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5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59화 신대륙으로 (2)(59/355)
신대륙으로 (2)
“예? 방금 뭐라고 말했죠?”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어봤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저도 함께 갈 거라니까요. 이 조건을 수락하시지 않는다면 저도 못 보내요. 여차하면 어머님께 편지를 보낼 마음도 있어요.”
“마리···당신의 마음은 알겠는데 그래도 이건 유람 목적으로 가는 게 아니에요. 노예 상인들을 이끄는 대지주로 위장해 사업확장을 하는 척 적지를 염탐하는 임무에요. 들키면 위험···까지야 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생각보다 힘든 여정이 될 수도 있어요.”
“확실하게 말해두겠는데요 서방님.”
마리의 목소리에는 자신의 말을 거절 할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박력이 있었다.
피는 못 속인다고 해야 할까.
그녀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는 당신 없이 이 궁에서 몇 달을 홀로 살아야 하는 게 그 무엇보다 힘들어요. 그러니까 같이 가겠다는 거예요. 허락해 주실 거죠?”
“어······.”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로 날아든 애정이 듬뿍 담긴 부탁.
이런 걸 어떻게 거절하겠는가.
“저도 놀러가는 게 아니라는 걸 아니 철없이 굴지는 않을 게요. 혹시 절 믿지 못하셔서 그러는 거라면 확실히 약속을······.”
“아니, 절대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방금 말했다시피 전 루이 크리스티앙이라는 왕자의 신분으로 가는 게 아닙니다. 아직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라마르슈 백작이라는 이름을 쓰게 될 텐데 그러면 당신의 신분도 꼬이게 되잖아요.”
“문제 있나요? 어차피 그곳에 제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는데요. 저는 그러면 라마르슈 백작 부인이 되겠네요.”
“그런 식으로 신분을 위조하면 되긴 하지만 수행원의 문제도 있고······.”
“시종은 한 명만 데리고 갈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아내와 함께 가는 게 위장하는데도 더 좋지 않겠어요? 누가 아내까지 데리고 온 사람을 의심하겠어요.”
확실히 그녀의 말이 맞긴 하다.
마리와 함께 간다면 위장 작업 자체는 더 충실히 할 수 있다.
사업 확장을 위해 대서양을 넘어 왔지만, 그럼에도 아내를 홀로 둘 수는 없어서 함께 온 애처가.
이런 식의 이미지를 가져가는 게 아무래도 더 친근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의심받을 일도 적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원하니 거절하기도 쉽지 않았다.
“대서양까지 가는 항로는 절대 편하지 않을 겁니다. 마차 여행 같은 것보다 훨씬 힘들 수 있어요.”
“당연히 알고 있어요. 절대 투정부리지 않을게요.”
“그리고 여행 중간중간 상당히 충격적인 광경을 볼 수도 있어요. 사실 이게 제일 걱정이기는 한데······.”
이번에 신대륙으로 가는 표면상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노예의 공급이다.
즉, 당연히 먼저 아프리카로 가서 노예들을 사고파는 상인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은 궁중에서 곱게 자란 마리가 보기엔 굉장히 부적절한 모습일 게 확실하다.
단두대 처형식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힘들어 했던 그녀의 얼굴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녀가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광경을 상상하기만 해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리라는 걸 알지만, 그냥 아름답고 행복한 것들만 봤으면 한다.
그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삶을 살게 해주고 싶었다.
마리는 마치 그런 내 마음을 꿰뚫어보기라도 한듯 쓴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무얼 걱정하는지는 알아요. 하지만 장래를 봤을 때는 이런 경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온실속의 꽃처럼만 자란 사람이 어떻게 현실에서 살아가는 백성들의 사랑을 얻을 수 있겠어요. 저는 프랑스의 사람들이 진심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왕자비가 되고 싶어요.”
처음 봤을 때는 세상 물정 모르는 공주님에 가까웠는데 어느새 이 정도로 성장한 건가.
