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67)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67화 나는 다 계획이 있다(67/355)
나는 다 계획이 있다
내 자신만만한 선언에 실내는 잠시 적막에 잠겼다.
적극적으로 찬성의 뜻을 밝히던 모레파 백작이나 원래부터 내 편인 모푸나 슈아죌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처음으로 침묵을 깬 사람은 일관되게 반대 의견을 밝혔던 재정총감이었다.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왕자 전하께서는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당연히 그렇습니다. 당장 지금 신대륙에 저희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생도맹그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지역은 대륙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어 전진기지로 쓰기도 힙듭니다. 그런데 옛 누벨 프랑스의 영역을 수복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지요.”
재정총감의 이런 반응은 결코 억지가 아니었다.
원래부터 예산을 다루는 이들은 철저하게 보수적으로 집행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걸 탓할 마음은 없었다.
나라의 돈줄을 책임지는 입장에서는 마땅히 그래야 하는 법이니.
특히 현 재정총감 마리 테레는 포클랜드 제도 위기 때도 영국과 전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루이 15세는 그때 슈아죌과 격렬하게 대립했던 테레의 손을 들어주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지금이야 물론 허황된 목표로 보일 겁니다. 하지만 현 신대륙의 상황과 앞으로 벌어질 혼란을 예상해 본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당장 루이지애나는 에스파냐의 지배에 들어가 있고 그 북부쪽은 전부 영국의 영역입니다. 중서부의 13개 식민지가 독립한다고 해도 여전히 북쪽은 영국의 땅이란 뜻입니다. 거길 저희가 점령하려면 어마어마한 국력을 쏟아부어야 할 텐데 아무리 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당연히 저희가 병력을 신대륙에 쏟아부어서 영국을 쫓아내는 건 무리입니다.”
프랑스가 육군이 강하다고 해도 이쪽의 영토가 전무한 이상 영국을 북미에서 축출하지는 못한다.
기껏해 봐야 영토의 일부분을 뺏은 뒤 지켜내는 정도일 터.
사실 거기까지만 해도 선전한 거라 할 수 있다.
“설마 왕자 전하께서는 13개 식민지가 아예 영국을 신대륙에서 몰아낼 정도로 강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보고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정도로 현실감각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정말 그 정도로 강하다면 우리의 도움은 필요로 하지도 않겠죠.”
“그러면 대체 어떻게······.”
나는 재정총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펜으로 신 대륙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지역을 가리켰다.
내 펜끝이 향한 방향을 본 모푸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인도입니까······.”
“예. 이 지역이 영국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는 급소가 될 겁니다.”
“신대륙에서 뭔가를 하는 것보다야 현실성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인도에서조차 프랑스는 현재 영국보다 기반이 약한 상황입니다.”
“맞습니다. 그러니 저희는 인도의 국가들을 요긴하게 사용해야겠죠.”
현재 영국은 적극적으로 인도 식민지화 계획을 추진 중이었지만, 아직까지는 건재한 국가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게 현재 한창 부흥기를 맞이한 북인도의 마라타 동맹과 남인도의 최강국으로 발돋움한 마이소르 왕국이다.
실제로 원 역사에서도 영국은 미국 독립 전쟁 시기 마이소르 왕국에게 처참한 패배를 당한 전력이 있었다.
물론 그래봐야 단편적인 승리에 불과하지만, 이쪽은 애초에 인도에서 장기적으로 뭔가를 할 마음이 없다.
슈아죌이 음흉한 미소로 눈썹을 들썩였다.
“인도의 두 왕국이 전부 우리 쪽으로 붙으면 충분히 해볼만하죠. 그런데 인도의 왕국들은 전통적으로 사이가 별로라고 알고 있는데 가능할까요?”
“방법은 생각해 뒀습니다. 그리고 당장 닥쳐서 하는 게 아니라 충분한 기간을 두고 설득해 나간다면 충분히 이쪽의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인도에서 대승을 거둔 뒤, 그걸 기반으로 신대륙 방면의 포기를 종용한다···그런데 그럴 거라면 차라리 저희가 신대륙에서 손을 떼고 인도를 차지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게 더 이득이 될 것 같습니다만.”
“아니요. 그러면 인도의 협력을 얻기가 어려워 질 겁니다. 어디까지나 우리는 영국을 끌어내리고 싶은 거다, 인도 쪽에는 이제 관심 없다. 우리는 신대륙에 집중하고 있다 라는 신호를 확실히 줘야 인도를 쉽게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미래의 상황을 알고 있는 나야 북미가 얼마나 가치 있는 땅을 품고 있는지 알지만, 지금 시대의 사람들은 태반이 그걸 모른다.
