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62)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62화 건국의 아버지들 (1)(62/355)
건국의 아버지들 (1)
토머스 제퍼슨.
건국의 아버지 중 한 사람이자 현대 미국의 정치를 상징하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신인 민주공화당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1770년인 지금에는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젊은 변호사였지만, 버지니아 최고의 지식인 중 한 명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내가 18세기로 오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워싱턴과 제퍼슨을 한 자리에서 만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따로따로 한 명씩 만나볼 수는 있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눈으로 직접 보니 감동이 한층 남달랐다.
부정할 수 없는 현대 최강의 패권국인 미국.
그 미국을 건국한 주역들을 차례차례 만나고 있는 것이다.
대학원생 시절의 친구들이나 지도교수가 알면 부러워서 공중제비를 돌며 방방 뛰지 않을까.
나는 오랜만에 흥분으로 뛰는 가슴을 억누르며 눈앞의 청년의 언동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워싱턴에게 넘겨받은 그는 서류를 검토하기에 앞서서 먼저 나에게 물었다.
“라마르슈 백작님이라고 하셨습니까? 실례되는 말씀일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신원증명은 끝난 게 맞습니까?”
“그건 걱정할 필요 없을 걸세 토머스.”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워싱턴이 먼저 대답했다.
“이분을 소개해준 피에르 사장은 이미 여러 식민지들과 수 차례 거래를 한 신용 있는 사람이니까. 거기에 왕실의 인장이 찍힌 문서까지 가지고 계셨으니 의심할 여지는 없지 않겠나?”
“소개해준 사람의 신용이 확실하다면 믿을 수 있겠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식견이 짧아 라마르슈 백작님의 존함을 들어본 적이 없어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아닙니다. 사안이 사안이고 법조인이시니 계약에 앞서 신중을 기하는 게 당연하죠.”
나는 계약서에 서명되어 있는 내 이름을 보며 피식 웃었다.
라마르슈 백작 지네딘 앙리.
그냥 즉석에서 지은 가명이지만 왠지 발재간이 굉장히 좋을 것 같은 이름이지 않은가.
내가 여기서 가명을 좀 썼다고 훗날 이 사람들의 이름이 바뀌진 않겠지.
물론 토머스 제퍼슨이 들어보지 못한 이름인 건 당연하다.
라마르슈 백작은 북아메리카 식민지가 개척되기도 전부터 쭉 프랑스 왕에게 속해있던 작위였다.
프랑스 귀족들조차 이제 라마르슈 백작령이 어디에 붙어있었던 지역인지 헷갈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제퍼슨이 라마르슈 백작에 대해 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이다.
“프랑스어와 영어로 된 계약서의 내용은 완전히 같군요. 이상한 조항도 들어있지 않고 법리적으로는 오히려 이쪽에 더 좋은 내용이 많습니다.”
계약서를 전부 검토한 제퍼슨의 보증이 떨어지자 워싱턴의 안색이 환해졌다.
“정말인가? 그러면 오늘 중으로 계약을 끝마쳐야겠군.”
“그런데 한 가지 개인적인 의문이 있습니다.”
제퍼슨은 내 신원에 대한 의문이 해소된 상태에서도 여전히 의구심이 깃든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프랑스가 어째서 저희들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 건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에게도 이득이 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가 신대륙에서의 모든 식민지를 잃어버린 건 결국 저번 전쟁의 패전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저번 전쟁에서 프랑스의 패전에 상당한 지분을 차지했죠. 거기에 대한 악감정은 없다고 봐도 좋은 걸까요?”
“토머스······.”
워싱턴이 제퍼슨을 만류하려 했으나 사실 그 역시 궁금하다는 기색은 다 숨기지 못했다.
7년 전쟁에 직접 참가해 공을 세운 당사자였으니 사실 그쪽이 더 궁금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프랑스인들은 어떻게 여길지 몰라도 나에겐 딱히 거짓말할 필요조차 없는 질문이었다.
“식민지 사람들의 입장에선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인데 무슨 감정이 남아있겠습니까. 영국은 미워하는 사람들이 많아도 이쪽에 악감정을 지닌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일단 왕실의 경우 확실히 제가 말한 입장에 가까울 겁니다.”
“그렇군요.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제퍼슨은 입을 다물고 침묵에 잠겼다.
관심이 사라졌다기 보다는 고민할 거리가 늘어나 대화에 끼어들 여유가 없어진 것 같은 얼굴이다.
