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46)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46화 모든 사절은 로마로 통한다 (1)(46/355)
모든 사절은 로마로 통한다 (1)
“···콘클라베요?”
베르사유로 입궁하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내가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그래. 콘클라베가 뭔지는 알고 있겠지?”
“당연히 알고 있죠.”
콘클라베는 쉽게 말하자면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들의 회의다.
교황이 선종하면 그가 생전에 지명한 추기경이 교황의 죽음을 확인하는 의식을 치른다.
그리고 교황의 숨이 확실히 끊어졌다는 걸 확인하면 교황의 반지를 빼내 이걸 인장으로 쓸 수 없도록 흠집을 낸다.
그런 뒤 70여명의 추기경단이 전원 출석하는 회합이 열리고 그곳에서 선거 일정이 결정된다.
마지막으로 교황의 장례 미사가 열린 뒤 9일간의 애도 기간을 거치는 과정이 끝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콘클라베가 어째서 지금 언급되는 겁니까?”
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 경당은 당연히 외지인은 출입할 수 없다.
아니, 그 이전에 시기를 따져보면 교황은 이미 작년쯤에 선종하고 콘클라베가 열렸어야 한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이야기가 논의되고 있다는 게 조금 어색하다.
다른 일에 완전히 정신이 팔려 있어서 신경을 쓰지 못했었는데 설마 교황이 죽는 타이밍이 역사와 달라진 걸까.
따위의 생각을 하자마자 루이 15세가 내 예상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시켜주었다.
“교황 클레멘스 13세가 이제 곧 세상을 뜰 것 같다는 첩보가 올라왔으니까. 이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이 들려왔었는데 이번엔 진짜로 위험한 것 같더구나.”
“···생각보다 오래 버티셨군요.”
“그렇긴 하지. 우리도 최근 다른 일들이 많이 터져서 교황령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던 터라 연락을 조금 늦게 받은 감이 있지만.”
아 그래서였군.
어째서 이렇게 일정이 꼬였는지 대강 감이 잡혔다.
클레멘스 13세가 말년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크게 받은 건 예수회 추방 운동이 결정적이었다.
프랑스와 에스파냐, 나폴리 등지에서 예수회를 추방하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 역사와 다르게 프랑스는 이번에 예수회 탄압에 그렇게 적극적이진 않았다.
그런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많이 터졌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이유로 클레멘스 13세가 받는 압박이 조금이나마 더 가벼워졌던 것이리라.
고령의 나이에 혈압이 오르는 요소가 조금만 줄어도 이렇게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니 놀랍다.
이래서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가.
“어째서 콘클라베가 열리는지는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저희와 큰 상관이 있는 건가요? 어차피 차기 교황은 조반니 추기경이 추대되는 걸로 대강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나요?”
“그렇겠지. 우리만이 아니라 포르투갈과 에스파냐도 그쪽을 지지하니까. 하지만 중요한 건 누가 차기 교황이 되느냐가 아니다. 영국 놈들이 이번 콘클라베 기간에 맞춰서 외교 사절단을 보낼 거라는 첩보가 들어온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
“영국이 갑자기 왜 뜬금없이······?”
“글쎄. 이유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 섬구석 촌놈들이 하는 짓이야 뻔하지 않겠느냐. 국력 과시겠지.”
설마 그런 짓을 하겠는가 싶지만, 그걸 태연히 해버리는 게 근대 시절의 이 당시의 혐영 제국이다.
어지간하면 의심하지 말고 믿어야 한다.
“그런데 교황령에 가서 국력 과시를 해서 영국이 얻는 게 별로 없을 텐데요. 아무리 교황청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어도 교황은 교황인데.”
“대놓고 압박을 하진 않겠지. 명목상은 새로운 교황 성하에게 인사를 드리겠다 뭐 이런 기특한 이유가 아니겠느냐. 그리고 은연중에 자신들의 힘을 과시할 테고. 지금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국가는 자신들이라는 걸 뽐내는 것만으로도 놈들은 만족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럴 수도 있겠네요. 원래 그런 유치한 이유로 전쟁까지 일어나기도 하는 게 국제 관계니까요.”
