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6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66화 제국의 시작(65/355)
태동. 반혐영제국 연맹 (2)
“부인, 착한 건 좋지만 그 호의가 상대에게 무조건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닙니다.”
“예? 방금 제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건가요?”
“아뇨. 그냥 단순히 별거 아닌 사고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겠죠. 하지만 식민지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따로 떨어져 사는 원주민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건 좋지 않습니다. 잘못하면 저들이 우리를 너무 좋게 생각하는 판단착오를 저지를 지도 모르니까요.”
“이해를···못하겠어요.”
“간단히 말해서 사람이 근처에 있는 맹수의 위험에 대해 잘못 판단하면 물려 죽을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겁니다.”
마리는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인디언들은 이미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공식적인 선포가 있지 않았나요? 친절을 베푸는 게 이상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모든 사람들이 당신처럼 선하고 상냥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세상은 그렇게 자상하게 돌아가지 않아요.”
“음···죄송해요. 이 부분은 정말로 잘 모르겠어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겁니다.”
나도 이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그녀의 행동을 강제할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도 이치에 맞는 행동은 아니니.
다만 식민지인들은 영국과 달리 자신들에게 호의적일 거라고 생각핬다가 뒤통수를 맞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한둘이 아니다.
이건 절대로 변하지 않을 역사적인 사실이었다.
저 아이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근거로 그런 인식을 품었다가 먼 미래에 혼쭐이 날 가능성은 결코 0이 아니다.
그러나. 몇 시간이 경과한 뒤에 나는 이런 생각조차도 현실을 너무 따스하게 본 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아이를 보낸 뒤 순조롭게 나아가던 마차는 또다시 예기치 못한 일로 멈춰섰다.
단, 이번에는 방금 전처럼 사소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마차 쪽으로 다가온 호위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백작님, 앞에 무장한 영국군이 있습니다. 단순히 검문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무기까지 갖추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제퍼슨도 당황스러웠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쪽길로 가면서 영국군을 마주친 적이 없었는데······.”
“어쩔 수 없죠. 어차피 찔릴 것도 없는데 그냥 가는게 낫지 여기서 돌리면 괜한 의심만 살 수도 있습니다.”
“백작님의 말씀대로입니다. 어차피 저희는 신원이 확실하니 문제 될 것도 없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제퍼슨의 말이 무색하게 저 앞의 분위기는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게 잔뜩 긴장하고 있던 영국군은 우리를 보자마자 총부리를 겨누며 소리쳤다.
“누구냐! 무기를 내려두고 순순히 신원증명을 하도록! 그렇지 않으면 발포한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제퍼슨이 손을 든 채로 마차에서 내렸다.
“진정하십시오. 저희는 수상한 사람이 압니다. 여기 애덤스 씨는 메사추세츠 식민 의회의 의원이시고 저는 버지니아 의회의 변호사인 토머스 제퍼슨입니다. 뒤에 계신 분들은 프랑스에서 관광차 오신 라마르슈 백작님과 그분의 호위들이고요.”
“프랑스? 백작?”
어리둥절해하는 병사에게 다가간 나는 품속에서 정식으로 발급된 문서를 꺼내 넘겨주었다.
“영국에서 발행한 정식 문서입니다. 무기소지 역시 제대로 허가를 받은 상태입니다.”
“어···음,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방금전만 해도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리던 병사가 순식간에 태세전환을 해 굽실거렸다.
아무리 영국과 프랑스가 앙숙이라고 해도 전쟁 중이 아닐 때는 시비가 걸릴만한 일은 자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층에 대한 폭언이나 폭력은 즉각 국가적인 갈등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아예 총부리까지 겨누고 위협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발뺌할 수야 있지만, 그건 비슷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이다.
일개 병사가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으니 당연히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겉으로는 깍듯이 예의를 차릴 수밖에 없다.
“그럼 저희는 지나가도 되겠습니까?”
“아니···그 잠깐만요. 우선 중위님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허가 받지 않은 사람은 통과시키지 말라는 엄명이 있었습니다.”
“그럼 허가를 받아주시겠습니까?”
“어···그게 지금 중위님께서는 저쪽에서 임무를 수행중이시라···아, 이거 미치겠네.”
병사는 머리를 벅벅 긁더니 옆에 선 동료를 쳐다보았다.
동료 역시 왜 자기한테 묻냐는듯한 몸짓으로 답을 대신했다.
병사는 결국 한숨을 뻑뻑 토해내고는 따라오라는 듯 몸을 빙글 돌렸다.
