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64)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65화 태동. 반혐영제국 연맹 (2)(64/355)
태동. 반혐영제국 연맹 (1)
크리스티앙과 마리 일행이 나간 뒤 약 10분.
새뮤얼 애덤스가 운영하는 펍은 고요한 침묵에 잠겨 있었다.
손님들로 북적이던 광경이 마치 거짓말처럼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상한 움직임은 없었나?”
가만히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애덤스가 중얼거리듯 물었다.
그러자 손님 중 한 명이 즉각 고개를 저었다.
“일단 백작부인이나 그분과 함께 있는 귀부인에게서는 수상한 행동의 징후가 없었습니다.”
“밖에서 호위를 서던 자들은?”
“자신들 몫의 맥주만 마실 뿐 역시 수상한 행동은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군. 혹시나 몰라서 준비를 했었는데 전부 기우였던 건가.”
애덤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퍼슨은 그런 그를 보며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러니까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라마르슈 백작은 믿을만 한 사람입니다. 이런 식으로 아닌척 하면서 감시원들을 붙이는 건 신의에 어긋나는 짓입니다.”
“그런 것 치고는 내가 직설적으로 떠봤을 때 기겁하지 않았나?”
“그거야 일의 순서라는 게 있으니까 그런 거고요.”
제퍼슨은 이번만큼은 애덤스가 너무 걱정이 과했다고 확신했다.
만에하나 이런 촌극이 들키기라도 했다면 어렵게 연줄을 튼 인맥이 날아가 버렸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결과는 좋으니 잘되지 않았는가.”
“만약 백작이 이 일을 알게 되면 기분나빠서라도 우리와의 협력을 재고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절대 그렇게 하지는 않을 걸세. 자네는 백작과 말을 섞어보고도 모르겠나? 어마어마하게 현실주의적이고 냉철한 사람이던데.”
제퍼슨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사람의 감정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세상 그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계실텐데요.”
“그리고 그 감정보다도 더 무서운 게 바로 이념일세. 우리는 이미 그 점을 잘 알고 있지 않나. 그 점에서라도 백작에게 감시의 눈길을 계속 붙여두긴 해야 하네. 백작을 감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중 누군가가 이상한 마음을 품을지도 모르니까.”
“존을 염두에 두시는 거라면 그렇게까지 안일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겁니다.”
애덤스가 피식 웃었다.
“그래도 친구라고 편을 들어주는 건가?”
“저는 친구지만 애덤스 씨는 가족 아닙니까.”
“그러니까 더더욱 신념의 차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느끼는 거지. 친척에, 함께 독립을 꿈꾸는 동지임에도 이념적인 차이가 도무지 좁혀지지를 않아. 몇 번이나 언쟁을 벌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네. 자네도 그렇지 않은가?”
이번에는 제퍼슨도 아무 반박을 할 수 없었다.
같은 독립파의 일원이자 토머스 제퍼슨의 친우인 존 애덤스.
새뮤얼 애덤스와도 친척인 그는 원 역사대로라면 미국의 두 번째 대통령이 되는 초 거물이다.
하지만 정작 존 애덤스는 공적으로는 자신의 친우나 친척과 정적에 가까운 사이였다.
추구하고 있는 체제가 제퍼슨과 새뮤얼과는 확고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적으로 친하게 지낸다고 해도 이상이 다르다면 결국 어느 선에서 갈라지게 된다.
지금이야 영국이라는 공통의 적이 있으니 얼굴을 붉힐 일이 많지 않지만 독립이 현실이 된다면?
당장 새로운 식민지들을 어떤 체제로 끌어가야 할지를 두고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존이 라마르슈 백작에게 접촉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조건. 우리가 라마르슈 백작과 안면을 텄다는 사실은 그의 귀에도 들어갈 수밖에 없네. 그러면 당연히 움직이겠지. 우리가 불안해 하는 걸 그쪽이라고 불안하지 않을 리가 없으니.”
“그건 너무 먼 미래의 일을 내다보고 있는 겁니다. 당장 눈앞의 영국에 집중해야지 영국을 몰아낸 뒤의 일을 고민해서는······.”
“그런 자네도 정작 존이 프랑스와 접촉할 수 있다고 하니 경계하고 있지 않나.”
잠깐의 적막이 실내에 감돌았다.
새로운 식민지의 체제가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프랑스의 지지를 얻는다면 영향이 없기는 힘들다.
“그러면 백작을 메사추세츠로 데리고 가지 말까요?”
“그건 안 되는 일. 그랬다가는 오히려 우리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냔 역추궁이 들어올 걸세. 가긴 가야지. 단, 그쪽에서 허튼 제의를 하지 못하게 우리가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면 되지 않겠나.”
