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4)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4화 하늘이 무너지면 솟아날 구멍을 뚫어라 (1)(4/355)
하늘이 무너지면 솟아날 구멍을 뚫어라 (1)
일단 최대한 빨리 이 저택에서 튀고 봐야 한다.
최선의 방법은 내 후견인인 라부아지에를 만나는 것이겠지만 이 계획은 처음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어르신은 중요한 일이 있어 당분간은 누구도 만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내 용무도 만만치 않게 중요한 일인데 어떻게 좀 안될까?”
“오늘은 절대 안 된다고 하셨는지라······. 일단 이유를 말씀해 주시면 제가 전달은 해놓겠습니다.”
미치겠네.
내 목이 왔다 갔다 하게 생겼으니 그 무엇보다 중대한 일인 건 맞다.
하지만 암살자가 날 노리고 있다고 말해봐야 지금은 씨알도 안 먹힐 게 확실했다.
증거도 없을뿐더러 그걸 멜리사에게 말해봐야 괜히 더 복잡하게 일이 꼬일 수 있다.
생각해 보면 라부아지에와 만난다고 해도 이후의 일이 문제였다.
지금은 바쁘다고 하니 일단은 적당한 핑곗거리를 생각한 뒤에 만나는 게 나을 것도 같았다.
“그럼 일단은 남쪽··· 오를레앙이 좋겠네. 거기서 잠깐 숨 좀 돌리고 있을 테니까 라부아지에에게 일이 끝나면 사람을 보내달라고 전해줘.”
“파리 바깥으로 나가시려는 건가요? 갑자기 어째서?”
“여기서 말하긴 좀 곤란한 일이야. 어쨌든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니까 잘 좀 부탁할게. 그리고 난 이 저택에 당분간 돌아올 일 없으니까 너희도 라부아지에의 저택에 들어가 있는 게 좋겠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멜리사를 뒤로하고 나는 재빠르게 마차 위로 올랐다.
아무리 막 나가는 자들이라 해도 법복 귀족이 뒤를 봐주는 라부아지에의 저택을 대놓고 습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만 죽이는 거라면 몰래 들어와서 암살하고 도주할 수도 있겠지만, 설마 내가 오를레앙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겠지.
안전을 기하기 위해서는 일단은 파리를 뜨는 게 제일이다.
거기서 라부아지에를 구워삶을 방도를 짜낸 뒤 돌아와서 행동에 나서면 된다.
라부아지에라면 암살을 주모한 놈들의 정체도 어떻게든 알아낼 수 있을 테니까.
표적만 확실해지면 그다음은 간단하다.
암살자까지 고용할 놈이라면 배경이 깨끗할 리가 없지.
내 지식을 총동원한다면 충분히 묻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복잡한 내 머릿속은 마차가 대로변으로 나온 순간 깔끔하게 사고를 멈췄다.
“오···진짜 18세기 프랑스 파리.”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문자 그대로 눈이 빨려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북적이는 거리부터 행인들의 복장하며, 주택들의 양식까지.
뇌에 각인이 될 때까지 미친 듯이 보고 또 봤던 자료들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그래픽 자료로 질리게 보긴 했어도 사실은 역시 현실감이 차원이 다르다.
승차감 더럽게 나쁜 마차도, 지저분해 보이는 거리 위생 상태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딴 게 다 무슨 상관이냐.
지금 이렇게 내가 반평생을 바쳐서 연구한 자료들이 실제가 되어 망막에 비치고 있는데.
사실 사학과 박사들은 기본적으로 역덕, 즉 역사 덕후들이다.
역사에 반쯤 미쳐 있으니까 사학과 박사처럼 정신이 혼미해지는 미친 과정도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느끼는 감동의 강도는 말로 표현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환생하고 첫날부터 뒤통수를 얻어맞고 죽었다.
그 어처구니없는 경험 때문에 지금까지 실감이 부족했던 듯싶다.
“그래, 그래 저 쥐스토코르에서 살짝 변형된 신사복. 내가 아는 그대로야.”
머리가 터져라 외웠던 지식들이 실제라는 걸 확인하는 과정은 나름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드레스나 신사복, 사소한 장신구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과장을 조금, 아니 많이 보태서 말하자면 죽어서 빙의하길 잘했다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그런 생각은 거리 저 너머로 보이는 웅장한 성당을 본 순간 더욱 강해졌다.
“노트르담 대성당이라니···그것도 훼손되기 이전의 그대로의 모습이잖아!”
멀리서 봤을 때는 유학생일 때 봤던 모습과 크게 다르진 않았어도 느낌 자체는 색달랐다.
프랑스 고딕 양식 건축물의 상징인 노트르담 대성당은 대혁명 시기에는 기득권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당연히 대혁명 시기에 가장 먼저 공격을 받았고, 나폴레옹 시기에는 외양간으로 사용되는 굴욕까지 당했다.
그러나 지금 시기는 대혁명은커녕 성직자들과 귀족의 권위가 시퍼렇게 살아있는 시기다.