“어차피 우리가 인도를 계속 점유하려고 하면 영국은 절대 그걸 두고보지 않을 겁니다. 사생결단을 낼 각오로 물고 늘어지겠죠. 그러면 결국 7년 전쟁처럼 모두가 패배하는 구도로 가게 될 뿐입니다. 어느 정도는 탈출구를 열어줘야 저쪽도 필요이상으로 들이받지 않을 겁니다.”
이번에는 재정총감이나 내무대신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대신 반대가 아닌 순수한 의문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신대륙의 저 모든 영토를 관리하는 게 가능할까요? 너무 과욕을 부리는 것 아닙니까.”
“당연히 못하죠. 하지만 여기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누벨 프랑스의 영역이 어마어마하게 넓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실속은 부족했다.
땅의 대부분은 개척되지 않았고 인구수도 영국의 식민지에 비하면 뒤떨어졌다.
그러니 그 광대한 땅이 제대로 관리가 될리가 없다.
“그러면 왕자 전하께서는 저 땅을 다 다스릴 수 없다는 걸 아시면서도 품어야 한다는 겁니까?”
“그래야 영국을 신대륙에서 완전히 축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3개 식민지가 독립하고 우리가 누벨 프랑스 영역을 손에 넣으면 영국은 자연스럽게 신대륙에 발을 붙일 수 없게 되죠.”
어설프게 영국 세력을 남겨뒀다가는 언제라도 예상치 못한 화근으로 자라날 위험이 있다.
신대륙의 안정을 위해 일차적으로 완수해야 할 건 무조건 영국의 완전한 축출이었다.
물론 영국 하나 없앤다고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영국이 사라진다면 그 다음으로 주의해야 할 대상은 독립할 13개 식민지입니다. 그러니 그들과 협상할 재료들을 갖춰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영토는 언제나 최고의 협상 카드가 되는 법이죠.”
슈아죌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우리가 저들을 도와서 독립을 도와줬는데 오히려 이쪽을 적대할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합니다.”
미국의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익히 짐작할 수 있는 미래다.
서부를 개척하며 그들이 내세웠던 구호인 명백한 천명.
미국인은 신세계에 민주주의를 전파하기 위해 신에게 운명을 부여받았다는 개떡같은 논리가 이번에는 이쪽을 향할 것이다.
물론 원주민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막무가내로 나오지는 않겠지.
처음에는 협상으로 해결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봐야 수틀리면 무력행사를 할 게 안봐도 뻔하지만 말이다.
그러기 전에 선심쓰는 척 일부분의 땅을 미국 쪽에 팔면서 내실을 다지면 된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나는 어디가 가치가 없고, 어디가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금싸라기 땅인지 알고 있었다.
돈 되지 않는 지역들을 적당히 떠넘기고 알짜배기 지역을 중심으로 인구를 불리고, 산업화를 촉진하면 된다.
다행히도 원 역사의 미국이 발전하는데 원동력이 된 땅들은 대부분 누벨 프랑스의 영역에 있었다.
어마어마한 철광석이 매장되어 있고, 해수를 정수하는 과정조차 필요없이 마음껏 담수를 끌어다 쓸 수 있는 오대호. 그리고 석유가 나오는 남부지대 등등.
괜히 미국이 축복받은 땅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다.
이런 지역을 선점해 최대한 효율을 뽑아먹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물론 이런 사실들을 다 털어놓을 수는 없으므로 적당한 핑계거리가 필요하긴 했다.
당장 슈아죌만이 아니라 모푸도 13개 식민지를 경계해야 한다는 데에 쉽게 동감하지 못하는 듯 보였으니.
“아무리 식민지들이 영토 욕심이 많아도 설마 자신들의 독립을 도와준 국가와 대립하려 하겠습니까.”
“총리님.”
그러나 나에게는 이들을 납득시킬 마법의 단어가 있었다.
“따지고 보면 저들도 영국인입니다.”
“아······.”
모든 대신들이 약속이라도 한듯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깨달음은 그렇게 순식간에 찾아왔다.
결론이 나왔다고 판단한 루이 15세가 흡족하게 웃으며 토론의 종결을 알렸다.
“역시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
대신회의가 끝나고 실내에는 나와 루이 15세, 그리고 모레파 백작만이 남있다.
“일단 결론이 나왔으니 다행이로군. 재정총감은 조금 소극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폐하. 앞으로의 목표가 확실히 정해진 이상 미온적인 태도를 지닌 이를 재정총감의 자리에 올려두는 건 위험부담이 크다고 사료됩니다. 다른 인물로 교체하심이 어떨런지요.”
