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44)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44화 법원의 몰락(44/355)
법원의 몰락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사형은 백성들에게 커다란 이벤트였다.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은 대부분이 흉악한 범죄자라는 점이 한몫을 했다.
시민들은 광장에 몰려들어 사형수들을 조롱하고 그들이 목이 잘리는 순간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당연히 맨 앞줄을 차지하려는 경쟁도 어마어마하게 빡셌다.
사형수의 피는 신비한 힘이 있다는 주술적인 믿음 때문이다.
이들은 저마다 손수건을 들고 사형수들의 피를 조금이라도 묻히려고 애를 썼다.
특히 사형 당하는 이의 신분이 높으면 높을수록 경쟁률이 올라갔다,
이번 법복 귀족들의 처형도 당연히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처형이 집행되는 장소는 재판이 열렸던 루이 15세 광장.
원 역사에서도 대혁명 때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목이 떨어졌다.
이점을 고려하면 적절하면서도 공교로운 위치선정이라 할 수 있으리라.
“사형! 사형! 사형!”
광장에 밀집한 시민들은 누가 보면 스포츠 경기라도 관람하러 온줄 착각할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생각했던 것과는 현장 분위기가 약간···다르네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던 마리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광기로 넘치는 현장의 공기가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는 듯 보였다.
“부인께서는 오스트리아에 계실 때는 이런 자리에 참석하신 적이 있습니까?”
“없어요. 그래서 너무 생소한 느낌이네요. 제가 너무 따스한 세상만 보고 자랐던 걸까요.”
사실 나 역시 처음이었지만 마리처럼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지식으로는 이미 알고 있었기도 하고 5번이나 죽음을 겪으며 이런 감정이 많이 무뎌졌기 때문이다.
살려달라고 빌면서 단두대 앞으로 끌려가는 귀족들을 봐도 아무런 감흥이 들지 않았다.
“저들에게 사형이 아닌 다른 형벌을 내렸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건 아니에요. 그냥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서 축제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줄은 몰랐을 뿐이에요. 사형 당하는 사람들은 당신을 죽이려고 한 극악한 죄인들이잖아요. 충분히 합당한 처벌을 받는 거라고 생각해요.”
마리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푸른 사파이어처럼 반짝이는 눈. 괜히 냉정해 보이려고 힘을 준 청옥색의 홍채가 괜히 귀여워 보였다.
내가 빤히 얼굴을 보고 있자 그녀가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멋쩍은 얼굴로 툴툴거렸다.
“하여간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꼭 그렇게 쳐다본다니까.”
“아니, 아내가 사랑스러워서 쳐다보는 것도 문제가 되나요?”
“여긴 보는 눈이 있을 수도 있는데 너무 그러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뭐라고 생각하긴요. 사이좋은 한 쌍의 원앙이라고 생각하겠죠.”
다소 무거웠던 분위기가 풀어졌다.
사실 마리는 아마 할 수만 있었다면 이런 자리에 나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왕족과 귀족들이 대부분 나온 자리라 왕자비인 그녀가 나오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수십이 넘는 사람들의 목이 줄줄이 잘려나가는 걸 바라봐야 하는 게 유쾌하진 않겠지.
나는 슬쩍 의자 아래로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같은 침대를 쓰고 자는 사이인데도 아직 신혼 초라 그런지 이런 풋풋한 느낌이 좋았다.
그런데.
“소문대로 두 분께서 사이가 아주 좋으신 것 같습니다.”
한창 분위기가 좋았는데 불청객이 한 명 끼어들었다.
훗날의 오를레앙 공이 되는 샤르트르 공작, 루이 필리프 조제프가 묘한 웃음을 지으며 이쪽으로 걸어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저번에 재판장에서는 한 번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기회를 잡지 못해 마음이 편치 않았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안타깝군요.”
이번에도 기회를 잡지 못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을 왜 이럴 때 끼어들어서 초를 치냔 말이다.
코앞까지 유유히 다가온 샤르트르 공작이 마리의 앞에서 우아하게 예를 표했다.
“안녕하십니까, 왕자비 마마. 결혼식에서 보았을 때보다 그새 한층 더 아름다워지셨군요. 부친 오를레앙 공께서도 안부를 전해달라 부탁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오를레앙 공작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는 수없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답니다. 직접 뵐 수 있는 날이 오면 정말 좋겠네요.”
