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5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55화 세치 혀의 위력 (3)(55/355)
세치 혀의 위력 (3)
그래프턴은 대화 내내 신중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그에게는 비록 젊더라도 영국에서 다양한 정치인들과 부대끼며 성장해왔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선진적인 의회 문화를 갖춘 영국의 정치인들은 프랑스와는 수준이 다르다.
영국 귀족들이라면 대다수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프턴도 딱히 예외는 아니었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유리해지는 건 자신쪽이라는 확신이 어조에서도 묻어 나왔다.
“프랑스가 노리는 건 두 가지가 아니라 세 가지여야 하는 것 아닙니까? 오스만과 프랑스는 동맹의 역사가 꽤 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러시아와 오스만이 벌이고 있는 전쟁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만.”
“당연히 신경이야 쓰이지요. 하지만 프랑스는 오스만을 지원할 마음이 없습니다. 오히려 저희가 지금 신경 쓰는 건 영국이 어느 한쪽의 개입여부입니다.”
의외로 진솔하게 들리는 대답이 돌아오자 그래프턴의 표정에 이채가 서렸다.
“그런데 프랑스와 오스만이 동맹관계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아닙니까. 동맹국이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하면 거절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이 세상에 영원한 동맹 같은 게 어디 있겠습니까. 사실 프랑스가 오스만과 동맹을 맺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합스부르크를 견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쪽은 저희의 동맹이죠. 처음 동맹을 맺었을 때 가지고 있던 강대한 힘도 이제는 많이 쇠퇴했습니다.”
“그건 확실히 그렇지요. 오스만의 전성기는 이제 지났다고 봐야 할 겁니다.”
“그리고 만약 저희가 오스만의 손을 들어 전쟁에 개입한다면 영국이 러시아의 손을 들어 개입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희에게는 이게 가장 중대한 문제입니다.”
고개가 절로 위 아래로 흔들렸다.
사실 영국이 신경쓰고 있는 것도 프랑스와 같았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동맹국인 오스만을 도와 전쟁에 개입하면 영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문제는 본국을 떠나기 전 의회에서도 다뤄졌던 사안이다.
정말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냥 자기네끼리 치고받게 나뒀으면 했다.
영국이 7년 전쟁의 승자라고는 해도 얻은 이득에 비해 소모가 너무나도 컸다.
이걸 매꾸려고 식민지에서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세금을 끌어다가 썼던가.
의회도 식민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았다.
여기서 또 한 번 전쟁을 일으키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 됐다.
크리스티앙은 그 점을 예리하게 찔러왔다.
“어차피 저희도, 그리고 귀국도 지금은 여력이 별로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만약 영국이 러시아의 편을 들기라도 하면 저희는 오스만의 편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자동으로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도 참전하겠죠. 7년 전쟁 같은 대전이 또 벌어질 수도 있는 겁니다. 다행히도 아직 영국은 러시아나 오스만과 접촉하지 않은 모양이더군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서로 그냥 좋게좋게 넘어가자 이 뜻이로군요.”
그래프턴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지금까지 품고 있었던 의문.
어째서 프랑스가 러시아나 오스만과 접촉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저놈들도 속으로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막상 전쟁을 벌일 여력은 없지만, 영국이 끼어든다면 자존심상 자신들도 끼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감시의 눈길을 번뜩이며 이쪽의 동향만 살피고 있었던 거다.
영국 역시 같은 마음으로 프랑스를 관찰하고 있었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크리스티앙은 한껏 목소리를 낮추고 비밀스럽게 이곳에 온 진의를 털어놓았다.
“어차피 귀국과 본국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사이입니다. 갑자기 친선을 도모할 수도 없고, 그러면 역효과만 나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서로 한쪽이 사라질 때까지 마냥 싸울 수만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의심할 여지 없이 현재 유럽에서 가장 강한 두 국가니까요. 정말 끝장을 볼 생각으로 싸우면 둘 모두 어마어마한 타격만 입게 되겠지요.”
“저희가 계속 충돌하면 좋아할 쪽은 새롭게 일어나는 러시아나 프로이센입니다. 국력을 깎아서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이유는 없다는 게 국왕 폐하와 제 생각입니다.”