“후···결국 그 수밖에 없겠군요. 그런데 그럴 가치가 있을 정도로 라마르슈 백작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보십니까?”
“그럼 자네는 아니라고 보나?”
애덤스가 눈을 가늘게 좁히며 묻자, 제퍼슨은 1초의 고민도 없이 즉답했다.
“물론 무조건 붙잡아 둬야죠. 애덤스 님의 생각도 들어보고 싶은 겁니다.”
“내 생각도 자네와 같네. 반드시 함께 가야 할 사람일세. 대체 라마르슈 백작령이 어디 붙어있는 땅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분명히 프랑스 귀족 사회의 핵심적인 인물일 게야. 지금이 아니라도 분명히 언젠가 그렇게 되겠지.”
“프랭클린 씨에게 조사를 부탁해 볼까요?”
“영국에서 고향을 위해 힘쓰고 있는 사람에게 거기까지 부탁하는 건 조금 염치가 없게 보이지 않을까? 하여간 조금 아쉽긴 하군. 그가 지금 있었다면 훨씬 더 좋은 그림을 뽑아낼 수 있었을 텐데.”
애덤스는 새삼 영국에 있는 그의 조언자이자 최고의 외교관이 그리워졌다.
벤저민 프랭클린.
골치 아픈 문제가 터질 때마다 지금 그가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프랭클린은 지금 식민지의 경제를 위해 영국에서 고군분투하는 중이었다.
‘대표 없이 과세도 없다.’는 그 유명한 어록과 함께 인지조례를 철폐해낸 그는 이미 식민지에 형언할 수 없는 공을 세웠다.
식민지의 현안은 식민지에 남아있는 지식인들이 처리해야 한다.
애덤스는 어떻게 하면 라마르슈 백작의 가치를 최대한 뽑아먹을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을 거듭해 보았다.
※※※
미국의 역사를 말할 때 메사추세츠를 제외하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미국 독립혁명을 일으킨 결정적 사건과, 노예제도 폐지 운동을 주도한 장소가 전부 이 지역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구성하는 정신의 뿌리를 담당하는 한 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사추세츠란 곳은 버지니아와는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가요?”
당연히 식민지 탐방이 처음인 마리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멋진 곳입니다. 깨어있는 지식인들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고요.”
메사추세츠 출신인 애덤스가 묘하게 자부심 섞인 목소리로 으쓱거렸다.
“그래서 지식인들이 모인다는 그 회의도 메사추세츠에서 열리는 건가요?”
“하하,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잠깐만요, 애덤스. 교묘하게 사실과 다른 말을 해선 안 되죠. 그냥 보안 유지를 위해 각 지역마다 돌아가면서 한번씩 회의를 열기로 한 거 아닙니까.”
“아, 그랬나?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나는 애덤스가 천연덕스럽게 웃어넘기는 걸 한 귀로 흘리고 지도를 유심히 보았다.
어떤 경로로 버지니아에서 메사추세츠로 가는지 표시 되어 있었는데 이게 조금 묘했다.
“제퍼슨 씨, 대로로 가지 않는 이유가 딱히 있을까요?”
“그건 저번에 보스턴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영국군이 쓸데없이 검문질을 많이 해대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지도에 나와있는 대로는 빙 돌아가는 경로라 시간도 많이 잡아먹고요. 이쪽으로 가는 게 훨씬 빠르고 깔끔합니다. 얼마 안 있으면 이쪽으로도 길을 낼 예정이거든요.”
“그렇군요. 확실히 이쪽이 더 직선으로 가로지르는 길이긴 하네요.”
양 옆으로 숲이 우거져 있어 자연경관을 감상하기는 좋았지만, 여기가 아직 다 개척되지 않은 지역이었다면 상당히 불안했을 것이다.
물론 북아메리카 식민지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곳에서 갑자기 무장한 원주민들이 튀어 나올 일은 없겠지.
지금 신경써야 할 건 메사추세츠에서 열린다는 독립파의 회의다.
솔직히 이렇게 조직적으로 만나서 회의를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영국의 눈을 피해 만나는 걸 테니 기록으로 남길 수 없었던 걸까.
그렇다면 내가 모르고 있는 기록되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도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다는 소리다.
앞으로의 흐름을 알고 있다고 너무 자만하거나 방심했다가는 어딘가에서 걸려 넘어질지도 모르겠군.
그래도 회의에서 비중이 있을 법한 네임드들은 내가 다 아는 사람일 테니 이 자리에서는······.
덜컹!
계속 이어지던 내 상념을 갑자기 멈춘 마차가 깨트렸다.
한창 구상이 떠오르던 참이었는데.
“뭐지? 무슨 사고라도 났나?”
“글쎄요,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제퍼슨이 문을 열고 마부석쪽으로 건너갔다.
