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3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39화 복수는 나의 것 (1)(39/355)
복수는 나의 것 (1)
훗날의 오를레앙 공이 되는 샤르트르 공작은 이후에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돌아갔다.
정말로 축하와 실없는 소리만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니겠지.
어떤 목적으로든 나를 관찰하고 가늠해 보려던 의도가 엿보였다.
이렇게 갑작스레 마주하게 될지는 몰랐지만 나에게도 나쁜 전개는 아니었다.
저 뺀질남과는 친해질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실 훗날 자유주의 사상가들을 지원하는 그는 내 세력 확장에 방해가 되는 인물이었다.
제 3신분의 지지를 얻고 그들을 포섭하려는 나와는 포지션이 묘하게 겹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견제해둘 방법을 생각하긴 해야겠지만 일단은 지금 막 시작하려는 결혼식이 우선이다.
“얘야, 기분은 괜찮느냐? 이제 몇 분만 있으면 식이 시작할 것 같은데.”
“폐하의 배려 덕분에 아주 편안히 즐기고 있습니다.”
“그래. 이렇게 본인이 주인공인 무대는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즐겨둬야 한다. 역시 네가 손자들 중엔 나를 가장 많이 닮은 느낌이야.”
시도 때도 없이 여자를 안고 사는 사람에게 자신과 닮았다는 말을 들으니 어째 복잡한 기분인데.
객관적으로 봐도 내가 딱히 그런 성격은 아니지 않나.
어쨌든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는 말에는 찬성이다.
현대에서라면 몰라도 이 시대에서는 어지간하면 인생에 한 번 있는 초대형 이벤트니까.
마침내 결혼식이 시작되는 걸 알리는 악기 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은 모두 자리로 돌아갔다.
나도 지정된 자리에 서서 신부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마침내 문이 열리고 신부의 모습이 보이자 나를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끌어들이는 화려한 드레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사랑스러운 리본 장식을 단 로코코 스타일의 대표적인 드레스였다.
저걸 로브 아 라 프랑세즈라고 했던가.
예전에 자료로 봤을 때는 치마 폭이 좌우로 기이할 정도로 길어서 사회적 거리두기 드레스라며 낄낄 거렸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옷이 모델 빨을 받아서 그러는 걸까.
지금 내 표정이 어떨지는 대강 짐작이 갔다.
인터넷에 떠돌던 신랑이 웨딩 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봤을 때의 얼굴을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해놓았을 게 틀림없다.
천천히 걸어온 신부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자 그녀의 눈에 살짝 물기가 어렸다.
이후 결혼식은 쓸데없이 복잡하고 긴 주례사와 의식을 거치며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식이 마무리 되자 나의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기원하는 연회가 열렸다.
이 날을 위해 발바닥에 물집 잡히도록 연습한 춤 실력을 선보이고, 루이 15세와 함께 와인을 마시다 보니 어느 순간 취기가 올라왔다.
이대로 더 마시면 필름이 끊길 것 같으니 슬슬 들어가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일어나 보니 어느새 화창한 햇살이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새 지저귀는 소리와 박자를 맞춰서 머리가 지끈지끈 거린다.
게슴츠레 눈을 뜨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자 이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이 놈의 와인 이제 진짜 좀 줄여야지.”
전생에 끝끝내 최고급 와인을 맛보지 못하고 죽어서 그런가.
비싼 포도주만 보면 어떻게든 맛은 봐야겠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어제야 루이 15세와 함께 마신 거니 그렇다 쳐도 앞으로는 조심할 필요가 있겠다.
이제는 진짜로 죽어서는 안 되니 떨어지는 낙엽 한 장도 조심해야지.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거하게도 했네.”
굴러다녀도 될 정도로 넓은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
이불 아래로 언뜻 보이는 나신을 보니 어제의 기억이 홍수처럼 밀어닥쳤다.
“···황홀하긴 했어.”
일단 누가 볼까 싶어 침대 여기저기에 남아있는 치열한 몸과 몸의 대화의 흔적들을 치웠다.
“일어났어요?”
어느새 눈을 뜬 마리가 나를 올려다보며 배시시 웃었다.
“예. 편안히 주무셨습니까?”
“어···좋긴 했어도 편하지는 않았죠. 워낙 격렬했어야죠.”
“···혹시 불편하셨다면······.”
“아뇨, 아뇨. 몸이 조금 쑤시는 것 같은데 그래도 싫지는 않았어요.”
해맑게 웃는 그녀를 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적어도 이 몸이 부실하지는 않다는 보장을 받았으니 앞으로 이런 쪽에서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것이다.
오귀스트는 마리와 거사를 치루는데 거의 7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나는 하루만에 해냈으니, 일단 오귀스트보다 잘하겠다는 약속은 지킨 셈이다.