“흐음···일리있는 말이로군. 크리스티앙,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교체 자체는 저도 찬성합니다. 다만 테레 재정총감은 지금까지 충실히 직무를 수행했으니 경질 보다는 인사 이동의 형태로 보직변경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교회의 조언자 역할을 한 경력도 있으니 종교대신의 자리를 맡기는 게 어떨까요?”
혹시라도 자신이 경질 당했다고 앙심을 품고 정보를 떠벌리면 이쪽이 곤란해진다.
적당히 체면을 세워주면서 다른 자리로 물러나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모레파 백작도 잽싸게 내 의견에 찬동했다.
“묘안이로군요. 역시 왕자 전하의 혜안은 남다른 데가 있습니다. 하하하.”
“그러면 테레의 후임으로는 누가 좋겠나. 어디 추천할 만한 인재라도 있나?”
순간 내쪽을 곁눈질하는 모레파의 시선이 강하게 느껴졌다.
내가 자신의 심복을 꽂아넣을까봐 견제하는 거겠지.
슈아죌에 모푸는 이미 내 라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에 재정총감까지 내가 임명하면 국정에 너무 깊게 개입하는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런 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모레파가 누굴 추천할지는 알고 있었고, 내게 선택권이 있더라도 똑같은 인물을 고를 테니 여기서 굳이 나설 필요는 없다.
이 자리에서는 모레파의 위신을 세워주는 척 뒤로 물러나는 게 더 모양새가 좋을 것이다.
“저보다는 모레파 백작님이 더 국정경험이 풍부하시니 적합한 인재를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러니 백작님이 추천하시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게 어떨까요?”
“그런가? 그럼 백작, 말해보게.”
예상대로 모레파 백작의 안색이 단숨에 환해졌다.
그는 고맙다는 듯 내게 살짝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경제학자와 관료들을 쭉 읊어댔다.
“···이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현재 안로베르자크 튀르고 드 라운 남작입니다. 지금 리모주의 행정관을 역임 중인데 일처리가 아주 깨끗합니다. 경제학 지식도 흠잡을 데가 없고 상업에 대한 이해도 깊습니다. 저로서는 현재 이보다 적합인 사람을 떠올릴 수가 없군요.”
“튀르고 남작이라···크리스티앙, 너도 들어본 적이 있느냐?”
“예. 굉장히 능력있는 행정관이라고 들었습니다. 적절한 인사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한다면 나도 반대하진 않겠다. 테레의 보직을 변경하고 그 자리에 튀르고 남작을 임명하도록 하지.”
“황공하옵니다!”
모레파 백작이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내쪽을 슬쩍 돌아보며 친근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었다.
나도 그를 향해 살짝 마주 미소지어준 뒤 루이 15세를 향해 인사를 올렸다.
최근 들어 나와 오귀스트의 사이가 부쩍 가까워졌고, 이 정도로 편을 들어줬으니 모레파 백작은 이제 나를 완전히 우군으로 여기고 있을 터.
여기에 프랑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재정총감을 자신이 추천했으니 한층 더 위세등등해질 것이다.
튀르고 남작이 원 역사보다 몇 년 일찍 무대 위로 등장하겠지만, 이건 상정범위 내다.
프랑스의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인 리모주를 크게 개선시킨 그의 능력은 이미 검증이 끝났으니 걱정이 되진 않았다.
모레파 백작이야 자신이 튀르고를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을 테지만 그것도 생각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역사대로라면 튀르고는 뚝심있게 개혁정책을 피다가 자신을 추천한 모레파 백작과 다른 귀족들의 격렬한 반대로 쫓겨나기 때문이다.
상업과 공업의 완전한 자유를 주장하며 누진세를 도입하려고 한 그의 정책은 확실히 지금 프랑스의 정세에는 필요한 개혁이었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고 개혁은 언제나 반대에 부딪치기 마련.
반대파의 거센 반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그는 결국 2년만에 자리에서 쫓겨나게 된다.
물론 내 존재가 있는 이번에는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프랑스 재정총감의 권한은 어떻게 보면 총리 이상으로 막강하다.
원 역사에서는 실각당했던 모푸처럼 튀르고 역시 내 영향력 안으로 끌어들이면 최소한의 밑준비는 전부 갖춰진다.
미안하지만 모레파 백작, 이번 기회도 내가 날로 먹겠습니다.
어차피 눈치 채지도 못할 테니 분할 일조차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