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60)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60화 그는 전설이다(60/355)
그는 전설이다
노예가 도망치는 사고가 있었지만 경매는 차질없이 진행되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무역 회사 사장 피에르는 마리의 안색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걸 빠르게 알아차렸다.
“백작부인께서는 이런 장소가 처음이신가 보군요. 그런 분들께는 자극이 조금 강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편하시다면 배로 들어가서 기다리시겠습니까?”
“그러는 게 좋겠네. 부인, 들어가서 쉬고 있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에요. 저도 좀 더 봐야겠어요.”
예상외의 거절에 나만이 아니라 데옹도 걱정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억지로 계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와 함께 들어가시죠.”
“아니요. 저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봐야겠어요.”
온실 속 화초로 계속 살고 싶지는 않다고.
그녀는 여기로 오기 전에 분명히 말했었다.
“궁의 바깥으로 나가면 굶어죽는 사람이 도처에 깔려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땐 충격적이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제가 모르는 세계에서는 아까와 같은 일들이 당연하게 벌어지고 있었고요. 전 크리···라마르슈 백작님께 도움이 되기로 다짐한 몸. 세상에 대해 더 잘 알아야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어요?”
데옹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속삭였다.
“아내운이 굉장히 좋으시네요.”
“새삼스럽지도 않네. 항상 느끼고 있는 사실이니.”
마리의 의견을 존중해주기로 했으니 나는 그저 그녀의 선택을 응원할 뿐이다.
“그럼 들어가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나는 마리의 옆에 붙어서 걸었고, 데옹과 피에르 사장이 뒤를 따랐다.
“지금 경매장에 나온 노예들은 다 한번씩 검수를 거친 이들입니다. 이를 테면 검증된 상품이라고나 할까요?”
그렇게 도착한 앞마당.
잔뼈가 굵은 피에르 사장이 상세한 과정들을 설명해주었다.
“일단 몸무게가 되지 않은 노예들은 일차로 걸러집니다. 그리고 질병과 치아 상태를 확인하죠. 여자 노예의 경우에는 물론 별도의 기준으로 검사를 거칩니다.”
“기준에 미달되는 노예들은 어떻게 되나요?”
“아까전에 보셨다시피 불량 상품은 그냥 바다에 처분합니다.”
도주하려고 했던 사람이 아닐지라도 팔리기에 부적합하다면 그냥 문답무용으로 죽인다는 의미다.
너무나도 태연한 그 말에 잠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던 마리가 문득 경매장의 외곽을 가리켰다.
“그런데 저기 있는 분들도 그···아프리카 대륙의 사람들이 아닌가요?”
그녀의 손가락이 향한 곳을 보니 과연 제대로 된 의복을 차려입은 흑인들이 경매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피에르의 입가가 한 줄기 조소를 머금었다.
“다호메이 왕국의 사람들입니다. 아주 요긴한 자들이죠. 여기에 끌려오는 노예들의 상당수를 저들이 공급하거든요.”
“예? 같은 대륙의 사람 아닌가요?”
“아프리카 대륙은 풍토병 때문에 저희들이 내륙까지 직접 들어가기는 아무래도 부담이 됩니다. 저들은 그 점에서 착안해 자신들이 직접 노예들을 잡아와 저희에게 파는 것이죠.”
처음에 아프리카 사람들이 동포를 잡아다가 넘긴 건 유럽인들의 마수에서 자신이 살기 위해서였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을 잡아다가 팔면 자신이 끌려갈 일은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이게 상당한 돈벌이가 될 거라는 걸깨달은 이들이 나왔다.
그게 바로 다호메이 왕국이다.
이들은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아프리카 주변국을 침략해 노예들을 확보하고 유럽에 팔아넘겼다.
유럽도 자신들이 힘들이지 않고 노예를 얻을 수 있으니 뒤에서 몰래 무기를 지원해주기도 했다.
이렇게 환상, 아니 환장의 상부상조 관계가 성립되면서 노예무역이 한층 더 활기를 띠게 된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까지······.”
마리는 유럽의 상인들에게 대금을 받으며 희희낙락하는 다호메이 왕국의 사람들을 보며 차마 말을 잊지 못했다.
내가 보기엔 사는 놈들이나 파는 놈들이나 역겹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가만히 경매를 지켜보는 내쪽으로 바짝 붙은 마리가 중얼거리듯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충격적인 광경을 볼 수도 있다는 건 이런 의미였군요. 이런 것들을 보면서 불편한 마음이 드는 제가 너무 과민 반응을 하는 걸까요?”
“그럴리가. 이런 쓰레기 같은 짓을 처음 보고도 아무렇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것이겠죠.”
