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58)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58화 신대륙으로 (1)(58/355)
신대륙으로 (1)
“네가 저번에 했던 주장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아주 치열하더구나.”
다시 찾은 베르사유 궁.
루이 15세가 내가 작성한 두터운 보고서를 보여주며 말했다.
“당분간 영국과 충돌하지 말자는 것 말입니까?”
“아니. 그건 모두가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루이 15세는 회의에 참가했던 각 부처의 수장들이 낸 의견을 모두 기록으로 남겨 보여주었다.
총리에 재정총감, 거기에 외무부, 내무부, 육군, 해군의 4대신들이 이유는 각양각색이었으나 결론 자체는 똑같았다.
기록들을 읽어본 나는 내심 안도했다.
아무리 영국이 미워도 그건 어디까지나 감정적인 영역.
국가의 요직에 있는 자가 그런 사적인 감정으로 정치를 하면 나라는 바로 망조가 들기 마련이다.
일단 지금 대신들 중 진짜 멍청이라 할 만한 사람이 없는 건 다행이었다.
“그러면 앞으로의 대외정책의 방향성으로 격론이 오갔겠군요.”
“그래. 모푸나 슈아죌은 미적지근하게 찬성. 해군 대신인 모레파는 격하게 찬성했고 육군 대신과 내무부는 반대. 외무부 대신은 중립. 재정총감은 미온적으로 반대 입장 같더구나.”
“판단의 근거는 대강 예상이 가네요.”
모푸나 슈아죌은 이제 내쪽 파벌에 가까우니 일단은 찬성쪽으로 의견을 박고 봤겠지.
오귀스트 파벌인 모레파가 극렬하게 찬성한 이유는 프랑스가 다시 신대륙에 집중하면 해군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무부 대신이 중립을 유지하는 건 어느 쪽에 붙을지 아직 간을 보고 있는 거겠지.
사실 냉정하게 봤을 때 현 프랑스 상황에서 다시 신대륙으로 기어들어가는 건 부담이 크다.
7년 전쟁으로 현대의 아이티에 해당하는 생도맹그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나폴레옹 시기에 돌려받는 루이지애나조차 지금은 에스파냐의 땅이었다.
루이 15세 역시 발안자가 내가 아니었다면 처음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일단 결정을 내리기 전에 네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는 않았다. 너 정도 되는 사람이 우리 프랑스의 현 재정 상황이 어떤지 모르지는 않겠지?”
“예. 당연히 지금 신대륙에 처음부터 다시 식민지 개척사업을 하는 건 맨땅에 머리를 박는 아둔한 행위와 다를 게 없습니다.”
“뭐라? 그러면 어째서 허무맹랑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주장을 한 게냐.”
“어디까지나 지금은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상황이라는 건 언제나 변하는 법이고 준비된 자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루이 15세는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이해한다.
정상인이라면 당연히 이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그가 덜컥 내 의견에 동조했다면 나는 실망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육군 대신은 우리 프랑스의 강점은 강력한 육군에 있다고 주장하더구나. 이건 지금까지 숱한 전쟁으로 이미 검증된 사실이기도 하고. 그래서 육군 대신은 강력한 프랑스의 육군을 더욱 확충해 기회를 노려야 한다고 하던데.”
“구체적으로 그 육군으로 뭘 하자던가요?”
“오스트리아와의 동맹이 공고해졌고 만약 러시아와 결혼동맹까지 맺을 수 있다면 그쪽도 우리의 아군이 되지 않겠느냐. 그러니 사방에서 프로이센을 압박한다면 유럽에서 지금보다 더 팽창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장담하는데 육군 대신의 그 생각은 망상에 불과합니다.”
내가 루이 15세의 앞에서 이렇게까지 강한 단어를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육군 대신의 주장은 위험한 생각이었다.
사실 이건 딱히 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당장 루이 15세가 그 말에 혹했듯이 유럽에서 대제국을 건설한다는 건 아직도 많은 지배자들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꿈이었다.
이게 다 로마 때문이다.
제 3의 로마, 로마의 재림, 로마의 후계자.
이 호칭은 모든 유럽 군주들의 이상이자 꿈이나 다름없는 최종 목표다.
당장 로마제국과는 별 연관도 없는 러시아나 오스만조차 자신들이 로마랍시고 설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것만 봐도 로마가 어떤 위상을 지니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심지어 나폴레옹조차 자신이 로마의 황제라는 말을 하며 위세를 뽐냈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이처럼 유럽의 강국들이 대륙에서 영토를 넓혀 옛 로마의 영광을 재현하는 걸 꿈꾸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물론 로마뽕에 취하는 게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걸 실현하려는 망상을 품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곤란하다.
“지금의 이 대륙에서 옛 로마와 같은 대제국이 나타나는 건 단언컨대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스스로 로마를 칭하지 않는다고 해도 타국을 완전히 병합해 영토를 넓히는 것도 무리고요.”