“지금 영국은 아마 심사가 꽤나 뒤틀려 있을 게다. 천연두 백신을 프랑스에 홀랑 도둑맞았다고 생각할 테니까. 듣자하니 그 건으로 시민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서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했다는구나. 그래서 떨어진 위신을 이번에 좀 챙겨보자는 속셈도 있을 거라는 게 우리쪽의 분석이다.”
거기까지 고려하면 확실히 말이 되는 이야기였다.
영국은 이미 이 당시부터 의회에서 정당이 정치를 했고, 관습적으로나마 총리도 존재하고 있었다.
그 말은 당연히 여론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렇게나 짱짱하다는 대국민 과시용으로 교황령 사절단을 결성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다면 이건 외국에 과시하려는 게 아니라 자국 여론몰이용에 가깝다고 봐야 하나.
“그러면 폐하께선 어떻게 대응하실 계획이십니까?”
“당연히 영국 놈들이 기세등등하게 돌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지. 우리도 새로운 교황의 선출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외교 사절단을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 이미 귀족들도 전부 찬성한 사안이다.”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만이 아니다. 아마 영국의 행동이 여러 국가들의 자존심에 묘한 불을 붙인 모양이더구나. 에스파냐와 러시아, 오스트리아, 그리고 프로이센까지 사절단을 파병할 거라는 첩보가 최근 올라왔다. 그리고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오스만 투르크도 사람을 보내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하더구나.”
완전 개판이 돼버렸구만.
어쩌다가 콘클라베가 열강들이 벌이는 자존심 싸움의 축소판이 되어버린 거지.
교황측이 전말을 알게 되면 얼마나 참담한 심정일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저를 급히 입궁하라 하신 이유를 이제 알겠네요. 단순히 이 사실을 알려주려고만 하신 건 아닐테고···제가 사절단의 대표로 가면 되는 건가요?”
“···오스트리아에서 그런 일을 겪고 돌아온 너를 또 보내는 게 미안하긴 하다만 네가 적임자라는 말이 하도 많이 나와서 말이다. 그래도 정 안 되겠다 싶으면 거절해도 좋단다. 네 마음이 어떨지는 충분히 이해하니까.”
“아닙니다. 어찌 프랑스의 얼굴로 파견되는 영광스러운 자리를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암살자들도 머리가 있다면 이번에는 잠자코 있겠죠. 오히려 이렇게 식견을 넓힐 기회가 생긴다면 저는 좋습니다.”
루이 15세가 흡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자가 기특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딱 그런 얼굴이었다.
“너라면 내가 별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내오리라 믿는다.”
“그런데 이번 사절단에는 특별한 목표 같은 게 없지 않습니까? 굳이 따지자면 영국이 위신이 살지 않도록 방해를 하는 것 정도?”
“음 그게 말이지······.”
분명히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을 루이 15세가 묘하게 말을 끌었다.
아직 알려주지 않은 뒷 내용이 있을 거라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루이 15세가 애먼 가발을 만지작거리며 어색하게 헛기침을 해댔다.
“크흠,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에 명목상의 대표는 네가 아니란다. 왕태자 오귀스트가 대표를 맡고 네가 그 아이를 보좌해줬으면 하는데···가능하겠느냐?”
“프랑스의 왕태자가 직접 가는 건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
“영국의 대표는 전임 총리라고 하더구나. 그런 점에서 왕태자를 보내는 건 조금 지나친 감도 있다고 보지만 이번에는 다른 목적도 있단다.”
“다른 목적이요?”
“그래. 알다시피 왕태자는 지금 너무 유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외국에도 그런 소문은 파다하게 퍼져 있을 게다. 앞으로 그런 인식이 완전히 고착화 되기라도 하면 우리쪽에는 손해가 막심하겠지?”
나는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소리다.
왕태자는 왕이 될 사람.
그리고 왕은 곧 그 나라를 상징하는 존재다.
왕이 호구라는 이미지가 박히면 그 나라 자체가 얕보이게 되는 건 필연적인 일이다.
