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50)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50화 우리 말로 해결합시다 (2)(50/355)
우리 말로 해결합시다 (2)
이야기를 주도하던 그래프턴 공작이 얼타기 시작하자 실내는 쥐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모두의 시선이 오귀스트에게 집중되었다.
그러나 당연히도 오귀스트의 입이 다시 열리는 일은 없었다.
타이밍을 재던 나는 안절부절 못하는 라자로 추기경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죄송하지만 간단히 요기할 음식을 좀 가져다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까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왕태자께서 조금 허기가 지다고 하셔서요.”
뜬금없이 음식을 가져다 달라는 요구에 라자로 추기경은 당황해하면서도 사람을 시켜 요리를 준비시켰다.
음식이 나오자 오귀스트는 다른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고 우아하게 식사를 시작했다.
뭐 저런 별종이 다 있냐는 시선이 쏟아졌지만 오귀스트는 눈앞의 그릇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대신 내가 바톤을 이어받는 형태로 회의에 끼어들었다.
“우리 프랑스측의 입장은 간단합니다.”
나는 잔잔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프턴 공작님의 말씀처럼 신성한 교황청에서 압력을 행사한다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서야 되겠습니까.”
“···허어···진심이십니까?”
그래프턴 공작은 미심쩍은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어째서 놀라시는 겁니까? 영국 측도 감히 교황 성하에게 압박을 넣는 무도한 행위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 아닙니까?”
“물론입니다···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죠.”
“사실 대상이 교황령측만 돼서도 안 되지요. 그 어떤 국가도 이 곳에서 자신의 위세를 내세우는 짓은 해서는 안 됩니다. 신께서 보고 계시는 곳인데요. 설마 이곳에 자국의 힘을 과시하려 온 국가는 없겠지만 만약 있다면 그런 생각은 접는 게 좋을 겁니다.”
에스파냐 대사 호세 모니노가 재빠르게 내 의견에 찬성하고 나섰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런데 설마 있겠습니까? 자국의 위신을 과시하려는 한심한 이유로 교황령까지 온 이들이요. 있다면 신의 징벌이 무섭지 않은 이들이 아니겠습니까.”
대놓고 자신을 비꼬는 중이라는 걸 눈치챈 그래프턴 공작이 쓴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내가 그의 말에 동의하는 형태로 말했기 때문에 대놓고 반발하지는 못할 거다.
그리고 요약하자면 이건 이쪽도 가만히 있을 테니 너도 가만히 있으라는 일종의 타협안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었다.
눈치 빠른 외교관이라면 행간에 담긴 의미를 읽지 못할리는 없을 것이다.
잠시 침묵하던 그래프턴 공작이 입꼬리를 비틀며 입을 열었다.
“두 분의 말씀이 옳습니다. 물론 신께서 지켜보시는 성스러운 공간에서 사리사욕을 탐하는 건 말이 되지 않죠.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도 있지 않나 싶군요.”
압력을 넣지는 않겠지만 그대로 호락호락 넘어가진 않겠다는 뜻인가.
영국의 드높은 자존심을 고려하면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게 당연하긴 하겠지.
“그래서 영국이 생각하는 문제는 뭡니까?”
“당연히 신의 뜻에 거스르는 무도한 행위들이지요.”
이쯤되니 대체 무슨 뻔뻔한 소리를 하려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다른 국가의 대사들도 일단 잠자코 상황을 관망했다.
“바야돌리드에서 우리는 중대한 합의를 보았습니다. 인디언들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니 설득과 교육으로 교화시켜야 한다는 평화적이고 역사적인 합의였습니다. 교황 성하께서도 이 의견을 수용해 우리는 역사적인 진일보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대사들의 얼굴에 짜증이 서렸다.
“그래서 무얼 말씀하시고 싶은 겁니까?”
“이렇게 인디오들을 착취해서는 안 된다는 합의를 했음에도 여전히 이 악습을 끊어내지 못하는 나라가 있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모인 국가들중에 신대륙에서 원주민들을 가장 학대하고 노예취급했던 국가가 어디인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뜬금없이 이게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에스파냐 대사 호세 모니노가 얼굴을 확 찡그렸다.