워싱턴이 쓴웃음을 지으며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인장을 찍었다.
“토머스 저 친구가 원래 생각이 좀 많습니다.”
“원래 정말로 뛰어난 지식인들일수록 괴짜가 많은 법이죠. 저도 몇 명 알고 있습니다.”
“그건 정말 그렇습니다. 제 주변에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데 가끔씩 이상한 말들을 할 때가 있거든요. 뜬구름 잡는 소리도 자주 하고요.”
워싱턴이 여러 장의 계약서에 전부 작성을 끝내자 나는 그것들을 한부씩 그와 나눠 가졌다.
좀 더 보강해야 할 점은 없나 살펴보려던 찰나 워싱턴의 질문이 날아들었다.
“그런데 백작님께서는 언제쯤 프랑스로 돌아가실 예정입니까?”
“아직 확실히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왕 신대륙에 왔으니 좀 더 많은 걸 보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요. 아내도 저와 같은 마음인 것 같고요. 그래서 아마 최소 몇 달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편안한 여행이 되실 수 있게 제쪽에서 힘을 써드리겠습니다. 믿을 만한 안내인을 붙여드릴 테니 마음 놓고 관광을······.”
“라마르슈 백작님.”
워싱턴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혼자 상념에 잠겨있던 제퍼슨이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
나와 워싱턴이 거의 동시에 그를 돌아보자 제퍼슨은 자기가 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
“아, 말을 끊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거라면 들어드리죠. 뭔가요?”
“저와 둘이서 이야기를 나눠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곳 정원이라도 산책하면서 백작님의 고견을 좀 들어보고 싶은데요.”
제퍼슨의 눈은 묘한 열기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걸로 보이는 워싱턴은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이보게, 토머스······.”
“걱정 마십시오. 쓸데 없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테니까요.”
“자네가 하는 일이니 당연히 깊은 고찰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더 신중해야 하네. 나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았으니.”
“···알겠습니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이라면 무슨 말을 주고받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대강 짐작이 갔다.
제퍼슨의 입장에서는 프랑스 왕실과 연이 닿아 있는 백작인 나와의 만남을 이대로 흘려버리긴 싫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놓치기 싫은 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제퍼슨의 의중을 떠볼 각을 엿보고 있었는데 본인이 걸어들어와 준다면 대환영이지.
“저도 버지니아의 최고 지식인 중 한 명이라는 제퍼슨 씨와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저도 걷고 싶은 기분인데 밖에서 차분히 이야기라도 나눠 볼까요?”
“예. 저도 이곳에 자주 와서 지리에는 훤하니 안내 해드리겠습니다.”
제퍼슨이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워싱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탁상 위를 정리했다.
“그러면 저는 백작부인께서 돌아오면 방으로 안내해드리고 저녁을 준비해놓으라 일러두겠습니다. 혹시 드시지 못하는 음식 같은 게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만약 시간이 되신다면 아내와도 이야기를 나눠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 궁금한 게 참 많을 거라서요.”
“저야 영광입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는 돌아다니면서 먹을 빵을 한 개 챙겨 제퍼슨과 함께 저택을 나섰다.
그런 우리를 배웅하는 워싱턴의 얼굴에는 묘한 긴장감과 함께 왠지 모를 걱정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
“갑작스런 제안에 이리 흔쾌히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퍼슨은 밖으로 나온 뒤에도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무례를 사과했다.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나저나 저도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워싱턴 씨와는 평소부터 잘 알고 지내는 사이셨습니까?”
“당연하지요. 버지니아 출신치고 워싱턴 님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저 역시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한명입니다.”
하긴 독립전쟁이 터지고 총사령관으로 추대된 인물이라면 이전부터 인망이 두터웠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고향인 버지니아에서라면 이미 선망의 대상처럼 여겨지고 있어도 이상하진 않겠지.
당장 제퍼슨의 태도나 어조만 봐도 워싱턴을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렇군요. 아까 보니 워싱턴 씨는 조금 걱정하는 것도 같던데 혹시 두분의 성향이 차이가 나는 건 아닐까 싶어 여쭤봤습니다.”
“큰 틀에서는 저와 워싱턴 님의 생각은 같습니다. 다만 워싱턴 님은 매사에 신중하고 온건한 편이셔서 제가 너무 앞서나가지 않을까 우려하신 거겠죠.”