원 역사와는 다르게 파리에서 지속적으로 시민들과 교류하고 접촉한 덕분일까.
“당신의 마음이 그 정도로 확고하다면 더 거절할 이유가 없겠네요. 폐하께 당신과 함께 가겠다고 말씀드리죠.”
“네! 그러면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백작님.”
눈웃음을 치며 벌써부터 연기를 하는 그녀에게 맞춰 나도 점잖을 빼며 고개를 까딱였다.
“흠흠, 그럼 잘부탁하겠소. 부인.”
어색하게 컨셉을 맞춰보던 우리는 얼마 가지 못해 웃음을 터트리며 함께 침대에 누웠다.
※※※
아프리카로 떠나기 이틀 전.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나와, 마리는 루이 15세가 보낸 사람을 한 명 소개받았다.
“샤를 주느비에 앙드레티모시 데옹 드 보몽입니다. 데옹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나이는 마흔 정도 되었을까.
우아한 분위기가 감도는 정숙한 귀부인이었다.
물론 겉으로 보이기에 그렇다는 것이고, 나는 이 사람의 정체를 잘 알았다.
“원래 영국에 있지 않았던가?”
“저에 대해 들으신 게 있으신가 보군요. 왕자···아니, 백작님과 백작 부인을 경호하고 영국 식민지에서 정보를 수집하라는 폐하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데옹 드 보몽. 흔히 슈발리에 데옹이라고도 알려져 있는 그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남자다.
프랑스의 외교관이기도 하면서 스파이 역할도 해왔다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종종 여장을 한 괴이한 인물이었다.
여장을 하고서도 전혀 들키지 않았다고 해서 내심 궁금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영락없는 귀부인의 상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짜로 여자로 알지 않을까.
“영국에 있는 동안 왕실과 좀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잘 해결되었나 보군.”
“다 백작님 덕분입니다. 폐하께서 백작님을 총애하셔서 그런지 이번에 공을 세우면 사소한 문제들은 전부 없던 걸로 해주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데옹은 스파이였던만큼 왕실의 비밀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 무기로 영국의 대사 자리를 유지했지만, 그 반동으로 프랑스로 귀국하기는 어려운 신세가 됐었다.
원 역사대로라면 루이 15세가 죽은 뒤에나 들어오게 될텐데 이번에도 내 존재 때문에 나비효과가 일어난듯 싶다.
“그러면 호위는 자네에게 일임하지. 그런데 그···앞으로도 줄곧 여성으로서 행동할 생각인가?”
“당연하죠. 저는 여성이니까요. 폐하께서도 인정해주셨습니다.”
“···아, 그래······.”
마리는 우리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나는 이 사람을 어떻게 받아줘야할지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국왕의 재가가 떨어졌다니 내가 뭘 더 왈가왈부하겠는가.
일단은 여성으로 인정해줘야지.
“호위 병력이 함께 오긴 하겠지만 백작님의 신분을 숨겨야 하니 수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가 밀착해서 호위를 서드리지요. 주로 왕자비 마마의 안전을 담당하게 될 것 같지만요. 아, 그리고 저는 폐하의 비밀요원이니 저에 대한 정보는 절대 함구하셔야 합니다.”
“후···알겠네. 폐하께서 하라고 하셨다니 그렇게 따를 수밖에.”
보통이라면 남자가 마리 옆에 밀착해 있는 걸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데옹은 경우가 조금 달랐다.
그가 생물학적으로 남자로 태어난 건 맞지만 엄밀히 말해서 지금은 남자로 보기 힘들었다.
지금은 본인도 모르고 있겠지만 데옹은 칼만 증후군이라는 질병을 앓았다.
남성의 경우 사춘기가 늦게 오는 병인데 데옹은 이게 특히 심해 사춘기가 오지 않았다.
즉, 2차 성징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으며 남자로서의 욕망도 없는 몸이었다.