“그러면 당신이 어떻게 좀 해줄 수······.”
“아니. 그것과 이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당장 제가 여기 있는 모든 노예를 사서 풀어준다고 가정해보죠. 뭐가 달라집니까? 어차피 노예 무역은 계속될 텐데요. 새로운 노예들이 그 자리를 채우거나 도망친 이들도 다시 잡혀 와 팔려나가겠죠.”
어설픈 온정주의로는 이런 거대한 흐름을 바꾸지 못한다.
얻을 수 있는 건 그저 쥐꼬리만한 자기만족뿐.
“그러면 결국 이대로 놔둘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요.”
“지금이야 그렇다는 말입니다. 물론 앞으로도 그러리란 법은 없겠죠.”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마리를 뒤로한 채 피에르 사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노예들을 배에 실으면 보통 식사는 어떻게 하나?”
“식사랄게 있겠습니까. 그냥 죽지만 않게 흘려넣는 거죠.”
“이번에 노예를 넘겨받을 고객 중 한 명은 매우 중요한 인물일세. 그러니 노예들의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해줬으면 좋겠는데.”
“음···그거야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이윤이······.”
변명을 늘어놓으려는 피에르였지만 이럴 때는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는 특효약이 있다.
“손실은 이자까지 쳐서 보상해주지.”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넙죽 고개를 숙인 피에르는 잽싸게 노예들을 배로 옮기고 있는 인부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어이! 이번에 실어갈 놈들은 중요한 분에게 갈 거라고 하니 좀 신경 써서 관리 들어가라. 밥은 제때 먹이고, 용변도 하루에 한 번···아니, 두 번은 보게 해줘.”
“예!”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명령을 내리는 피에르를 보는 마리의 안색이 조금이나마 나아졌다.
조용히 내 옆으로 다가온 데옹이 헛기침을 해댔다.
“바로 조금 전에는 노예들에게 온정적으로 대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단순히 부인의 기분을 풀어주시려고 돈을 낭비하는 건 조금 아깝지 앟을까요?”
“단순히 그것 때문은 아니고 예행연습일세.”
“예?”
“시대의 흐름을 개인이 바꿀 수는 없지만 변화의 방향을 알고 있다면 대비를 해둘 수는 있지.”
데옹은 내 말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지만, 어차피 알아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다.
지금이야 노예 무역이 세계적인 대세지만 수십 년 내에는 이 흐름이 뒤바뀐다.
어차피 그렇게 될 거라면 이쪽이 선각자의 포지션을 가져가는 게 이득이다.
신대륙에서의 개발계획을 고려해봐도 노예제를 유지해서는 장기적인 동력을 유지할 수 없다.
문제는 어떤 식으로 접근할 것인가겠지.
단순히 인본주의적인 논리로는 기득권층의 반발을 피하지 못할 테니까.
노예를 사용해 이득을 보고 있는 자들에게 적당한 당근 정도는 쥐어줘야 이야기가 된다.
“이번 여정에서 쓸만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좋겠는데.”
나는 미련없이 몸을 돌려 우리가 타고 온 배로 향했다.
마리는 공허한 눈으로 끌려가는 이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거두고 나를 따라왔다.
※※※
대서양을 건너는 항로는 근대에 들어 비교적 많이 안정됐다.
물론 안전성이 올라갔을 뿐이지 1개월에 달하는 시간이 걸리는 건 여전했다.
처음으로 경험한 항해가 이 정도로 장거리라면 지칠법도 한데 의외로 마리는 힘든 티를 내지 않았다.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은 게 아니라 내가 걱정할까봐 내색을 하지 않는 것이겠지만.
그 증거로 기나긴 항해를 끝나고 마침내 신대륙에 도착했을 때 마리는 거의 배에서 뛰어내릴 기세로 달려나갔다.
“드디어 도착한 거 맞죠? 여긴 중간지점이고 더 가야 한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니죠?”
“예. 여기가 목적지가 맞습니다.”
우리와 같은 배를 탄 피에르가 다가오며 말했다.
솔직히 내쪽도 슬슬 한계였기 때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배에서 내렸다.
“으음 여기가 신대륙인가요? 우리가 왔던 곳과는 아예 다른 세계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큰 차이는 없네요.”
“여기도 영국 사람들의 손에 의해 개척된 곳이니까요. 좀 더 들어가보면 상상도 못한 자연풍경이 펼쳐지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아직 찾아가기엔 위험하겠지만요.”
“안타깝네요. 그런데 여긴 정확히 신대륙의 어디쯤인가요?”