“가까운 시일 내에 일정을 잡아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샤르트르 공작이 자연스럽게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대놓고 싫은 티를 낼 수는 없었기에 나는 짤막하게 한숨을 내쉬었으나, 샤르트르 공작은 태연히 광장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번에 열린 재판은 정말 굉장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폐하께서 그렇게나 과감하게 움직이실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대 프랑스의 국왕 폐하십니다. 범인의 머리로 어찌 그 흉중을 헤아릴 수 있을까요.”
“흐음···그런데 이전에는 그렇지 않으셨단 말이죠. 지금까지의 폐하였다면 적당히 하는 선에서 타협을 하셨을 겁니다. 이 정도로 강경한 수단을 취한 전례가 없으니까요.”
“왕족을 암살하려고 한 전례 없는 범죄에 대한 판결이었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요.”
샤르트르 공이 눈매를 가늘게 좁히고, 자세를 바로했다.
얼굴은 미소를 띠고 있었으나 얼음처럼 차가운 눈동자만큼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과연 그럴까요? 폐하께서는 갑자기 사람이 확 달라지신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계십니다. 이 사형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다지도 신속하게, 게다가 이 시국에 노리기라도 한 듯 사형을 집행하는 새로군 기구를 도입하셨죠. 이건 개혁에 반대하는 자들을 찍어내는 일종의 상징처럼 여겨질 겁니다.”
“···분석력이 상당하시군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폐하께서 갑자기, 어째서 칼끝을 법원으로 돌리셨을까요. 법원이 총리를 신나게 두들기고 있을 때만 하더라도 폐하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는데 말이지요.”
이쯤 되니 샤르트르가 어째서 내 옆에 와서 이렇게 깐죽거리고 있는지 짐작이 됐다.
그러나 굳이 그렇다고 내가 인정해줄 이유는 없었다.
“진정으로 뛰어난 사냥꾼이라면 표적이 자신을 경계하지 않도록 위장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군요. 저와는 의견이 좀 다르신 것 같습니다. 저는 폐하의 옆에 굉장히 수완이 좋은 책사가 붙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총리는 지략이 뛰어난 분이시니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겠군요.”
“······.”
샤르트르는 미심쩍은 시선을 나에게서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나 역시 의외였던 건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모은 정보로 봐서 이자는 분명히 내 암살과 어떤 연관이 있었다.
주모자가 아니더라고 해도 어떤 관계로든 얽혀 있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이토록 부주의하게 내 옆에서 알짱거려도 되는 걸까.
아니면 일부러 내 경계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한 위장전술인 것인가.
어느 쪽으로 봐도 만만치 않은 인간이라는 건 확실해 보인다.
“샤르트르 공께서 뭘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든 지금은 잠시 현장에 집중하기로 하죠. 마침 이제 시작하려는 것 같으니까요.”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샤르트르 공작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쉴새없이 움직이던 입을 다물었다.
대신 그는 광장의 한 가운데에 떡하니 서 있는 단두대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저 기구가 어떤 식으로 작동을 하게 될지 꽤 관심이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조금 거리가 있긴 해도 단두대 앞에서 어떤 소리가 오가고 있는지는 대강 들을 수 있었다.
사형 집행인인 샤를 앙리 상송이 끌려온 법관들의 손을 뒤로 묶고 단두대가 설치되어 있는 연단 위로 안내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씀은 없습니까?”
목숨이 붙어있는 채 이승에서 남길 수 있는 최후의 변론 시간이다.
이때만큼은 시간을 질질 끌거나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하는 게 아닌 이상 시민들도 야유를 멈추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관례였다.
가장 먼저 사형대에 오른 블랑메닐은 담담하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사람을 보는 안목이 부족해 이런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그저 신께서 제 지난 과오를 용서해주시길 바랄뿐입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동정어린 시선이 쏠리진 않더라도 심한 야유까지는 쏟아지지 않는다.
물론 모두가 블랑메닐처럼 깔끔히 처벌을 받아들이는 건 아니었다.
“으아아아! 이건 말도 안 돼! 이 배신자 새끼들! 너희들도 절대 편히 죽지는 못할 거다!”
당피에르처럼 끝까지 저주에 가득찬 독설을 내뱉는 자들도 있었고.