“하···씨발 모르겠다. 백작이라는데 내 마음대로 결정을 내릴 수도 없고 중위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투덜거리며 걸어가는 병사는 우리가 왔던 길을 되짚어 숲쪽으로 들어갔다.
뒤를 따라가던 나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매캐하면서도 역겨운 냄새.
직접 보지 않아도 무언가를 불태우는 중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병사의 반응만으로도 저 건너편에서 뭐가 타고 있는지는 유추할 수 있었다.
마리는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 했지만, 그런 말을 하면 화내겠지.
어쩔 수 없이 데려갈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영국 병사가 우리를 이끌고 향한 곳은 이미 한 편의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화르르르륵!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 불행 중 다행일까.
눈앞에 보이는 건 온통 붉은 색으로 가득한 풍경.
이제 막 불을 지르던 참인지 불타는 가옥의 형태를 눈으로 식별할 수 있었다.
게다가 바람에 실려왔던 냄새는 단순히 무언가가 타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쉴새 없이 움직이는 병사들은 불에 타는 가옥에 사람의 형태로 보이는 무언가를 던져넣고 있었다.
거기에서 뚝뚝 떨어지는 검붉은 액체.
···피 냄새였던 건가.
대강 둘러보아도 이미 살아있는 원주민은 보이지 않았지만, 흙바닥에 끈적하게 늘러붙어 있는 흔적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던 장교가 이쪽을 발견하고 얼굴을 찡그리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뭐냐. 왜 외부인들을 데려온 거지?”
“그게 중위님, 이분은 본국에서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온 프랑스의 백작님인데 여기를 빨리 통과해야 한다고 하셔서···그런데 중위님께서 당분간 누구도 통과시키지 말라고 하셨잖습니까.”
“이런 병신이···그런 거라면 그냥 통과시켰으면 되잖아! 넌 그런 것도 판단 못할 정도로 닭대가리냐?”
중위가 소리를 빽 지르자 병사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마 속으로는 오만가지 욕을 내뱉고 있지 않을까.
마음대로 통과시켰으면 분명 그걸 왜 네 마음대로 했냐고 오지게 까였을 테니.
한참이나 부하 욕을 하던 중위는 마지막으로 혀를 한 번 차고는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불타고 있는 마을과 우리를 번갈아 바라보던 그는 이미 둘러대긴 글렀다고 판단했는지 멋쩍게 웃어댔다.
“아아···이거 먼 곳에서 온 손님께 불쾌한 장면을 보여드렸군요.”
“아닙니다. 그런데 여긴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살던 마을입니까?”
“예, 뭐 그렇죠. 혹시나 오해하실까봐 해서 말하는 거지만 이건 정당한 공무집행입니다. 저희가 몇 번이나 땅을 비우라고 했는데 도무지 말을 처먹지를 않아서 말이죠. 수개월에 걸쳐 좋게좋게 말해줬는데도 무시해대니 물리력을 행사할 수밖에요.”
영국 중위는 묻지도 않은 사실까지 술술 말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것도 좋지 않은 소문이 날까봐 걱정되서 하는 행동이지 양심의 가책 따위는 전혀 느끼지 않는듯 보였다.
“상식적으로 보상금을 주겠다고 했으면 제깍제깍 나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것도 싫다고 하니 다른 지역에 땅을 구해주겠다고 하는데 그것도 싫다더군요. 그래서 강제로 마을을 밀어버리려고 하니까 무기를 들고 반항하지 뭡니까. 그러니 별 수 없죠. 다 죽일 수밖에.”
보상금이라고 해봐야 쥐꼬리만큼 던져준다고 했겠지.
영국의 방식이야 워낙 유명하니 여기서 더 놀랄 것도 없다.
“그래도 여기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다 죽이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지 않을까요?”
“전혀 없습니다. 애초에 제대로 된 시민권조차 없는 놈들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자리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은 처음부터 없었던 게 되겠죠. 하하하!”
문득 뒤를 돌아보니 애덤스와 제퍼슨의 표정은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다만 제퍼슨과는 다르게 애덤스의 눈은 참상을 당한 마을의 이곳저곳을 자세히 훑어보고 있었다.
아마 이 광경을 최대한 그럴듯하게 묘사해 선전의 도구로 삼으려는 속셈일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과 반대로 마리는 안색이 창백해진 채로 손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평소보다도 격한 반응에 의외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그녀의 시선이 향한 방향을 본 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걸 발견한 게 용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작은 물체가 두 개.