“이쪽이 성장하는 걸 다른 강국들이 두고보지 않기 때문인가?”
“영토 확장의 측면에서는 그런 이유가 큽니다. 당장 가까운 미래에는 에스파냐나 러시아가 우리 편을 들겠지만, 과연 프랑스가 전 유럽을 집어삼킬 정도의 위세를 자랑한다면 그때도 그들이 우리 편을 들어줄까요? 패권국가의 탄생을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막을 것인가.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선다면 그들은 주저없이 후자의 길을 고를 겁니다.”
“하긴···그때가 되면 아마 언제 그랬냐는 듯 우르르 영국에게 붙어 우리를 견제할 가능성이 높을 게야. 그래도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사전에 외교를 잘해놓는다면 어떨까?”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의 유럽은 절대로 초강대국이 탄생하는 광경을 순순히 보고 있지 않는다.
그 사실은 이미 원 역사에서 수 차례나 검증이 끝났다.
러시아가 오스만을 완전히 압도해 집어삼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영국은 무려 프랑스와 함께 오스만에 붙어버렸다.
나폴레옹이 유럽을 완전히 자신의 깃발로 물들였을 때, 유럽은 하나가 되어 나폴레옹을 두들겼다.
그 뒤에 등장한 독일 제국이 위협적으로 성장하자 유럽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영국, 러시아, 프랑스의 삼각동맹을 결성했다.
“그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무리입니다. 유럽 대륙에서 노골적인 팽창은 반 프랑스 연맹의 탄성을 촉진시킬 뿐, 국익에는 득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만에 하나 프랑스가 온 유럽을 압도할 정도의 군사력을 가진다고 해도 제국의 건설은 헛된 꿈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째서?”
“고대 시대와 지금 시대는 완전히 다릅니다. 예전에는 민족의 구분이 지금만큼 확실하지 않았기에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민족주의가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유럽의 각 지역은 고유의 문화권으로 엮여있고 민족들의 정체성이 확고히 뿌리박혔습니다.”
“흐음···확실히 듣고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군사력으로 강제로 찍어누르고 지배해봐야 50년도 버티지 못하고 우수수 독립해나갈 겁니다. 예를 들어서 영국이 프랑스를 점령한다고 해도 순순히 우리 국민들이 지배를 받아들이겠습니까.”
간단히 예시를 들어주자 루이 15세는 금방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유럽에서의 팽창은 이 이상 불가능하다···그러니 해외 식민지를 개척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납득하마. 그런데 굳이 신대륙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필연적으로 영국과 다시 경쟁할 수밖에 없을 텐데.”
“신대륙이 어느 정도의 잠재력을 품고 있는 땅인지 지금 아는 이들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물론 영국과 직접 경쟁해 그들을 밀어내는 건 무리입니다. 하지만 만약 영국의 식민지들이 영국과 대립한다면? 사전 준비만 잘해 놓는다면 옛 누벨 프랑스의 영토를 회복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닙니다.”
프랑스가 북아메리카에 만들었던 식민지, 통칭 누벨 프랑스의 영토는 전성기에는 영토만 보면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국경선이 무려 뉴펀들랜드에서 로키산맥, 그리고 멕시코 만에서 허드슨 산맥까지 이어졌다.
물론 단순히 행정구역만 넓었을 뿐 실질적인 인구나 실속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이 조건을 활용할 수만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하면 최대한 그럴듯하게 루이 15세에게 전달하냐는 거겠지.
‘저는 미래의 지식을 알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라고 하면 바로 정신병자 취급이나 받을 테니.
“네 말대로 되기만 한다면야 좋겠지만 세상의 일이 그렇게 우리 좋을 대로만 흘러가겠느냐. 신대륙에 있는 영국의 식민지들은 영국과 꽤나 가까운 사이라고 알고 있는데.”
“물론 지금은 그렇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미 내부에선 갈등의 씨앗이 싹트고 있습니다. 계기만 있다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불꽃이 점화될 확률은 충분합니다.”
“흐음···글쎄. 그렇게 된다는 보증이 없으니······.”
대화의 흐름이 이렇게 흘러가리라는 건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럴 때를 대비해 라부아지에의 투자 계획을 승인한 것이다.
“마침 제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에서 이번에 노예들을 신대륙으로 데려 간다고 합니다. 이번의 주 고객은 아마 영국의 식민지들이 될 것 같은데 여기에 믿을 만한 사람을 함께 보내 그쪽의 분위기를 정탐하고, 유력 인사들과 관계를 맺어두는 게 어떨까요? 여기서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제 실수를 깨끗하게 인정하겠습니다.”
어차피 자료야 내가 원하는 사실을 취사선택해 그럴싸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요는 누구를 보내냐 하는 것인데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는 영국인인 제너의 신분을 위조해서······.