190cm에 달하는 장신과 급진적인 주장에 어울리지 않게 성격은 폐쇄적이고 내성적이었다고 알고 있는데, 젊은 시절에는 뜨거운 면도 있었나 보군.
애초에 내면에 타오르는 열정이 없었다면 그토록 치열하게 독립을 향해 매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여기까지 저를 불러내신 이유를 슬슬 들어보고 싶군요.”
“예. 그러니까 그게···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결연하게 밖으로 나가자던 조금 전과 달리 막상 이야기를 꺼낼 타이밍이 되자 제퍼슨은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어차피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는 훤히 들여다 보이니 내쪽에서 먼저 화제를 꺼내볼까.
“제가 프랑스 왕실과 어느 정도까지 선이 닿아 있는지부터 알고 싶으신 거겠죠?”
“···예,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렇습니다만···놀랐습니다. 감이 굉장히 좋으시군요.”
제퍼슨은 짐작조차 못하고 있겠지만, 나는 그가 식민지를 대표하는 독립파 중 한 명이라는 걸 알고 있다.
이 시기의 북아메리카 식민지는 크게 독립파와 왕당파로 양분되어 있었다.
독립파는 말 그대로 영국에서 독립해 주권을 손에 넣자는 쪽이었으며, 왕당파는 영국의 체제 안에서 권리를 넓혀가자는 쪽이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독립파는 소수에 불과했으며, 대다수의 식민지인들은 독립을 허황된 망상이라 치부했다.
하지만 보스턴 학살 사건이 전환점이 됐다.
독립파는 이 사건을 훌륭한 선전도구로 이용해 식민지 내에서 반영감정을 어마어마하게 끌어올렸다.
그래도 아직 독립파의 수는 소수였다.
조지 워싱턴조차 이 시기에는 정말로 독립이 가능할 거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러니 독립파인 제퍼슨이 섣불리 나를 끌어들이려 할까봐 걱정한 것이리라.
물론 내가 이런 배경을 알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제퍼슨은 내 추리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겠지만.
“먼저 의문에 답해드리자면 당연히 저는 왕실과 선이 닿아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백신의 판매권을 위임 받았을리가 없겠죠.”
“역시···그러면 왕실과 정계의 동향에도 해박하시겠군요. 이건 저희에게 있어서 행운일지도 모르겠군요.”
제퍼슨은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말을 이었다.
“프랑스는 북아메리카 식민지 구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려고 해도 저는 결국 식민지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 저도 모르게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객관적인 의견을 한번쯤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어렵기도 하고 민감하기도 한 문제로군요. 사실 대다수의 프랑스 사람들은 영국이라고 하면 덮어놓고 반대하니 이쪽도 객관적이진 않을 겁니다.”
사실 제퍼슨도 진짜로 프랑스의 의견 따위가 궁금한 건 아닐 것이다.
정말로 알고 싶은 건 실제로 충돌이 벌어졌을 때 프랑스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하는 점이겠지.
“그래도 한 가지 사실을 알려드리자면 프랑스는 북아메리카 대륙의 정세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의 정책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으니까요.”
“역시 타국에서도 그렇게 보고 있군요. 인지세 같은 건 정말 선을 넘은 정책이었습니다.”
“그렇죠. 이곳 식민지들은 전쟁에서 져서 병합된 게 아니고 엄연히 자국민들이 개척한 땅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전쟁에서 막대한 공을 세우기도 했고요. 그런데 대우를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세금폭탄을 안겨주는 건 도리에 맞지 않죠.”
영국이 제정한 인지조례는 간단히 말해 식민지에 유통되는 모든 종이에 3페니의 인지를 붙인다는 말도 안되는 법률이었다.
특히 7년 전쟁의 승리에 자신들이 많은 공헌을 했다고 여기던 식민지인들에게 이 법률의 통과는 배신이나 다름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버스나 탔으니 탑승료라도 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전방에 위치해 있던 버지니아 같은 곳에서는 어마어마한 반발이 일어났다.
예상 외의 격렬한 항의로 영국은 1년만에 인지세를 폐지했으나, 식민지인들은 아직도 이 사태를 잊지 않았다.
본국이 자신들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느낀 사건이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본국의 의회는 자신들이 무얼 잘못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항의하는 저희가 괘씸했는지 말도 안 되는 명목으로 갖가지 세금을 물리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순진하게 영국의 체제 안에서 자치권을 보장 받자는 말을 하는 자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겠습니다.”