“신대륙은 중앙에 위치한 작은 지협을 기준으로 남과 북으로 커다란 대륙이 있습니다. 여긴 북쪽 대륙의 남서쪽에 위치한 버지니아라는 영국 식민지입니다.”
나는 마리에게 설명을 하면서도 남몰래 열심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생에서도 돈이 없어서 미국은 감히 올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건국되기도 전, 그것도 미국의 모든 주 가운데 최초로 개척된 땅에 발을 디뎠다고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했다.
비록 아직은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강력한 미국의 모습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서 더욱 신기한 느낌이었다.
“만나기로 했던 사람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나 보군.”
“···아, 예. 사실 예상보다 저희가 좀 더 빨리 도착한 편입니다. 파도가 굉장히 안정되었던지라.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는데 아무리 노예들을 대규모로 구입하는 큰손이라고 해도 백작님께서 직접 만나실 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람입니까? 노예들의 건강 상태까지 신경쓰면서?”
“물론이지. 내가 이 신대륙에서 만나기를 가장 고대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니.”
내 신분을 알고 있는 피에르는 뜨악한 표정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서류를 마구 훑어보았다.
“오늘 만나기로 한 커스티스 여사는 확실히 이곳 버지니아 주의 최고 갑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농장주가 아닙니까.”
“지금은 그렇겠지.”
“······?”
어리둥절해하는 피에르에게 서류를 넘겨받은 나는 커스티스 여사에 대해 써있는 부분을 읽어보았다.
버지니아 최고 갑부였던 대니얼 파크 커스티스의 미망인.
그리고 10년 전에는 다른 남자와 재혼해 성을 바꾸었다.
여기엔 예전에 사용했던 성으로 써있지만 이제 이 땅에서 그녀를 옛 성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피에르가 가지고 있는 자료에서 딱히 참고할만한 정보를 찾지 못한 나는 그에게 다시 서류를 넘겨주었다.
“자네는 이전에도 이곳에서 거래를 해본 적이 있나?”
“물론입니다. 커스티스 여사는 가문 전체로 따졌을 때 거의 수천 명이나 되는 노예를 거느리고 있는 대지주니까요. 주로 영국 상인들과 거래를 하지만 저와도 몇 번인가 안면이 있었습니다.”
“그의 남편과는?”
“군인이라고 들었는데 스쳐가다가 한 번 봤을 뿐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습니다.”
내가 알기로 그는 사후 노예들을 풀어주라 지시했다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노예들을 풀어주지 않았다.
가혹한 노예주는 아니었고 결혼도 허락해주었다지만 결국 시대적인 한계를 극복하진 못한 셈이다.
그러니 독립전쟁도 일어나지 않은 지금 시기에 노예들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건 딱히 이상하지 않다.
내가 상념에 잠겨있는 사이 어느새 마리와 함께 옆으로 다가온 데옹이 건너편을 가리켰다.
“백작님. 기다리시던 인물이 도착한 것 같습니다.”
시선을 돌려보니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한 무리의 일행이 있었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검은색의 옷으로 통일한 장년 남성이 말 위에서 훌쩍 내렸다.
“먼저 도착해 계셨군요. 기다리게 해서 송구합니다.”
“괜찮습니다. 그쪽도 약속시간 보다 먼저 왔으니까요. 이곳이 초행이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해 기다리기에 적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정규군 소속으로 임관했다는 경력 때문인지 어조와 몸짓에 확실히 절도가 배어있는 게 돋보인다.
나는 그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프랑스에서 온 라마르슈 백작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백작님이셨군요. 여기까지 직접 오시다니 영광입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면서 자연스럽게 일행들의 행색을 같이 훑었다.
호위병력에게 살짝 경계 어린 시선을 보내던 그는 이내 마리와 데옹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표정을 풀었다.
상식적으로 불순한 목적을 품고 왔다면 여인들을 대동하지는 않았을 테니.
뭐···엄밀히 말해 이 중 한 명은 여인이 아니었지만.
그와 별개로 나 역시 반쯤 감동에 젖은 얼굴로 눈앞의 남성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중이었다.
사망회귀를 반복하며 상당히 마모되었던 감수성이 처음 파리로 왔을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루소나 루이 15세를 봤을 때도, 심지어 마리아 테레지아와 알현했을 때도 이 정도로 감상적이 되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다.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는 그 모두를 합쳐도 비견되지 못할 상징성을 지닌 인물이니까.
사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악수를 하려고 내민 손이 덜덜 떨렸을지도 모른다.
내 손을 맞잡은 남성이 정중하면서도 묘하게 군기가 잡힌 어조로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조지 워싱턴이라고 합니다. 버지니아에 머무시는 동안 편안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지 워싱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전설이 될 이름이 내 눈앞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