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57)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57화 금의환향 (2)(57/355)
금의환향 (2)
“하하하! 이번에도 정말 수고 많았다. 역시 너를 보내면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구나.”
환영 파티의 표면적인 주인공은 오귀스트였지만 루이 15세가 가장 먼저 치하를 건넨 사람은 나였다.
“아까 오귀스트에게도 살짝 들어보니 너의 도움을 엄청나게 받았다고 하더구나. 잘했다. 너희 둘의 관계가 좋아야 이 프랑스가 반석 위에 굳건히 설 수 있음이야.”
“안심하십시오. 이번 일 덕분에 형님과 우애를 돈독히 다질 수 있었으니까요.”
“나도 그럴 기회가 됐으면 해서 널 오귀스트에게 붙인 건데 잘 풀렸다니 정말 다행이다. 일단 나중에 상세한 보고를 듣겠지만 기왕 시간이 나는 거 대략적인 이야기를 좀 들어볼까? 교황이 뭐라고······.”
막 질문 폭탄을 쏟아내려던 루이 15세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바로 뒤편에서 마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다.
나와 마리를 한번씩 번갈아 본 국왕이 면목없다는 듯 웃었다.
“허허, 이거 내가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었군. 나는 오귀스트에게 가볼테니 나중에 이야기 하자꾸나.”
마리의 소리없는 압박감을 느꼈던 걸까.
거의 도망치듯 루이 15세가 사라지자 그녀가 쪼르르 내게 다가왔다.
“크리스티······.”
“마리, 보고 싶었습니다.”
나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품에 끌어안았다.
“잠깐만요. 사람들도 다 보는데······.”
“보면 어떻습니까. 오히려 좋지요.”
부부끼리 애정표현 좀 하겠다는데 이 정도로 흉볼 인간은 없다.
오히려 지금 세간의 화제인 우리가 이렇게 애정을 과시해주면 그 자체만으로도 홍보가 된다.
물론 솔직히 그런 계산보다는 지금 그냥 그녀를 끌어안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잠깐 동안 팔을 파닥거리던 그녀는 이내 피식 웃고는 얌전히 나를 마주안았다.
“제가 없는 동안 정말 잘해주셨더군요. 기사에서는 이제 파리에서 최고 인기인이라고 표현하던데요?”
“그건 그냥 과장이에요. 그래도 조금 놀라긴 했어요. 솔직히 이렇게나 호응이 좋을 줄은 생각도 못했거든요.”
“제가 하자고 해놓고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그건 그렇고 제가 없는 동안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까? 무례하게 군 자가 있다거나 뭔가 어려움이 있었다거나.”
“딱히 그런 건 없었어요. 최근에는 갈수록 저를 향한 여론이 호의적으로 변하는 게 느껴져서 오히려 기분이 좋아요. 아, 그러고 보니 메르시 대사가 조금 서운한 소리를 하긴 했었네요.”
프랑스에 주재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대사 메르시 아르장토.
그라면 확실히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
“메르시 대사가 구체적으로 뭐라고 했습니까?”
“아무래도 기사를 읽어봤던 모양이에요. 너무 그렇게 프랑스를 띄워주기만 하면 오스트리아가 뭐가 되겠느냐, 어머니께서도 그리 좋아하지는 않을 거다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음···그래서 뭐라고 답하셨나요?”
“제가 알게 뭔가요. 전 이제 프랑스 사람인데···라고 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랬으면 난리가 났겠죠? 그래서 그냥 알겠습니다~라고만 했어요.”
그래놓고 깔끔하게 무시했다는 소리로군.
메르시 대사가 분명 테레지아에게 고자질을 했을 테니 그쪽에서 따지고 들 때의 대비책도 생각을 해둬야겠다.
“잘하셨습니다. 뒷수습은 제가 전부 다 할 테니 당분간은 지금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죠.”
“예! 그리고 지금 생각난 건데 나중에 당신도 저와 함께 요리를 해보는 게 어떨까요? 프랑스는 감자 보급이 되고 있지 않은 거 같은데 프랑스 요리에 감자를 곁들여서 만들어보면 좋지 않을까요? 파리 시민분들은 제가 만든 음식을 굉장히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그렇게말하는 목소리에는 자부심과 기쁨이 넘친다.
얼굴 가득 미소가 흘러나오는 걸 보니, 저번에 했다는 시연회가 굉장히 성공적이었나 보다.
“솔직히 대부분의 작업은 요리사분이 해주셨지만 저도 나름 기여를 했답니다. 제 오묘한 물 조절 솜씨가 이제는 거의 어떤 경지에 이르렀다고 칭찬이 자자했거든요.”