“지금 우리 들으라고 하는 말입니까?”
“인디언들도 사람입니다, 사람. 사람다운 대우를 해주기로 해놓고 여전히 뒤에서는 갖은 착취를 하고 있단 제보가 있어서 말입니다.”
“허···이건 무슨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실내의 모두가, 그리고 말을 하는 그래프턴 공작도 억지라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뻔뻔함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게 이 당시의 유럽 열강들이었다.
그리고 영국은 그 중에서도 수위를 달리는 국가다.
“트집이라면 이런 일을 하신 적이 없다는 말씀이시로군요.”
“아니, 다른 누구도 아닌 영국이 그런 말을 입에 담을 자격이 있습니까? 누가보면 영국은 인도에서 시민권을 뿌리고, 북아메리카에서는 친인디언 정책이라도 펼치고 있는 줄 알겠습니다.”
“저희는 언제나 공생과 화합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북아메리카에서 저희가 경영하는 13개의 식민지를 보십시오. 얼마나 유화적입니까.”
“제가 모르는 사이에 유화라는 뜻이 바뀌기라도 했나 봅니다. 제가 듣기로는 설탕세와 인지세를 부과했다가 폭동에 가까운 사태가 발생해 철회했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호세의 통렬한 비아냥에도 그래프턴 공작의 표정에는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 자비로우신 폐하께서 식민지 사람들의 고충을 헤아려 없던 일로 했던 거지요.”
“그렇게 자비로우셔서 저번 전쟁에서는 인디언들에게 천연두를 퍼트려서 막대한 피해를 입혔습니까? 인디언들도 사람이라는 그쪽 주장에 배치되는 행동 아닙니까.”
“그것 역시 근거없는 헛소문입니다. 천연두는 전염병입니다. 저희가 일부러 퍼트린 게 아니라 하필 운이 없게 퍼져버린 거지요.”
호세가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나와 버리면, 그도 어쩔 수가 없었다.
아무리 여기에 있는 모든 국가가 강대국이라고 해도 엄연히 힘의 차이는 있다.
에스파냐는 7년 전쟁에서 패배한 국가들 중 가장 타격이 적긴 했지만, 최근 포클랜드 영유권 분쟁에서 영국에게 한발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정확한 gdp나 ppp를 계산하지 못했지만, 저중 뭘로 봐도 이제 에스파냐는 영국의 경쟁상대가 아니었다.
동맹국이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면 에스파냐 혼자서는 이 이상 강하게 나가기 힘들 것이다.
나는 자연스럽게 둘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영국이 그렇게 자애로운 줄은 저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당장 아프리카에서 실어나르는 노예의 수만 해도 영국이 세계 최고 아니었습니까. 근 100년 사이에만 거의 300만에 달하는 흑인들을 사로잡아 신대륙으로 끌고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건 프랑스도 만만치 않은 걸로 아는데요.”
“그래봐야 영국의 절반도 안 됩니다. 제가 알기로는 프랑스에 네덜란드에 덴마크를 합쳐도 영국에는 견주지 못할 겁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18세기 노예무역의 규모는 영국이 독보적인 세계 최고였다.
그다음을 자랑하는 포르투갈과 프랑스를 합쳐야 영국을 넘어설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규모로 사람을 실어나르면 점점 더 환경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수백년 동안 약 1천만이 넘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노예로 신대륙에 끌려갔다.
말이 좋아 1천만이지 현대로 치면 서울시 인구를 모조리 배에 실어서 대서양을 건넌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마저도 항해 도중 약 20%의 노예들이 질병이나 영양실조로 죽었다고 한다.
이 당시 수준으로는 당연히 현대 수준의 배를 만들 수 없었기에 유럽 열강은 조금이라도 적재효율을 늘리기 위해 머리를 쥐어짰다.
문자 그대로 ‘적재’다.