“그러면 폐하께서는 이번 기회를 살려 형님께서 소문과 달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거로군요.”
“그래. 마침 교황령에는 지금 내로라 하는 국가의 사절들이 총집결하지 않느냐.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지. 그리고 겸사겸사 왕태자에게 어울리는 적합한 혼처를 물색할 수 있다면 더 좋을 테고.”
“외람된 말씀이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큰 게 아닙니까? 저기서 실수라도 했다가는 소문이 사실이라는 게 전 세계적으로 확정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네가 함께 가줬으면 하는 거란다. 너라면 실질적인 일은 네가 다 처리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태자의 위신도 세워줄 수 있지 않을까?”
말이 쉽지 이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나만 잘해서 끝나는 이야기라면 몰라도 그 소심한 오귀스트를 컨트롤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의미 아닌가.
아바타처럼 내가 입력하는 대로 움직이면 모를까 중간에 과부하 걸려서 뻗어버릴 게 분명한데.
하지만 그렇다고 거절하기는 또 그런 게 이건 분명 루이 15세의 말대로 좋은 기회였다.
앞으로도 프랑스와 영국은 세계의 패권을 두고 치열하게 다툴 수밖에 없는 관계다.
영국을 저지할 수 있는 나라는 프랑스밖에 없고, 마찬가지로 프랑스를 누를 나라가 있다면 그건 영국밖에 없다.
영국을 효과적으로 억누르기 위해서는 강력한 동맹의 존재가 필수적이고, 왕태자라는 카드는 여기에서 아주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기회를 잘 살리면 루이 오귀스트를 내가 쥐고 흔들 수 있는 판을 깔아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내가 입지를 다져 놓았다고 해도 지금 당장은 기반이 부족하다.
조금이라도 공을 많이 세워 힘을 키워둘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언론 통제권이 나에게 온 이상 왕태자보다 내가 더 돋보이도록 교묘하게 여론조작을 하는 건 일도 아니다.
그리고 왕태자가 아무리 세력을 키워봐야 내겐 모든 구도를 뒤집을 최강의 카드가 한 장 남아있다.
그 시기가 올 때까지는 최대한 국왕과 왕태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발언권을 키워놓을 필요가 있었다.
모든 계산을 끝마친 나는 흔쾌히 국왕의 부탁을 수락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제가 형님을 옆에서 충실히 보좌해보겠습니다.”
“오오! 그래 너라면 그렇게 말해줄 거라 믿고 있었다.”
“대신 출발 전에 제가 형님을 가르칠 수 있도록 허가해주십시오. 아무래도 그쪽에 가서 조금이라도 소심한 모습을 보이면 모든 게 틀어지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제가 태도를 잡는 걸 도와드리고자 합니다.”
“그래, 그래. 그런 점은 네가 그 아이보다 훨씬 능숙하겠지. 잘 지도해서 그 아이가 위엄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도와주거라.”
그래. 오귀스트가 아무리 심약하다고 해도 확실히 가르쳐 두면 한 사람 몫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성격이 소심할 뿐 오랜 시간 이야기해보면 절대 멍청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고 기록으로도 적혀 있지 않았던가.
물론 근본적으로 그의 성격을 뜯어고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소심해도 좋으니 대범한 사람인 척 하는 연기만 해주면 된다.
막말로 코딩을 해놓고 거기에 맞춰서 행동하는 기계처럼 굴기만 하면 되는데 설마 그걸 못하지는 않겠지.
나는 루이 15세에게 인사를 올린 뒤,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심정으로 오귀스트를 만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
나는 관상을 딱히 믿지는 않는다.
그래도 딱 얼굴만 봐도 사람의 성향이 티가 나는 경우가 있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주로 극도로 공격적이거나 소심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이런 예감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루이 오귀스트도 딱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다.
겉으로만 봐도 얼굴에 [나 소심하고 소극적인 사람이에요]라고 써 붙이고 있는 티가 풀풀 풍긴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는 오귀스트와 단 둘이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그는 좀처럼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이쪽저쪽 굴리고 있었다.
“형님, 너무 어려워 마시고 편하게 대해주십시오.”