대성당의 외양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가치 역시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란 뜻이다.
대성당만이 아니다.
파리의 대표적인 국립묘지인 팡테옹도 지금쯤 건설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완공된 모습이 아니라 건설 중인 팡테옹의 전경을 볼 수 있는 현대인은 나밖에 없겠지? 아, 너무 좋아서 현기증 날 것 같네.”
앞으로 살아가다 보면 기록으로만 보던 역사 속의 인물들도 줄줄이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아니, 무조건 만날 수밖에 없다.
내가 왕족의 지위를 회복할 수만 있다면 만나기 싫어도 얼굴을 마주칠 수밖에 없으니까.
18세기 말의 유럽은 대혁명만 있는 게 아니다.
저 미국의 독립전쟁부터 정말 온갖 역사적인 사건들과 인물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마경이었다.
역사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이들도 들으면 바로 누군지 알만한 사람이 트럭으로 나오는 시기다.
그런 시대의 주역들과 실제로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심장이 진정되질 않았다.
좋아하는 아이돌 보러 가겠다고 강의 제끼고 대기 타던 친구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간다.
뭐라고 했더라. 자기는 무덤에 있는 인간이 아니라 진짜로 살아있는 사람 덕질을 한다고 했었나?
그렇게 치면 내가 만나길 학수고대하는 사람들도 지금은 멀쩡히 살아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다.
즉, 어떻게 보면 나도 지금 시대에서는 일종의 아이돌팬 비스무리한 사람일 수도 있는 셈이다.
“진짜 암살자 새끼들만 조지고 난 뒤에 두고 보자. 18세기 파리 생활을 원 없이 씹고 뜯고 맛보면서 즐겨줄 테니까.”
내가 희희낙락하는 사이 마차는 남쪽 문을 빠져나가 오를레앙 쪽으로 진로를 잡았다.
몇 시간 정도를 달렸을까.
주변이 어둑어둑해졌을 즈음 마부가 마차를 멈춰 세웠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신호가 와서···실례 좀 하고 와도 되겠습니까?”
“괜찮으니까 천천히 볼일 보고 오세요.”
내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우거진 수풀 사이로 달려갔다.
어찌나 빠르게 뛰어갔던지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뭐, 그만큼 마려우셨다는 거겠지.
다만 어차피 여기는 인적이 드문데 왜 저렇게까지 멀리 갈 필요가 있나 싶긴 했다.
급똥이라면 그냥 근처에서 해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던 찰나 뒤편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최소 둘이다.
“이런 데에도 사람이 오긴 하나 보네.”
마부는 저 소리를 미리 듣고 길가에서 멀리 떨어지려 했나 보다.
깊숙하게 들어가서 볼일을 보면 굳이 뒤처리하지 않아도 눈에 띌 일도 없을 테니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이어가던 바로 그 순간.
어마어마한 위화감이 전신을 내달렸다.
“잠깐. 뒤처리···? 흔적?”
점점 더 크게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만큼이나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생각해 보니까 이상한데?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죽음에서 회귀했다는 믿기 힘든 경험과 저택에서 도망쳐야 한다는 강박, 그리고 갑작스레 깨닫게 된 내 처지 때문에 중대한 사실을 간과해 버렸다.
“암살자 새끼들······. 대체 뒤처리는 어떻게 하려고 저택에서 날 죽인 거지?”
한적한 곳으로 납치를 해서 죽이거나 최대한 흔적이 없이 죽인 다음 시체를 치워버린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놈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고 등 쪽을 칼에 찔렸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때 흘린 피의 양으로 보면 저택 바닥은 문자 그대로 피범벅이 됐을 게 틀림없다.
운 좋게 당시 저택 내부에 아무도 없었다고 해도 곧 있으면 사람들이 돌아올 타이밍이다.
절대로 그 흔적들을 다 지울 수 있을 리가 없다.
시체만 들고 튀는데도 시간이 빠듯할 것이다.
문제는 그 저택은 고등법원의 법률 고문인 라부아지에의 소유라는 것이다.
아무리 날 죽이는 게 목적이라고 해도 고등법원의 고문이 소유하고 있는 집에 암살자들을 보내서 대놓고 사람을 죽이고 나온다?
그것도 뒤처리조차 하지 않고?
이건 라부아지에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속해있는 고등법원 자체를 무시하는 행위로도 비춰질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니까 이 일을 저지른 인간은 법복 귀족들이 뭐라고 하든 가뿐하게 즈려밟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란 뜻이다.
어느 정도 배경을 지녀야 이런 미친 짓을 할 수 있을까.
당장 딱 떠오르는 인물은 없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지금 가슴속에서 맹렬하게 피어오르는 의혹이 맞다면 나는 처음부터 뭔가를 근본적으로 착각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점점 더 커지며 두 명의 남성이 시야에 들어왔다.