이 당시 흑인들은 유럽에서 공식적으로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위 효율좋은 적재방식은 더욱 발전해서 지금 시기에는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역겨움을 자랑했다.
사람을 줄로 꽁꽁 묶어서 움직일 수 없게 한다음 7단에서 8단 정도로 쌓아올린 나무판자 사이에 끼워 넣는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한달 이상을 항해하는 것이다.
물이나 음식은 죽지 않을 정도로만 주고, 대소변도 그 자리에서 그대로 보게했다.
그러니 가장 낮은 단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위에서 흘러내린 배설물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바다를 건너가는데 20% 가까이 사망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이었다.
물론 이렇게 해도 이득이었기 때문에 선상에서 사망자가 나오면 그냥 시신은 바다에 버렸다.
유럽 대다수의 국가가 이런 식으로 노예무역을 하고 있었지만, 현재 가장 큰 규모로 하고 있는 나라는 영국이었다.
노예무역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처음으로 영국에서 나온 이유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영국이 특별히 자비롭거나 관대해서가 아니다.
가장 대규모로 노예무역을 하고 있는 국가라 비인간적인 만행을 그만큼 쉽게 접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프턴 공작에게 그런 건 아무런 상관 없는 문제였다.
그는 이번에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이긴 합니다만 그건 논외죠. 그들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어떻게 대하든 그건 우리 마음 아니겠습니까. 귀국도 생도맹그에서 노예들을 꽤 가혹하게 굴리는 걸로 명성이 높은 걸로 아는데요.”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뛰는 자가 있으면 나는 자가 있는 법. 영국이 타국의 비인도성을 지적할 위치가 되냐는 게 제 말의 요지입니다.”
“크리스티앙 왕자 전하의 말씀이 옳습니다. 여기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고, 영국이 그러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지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래프턴 공작도 더 이상 막무가내로 우기지는 못했다.
그래도 여기서 물러나는 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던지 기어코 화제를 다른데로 돌렸다.
“흠흠, 어쨌든 그 인간이 아닌 것들 이야기는 여기서 잠시 접어두지요. 어차피 여러분들도 우리 백인들이 미개한 야만인들을 계도해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하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어느 정도의 채찍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미개인들과 섞여버린 혼혈들이 점점 쇠퇴하는 것만 봐도 저들을 우리와 구별할 필요는 있습니다.”
위대한 백인이 야만적인 황인과 흑인을 개화시켜야 한다는 백인의 짐 같은 논리를 지껄이고 싶은 건가.
뭐, 사실 현대에서야 인종차별주의적 헛소리라고 해도 이 시대의 유럽 사람들은 대부분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19세기에 저런 소리가 나왔을 때도 일반 시민들은 물론 다수의 지식인들조차 저걸 옹호했겠지.
아니 근데 여기 당사자인 오스만 제국 사절들이 있는데 그걸 대놓고 얘기한다니 역시 대영의 혐성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그래프턴 공작이 난 놈인 걸까.
아니나 다를까 통역을 들은 투르크 왕태자와 예니체리들이 대놓고 얼굴을 찡그렸다.
물론 그래프턴 공작은 이교도들이 그러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했지만.
“크리스티앙 전하께서는 저희의 도덕성을 지적하셨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성경에는 이렇게 적혀 있지요. 신 앞에 사람은 평등하다. 이 가치를 우리 영국보다 잘 지키고 있는 국가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유럽에 존재하는 국가의 개수만큼은 되지 않을까요.”
“저희 의회의 서민원은 귀족이 아닌 자들 가운데서도 시민의 대표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보다 성경의 교리에 부합하는 체제를 운영하는 나라가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유연한 신분 체계를 가지고 있는 인도를 4개의 카스트 계급에 우겨넣어버리려고 하는 게 영국이 아니었다면 참으로 설득력 있는 말이었겠습니다만.”
“크흠! 그것과 이건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 백인은 미개한 황인들을 계도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어디까지나 그런 일환으로서······.”
본래 인도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엄격한 카스트로 구분되는 나라가 아니었다.