“튈르리 궁으로 돌아가면 당분간은 당신의 무용담에 흠뻑 취해 있을 수 있겠네요. 재미있었던 이야기들이 있으면 잘 선별해 놓았다가 들려주세요.”
“물론이죠. 그리고 저도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교황청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들어봤는데 가본 적도 없고 아마 앞으로 가볼 일도 없을 테니까요. 듣자하니 오스만 쪽 사람들도 왔다고 하는데 거긴 정말로 사람들이 머리를 보자기 같은 걸로 싸고 다니나요?”
“하하, 알겠습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다 대답해 드리죠. 어차피 이제는 쭉 옆에 붙어있을 테니 그렇게 급할 것도 없습니다.”
내 품에서 빠져나온 마리가 샐쭉하게 눈을 흘겼다.
“정말이죠? 이래놓고 또 어디 해외로 나가버린다고 하시면 이번에는 진짜로 화낼 거예요?”
“물론이죠. 설마 할아버님께서 또 그런 임무를 주시겠습니까. 설령 타국에 나간다고 해도 이번처럼 장기간 머무르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랬다가는 애지중지하시는 손주 며느리에게 미움을 살 텐데.”
기세좋게 말을 하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보통 이런 건 플래그성 발언이 되지 않나.
불안한 예감을 느낀 나는 재빠르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만약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어딘가 가야 한다면 그냥 이번에는 함께 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저도 당신이랑 장기간 떨어져 있는 건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으니까요.”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면 제 마음이 편하겠네요. 그래도 폐하께서도 당분간은 당신을 쉬게 해주겠죠. 아니면 제가 소신있게 한 마디 할 거예요.”
“아니, 아니, 당신은 가만히 있어야죠. 그랬다가 간신히 얻은 호감을 깎아먹으면 어쩌려고요.”
마리의 인기가 완전히 궤도 위에 오르기 전까지 그녀에게 정치적 활동으로 보일 수 있는 일은 시키면 안 된다.
마리 역시 그 점을 알고 있다.
이번 건 그냥 한 번 말해본 가벼운 투정에 불과할 것이다.
그 정도야 모두 귀여운 애교로 받아주겠지만 그런 거에도 딴지를 거는 인간들이 가끔씩 나오기 마련이다.
당장 이 자리만 해도 기회만 되면 언제든 우리를 물어뜯으려는 인간들이 트럭으로 있을 것이다.
마리가 여전히 나와 그녀를 힐끔거리고 있는 귀족들을 둘러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나저나 베르사유 궁은 언제와도 사람으로 붐비네요. 지금은 파리에 있긴 해도 나중에는 결국 여기로 들어와야 할 텐데······.”
“차차 익숙해질 겁니다. 일단 우리는 즐길만큼 즐기고 파리로 돌아가도록 하죠.”
이제 심어둔 감시원들에게 추가 보고도 받아야 하고 밀린 일들에 결제도 해야 한다.
샤르트르 공작에게서 뜻밖의 수확도 얻었으니 지금의 이점을 살려 추가적인 압박을 넣을 계획도 짜내봐야 하고.
한 가지 일을 해치우면 또 한 가지 과제가 생기지만 이상하게도 지치지는 않았다.
힘들다는 느낌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즐겁다.
세력을 불려가고 영향력을 점점 키워가는 감각이 은근히 중독성이 넘쳤다.
권력에 취해 맛이 가버리는 인간들이 생기는 이유를 이제 조금은 알겠다.
물론 나 역시 같은 결과를 맞이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
나는 특별하다.
파멸한 권력자들의 몰락은 대부분 이런 생각을 품었을 때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그러니 이런 때일수록 너무 풀어지지 말자.
아직 고지에 오르기는커녕 등반조차 시작하지 못했으니까.
※※※
“······왕자님의 보고대로 교황청에서 공식적으로 선포한 포고문이 도착했습니다.”
환영회가 마무리 된 뒤에도 베르사유 궁전은 평상시의 분위기로 돌아가지 않았다.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국정을 돌보기 시작한 루이 15세가 기다렸다는 듯이 회의를 소집했다.
“신앙을 그릇되게 이용해 국익에 해를 끼친 자들은 마땅히 처벌하는 게 옳다는 내용입니다. 이로서 이전에 고등법원이 했던 조치에 교황청도 동의를 한 셈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긍정적인 내용이었으나 보고를 올리는 귀족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루이 15세의 표정이 국왕의 심기가 편치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간단히 해결될 일을 몇 년이나 끌었다는 말이지.”
외무부 장관 생플로렌틴 백작의 몸이 흠칫 굳어졌다.
이전에 국정을 책임졌던 슈아죌 공작과 현 총리인 모푸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깃들었다.