물론 이 자리에 어느 남자를 가져다 놔도 오귀스트보다는 잘했겠지만.
“베르사유 궁에는 오늘까지만 머물고 내일부터는 튈르리 궁으로 돌아갈 예정인데 괜찮으신가요?”
“물론이죠. 베르사유 궁도 화려하고 좋긴 한데 아무래도 좀 너무 북적이는 느낌이라서요.”
“왕세자비가 됐다면 오늘도 아침부터 이 침대 밖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을 겁니다.”
“역시 제가 선택을 잘 했네요. 여긴 가끔 놀러오기만 해야지 평생을 살라고 하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아마 그럴 것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무조건 화려할 거라는 보편적인 인식과는 달리 그녀의 취향은 사치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추구하는 건 어디까지나 우아한 아름다움이지 무작정 화려하기만 한 건 질색을 했다.
왕비 시절 자신만의 거처로 삼은 쁘띠 트리아농 궁전도 방이 여덟개 정도 밖에 되지 않고, 목가적인 분위기였다.
함께 산 기간이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나도 그 평가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마리의 성격은 지금처럼 적당히 풀어줄 수 있는 분위기에서 생활하는 게 딱 알맞다.
“저는 오늘 만나봐야 할 사람이 있어서 슬슬 나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점심 식사는 함께 할 수 있으면 같이 하도록 하죠.”
“네. 저도 노아이유 백작 부인께서 궁전 법도를 좀 더 알려주시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너무 엄격하시더라고요.”
“저도 귀국할 때 한 번 봤는데 딱 봐도 그런 분위기가 풀풀 풍기더군요.”
“그렇죠? 솔직히 조금 부담스럽긴 한데 나중엔 베르사유로 들어올 테니 지금부터 확실히 배워둬야죠.”
마리도 아침에 일정이 잡혀 있다니 마침 다행이다.
첫날밤을 치른 다음날 바로 신부를 홀로 남겨두고 나가는 건 좀 그러지 않나 싶었는데 굳이 수습할 필요도 없게 됐다.
노아이유 백작 부인이 직접 교육을 맡았으면 점심 때까지는 꽉 붙들려 있겠지.
“그럼 저는 다녀오겠습니다.”
“예. 조금 있다가 봐요.”
나는 아기사슴 같은 눈망울로 손을 흔드는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 그대로 방을 나왔다.
자, 이제 슬슬 이 프랑스 땅에서 두 번재로 똥줄이 타고 있을 사람을 낚아 올리러 가볼까.
※※※
“우선 결혼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승승장구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총리님에게 축하를 받으니 한층 더 잘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군요.”
형식상이기는 해도 프랑스의 2인자인 총리와의 독대.
예전이었다면 솔직히 조금 쫄렸겠지만 지금은 그저 여유로울 뿐이다.
“아, 그러고보니 총리직에 임명되신 걸 축하도 못드렸군요. 진즉 찾아뵙고 선물이라도 드렸어야 하는데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아닙니다. 제가 어찌 왕자 전하께···제가 전하를 오스트리아로 파견하자고 주장했기 때문에 그 고초를 겪으셨는데요. 제가 사죄를 드려야지요.”
“괜찮습니다. 덕분에 일도 잘 풀렸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인을 만났으니까요. 따지고 보면 총리님 덕분 아니겠습니까.”
“왕자비께서는 행복하시겠군요. 전하께서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토록 깊으시니······.”
모푸는 어색하게 웃으며, 내 눈치를 살핀 뒤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슈아죌 공작께서 전하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랬죠. 공작님께서는 모푸 총리께서 만나주시지 않으신다고 서운하신듯 보였습니다.”
“그건···제가 하필 그때 일이 너무 많아서 누구를 만날 여유가 없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폐하께서 전하의 암살과 관련된 자들을 색출하라고 연일 성화를 내십니다.”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지 모푸의 눈밑에 있는 다크서클이 거의 코까지 내려올 기세였다.
까놓고 말해서 뭔가 성과를 내지 않으면 본인이 잡혀갈 판이니 멘탈이 정상일리가 있겠는가.
이대로 가면 총리에 임명되자마자 해임당하는 역대급 신기록 수립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뭔가 성과는 있었습니까?”
“송구하게도 아직은 수확이 없습니다. 사실 증거도, 증인도 없고 사건 자체도 저 먼 오스트리아에서 일어난 일이라 조사를 하기가 난감하더군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애초에 그렇게 쉽게 꼬리를 밝힐 놈이었다면 이런 큰 일을 저지르지도 않았겠죠.”
아무리 모푸가 머리를 쥐어짜봐야 그가 진범을 잡을 가능성은 없다.
에스터하지는 죽어버렸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나와 오스트리아쪽 사람들밖에 없다.