“아, 안돼! 죽기 싫어! 살려주세요 폐하! 살려주십시오! 죽기 싫어어어어!”
죽음을 앞두고 울부짖으며 애원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상송은 사형수들의 유언을 다 들어준 뒤 그들의 몸을 단두대에 올라가는 나무판에 고정시켰다.
그런 뒤, 사형수의 몸이 바닥쪽을 보도록 나무판을 들어 쭉 밀어넣고, 목에 형틀을 걸어 단단히 고정시켰다.
“으으으으! 으아아아아!”
공포에 질린 법관들이 몸을 바둥거렸으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상송이 엄숙하게 그들의 명복을 빌어주고 단두대의 날을 떨어트리는 장치 위에 손을 올렸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이름을 거룩히 받으시고···이름을···이름을······.”
언제 날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공포로 마지막 기도조차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하는 모습.
옆에 앉아있는 마리가 긴장으로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충격을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런 감정도 잠시.
덜컥! 콰앙!
육중한 무언가가 내리 꽂히는 소리와 함께 바둥거리던 법관들의 몸이 축 늘어졌다.
“와아아아아아아!”
동시에 군중들의 광기에 찬 함성 소리가 천둥처럼 울려퍼졌다.
처음에는 너무 사형이 일찍 끝나버리는 거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지만, 처형되는 법복귀족의 수가 워낙 많아 그런 목소리는 금방 수그러들었다.
사람의 목이 줄줄이 잘리는 걸 보고 환호하는 군중들의 심리는 조금 소름끼치는 감도 있었다.
마리는 처형되는 사람의 수가 다섯을 넘었을 때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에게는 자극이 너무 강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 봤으면 충분하겠네요. 이제 우리도 일어나죠. 왕실 사람들도 슬슬 모이려는 것 같으니.”
“아, 그럼 저도 같이 갈까요? 제가 마침 심신안정에 도움이 되는 차를 가지고 왔는데 왕자비 전하께서 많이 놀라셨을 테니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샤르트르 공작이 눈치없이 또 끼어들었다.
그래도 이번엔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선물이 탐나서가 아니라 어차피 저 인간은 나에게 껌딱지처럼 붙어 있으려는 것 같은데 지금부터는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침 딱 타이밍 좋게 모푸가 이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전하. 폐하께서 튈르리 궁의 보수 작업에 관한 문제로 전하를 부르셨습니다. 포고문 선포 전까지 시간이 있으니 그 전에 이야기를 마무리 짓자고 하시니 속히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안타깝지만 샤르트르 공작, 밀린 이야기는 다음에 하는 걸로 하죠. 전 폐하께 가봐야겠습니다. 아, 그리고 주신다는 차는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예.”
갈 땐 가더라도 준다는 선물은 챙기고 가야지.
청나라에서 들여온 찻잎이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닌데.
샤트트르 공작이 아무리 얼굴에 철판을 깔아도 국왕과 대담을 하는데 끼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졸지에 괜히 애먼 차만 헌상하게 된 그의 입술이 미미하게 뒤틀렸다.
더 이야기를 못해 너무나 아쉽다는 티를 팍팍 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군가가 귀찮게 붙잡을 때를 대비해 적절히 핑계를 깔아둔 게 신의 한수가 된 셈이다.
나는 소소하게라도 저 뺀질이에게 한방 먹였다는 것에 만족하며 루이 15세가 기다리는 곳에 당도했다.
“폐하 찾으셨습니까.”
“오오, 그래.”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갔음에도 루이 15세의 얼굴은 그리 밝지는 않았다.
어딘가 슬퍼 보이는 눈이 광장의 단두대를 향하고 있었다.
“폐하께서도 너무 처벌이 과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럴리가 있겠느냐. 너에게 암살범을 보낸 행위만으로도 처형은 피할 수 없었다. 거기에 수많은 비리 행위까지 더해졌으니 당연히 받아야 할 벌을 받은 게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래도 저들은 내 신하였던 이들이다. 내가 진즉 강하게 나섰더라면 저들이 이렇게까지 폭주할 일도 없었겠지.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말 잃고 나서 마구간을 고치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구나.”
“폐하. 외람된 말씀이지만 말을 잃어도 마구간은 고쳐야 합니다. 앞으로 말을 다시 키울 생각이시라면 말이죠.”
