혀를 차고 있는 친우를 향해 물었다.
“자네 그거 아나? 상원의장은 폐하와 총리를 제외하면 가장 의전서열이 높다는 걸.”
“우와 정말 알고 싶은 정보로군.”
“너무 부러워하진 않아도 되네. 언젠가 자네도 의사당에 입성하는 날이 올 테니. 하하하!”
“역사상 유일한 프랑스의 양군 대원수까지 간 사람이 상원의장 좀 됐다고 그렇게 기뻐하는 게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뭘 모르는군. 자네 말대로 프랑스 역사상 유일한 양군 대원수라는 명함 위에 상원의장까지 얹어진 거라고. 대체가 아닌 덧셈이라고 인식해야지.”
뭐, 군사적으로 대성공한 이치고 정치적으로 대성공한 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니 그런 점에서는 기념비적인 인물은 맞다.
물론 그게 진짜로 나폴레옹이 허구한 날 주장하는 자신의 천부적인 정치 감각 때문인지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해 보이지만.
“다음번엔 자네가 꼭 총리가 되기를 바래봐야겠어. 물론 평소해 한 말들이 있으니 아주 잘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물론이지. 난 국정을 완벽하게 운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알고 있으니.”
일이 막히는 게 있을 때는 그냥 폐하에게 도와달라고 사정하면 된다.
나폴레옹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집무실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요새 파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덕분에 매일 같이 갱신되는 최신 정보만을 추려서 보고해주는 비서를 따로 두었을 정도다.
최근에는 뭐라고 하더라···무슨 화학비료가 나와서 녹서스 트랩인지 멜서스 트랩인지 하는 게 부서졌다고 들었다.
크리스티앙은 앞으로는 이런 변화가 더욱 빠르게 일어날 거라고 단언했다.
그때까지 현실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부단히도 많은 공부가 필요할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나이를 먹고도 공부해야 된다니 조금 머리가 아찔해졌지만, 따지고 보면 덕분에 말년에도 인생이 무료하지가 않다.
내일의 세계는 오늘과는 또 얼마나 다를까.
“그럼 슬슬 가볼까.”
나폴레옹은 최근에 발명됐다는 마차와 기관차를 합쳐놓은 듯한 새로운 교통수단에 올라탔다.
그는 군인 시절과는 전혀 다른 여유로운 태도로 기분좋게 등을 타고 올라오는 진동에 몸을 맡겼다.
말이 끌어주지 않아도 나아가는 이 신기한 물건처럼.
시간은 흘러가고 시대는 나아간다.
나폴레옹은 이 모든 변화를 즐겁게 받아들이며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나아가볼 생각이었다.
자신이 세상에서 존경하는 단 한 사람의 등을 바라보며.
※※※
“자! 올해의 결승 무대는 이전과는 다릅니다! 항상 프랑스의 독무대였던 지난번과는 다르게 프랑스 요리사 둘! 이탈리아 요리사 둘이라는 균형이 맞춰진 상황! 과연 세계 최고의 요리사라는 명예는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장내에 쩌렁쩌렁 울리는 해설자의 음성.
시합이 활기를 띠는 측면에서는 좋지만 4강을 프랑스의 요리사들이 점령하지 못했다는 건 쪼끔 심사가 뒤틀린다.
하지만 나와는 달리 대프랑스 연방제국의 유일황제 루이 16세는 맛있는 음식을 맛볼 생각으로 연신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우승은 우리나라 요리사가 하지 않을까?”
“형님, 아니 폐하. 제가 볼 때는 그렇게 잘 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 놈들이 아주 이번에 칼을 갈았네요.”
물론 특별심사위원인 우리가 작정하고 날아오르면 프랑스가 우승하게 할 수 있지만 그건 내 자존심이 허락을 못한다.
특별심사위원 중 한명인 피트가 그런 내 표정을 살피더니 피식 웃었다.
“이거 지금까지 길고 길었던 프랑스의 독주가 끝나는 걸 제 눈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미식의 본고장이라는 자존심에 상처가 좀 날 수도 있겠네요.”
얄밉게 깐족거리던 피트의 말을 또다른 특별심사위원인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이 받았다.
“그렇지요. 물론 이번 한번을 우승한다고 해서 우리가 세계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2인자 정도의 위치는 확고히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아니, 아니 잠깐. 2등은 영국이죠. 우승만 없을 뿐 준우승 기록은 이쪽이 앞서는데요.”
“무슨 그런 말씀을. 축구 선수도 월드컵 우승 한번이 준우승 세 번보다 위로 평가받는 거 모르십니까?”
“물론 이탈리의 마음은 잘 이해합니다. 전쟁은 했다하면 지니 요리로라도 승승장구해보려 하는 그 마음.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피트의 회심의 일격에 잠깐 표정이 굳은 이탈리아의 장관이 비릿한 조소를 지으며 응수했다.
“저도 피트 위원님이 부러워하시는 것도 이해 합니다.”
“부러워 하다니요? 저희가 이탈리아 요리를 부러워 할 이유가 어디있습니까? 지지난번 대회에서는 저희도 준우승까지 갔습니다만. 프랑스가 인정한 별3개의 요리사 제이미 램지를 모르십니까?”