“일종의 괘씸죄 같은 거지요. 영국 정치인들은 어딜 식민지 출신들이 신성한 본국에 기어오르냐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실제로도 이 당시 영국 의회가 내린 결정은 자충수의 연속이었다.
당장 식민지의 요구들을 몇 개만 들어주었다고 해도 전쟁 같은 극단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은 외무 장관이든 주요 내각이든 전부 북미 식민지에 강경한 입장을 가진 인물들을 임명했다.
타협할 마음이 없다는 걸 그냥 인사정책으로 보여줘버린 셈이다.
수년간을 이런 정책으로 일관하니 자연히 독립파가 힘을 얻고, 왕당파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프랑스에서 그 정도로 이곳의 현실을 이해하고 있었다니 놀랐습니다. 아니···어쩌면 영국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나라일 테니 당연할 수도 있겠군요.”
“예.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런 점에서 한 마디만 더 보태자면 영국은 단순히 아메리카 식민지를 얕보는 것만이 아닙니다.”
“···예?”
“저희의 자체적인 조사로는 이미 13개 식민지의 경제력은 영국 본국과 엇비슷한 정도까지 올라왔습니다. 해외 식민지까지 고려하면 당연히 차이가 커지겠지만 그래도 이건 어마어마한 수치죠. 아마 여기 식민지 분들도 자신들이 정확히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를 겁니다.”
초기 미국을 구성한 13개의 식민지들은 원래 같은 국가로 엮여 있다는 자각이 없었다.
각 식민지마다 별개의 총독이 파견되었고 독자적인 의회를 가지고 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렇기에 정보교환도 조금씩 늦었고, 통합되었을시 정확히 어느정도의 경제력과 힘을 지니고 있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자신들조차 자신들에 대해 모르니 당연히 타인이라고 알리가 없다.
영국은 물론이고 프랑스, 네덜란드, 에스파냐, 그 어디도 식민지의 전력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렇다고 초기 13개 식민지의 연합이 영국보다 강하다는 건 아니었다.
다만 속전속결로 간단히 밟을 수 있을 거라 여겼던 영국의 태도와, 천운이라 할 수 있는 기적들이 겹쳐 전쟁이 장기화 된 건 사실이다.
나는 이 점을 좀 더 과장해 제퍼슨의 의욕을 고취시키기로 했다.
“영국은 식민지가 품고 있는 무한한 저력을 내심 두려워하고 있는 겁니다. 식민지가 본국보다 부강하게 되면 힘의 관계가 역전되게 되니까요. 그러지 못하도록 계속된 견제를 통해 성장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고요.”
“단순히 식민지를 돈줄로만 취급하는 게 아니라 성장을 억제하려고···확실히 설득력이 있는 관점이로군요. 어쩌면 저희를 가장 과소평가 하고 있던 건 저희들 자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자료들이 있긴 합니다만 제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입국한 게 아니라 이 이상 논의를 하긴 조금 부담스럽군요.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라마르슈 백작님. 그러고 보니 긴 하루였는데 목이 마르지 않으십니까? 이 근방에서는 다들 맥주를 즐겨 마시는데 혹시 와인 말고 맥주도 즐기시나요?”
슬쩍 미끼를 흘리고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니 역시나 제퍼슨은 그걸 덥석 물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맥주도 좋아합니다. 와인은 와인만의 맛이, 맥주는 맥주만의 맛이 있으니까요.”
“그거 참 다행이군요. 마침 메사추세츠 출신인 제 지인인 샘이 양조장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이 근방에도 하나 낼 생각으로 답사를 왔습니다. 가서 한 잔 하시면서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 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흠···타지의 술맛을 맛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 중 하나니 나쁘지 않겠군요.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곳의 맥주 맛도 기가 막히니 분명 마음에 드실 겁니다. 하하.”
흔쾌히 제퍼슨의 제안을 수락한 찰나, 나는 반사적으로 걸음을 멈추었다.
토마스 제퍼슨의 지인이자 애칭은 샘.
당연히 높은 확률로 독립파의 일원일 테고 메사추세츠 출신이라면······.
“혹시 그 양조장을 가지고 계시다는 분의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새뮤얼, 새뮤얼 애덤스입니다.”
우와 설마했더니 진짜로?
전설의 고향도 아니고 사학과를 전공한 사람 입장에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이름들이 진짜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구나.
이걸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가슴이 웅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