당장 일부러 그렇게 내는 게 아닌데도 목소리가 남자라고 하기엔 상당한 하이톤이었다.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게 여인의 호위를 부탁할 수 있는 기사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마리는 흥미와 기대감으로 눈을 반짝이며 데옹을 바라보았다.
“와, 여성이면서도 기사의 작위를 받으신 건가요? 정말 대단하세요.”
“여성이지만 지난 시절에는 남성의 몸으로 살아왔으니까요. 그에 따른 부산물 같은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대단한 건 대단한 거죠. 역시 세상은 넓네요.”
그 말에는 나도 동감한다.
역시 세상은 넓고 기인은 많다.
머리가 지끈거리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루이 15세가 최적의 인사를 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아내를 대동한 백작과 그 백작부인과 절친한 귀부인.
그 누가 봐도 의심할 여지조차 없는 조합이 아닌가.
나는 한숨을 퍽퍽 내쉬며 마리와 데옹과 함께 배에 올랐다.
“우리의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는 자네도 들었겠지?”
“예. 우선 고레 섬으로 갈 거라고 들었습니다. 거기서 노예무역을 하는 상인들과 합류한 뒤 대서양을 건널 거라고요.”
“그래. 무슨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만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무조건 마리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게. 알겠지?”
“걱정마십시오. 그러기 위해 폐하께서 절 보내신 거니까요.”
데옹은 자신있게 장담하고 조금 떨어져서 항구를 구경중인 마리에게로 돌아갔다.
그녀가 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아무래도 기우였던 모양이다.
난생 처음으로 이런 여행을 해보는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얼굴로 잠시도 시선을 한 곳에 가만히 두지 않았다.
“저기 보이는 저건 뭔가요?”
“저건 계선주라고 배가 떠내려가지 않게 묶어두는 기둥입니다.”
“처음보는 게 정말 많네요. 어쩐지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아요.”
이제 막 궁에서 나온 그녀에게 세상은 놀라운 것들로 가득찬 보물상자로 보이겠지.
하지만 이제 곧 싫어도, 이 세계는 결코 다정하고 따스한 곳이 아니라는 추한 진실을 보게 될 것이다.
※※※
현대의 세네갈 다카르 시에 속하는 고레 섬은 길이 900미터에 폭 350미터 남짓한 섬이다.
17세기에 프랑스가 이곳을 점령한 이후 지금까지 이 섬은 줄곧 프랑스의 영토였다.
프랑스는 이 섬을 수비하는데 엄청난 공을 들였는데 그 이유는 지정학적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하기 좋은 위치라서가 아니었다.
바로 이 섬이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노예무역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굳이 오고 싶었던 지역은 아니다.
불쾌한 광경을 꽤나 많이 보게 될 게 자명하니.
끼이이익 촤악.
도착이 머지 않은듯 선체를 때리는 파도의 소리가 달라지고 순조롭게 나아가던 배의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리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바로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데옹이 우리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합류했다.
“드디어 도착했나 보군요. 몸이 편찮으신 데는 없으십니까? 그리고 혹시 몰라 다시 말씀드리지만 지금부터는 말투에 각별히 신경을 써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도록 하지. 부인, 어디 아픈데는 없습니까?”
“예. 다행히 탈이 난 것 같지는 않네요.”
“다행이네요. 미끄러질 수도 있으니 배의 정박이 다 끝나면 움직이도록 하죠.”
마침내 배가 완전히 멈추고 우리 셋은 나란히 배에서 내렸다.
먼저 하선한 호위들이 노예 상인들과 합류해 우리를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백작님. 존귀한 분께서 이곳까지 와주시니 하염없는 영광입니다.”
이 중 유일하게 내 신분을 알고 있는 무역회사의 사장이 거의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지금 한창 구매작업이 진행 중이니 편하게 기다리실 수 있도록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둔 간이 좌석을 가리켰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리를 먼저 쉴 수 있도록 해주었다.