“···폐하. 이게 한 번에 해결됐다기 보다는 그동안의 외교적, 정치적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했다고 봐야······.”
“그럼 그 동안 자네들이 한 그 노력이라는 걸 상세히 말해 보게.”
때 아닌 날벼락이었다.
보고를 올리던 생플로렌틴 백작이 어떻게 좀 해보라며 모푸에게 눈짓을 보냈다.
모푸는 슬그머니 그 구조신호를 못본척하며 시선을 피했다.
생각해 보니 크리스티앙 라인을 탄 모푸나 슈아죌은 그렇게까지 큰 질책을 받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플로렌틴 백작은 진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변명거리를 떠올렸다.
“사실 그 부분은 당시 외무부 장관이 주도적으로 처리한 일이라 저는 인수인계만 받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법원이 너무 저돌적으로 밀어붙인 일이라 외무부에서 손을 대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랬군. 그래서 5년이 넘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건가?”
생플로렌틴 백작은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만이 아니라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모든 일은 결과로 말하는 법이다.
귀족들이 지지부진 끌던 일을 크리스티앙이 나서자마자 해결되어 버린 게 사실이긴 했으니······.
“이보게들. 입이 있으면 말을 해야하지 않겠나. 정말로 이번 사태에서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면 내가 어찌 이해를 하겠나.”
루이 15세의 진심으로 화를 내는 건 아니었다.
다만 이번 일을 빌미로 신하들의 무능력에 책임을 묻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국정을 이끌어나가려는 노림수다.
그리고 당연히 이걸 모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생플로렌틴 백작대신 재정 총감이 입을 열었다.
“···물론 왕자 전하께서 성과를 내신건 맞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서는 저희가 처음에 하려고 했던 일과는 달랐습니다. 이건 교황청과 일종의 타협과 조율을 거친 것으로 해석해야······.”
“언제나 그렇지만 변명할 때만큼은 막힘이 없단 말이지.”
루이 15세의 서늘한 목소리에 재정총감이 바로 입을 다물었다.
“단순히 예수회 추방 건만 놓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여기에 모인 각 부서의 책임자들에게만 공개된 내용이지만 다른 외교적 성과들도 가져왔지. 이건 크리스티앙이 차원이 다를 정도로 뛰어나서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조직을 운영하는 체계에 문제가 있던 것인가. 나는 왠지 두 가지 모두 해당사항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조직 체계를 개편하실 요량이십니까?”
“즉각 개편하기 보다는 한번 들여다볼 필요는 있겠지. 법원처럼 썩어 문드러진 부분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내가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거라면 언제든 이의를 제기하도록.”
“아, 아닙니다. 폐하의 말씀이 옳습니다.”
국왕의 최근 행보는 무서울 정도로 주도면밀했다.
무슨 일을 벌여도 그럴 만한 명분을 가지고 있었기에 반대 의견을 내기도 쉽지 않았다.
“크리스티앙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그 아이가 파리로 돌아갔으니 일단 이 보고서에 기반해 이야기를 나눠보지. 앞으로 프랑스가 취해야 할 외교 행보에 대해서는 어떻게들 생각하나?”
“영명하신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때가 올 때까지 영국과 전면전은 피하는 게 옳습니다.”
기회만 기다리고 있던 모푸가 말이 끝나게 무섭게 찬성하고 나섰다.
여기엔 외무부 장관과 재정총감도 이견이 없었다.
“영국과 갈등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어도 대규모 충돌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지요. 우리만이 아니라 저쪽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운신의 폭도 넓어집니다.”
“영국과의 전면전은 절대 불가합니다. 일단 지금 그럴만한 돈이 없으니까요.”
“모두의 의견이 일치한다니 다행이로군. 그래도 이 다음 제안은 아마 논쟁이 꽤 있을 것 같은데······.”
루이 15세가 탁자 위에 두터운 서류를 툭 올려놓았다.
“이건에 대해서는 모두의 의견을 한 번 들어보겠다. 크리스티앙은 보고서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비록 허황된 소리로 들릴지 몰라도 결국 프랑스가 다시 힘을 쏟아야 할 지역은······.”
국왕의 손가락이 대서양 건너편의 광활한 대륙 한쪽을 가리켰다.
“신대륙이라고.”
※※※
오랜만에 돌아온 튈르리 궁은 베르사유 궁과는 정반대로 한산하고 여유로웠다.
최근에는 나와 안면을 트려고 찾아오는 귀족들의 수가 늘었어도 아직 고위층의 발길은 뜸한 편이었다.
그보다는 주로 부르주아 계층의 사람들이 주를 이뤘다.
“오를레앙 공 말씀이십니까?”