베르몽 주교와 샤를 그라비에는 일이 어떻게 흘러간 거였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나와 테레지아의 협력을 받아야 하는데 나는 일부러 정보를 차단해 두었다.
이 사건에 관한 정보는 내가 조직한 조사단원들에게만 공유 된다.
명분은 있었다.
섣불리 다른 귀족들에게 알려주었다가 흑막의 귀에 들어가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모푸가 자기 나름대로 뭔가를 해보려고 해도 진전이 없을 수밖에.
여기에 고등법원은 지금을 기회로 생각하고 여론을 움직여 모푸를 총공격하기 시작했다.
마침 테이블 위에 놓인 신문의 헤드라인이 떡하니 눈에 들어왔다.
[벌써부터 삐걱이는 총리의 국정 운영. 왕족 살인미수 사건의 단서조차 잡지 못해.]모푸는 이미 법원을 찍어누르려다가 이미 한 번 실패를 맛보았다. 여기에 암살조사건조차 성과를 내지 못했으니 언론에서 물어뜯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미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대립했던 법원이 모푸의 사정을 봐줄 이유도 없었다.
그러니 굳이 축하를 빌미로 나를 보자고 청한 거겠지.
속이 훤히 내다보이는 상대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내 시선이 신문을 훑고 있는 걸 확인한 모푸가 역시나 예상대로의 부탁을 꺼내놓았다.
“왕자 전하. 보시는 대로 언론은 이번 사건을 너무 가볍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들이야 일방적으로 비판할 대상이 생겨서 좋겠지만 이런 보도는 사건 해결에 방해만 되지 않겠습니까.”
“뭐, 언론이 이러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니 휘둘리지 않는 수밖에요. 총리님께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건···그렇지만 그래도 언론은 법원의 말은 어느정도 듣는 편이니 법원에서 자중하라는 명령을 내린다면······.”
“아하. 그러니 저보고 말제르브에게 말을 좀 전해달라는 거로군요. 총리님을 너무 비판하는 기사가 나가지 않도록.”
모푸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적대한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것 자체가 그의 입장에선 굴욕일 터.
지금 이 행동만 놓고 봐도 그가 얼마나 심적으로 몰려있는지 알 수 있었다.
슈아죌처럼 무릎 꿇고 싹싹 빌 정도는 아니더라도 서서히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는 게 티가 났다.
“제가 지금까지 전하께 범한 무례는 사죄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현명하신 전하라면 분명히 아시겠지요. 저는 사리사욕이나 야망을 위해서 전하를 견제한 게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전하를 죽이려는 마음은 하늘에 계신 신께 맹세코 품어본 적이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총리님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법원을 약화시키고 싶었을 뿐이겠죠.”
“그렇습니다. 제가 전하를 견제하는 듯 보였던 건 어디까지나 전하께서 법원과 너무 가깝다고 생각해서······.”
“그럼 그 법원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제가 총리님께 도움을 드릴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단칼에 거절당했다고 생각한 모푸의 얼굴이 암담함으로 물들었다.
내가 여기서 작정하고 배척하면 그를 총리직에서 끌어내리는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건 너무 근시안적인 방책일 뿐.
이미 정계에서 힘을 잃은 모푸를 족쳐봐야 얻을 수 있는 건 그리 크지 않았다.
내가 이 기회를 살려서 취하려는 건 따로 있었다.
“왕자 전하. 설령 그렇더라도 다시 한번만 재고를······.”
“총리님께서 한 가지 오해하고 계신 게 있습니다. 사실 저는 총리님의 생각만큼 법원과 가까운 관계가 아닙니다.”
“···예?”
“솔직히 고등법원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프랑스의 뿌리깊은 문제를 해결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개혁을 하려고 하면 저기서 법률안을 무조건 거부하고 보니 뭘 할 수 있을리가요.”
“아니···예, 분명 그렇긴 합니다만······.”
순간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모푸의 얼굴 근육이 요상하게 움직였다.
철석같이 내가 고등법원과 한 배를 탔을 거라고 생각했을 테니 어마어마하게 당황스러울 테지.
나는 그러든 말든 상관없이 그에게 제안을 하나 건넸다.
그 유명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고 하는 놈이었다.
“총리께서 제가 하려는 일에 협력해주신다면 이번 일로 아무런 피해도 보시지 않을 거라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개혁에도 적극 협조하도록 하죠.”
“협력이라면 어떤······?”
“고등법원을 해체할 겁니다. 사법기관이면 사법기관답게 본연의 목적에 충실했어야죠.”
고심 끝에 해체···는 아니고 내가 하려는 건 사실상 재조립이다.
고이다 못해 썩은 법원의 윗대가리들을 모조리 쳐내고 고등법원을 완전히 수중에 넣을 것이다.
자,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