“오늘 바로 출발할 수 있는 건가?”
“계약이 잘 성사되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저희도 최대한 서두르려고 합니다. 시간은 곧 금이니까요.”
사장의 시선이 바다 근처에 세워져 있는 주황색 건물 쪽으로 향했다.
프랑스풍의 말발굽형 계단이 인상적인 2층의 건물 앞마당은 이미 발디딜 틈도 없이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마리가 옆에 앉아있는 데옹에게 물었다.
“혹시···저기가 그 노예들이 팔려가는 곳인 가요?”
“예. 저도 처음 와보지만 아마 그럴 겁니다.”
마리가 흥미를 보이는 거라고 착각한 사장이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잘 보셨습니다. 저기가 바로 노예의 집입니다. 상품들을 마지막으로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이죠.”
“상품이요?”
“예, 예. 지금 앞마당이 소란스러운 이유는 경매가 한창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회사의 사람들도 지금 참여 중이죠. 안목이 좋으니 훌륭한 물건들을 골라 올 겁니다.”
“아···그렇군요. 여기서 물건도 파나 보네요.”
상품이니 물건이니 하는 말을 마리는 이해하지 못하는듯 보였다.
이래서 되도록 노예의 집과 먼 곳에서 대기하고 있으려고 했던 건데 위치 선정이 좋지 않았다.
“잠깐, 사장. 이야기는 그쯤하고 이리 와 보게. 앞으로 일정에 관해 이야기를 조금······.”
그자가 마리에게 쓸데없는 말을 더 하기 전에 이쪽으로 부르려던 찰나.
“으아아아아악! 저리 꺼져! 나는 돌아갈 거야!”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사슬로 묶인 흑인 남성 한 명이 경매장을 빠져나왔다.
무작정 뛰어가던 남자는 사람들과 최대한 멀어지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불가능했다.
어느새 나타난 말을 탄 경비병이 몽둥이로 남성의 뒤통수를 인정사정없이 후려쳐 쓰러트렸다.
경비는 피를 흘리며 경련하는 남성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우리쪽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족쇄가 녹이 슬어 떨어져나갔나 봅니다. 불쾌한 광경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내가 대답없이 고개를 까딱하자 경비는 정중히 인사를 올린 뒤 다시 쓰러진 남성에게로 돌아갔다.
어느새 축 늘어진 남성의 몸을 말에 실고 선착장 쪽으로 향하는 경비에게 마리가 물었다.
“저기···그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사람? 아, 이거 말씀이시군요. 그냥 언제나처럼 처리할 예정입니다. 이 주변은 식인상어들의 집단 서식지라서요. 불량상품은 그쪽으로 넘겨서 처리합니다. 매장하는 것도 수고가 드니까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경비는 의식을 잃은 남성의 몸을 바다 쪽으로 차서 떨어트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커다란 물보라가 일며 남성의 몸이 바다 밑으로 쑥 빨려들어갔다.
데옹이 그 광경을 보지 못하게 마리의 눈을 가려주었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일이 자행되는 와중에도 상인들은 누구 하나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 모든 과정을 받아들이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이 모든 게 지금 시대에서는 일반적인 일이었으니까.
나도 몇 번이나 죽음을 거친 뒤로는 유혈이 낭자하는 장면을 봐도 몸서리를 치는 일은 없었다.
비참하게 팔려나가는 노예들을 봐도 내 안의 인권감수성이 작동해 그들을 해방시켜 주겠다거나, 노예제를 지금 당장 철폐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노예무역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미 지식으로 알고 있었다.
이와 관련된 주제로 논문도 써봤기에 시각적인 자료로도 많이 접해 보았다.
그래서 그렇게까지 충격이 크지는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극히 상식적이고 생리적인 반응이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시대의 노예무역을 직접 보고 느낀 내 감상은 딱 한 마디로 표현 가능했다.
미개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