“그래. 이번에 꽤 쓸만한 증언들을 건졌거든.”
나는 감시원들과 매수한 증인들이 보내온 서류를 라부아지에, 정확히 말하면 아들쪽에게 보여주었다.
“가장 의심스러운 자이긴 했습니다. 그런데 아들 쪽은 연관이 없을 것 같다는 건 의외로군요. 전하께서는 처음에 아들쪽이 주범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원래 추론이란 틀리기도 하는 법이지. 항상 맞으면 그게 예지지 추리겠어?”
“그렇긴 하네요. 그런데 이 증언은 꽤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얻으신 겁니까?”
“돈으로 샀는데.”
내 당당한 말에 라부아지에가 의문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런 일에 연루되어 있었다면 오를레앙 공과 꽤나 가까운 사이였을 텐데 돈으로 입을 열였다고요? 돈 따위로 날 살 수 있을 것 같나라는 말 따위를 하지 않았습니까?”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액수를 쥐어줬지. 물론 오를레앙 공이 나보다 부유하겠지만 그걸 다른 사람에게 뿌리고 다니진 않잖아.”
“의외로군요. 귀족들은 언제나 고고하게 돈보다는 명예를 중시한다고 하고 다녀서 정말 그런 사람이 많을 줄 알았습니다.”
“라부아지에. 세상의 거의 대부분의 일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어.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돈의 액수가 모자랐을 뿐이겠지. 그리고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건 돈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 인간들이야말로 세상에서 돈에 가장 미친 놈들이란 거야.”
내 경험상 자신은 물욕이 없다고 떠드는 놈들은 대부분 뒤가 구린 인간들이었다.
정말로 금욕적인 사람은 애초에 그런 말조차 입밖으로 내뱉지 않거든.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군요. 전하께서는 그런 점에서는 솔직하십니다.”
“당연하지. 나는 돈을 엄청 좋아하거든. 너도 그렇잖아?”
“예. 돈이 있어야 마음껏 연구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막대한 이윤을 가져올 건수를 하나 더 물어왔습니다.”
오늘 들은 소리 중 가장 반가운 소식이다.
“그래? 어떤 일인데? 이번에도 유망한 투자처를 알아온 건가?”
“조금 다릅니다. 지금까지 꾸준히 투자를 한 결과 저희가 제법 규모가 큰 무역회사의 지분을 상당수 가지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여기가 국가공인으로 노예무역을 허가받은 곳이라는 점이죠.”
“노예무역이라······.”
“예. 전하께서는 이 노예무역이 근 수십년 내로 사양길로 접어들 사업이라 하셨지요.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폭발적인 수요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신대륙 역시 7년 전쟁이 끝난 여파로 노예충원이 필요한 상황이고요. 아마 올해는 어마어마한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
라부아지에의 목소리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실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긴 했다.
최근 노예의 수요가 늘어났다는 건 어린 아이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일 테니.
“그래서 우리도 본격적으로 무역사업에 뛰어들자는 말인가?”
“아닙니다. 굳이 저희가 그런 일을 벌일 필요는 없습니다. 초기 투자 비용도 엄청나고 전하의 말씀이 옳다면 수십년 뒤에는 망할 사업이니까요. 그러니 제가 제안드리는 건 이번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회사의 수익을 극대화시킨 뒤, 가장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을 때 지분을 전부 처분하고 발을 빼자는 거죠. 우리가 투자금을 늘린다고 하면 저쪽 회사에서도 쌍수를 들고 찬성할 겁니다.”
“그건 충분히 고려할 만한 제안이로군.”
노예무역의 큰손은 영국이긴 하지만 프랑스 역시 유럽에서 한 손에는 들 정도의 규모를 자랑한다.
프랑스는 신대륙에서 생도맹그를 제외한 모든 식민지를 잃었기에 최근에는 주로 타국의 식민지에 노예를 팔고 돈을 챙겨왔다.
“지금 노예들의 수요가 많은 지역은 어디지?”
“어디보자···해마다 바뀌긴 합니다만 올해는 영국의 식민지들이 주요 고객들이 될 거라고 하는군요.특히 남부 식민지에서 수요가 많을 걸로 예측됩니다.”
영국의 북아메리카 식민지.
다시 말하자면 5년 뒤 영국과 전쟁을 벌이고 독립하게 될 미국을 의미하는 곳이다.
노예무역과 신대륙.
미국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
신중하게 고민을 거듭한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그래도 저번에 올린 보고서에 대해 논의할 게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마침 시기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다.
“네 제안대로 하자. 일단 그쪽에 투자금을 늘리겠다고 전해. 그리고 나는 폐하를 좀 뵙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