마리가 원주민 아이에게 주었던 과자가 흙바닥 위에서 굴러 다니고 있었다.
피범벅이 된 채 뭉게진 과자를 보고 있는 그녀의 심정은 나조차 짐작하기 쉽지 않았다.
요새 자주 얼굴에 수심이 깃드는 그녀를 바라보는 이쪽 역시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원인을 제공한 자들에게 짜증이 솟구쳤다.
중위는 우리가 불타고 있는 마을을 더 보지 못하게 슬쩍 앞을 가리며 반대편을 가리켰다.
“오늘 여기서 본 건 되도록 발설하지 않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너무 오래 붙잡아서 죄송하단 말씀 드리며 편안한 관광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예. 그러면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나 역시 이런 곳에서는 한 시라도 더 머물 마음이 없었기에 대강 인사만 하고 바로 몸을 돌렸다.
그렇게 영국군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돌아나오자마자 애덤스가 짐짓 화가난 어조로 목소리를 높였다.
“보셨습니까? 저게 바로 압제자의 실체입니다. 이대로 계속 저들의 방종을 허락한다면 언젠가는 저희도 방금 몰살당한 인디언들과 같은 신세가 될지 모릅니다.”
“···그렇습니까. 식민지는 영국처럼 원주민들을 핍박할 마음은 없다는 거로군요.”
“당연합니다! 함께 압제자에게 고통받은 동지나 다름없는데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지요.”
수백만이나 되는 원주민들을 수십만으로 줄여버리게 되는 국가의 지도자가 될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애덤스의 생각에 동감한다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걸 잊지 않았다.
“저도 이 일을 계기로 결심이 확실히 섰습니다. 영국에게 이 대륙을 계속 맡겨놔서는 방금 전 같은 비극이 반복될 뿐이겠죠.”
“백작님의 말씀대로입니다. 이건 단순한 이권다툼이 아닙니다.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싸움이지요.”
비분강개한 애덤스의 주장에 감화된 제퍼슨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잘 됐습니다. 이번에 열릴 회의에서 방금 저희가 본 걸 상세히 털어놓도록 하죠. 영국의 끔찍한 만행에 대해 모두가 확실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영국을 몰아내는데 인디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일이 조금이나마 더 쉽게 풀릴 겁니다. 일단 머릿수라도 채워 놓는 게 중요하니까요. 백작님께서도 협력해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함께 매진하도록 하죠. 자유와 평등, 그리고 우애가 가득한 세상을 위해서.”
“오오, 그거 좋은 표어가 되겠군요. 자유와 평등, 그리고 우애라.”
눈앞에서 벌어진 비인륜적인 만행조차 순식간에 선동을 위한 소재로 만들어버리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했으나, 이게 결국 내가 가야 할 길이다.
단순히 영국군의 만행에 분노하는 제퍼슨이나 애덤스, 그리고 슬퍼하는 마리와 다르게 나는 다른 쪽의 관점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이어질 신대륙의 개척.
그리고 거기서 파생될 원주민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확정된 미래였기 때문이다.
영국이 이런 악행을 저지른 게 어디 한 두번이겠는가.
지금 우리가 이걸 목격하게 된 건 정말 낮은 확률로 우연히 목격하게 된 게 아니라, 그만큼 이런 일이 많이 자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미국만이 아니라 캐나다쪽에서는 18세기에서 19세기에 매장된 걸로 추정되는 어린아이들의 시신이 한번에 수백구씩 나온 적도 있다.
그런 시대다.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굳이 다행인 점을 꼽자면 전쟁을 준비할 명분은 확실히 생겼다는 점일까.
영국군의 만행과 이에 반감을 품은 식민지의 실상을 눈으로 직접 본 이상, 데옹도 나와 같은 보고를 국왕에게 올릴 수밖에 없을 터.
둘 모두 같은 내용을 말하고 루이 15세가 우리의 편을 들어준다면 완고한 대신들도 결국 생각을 굽힐 수밖에 없다.
덕분에 이번 전쟁의 방향성도 확실히 정해졌다.
프랑스는 해방과 정의를 내세우며 인류사의 가치를 수호하는 국가가 될 것이며, 영국쪽에는 노예무역의 수괴, 원주민 학살과 같은 온갖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질 것이다.
양심 따위는 찔리지 않았다.
뭐, 사실 전자는 논쟁의 여지가 있어도 후자는 팩트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