마리 옆에 앉아있는 데옹이 슬며시 손을 양산 안으로 집어넣는 게 보였다.
저기에 총이나 칼 같은 걸 숨겨놓았던 건가.
하지만 묘한 긴장감도 잠시.
다시 돌아온 제퍼슨이 허탈하게 웃으며 손을 휙휙 저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인디언 꼬마 한 명이 주변에 숨어 있다가 백작님의 호위병에게 발각된 것 같습니다. 혹시 몰라서 인근을 조사해보겠다고 이동을 멈춘 거라고 합니다.”
“이 근처에 원주민들의 마을이 있습니까?”
“저도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원체 여기저기 많이 퍼져서 사니까요. 그래도 현재 식민지 내부에서 살아가는 인디언들 중에 흉폭한 이들은 없으니 안심하십시오.”
당연하지.
온순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영국이 깡그리 밀어버렸을 테니까.
자연스럽게 쓴웃음이 번져나오는 사이 내 옆에 있던 마리가 마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안전하다면 저도 좀 봐도 되겠죠? 그 아이는 어디 있나요?”
“호위병들에게 붙들려 있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마리는 아메리카 원주민과 마주친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가.
이 호기심 왕성한 아가씨가 이런 기회를 놓칠리가 없다.
혼자 보낼 수는 없으니 나도 데옹과 함께 쪼르르 앞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제퍼슨의 말대로 아직 열 살도 되어 보이지 않는 꼬마 한 명이 병사에게 잡혀 울상을 짓고 있었다.
“이 아이가 숨어 있었다는 인디언 아이인가요?”
“예. 혹시 매복을 위해 자리를 보고 있던 불온한 무리일지도 몰라 조사를 하려 했습니다.”
어린 아이에게 너무 과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만 했지만, 호위병들은 자신들의 임무에 충실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기록에 따르면 아이를 먼저 보여주고 방심시킨 뒤, 기습을 가했다는 부족의 사례도 있다.
“그래도 여긴 이미 영국이 장악하고 있는 일대니 위험한 일은 없을 거다. 괜히 일정이 지체되면 곤란하니 그냥 대충 조사하고 풀어줘도 괜찮아.”
“예.”
호위가 나와 마리에게 고개를 숙이는 걸 본 아이는 우리가 책임자라는 걸 알았는지 손짓 발짓을 하며 어눌한 영어로 떠들었다.
“···으무식. 차기! 안 싸므! 평와!”
영 알아듣기 힘든 발음에 마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해석을 시도해보았다.
“음식 찾으러 온 거지 싸울 생각은 없고 자신들은 평화를 원한다는 걸까요?”
“그런가 봅니다.”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먹을 걸 찾아보려고 나온 아이가 갑자기 무기를 든 백인들이 우르르 밀려오는 걸 보면 겁에 질리는 게 당연하다.
그러니 급한대로 근처에 숨었는데 재수없게 발각되어서 괜한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일 터.
여기선 적당히 겁을 줘서 쫓아버리는 게 서로에게 이롭다.
내가 그렇게 하라고 호위에게 명령하기도 전에 마리가 품속에 가지고 다니던 과자를 하나 꺼내 아이에게 주었다.
“미안하구나, 무서웠지? 이거라도 먹고 돌아가렴.”
처음보는 과자를 불안하게 바라보던 아이가 이내 눈을 질끈 감고 입에 넣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아이의 눈이 탁구공처럼 휘둥그레졌다.
설탕을 넣은 과자를 먹어보는 건 인생 처음일 테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마리는 그 모습이 귀여웠던지 생글생글 웃으며 아이의 등을 툭툭 두드려주며 숲을 가리켰다.
“자, 그럼 무서워하지 말고 마을로 돌아가렴. 아니면 우리가 지나가고 먹을만한 걸 계속 찾아봐도 되고.”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아니 어리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에게 적의가 있는 상대와 없는 상대를 민감하게 구분한다.
사실 이런 미녀가 자상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면 누구라도 경계를 풀 것이다.
여기에 맛있는 음식까지 얹어줬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아이는 바로 돌아가지 않고 우물쭈물하며 작은 소리로 웅얼거렸다.
“도생···하나만······.”
“동생에게 주고 싶으니 하나만 더 달라고? 기특해라.”
마리는 상냥하게 웃으며 아예 과자를 두개 꺼내 아이의 손에 쥐어주었다.
“하나는 네가 더 먹고 다른 하나는 동생에게 주렴.”
“감사!”
안색이 환해진 아이가 몇 번이나 고개를 굽신거리고는 숲쪽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자애로운 왕족의 표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모습이었으나, 안타깝게도 나는 마냥 칭찬해줄 수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