“예.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잘 알았습니다.”
크리스티앙은 화친을 논하는 게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더 음흉하고, 속내가 검은 제의였다.
“아직 이 세계에 저희가 나눠먹을 지역은 많습니다. 신대륙은 아직 얼마나 더 많은 자원을 감추고 있는지 정확한 추산이 불가능하고, 저 동방도 아직 손을 대지 못한 곳이 많지요.”
“하지만 동방은 강대한 청나라의 영향력 아래에 있습니다.”
“공작님께서는 열등한 황인을 계도하는 게 백인의 숭고한 사명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렇다면 종국에는 청나라와도 부딪칠 수밖에 없을 텐데요. 물론 저희끼리 싸운다면 그 날이 올 시기는 계속 멀어지기만 할 테고요.”
크리스티앙의 말은 전부 이치에 맞았다.
영국도 청을 도모해볼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지금 실시간으로 인도를 손아귀에 넣고 있는 중인데 청이라고 그렇게 못하리란 법은 없지 않은가.
그러나 프랑스와 대립구도를 유지하면서 청을 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티앙의 말은 참으로 시의적절하게 들렸다.
게다가 말만 번지르르한 게 아니라 지금까지 프랑스가 보인 행동은 전부 일관성이 있었다.
당장 영국과 에스파냐가 충돌할 뻔한 포클렌드 제도 대립 때 프랑스는 가장 먼저 발을 뺐다.
여기서 프랑스가 굽히지 않았다면 정말로 전쟁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7년 전쟁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양국의 행동방침을 바꿔버린 것이다.
영국의 정보부는 프랑스가 앞으로 국익에 심대한 타격이 가는 게 아니라면 영국의 식민지배 활동에 딴지를 걸지 않을거라 분석했다.
그리고 지금도 이 경향은 그리 달라진 것 같지 않았다.
“프랑스가 원하는 건 현재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서로 충돌하지 않고 팽창하자는 거라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예. 표면적으로는 지금처럼 계속 대립을 해야겠지요. 그래야 동맹국을 결속시키면서 서로의 입지를 키워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소규모의 충돌이야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파국으로 끌고가는 사태만 피하자 이겁니다.”
“참으로 영리한 방식이군요. 이걸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기이한 공생관계가 되겠습니다.”
“적대적 공생이라고 하면 되겠지요.”
그래프턴 공작이 무릎을 치며 감탄사를 흘렸다.
“아주 적절한 명명법이로군요. 저도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쪽의 뜻을 헤아려 주시는 거라고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서로에게 해가 될 게 없으니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게 옳겠지요.”
지금까지 면밀히 고찰한 결과 프랑스측의 말과 행동에 모순은 없었다.
그래프턴은 크리스티앙을 믿는 게 아니라 돌아가고 있는 정황과 자신의 분석을 믿었다.
이내 그가 천천히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크리스티앙은 사람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 손을 맞잡았다.
공식적인 문서는 오가지 않았지만 상대의 의도를 알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외에도 크리스티앙은 선물이라며 자신이 알고 있는 토리당 유명 인사들의 비리도 몇 개 알려주고 갔다.
이 정도면 그래프턴 공작 입장에서는 교황청까지 먼 길을 돌아온 수고비를 확실히 챙긴 셈이다.
눈에 보이는 외교적 성과를 들고 가지 못했지만, 그건 완전히 틀린 정보를 쥐어준 쪽 탓이라고 책임을 회피하면 그만이다.
그는 언제 기분이 나빴냐는 듯 함박웃음을 지으며 떠나는 크리스티앙을 배웅해 주었다.
이미 더 이상 빠져나올 수 없을만큼 늪에 푹 잠겨 있다는 사실은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로.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지만 이제 교황청에서 더 볼 일은 없었다.
계획한 모든 일을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실감이 들자 팽팽하게 조여져 있던 긴장이 한번에 풀어졌다.
그래프턴 공작이 내 말에 홀랑 넘어간 이상 당분간 영국은 단단히 착각속에 빠져 있겠지.
이제 만에 하나라도 미국 독립전쟁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은 사라졌다.
영국이 프랑스가 외부 식민지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는 이상, 원 역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전쟁에 임할 것이다.