“그러면 이번에도 네가 수고해주면 되겠구나.”
“······예?”
벌써 환청이 들릴 나이는 아닌데 이것 참 이상하네.
요상한 소리가 들린 것 같아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지만 루이 15세의 목소리는 전에 없을 정도로 단호하기만 했다.
“이번 일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다. 그러니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의 보고는 그리 신뢰가 가지 않을 것 같구나.”
“아니, 그래도 제가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라고 일러 둘 테니······.”
“그래도 네가 직접 가서 보는 것보다는 정확성이 덜 할 테지. 네가 지금까지 이룬 실적들이 확실하기에 이 정도의 타협안이라도 제시하는 거다. 그게 아니었다면 바로 기각이었을 게야.”
“그래도 저는 오스트리아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교황청으로 갔는데···거기서 돌아오자마자 이번에는 대서양을 가로지르라 하시는 건 조금······.”
자신이 생각해도 이건 너무하다 싶었는지 국왕도 잠깐 몸을 움찔했다.
잠시 고민하던 그가 다시 타협안을 제시했다.
“안 그래도 너에게 적합한 보상이 필요하지 않냐는 이야기가 저번에 나왔었다. 네가 지금까지 이룬 공을 고려하고, 지금 또 중대한 임무를 맡아 먼 길을 떠나니 내 너에게 식으로 작위를 내려주겠다. 어디 보자···그래, 파리 고등법원의 관할지였던 라마르슈 일대를 너에게 주마. 즉, 이번 일을 수락하면 너는 라마르슈 백작이 되는 게지.”
라마르슈 백작령이라면 현대 프랑스의 크뢰즈주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라마르슈 백작위는 현재 프랑스 왕위에 합쳐져 있었지만 루이 15세가 그 자리를 나에게 넘겨주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광활한 영지를 소유한 귀족과 그렇지 않은 귀족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내쪽도 현재 어느 귀족 못지 않은 자금을 가지고 있었으나 아직 제대로 된 영지를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게 유일한 흠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라마르슈 백작령을 손에 넣는다면 그야말로 호랑이에 날개를 다는 격이다.
아무리 고민해 봐도 이건 처음부터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였다.
나는 넙죽 고개를 숙이며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폐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그래, 그래. 이번에도 힘 좀 써보게나. 라마르슈 백작.”
“예. 믿고 맡겨주십시오.”
루이 15세의 농에 적당히 맞춰주고 있으려니 문득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처리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거야말로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마리에게는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
어떤 식으로 변명을 해볼까 머리를 굴려봤지만 결국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은 하나였다.
“죄송합니다! 결국 또 장거리 출장을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님, 이 크리스티앙이 이렇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한 번만 봐주십시오.
내가 손까지 모아서 싹싹 빌자 마리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며 눈가를 매만졌다.
“제 기억엔 지금 앞에 계신 어떤분께서 이제 시간은 많으니 항상 옆에 있어주겠다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요.”
“죄송합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결국 말로만 달콤한 소리를 늘어놓고 실천은 하나도 하시지 않았네요.”
“전 욕을 들어먹어도 싼 놈입니다.”
마리는 이번에는 진짜로 심기가 상한 듯 보였다.
솔직히 당연한 일이다.
남편이 신혼 첫해에 부인을 이렇게 독수공방 시켜버리면 누군들 좋아하겠는가.
이건 내가 쌍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는 짓을 하고 있는 거다.
“아니, 교황청까지 갔다오는 거야 너그러이 봐줄 수 있겠는데 대서양을 건너서 신대륙을 간다고요? 가는데만 족히 1개월은 걸릴 테니 왕복에만 2개월. 거기서 볼 일이 길어지면 해가 바뀔 수도 있겠네요.”
“······.”
“그러니까 저는 신혼 첫 해를 남편과 떨어져서 홀로 넘겨야 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는 거고요.”
“폐하께···가지 못하겠다고 말씀드릴까요?”
완전히 쭈글이 모드가 된 나를 흘겨보던 마리가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됐어요. 저는 바보가 아니에요. 이번 임무까지 수락하는 조건으로 라마르슈 백작위를 받기로 하셨다면서요? 제가 여기서 당신을 못가게 한다면 천하의 멍청한 아내가 되는 거겠죠.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이걸 들어주시면 저도 기쁜 마음으로 신대륙에 가는 걸 찬성할게요.”
“뭐든지 들어줄 테니 말만 하세요.”
그녀가 이렇게까지 양보를 해준다면 당연히 내쪽도 상응하는 보상을 해줘야지.
어떤 무리한 부탁이라도 당연히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데 의외로 마리는 즉각 입을 열지 않았다.
한참이나 내 표정을 힐끔거리던 그녀가 이내 결의에 찬 목소리로 선언했다.
“저도 따라갈 거예요. 신대륙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