“어, 그, 그래. 동생아.”
“교황령에 가시면 위엄있으면서도 중후한 모습을 보이셔야 합니다. 형님께서 능숙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제가 옆에서 도와드릴 테니 걱정 마십시오.”
“음···할아버님께서 너만 믿고 시키는 대로 해보라고 하셨으니······.”
그렇게 말하면서도 오귀스트는 끝까지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심각하네 이거.
사람의 성격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면도 있지만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후천적인 면도 크다.
프랑스의 왕태자라면 자연스럽게 오만한 태도가 몸에 배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이 사람은 대체 왜 이러는 걸까.
타고난 본질은 환경과 교육에 의해 바뀌지 않는다는 훌륭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나는 준비해온 자료들을 탁자 위에 꺼내놓았다.
“형님께서 성격이 소극적이라는 건 저도 잘 압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그러면 안 된다, 성격을 고쳐라 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연기?”
“예. 그냥 오연하면서도 냉정한 상상속의 인물을 연기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어차피 교황령에서 타국 외교단과 만났을 때만 이런 모습을 보이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일단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한 대화문을 몇 가지 만들어보았다.
여기서 내가 요구한 사항은 딱 하나.
이걸 최대한 위엄있게 읽어보라는 것이었다.
“자, 그럼 제가 영국의 대표인 그래프턴 공작의 역할을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왕태자 전하. 앞으로 프랑스를 이끌어가실 나라의 기둥을 직접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귀스트는 내가 건네준 종이를 바로 읽지 못하고 눈을 찌푸리며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지독한 근시로 안경이 없으면 눈앞의 사람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고 하니 글씨를 읽기도 힘든 정도인 걸까.
저런 점도 해외에 나갔을 때 눈에 띄면 우습게 보일 수 있는 약점이다.
“음, 그러니까···반갑소. 그래프턴 공작. 젊은 나이임에도 영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이끌어갔다는 점에 나 역시 감명받았소. 앞으로도 발전적인 논의를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
“자, 잠깐만요. 형님, 조금만 더 위엄있고 패기있는 어조로 읽으실 수는 없습니까? 이게 실전이라고 생각하시고.”
“한다고 해봤는데 별로 그런 느낌이 살지 않았나? 그런데 너무 위엄을 차리려고 하면 너무 오만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그냥 오만한 느낌으로 가는 게 차라리 더 좋습니다. 예의가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하게 나가도 좋으니 한 번 해보십시오.”
오귀스트가 한숨을 내쉬고는 다른 종이를 집어 든 채 목청을 가다듬었다.
“나는 위대한 프랑스 왕국의 왕태자 루이 오귀스트···국왕 폐하의 대리인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
아니, 아니!
대체 어째서 모든 회화를 저렇게 무미건조하고 온화하게 이어나가려는 거냐고.
이쯤 되면 이제 이것도 재능의 영역이 아닐까?
노력은 재능을 이길 수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또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내가 감탄만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거다.
이대로 교황령에 데리고 가면 대참사가 일어날 텐데 이걸 어쩌면 좋은가.
아니, 애초에 왕태자 파는 뭘 믿고 나에게 이 인간을 맡긴 거지.
이런 쪽으로는 답이 없는 인간이라는 걸 이미 알았을 텐데.
설마하니 오귀스트의 천성이 그런 건 어쩔 수 없는 상수니 포기하고 나를 물귀신처럼 끌고 들어가겠다는 건가.
가능성은 있었다.
오귀스트의 성격이야 이미 유럽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이건 프랑스가 감수하고 가야 할 짐이었다.
교황령에서 그게 확정된다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다.
그러니 그냥 살을 주고 뼈를 친다는 심정으로 오귀스트가 망신당하고 그 책임을 나에게 전가해버리려는 거라면···그래. 대충 감이 잡힌다.
오귀스트의 웃기지도 않은 낭독회를 쭉 지켜보던 나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이런 방식으로는 10년이 걸려도 이 인간을 교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
“형님. 조금 방법을 바꿔보겠습니다. 지금부터 그냥 제가 하라는 대로 따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