나는 편하게 침대에 누워 프랑스에서 보낸 서신들을 읽어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라부아지에, 당연히 아들 쪽이 보내 온 투자운영 보고서였다.
[···왕자 전하께서 알려주신 정보에 의거해 13곳의 회사에 투자를 했고, 막대한 이윤을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현재까지의 수익율은 174%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유망해 보이는 회사들을 찾았는데 단기간에 이익을 먹고 빠지기에 좋아 보입니다. 그리고 추가로······.]평소대로와 그리 다를 게 없는 익숙한 패턴이다.
색으로 표현하자면 파란창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고 붉은 막대만이 시야에 가득한 기적같은 광경.
돈이 늘어나는 그래프는 보고 또 봐도 도무지 질리지가 않는다.
매번 새로운 느낌이라고 표현하면 딱 좋을 것이다.
전생에서는 지독할 정도로 투자실력이 없어서 손해를 봤지만, 지금은 달랐다.
라부아지에라는 걸출한 인물이 옆에 붙어 있는 덕분이다.
어떻게 된 게 이 인간은 화학쪽만큼이나 돈을 불리는 데에도 재능이 넘쳤다.
원 역사에서도 세금 징수관으로 활동하며 어지간한 귀족 뺨치는 수익을 올렸다고 하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세상에는 가끔 이렇게 돈을 버는데 특화된 인간들이 태어나곤 한다.
나는 다른 건 몰라도 투자는 재능의 영역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안 되는 사람은 정말 뭔 짓을 해도 안 되는 게 바로 투자다.
코스피가 1500에서 3200을 뚫는 와중에도 주식에 손을 대는 족족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내 얘기는 아니다.
코인이 가격이 4배로 뛰는 동안에도 이상하게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이것도 내 얘기는 아니다.
아무튼 아니다.
어쨌든 전생의 쓰라린 경험으로 여기에서는 절대 돈의 투자는 나 혼자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정보만 물어오고 돈을 굴리는 방향은 감각이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최고다.
그리고 그 결과는 보이는 대로 어마어마한 수익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백신의 특허로 얻는 시드머니도 어마어마한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니 몇 년 내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라부아지에의 보고서를 흡족한 마음으로 정독하며 낄낄거리고 있자 멀찍이서 지켜보던 오귀스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좋은 소식이라도 있나보네. 그렇게 신나하는 걸 보니.”
“그럼요. 이보다 신나는 소식이 그리 흔하지는 않죠.”
“아, 설마 아이라도 생긴 건가?”
“그건 아닙니다. 그랬다면 지금과는 다른 종류의 반응이 나왔겠죠. 아, 그러고 보니 마리에 관한 소식들도 좀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오귀스트의 말에 정신이 퍼뜩 든 나는 이어서 딸려온 서신을 한장 꺼내들었다.
편지지는 최근에 파리에서 발행된 신문 사이에 끼어 있었는데 이건 내가 특별히 신경을 쓰라고 일러두었던 일이다.
이제 막 언론 플레이를 시작하려 한 시기에 마리를 파리에 홀로 두고 온 게 못내 걸렸기 떄문이다.
제법 효과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어디 뜻대로만 흘러가는 법이던가.
예상치 못한 역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고, 오를레앙 공이나 샤르트르 공작 같은 인간들이 방해를 할 수도 있다.
만약 그녀에게 좋지 않은 일이라도 생긴다면···거기까지 생각하자 이유를 알 수 없는 짜증이 밀려왔다.
안 되겠다. 볼 일은 대충 다 봤으니 최대한 빠르게 귀국 일정을 잡아야지.
내가 서신을 읽고 있는 사이 신문을 읽어본 오귀스트가 요상한 목소리로 감탄사를 흘려댔다.
“오, 오, 이거 참 신기하군. 파리 시민들이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별로 본 적이 없는데.”
“예? 무슨 사고라도 났습니까?”
“사고라면 사고인데···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이내 불안한 마음 반, 기대하는 마음 반으로 신문을 넘겨받은 나는 광속으로 기사를 훑었다.
이내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한 내 입을 뚫고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뭐야···이게 이렇게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