챙이 큰 모자를 푹 눌러써서 얼굴을 가린 게 내 불안한 예감이 사실일 거라는 느낌을 팍팍 풍겼다.
아니나 다를까.
모습을 드러내는 두 남성은 마치 내 마차를 포위하듯 앞뒤를 막아섰다.
그리고 말에서 내린 그들은 천천히 이쪽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징그러운 놈들. 기어코 여기까지 쫓아왔네.”
무슨 일이 있어도 날 죽이겠다는 건데······.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목숨을 노려진다는 건 참으로 섬뜩한 일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
지금 마차에서 내려서 도망간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10초도 안 돼서 잡힐 것이다.
“쓰레기 같은 새끼들. 열두 살밖에 안 된 꼬마애를 그렇게까지 죽이고 싶을까.”
마음 같아서는 욕을 한 사발 내뱉고 싶긴 했어도 지금은 단순히 감정발산만 할 때가 아니었다.
이미 눈앞까지 닥친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이제 제발 내가 경험한 게 예지몽이 아니라 회귀이길, 그것도 회귀가 저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일어나길 기원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끔찍한 고통을 반복해서 겪지 않기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을 확실히 해둬야 한다.
첫 번째 죽음에서 저 암살자들이 저택으로 들어왔을 때 내부는 쥐 죽은 듯 조용했고 나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뒤처리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살해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남쪽으로 몸을 피한다는 생각은 즉흥적으로 오늘 떠올린 것이다.
내 계획을 아는 사람은 나를 제외하면 저택의 시종들밖에 없을 텐데 저놈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바로 나를 쫓아왔다.
마부도 그럴싸한 핑계를 대고 나를 버려둔 채 어딘가로 자취를 감추었다.
즉, 도출되는 결론은 자연히 하나다.
“개같은······. 그러니까 처음부터 모조리 한통속이었다 이거구만.”
이제야 멜리사가 보였던 그 미묘한 표정이 이해가 갔다.
연민과 동정이 한 데 섞여 있던 그 눈빛.
그건 이제 곧 살해당할 불쌍할 아이를 보는 시선이었던 것이다.
“후···씨발. 인생 쉽지 않네 이거.”
담배가 있었다면 이 자리에서 바로 한 대 피우고 싶은 심경이다.
대체 어디까지 선이 닿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택 시종들이 암살자들의 편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진짜로 골 때리는 상황이었다.
마차 문을 열고 나오니 어느새 무기를 꺼내든 암살자들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중 한 명이 별로 탐탁지 않아 하는 얼굴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무리 의뢰라고 해도 이런 애를 죽이는 건 좀 그런데.”
“동감이다. 그래도 어쩌겠냐. 돈을 받았으니 후딱 처리하고 가는 수밖에.”
“아무리 돈이 좋아도 앞으로는 좀 가려 받자고. 이게 뭐냐 진짜.”
음울하게 말을 내뱉은 암살자가 얼굴을 찡그리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이유는 모르지만 일단 미안하게 됐다. 최대한 고통 없이 보내줄 테니 다음 생엔 이런 곳에 태어나지 마라.”
그래, 마음은 참 고맙지만 안타깝게도 다음 생도 오늘 아침부터 시작하게 될 거다.
내가 의외로 덤덤히 있자 암살자들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무기를 들어 올렸다.
일반적으로 차고 다니는 장식용 스몰소드보다는 칼날이 훨씬 더 길고 무거워 보였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는지 벌써 세 번째로 경험하게 되는 죽음이다.
하지만 신세 한탄이나 해봐야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마침 죄책감 때문인지 뭔지 저놈들이 떠벌린 대화 덕분에 아주 중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어차피 죽을 거 밑져야 본전이니 도박이다.
마지막까지 최대한 정보나 뽑아내고 죽어보자.
“저기요.”
최대한의 평정심을 가장한 내 목소리에 무기를 들어 올린 암살자의 손이 뚝 멎었다.
“···미안하지만 널 보내줄 수는 없다. 우리도 목숨이 걸린 일이라.”
“아, 그건 됐고요. 어차피 죽을 텐데 마지막으로 하나만 알려주면 안 될까요? 이왕 가는 저세상 길 저도 좀 마음 편하게 가야죠.”
“······.”
다 큰 성인이라면 몰라도 아직 열두 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가 하는 말이라 확실히 파괴력이 남달랐다.
순간적으로 갈등하는 그들을 향해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질문을 던졌다.
“라부아지에가 시켰죠? 절 죽이라고.”
무기를 든 채로 갈등에 잠겨 있던 두 사람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빙고. 반응을 보아하니 대답은 듣지 않아도 뻔하다.
그런데 뭐랄까······. 정답을 맞히긴 했지만, 기분이 참으로 더러웠다.
혹시 쓸모 있을지도 모른다며 데려와 놓고 이제 와서 암살자를 고용해서 죽이려 한다고?
성부, 성자, 성령이 한자리에 임해도 이 상황이라면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짜 미친 새끼들이네,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