루이 15세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허허 웃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늦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말이 되지 않지.”
“그렇습니다. 여기서 폐하께서 더 치고 나가시지 않는다면 귀족들은 오히려 더 기고만장해질 겁니다. 폐하께서 아무리 강하게 나간다고 해도 결국 멈출 거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꼴이 될 테니까요.”
“···구구절절 옳은 소리다. 지금이야말로 고삐를 더 강하게 틀어쥐어야 한다는 말이겠지? 알겠다. 내 앞으로도 너의 말을 계속 참고하도록 하마. 그나저나 모푸가 널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친하더구나. 이번 일에는 네 공적이 가장 컸다고 하던데 나 역시 동감이다.”
“제가 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다 폐하께서 지니신 권위에 업혀갔을 뿐이죠.”
국왕의 성격을 고려하면 계속해서 그를 띄워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줘야 한다.
칭찬은 고래만이 아니라 사람도 춤추게 하는 법이거든.
그리고 이런 타입은 밀어주면 그만큼 보답을 확실하게 돌려준다.
“이번에 네 덕분에 법원을 솎아냈으니 정상화 과정도 너에게 일임할까 한다. 새로 임명될 대법관들의 인사권을 줄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닙니다. 제가 그런 인사권을 휘두르면 괜히 시샘과 의심의 눈초리를 보는 사람들이 생길 겁니다. 모푸 총리의 의견을 들으시고 폐하께서 직접 인선을 짜는 게 훨씬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허허···하지만 그러면 최대 공신인 네가 가져가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
“처음부터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왕실의 권위가 바로 서는 것이야 말로 제가 가장 원하는 겁니다.”
어차피 대법관이라고 해봐야 법원의 특권이 모조리 폐기된 시점에서 별 영향력도 없다.
그런 허울 좋은 자리야 모푸와 국왕이 알아서 하라고 하면 된다.
어차피 모푸도 이제 내 사람이나 마찬가지라 법관쯤은 얼마든지 내 입김이 닿는 사람으로 꽂아넣을 수 있겠지.
내가 손에 넣어야 할 건 따로 있었다.
“다만 저를 믿고 따라준 라부아지에 가문에게는 마땅한 보상을 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공석이 된 출판총감 자리를 그에게 맡기는 게 어떨지요? 폐하에 대한 충심이 대단하니 훌륭히 역할을 다 할 겁니다.”
“오, 그렇지. 안 그래도 그에게 어떤 보상을 줘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출판총감이라···확실히 그 정도면 적절하겠구나.”
법원이 가진 권한이 태반이 쓸려나갔어도 언론에 대한 제어권은 건드리지 않았다.
내가 처음부터 가장 탐냈던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저 자리였다.
대법관의 인사권 따위야 언론을 주무를 수 있는 권한에 비하면 굴러다니는 돌덩이만도 못하다.
저 정도 자리를 던져줬으면 나를 향한 라부아지에의 충성심도 절정을 찍을 테고, 아들쪽에게도 내 면목이 서겠지.
아버지쪽이야 언론 마사지만 열심히 하면 되지만 아들쪽은 아직 뽑아먹을 게 많이 남았으니, 이렇게 꾸준히 관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표면적으로 무욕한 내 모습을 바라보는 루이 15세의 시선이 이 이상 대견할 수 없다는 빛을 띠었다.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목소리가 살짝 울먹이기까지 했다.
“나라와 왕실을 생각하는 네 마음이 이다지도 깊으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 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너의 편이 되어줄 테니 앞으로도 나를 위해 지혜를 빌려다오.”
“물론입니다. 지금부터는 폐하의 시대입니다. 프랑스를 다시 위대하게 만드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폐하가 되실 겁니다.”
정중히 고개를 숙인 내 어깨 위로 루이 15세가 양손을 올렸다.
파르르 떨리는 손에서 그가 얼마나 큰 격정을 느끼고 있는지 훤히 짐작이 됐다.
최선을 다해 망가져가는 나라를 원래대로 되돌리겠다는 굳은 결심을 품고 있는 거겠지.
그거야말로 내가 가장 바라는 일이다.
루이 15세의 찬란한 시대가 끝나는 그날, 다음에는 나의 시대가 올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