카스트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엄격히 말해서는 신분에 따른 카스트보다는 직업에 따른 쟈티가 더 중요했다.
비교적 융통성이 있었던 이 체계가 망가진 건 영국이 인도에 들어오면서부터였다.
말하는 족족 본전도 건지지 못하자 그레프턴 공작은 마침내 혀를 차며 입을 다물어버렸다.
잠시 소강상태가 되자 나는 여전히 불안한 시선을 감추질 못하는 라자로 추기경에게 시선을 돌렸다.
“국무원장님, 너무 걱정마십시오. 방금 모두가 동의했다시피 이곳에서 문제를 일으킬 생각을 하시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만약 그런 부덕한 국가가 있다면 저희 프랑스가 방패가 되어 저지할 것입니다.”
“오오···감사합니다. 교황 성하께서도 왕자 전하와 프랑스의 신실함을 절대 잊지 않으실 겁니다.”
이렇게 많은 국가의 대표가 모여 있는 곳에서 선언한 이상 뱉은 말에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한다.
게다가 프랑스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동맹국인 에스파냐와 오스트리아도 따라올 가능성이 높다.
내내 얼굴이 죽상이던 라자로 추기경의 얼굴에 처음으로 화색이 돌았다.
이후로는 그렇게 얼굴을 붉힐만한 화제는 올라오지 않았다.
하긴. 어차피 처음부터 회의가 목적인 만남이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격앙된 분위기는 다 지나갔으니 이제 한숨 돌려도 되겠지.
하도 집중하고 있었더니 어깨와 등이 찌뿌등했다.
내가 기지개를 쭉 피며 자리에서 몸을 풀던 찰나, 그래프턴 공작이 식사를 막 마친 오귀스트에게 말을 걸었다.
“왕태자 전하께서 많이 시장하셨었나 봅니다.”
“······.”
“그런데 이 다음에 논하고 싶은 화제가 있는데 그게······.”
저 인간은 뭔 할 말이 저리 많은 거야.
속으로 불평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믿기지 않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만 일어나보겠소.”
“······?”
아니 잠깐 그건 다섯번째 패턴인데 그게 왜 지금···설마 방금 내가 기지개를 킨 것 때문에?
이런 미친 손가락 다섯개가 다 펴져 있었네.
오귀스트는 또다시 벙쪄버린 그래프턴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식기를 가지런히 놓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잠깐.
형님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내 소리없는 절규를 듣지 못한 오귀스트는 자신이 이번에도 명령을 충실히 시행했다는데에 만족하며 씨익 웃었다.
“아니, 왕태······.”
다급하게 붙잡으려는 그래프턴을 뒤로한 채 오귀스트는 그대로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거의 대놓고 무시당한 거나 다름없는 그래프턴의 얼굴이 이번에야말로 처참하게 굳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국가의 대표단이 숨죽여 웃었다.
이번에는 같은 편을 들어주기로 한 프로이센의 하인리히마저 표정을 숨기기 위해 슬쩍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떨리는 걸로 봐서는 분명 터지려는 걸 참고 있는 거다.
“크흠! 저희는 그럼 이만. 크크큭.”
방금 전 간접적으로 모욕을 당한 오스만 대표단은 대놓고 조소를 흘리며 자리를 떠났다.
이후 러시아 대사도 어색하게 인사를 하며 눈치를 보고는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다.
이렇게 된거 그냥 이쪽도 얼굴에 철판깔고 나갈 수밖에 없다.
“저희도 가보겠습니다.”
나는 카우니츠와 호세에게 따라오라는 눈짓을 보낸 뒤 라자로 추기경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문을 열고 나서기 직전 나는 마지막으로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래프턴 공작은 너무나 어이가없는지 그저 허허 웃고만 있었다.
황당함이 임계점을 넘어 분노조차 느껴지지 않는 듯 보였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대놓고 맥여버린 게 되어버린 건가.
거참 미안하게 됐수다.
나는 하인리히가 실소를 머금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다시 몸을 돌렸다.
물론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생각은 눈꼽 만큼도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