“그렇긴 한데 요리의 기반이 프랑스 퀴진 아닙니까. 우리만의 방식을 발전시키는 이탈리아노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고나 할까. 길거리 지나다니는 아이한테 한번 물어보시죠. 정어리 파이 먹을래 파스타 먹을래 하면 100에 99는 파스타를 택할 걸요?”
“그건 콘월 지방의 향토 요리고 우리에게도 피시 앤 칩스가 있단 말입니다! 여기서 축구보면서 피쉬 앤 칩스 안먹어본 사람만 영국 요리에 돌을 던지십시오!”
한번도 안먹어본 사람이라면 인간적으로 너무 허들이 높은 거 아닌가.
거의 음행을 하다 잡힌 여인을 변호하던 예수에 빙의한 수준으로 영국 요리를 실드치던 피트는 이후로도 영국 요리가 얼마나 훌륭한지 예찬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뛰어나면 인간적으로 결승 무대는 올라왔어야지. 말이 결승이지 네명이서 붙는데.”
“그게···제이미 램지가 이제 대회는 안나간다고 해서······.”
“아니, 영국에는 요리사가 한명밖에 없나?”
“아닙니다. 다음 대회는 다를 겁니다. 고든 올리버라는 걸출한 요리사가 한명 더 있으니까요.”
어디선가 많이 들은 이름과 성씨인 건 우연의 일치일까.
나는 피트를 놀리는 재미를 향신료 삼아 서빙된 요리를 즐겼다.
그러나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미식제전에서 프랑스가 아닌 다른 나라에게 우승을 건네준 결과가 나온 뒤에는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모든 무대가 파한 뒤, 오들오들 떨고 있는 문화부 장관이 변명처럼 이런저런 말을 열심히 늘어놓았다.
“그게 이탈리아가 저번에 전쟁했던 동남아시아 쪽의 요리를 적극적으로 흡수했다고 합니다. 원래 이탈리아에 동남아시아의 특징을 훌륭하게 녹여낸 이색적인 요리가 호평이라고···맛에서 밀린 게 아니라 참신함에서 밀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도 요리라면 프랑스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광동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변명이 되나?”
“하하···그렇죠. 안 되죠.”
“잘 좀 하자고. 루이 16세께서 유일하게 즐겁게 참여하시는 행사인데 이런 곳에서 우승을 뺏기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
“옙! 요리만이 아니라 문화 전반적으로 동양과 서양의 대가들의 교류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참신한 영감을 더 많이 떠올릴 수 있게 돕겠습니다!”
그래도 조작을 한다는 말은 안나오는 걸 보면 뿌리는 제대로 박혀 있는 건가.
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대회장을 바라보았다.
프랑스, 이탈리아만이 아니라 영국과 신성로마, 그리고 유럽 전역과 아시아에서 이만한 사람들이 모였다는 게 감회가 남달랐다.
요리는 구실일 뿐 세계는 확실하게 가까워지고 있다.
기술만이 아닌 도덕의 수준도 원래의 19세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향상되고 있는 게 확실하게 체감이 된다.
앞으로도 1차 대전이니 2차 대전이니 하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겠지.
길을 잘못 든 프랑스가 맛이 가버려서 약소국을 수탈하는 깡패가 되지 않도록 조율만 잘해나가면 될 것이다.
※※※
“어디 있나 했더니 여기 계셨네요?”
“······.”
모두가 빠져나간 정원에서 혼자 느긋하게 감상에 젖어있던 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면서도 요새는 가끔식 무서워질 때가 있는 한 사람.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만인의 여인인 마리가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 일정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서.”
“다음은 세계 수학자 대회 시상식 참가였나요?”
“올해는 파리에서 열리니까요. 한번쯤은 얼굴을 내밀어줘야 대회의 권위가 그만큼 살테고.”
“이번 수상자는 파리 제 1대학교의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이란에서 귀화한 사람이라면서요?”
중동 출신의 사람이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 중 하나를 받는다.
이 또한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큰 사건으로 최근 신문 1면을 상당히 많이 장식했다.
옆으로 다가온 마리가 온화하게 웃으며 물었다.
“마음에 드나요? 당신이 만든 세계가.”
“그건 너무 과장된 감이 있네요. 만들진 않았습니다. 그냥 길을 제시했을 뿐.”
“앞일을 모르는 이 세계에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건 안개가 자욱한 바다에서 항로를 개척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죠. 당신의 업적을 기리는 책이 시중에 얼마나 많은지 아나요?”
“모를 리가요. 당신이 싹 사들여서 궁의 책장을 장식해놨는데.”
“앞으로도 우리 나라는, 아니 이 대륙을 넘어 세상은 더 나아지고 다 따스하게 변하겠죠. 조금씩이긴 해도 사람들은 점점 기아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전쟁의 위협에서 자유로워 지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국 세상의 어딘가에서 굶어 죽는 이들은 나오고 중동이나 세계의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발발할 것이다.
많은 걸 해냈다고는 생각하지만 신이 아닌 이상 이 세상을 완전한 지상낙원으로는 만들 수 없으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구가하며 웃고, 때로는 울면서도 서로가 함께 사랑하며 의지하고 살아갈 것이다.
시간이 흐르는 한 앞으로도 영원히.
마리에게서 시선을 돌린 나는 한 번쯤은 묻고 싶었던 걸 입에 담았다.
나를 그 누구보다도 더 오래 지켜봤을, 인생의 반려자를 향해.
“내가 그럭저럭 잘 해내긴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