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68)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68화 나의 검이 되어라(68/355)
나의 검이 되어라
베르사유에서 프랑스의 앞일을 결정지을 중대한 결정이 내려지고, 일주일 뒤.
“안녕하십니까~! 먼길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조부 때부터 리모주의 관리에 임용되어 실무를 맡아온 베르농 달리오는 오늘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평정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역시 왕자 전하십니다! 미남이시라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소문조차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걸 오늘에서야 깨닫게 됐습니다!”
중앙 정계에서 최고의 상승가도를 달리는 거물이 방문한다는 연락 때문에 어제부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
루이 크리스티앙.
최근 프랑스에서 이 이름을 모르면 지방 부르주아라고 해도 무식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라마르슈 백작령은 리모주 바로 북쪽에 자리잡고 있으니 앞으로도 편하게 찾아주십시오.”
“이렇게 정성스레 맞아주니 고맙군. 자네 자식은 있나?”
“예. 어린 아들이 한 명 있습니다. 아내가 자식 교육은 파리에서 하는 게 좋다고 지금 파리의 콜레주를 알아보고 있죠. 아니···뭐 이런 걸···감사합니다! ”
베르농은 크리스티앙이 건네는 추천서를 재빠르게 품속에 넣었다.
지방 부르주아라고 해도 파리로 올라가면 결국 촌놈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이들에게 왕자의 추천서는 천금과도 바꿀 수가 없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흐뭇한 웃음을 숨기지 못하는 그에게 크리스티앙은 여기에 온 본론을 꺼냈다.
이미 크리스티앙의 성의를 전부 챙긴 베르농은 당연히 자신이 아는 모든 걸 그대로 털어놓았다.
이내 이야기가 끝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몇 번이나 고개를 굽신거렸다.
“···제가 곧바로 튀르고 행정관님을 모시고 오겠습니다. 일러주신 대로 아래 사람들의 입단속은 철저히 시켜두겠습니다.”
베르농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는 제자리에서 뛰어오르고 싶은 기분을 있는 힘껏 억누르며 미소를 지었다.
“크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왕자 전하의 추천서를 받다니. 당장 마누라에게 가서 자랑해야지. 감사합니다 왕자 전하, 충성충성!”
한 시간 뒤 베르농은 엄숙한 인상의 중년인과 함께 돌아왔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왕자 전하. 리모주 행정관 튀르고입니다.”
“만나서 반갑네. 자네의 관한 이야기는 파리에서도 많이 들었네.”
“하하, 그럼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베르농은 눈치 빠르게 바로 자리를 피했다.
홀로 남은 튀르고에게 크리스티앙은 서신 한 장을 건넸다.
“이야기는 들었겠지? 모레파 백작이 폐하께 자네를 재정총감으로 추천했네.”
“예. 분에 넘치는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왕자 전하께서도 찬성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행정관의 자리는 옛날에는 사실상 총독과 다를바가 없었지만, 왕권이 강화된 이후에는 위신이 조금 떨어졌다.
중앙에서 파견나온 관리들이 여러 분야에서 총독의 권한을 분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튀르고는 프랑스에서 빈궁하기로 둘째라면 서러운 리모주의 행정관이었다.
이곳의 행정관이 재정총감으로 취임한다는 건 엄청난 출세였다.
상당한 부담이 갈만한데 튀르고의 안색은 의외로 담담하기만 했다.
“보아하니 거절할 마음은 없는 것 같군. 그러면 저 자리에서 어떤 정책을 펼 생각인지 들어봐도 되겠나?”
“지금 제 대답에 따라 제 임명에 찬성한 전하의 의견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입니까?”
“그럴 일은 없으니 안심하고 말해보게.”
튀르고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크리스티앙의 얼굴을 살폈다.
그 정도의 거물이 갑작스레 자신을 찾은 건 분명 단순한 이유는 아닐 거란 확신은 들었다.
어쩌면 이건 어떤 종류의 시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별로 개의치는 않았다.
어차피 현 프랑스의 문제점은 너무 명백해 과격한 처방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우선 가장 시급한 건 왕실의 지출을 줄이고, 중구 난방인 세금 제도를 통일하는 겁니다. 그리고 방만한 집행을 막기 위해 일정 이상의 지출은 반드시 제 동의를 거치게 만든 뒤, 토지세를 일원화할 생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곡물의 자유 거래를 허가하고 투기를 금지시켜야 합니다. 여기까지만 시행해도 프랑스의 부채는 눈에 띄게 줄어들 거라 확신합니다.”
“역시···내가 생각했던 그대로군. 부채를 줄이기엔 효과적인 수단이겠어.”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프랑스가 정상화 되는 것보다 자네가 그 자리에서 쫓겨나는 게 훨씬 빠를 것 같은데.”
이미 익숙한 반응이었기에 튀르고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개혁의 반대 세력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죠. 리모주의 행정관이 되었을 때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실적으로 증명하면 됩니다. 저는 자신 있습니다.”
실제로 리모주는 튀르고가 맡은 이후 지방의 사정이 크게 개선 됐다.
이런 확실한 실적이 있었기에 모레파 백작도 그를 새로운 재정총감으로 추천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성공의 기억이 앞으로는 되려 튀르고의 목을 조르게 된다.
“자네가 간과하고 있는 치명적인 요소를 하나 알려주겠네.”
“······?”
“리모주에서 개혁 정책을 펼 때 자네에게 반대한 이들은 고작해야 소작농 몇 명 데리고 있는 지주들 정도에 불과했겠지. 하지만 앞으로 자네가 그런 정책을 펼 때 반대할 이들의 명단을 뽑아본 적 있나?”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습니다. 그래도 저 역시 재정총감으로서 권한을 확실히 행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폐하의 허가가 있다면 저들이 반대해본들 실적으로 찍어누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이론을 그 무엇보다 확신하며, 타협 따위 하지 않는 강직한 성격.
게다가 지금까지 계속 결과를 낸 사람일수록 이런 종류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크리스티앙은 어째서 튀르고의 개혁이 완벽하게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튀르고, 재정총감은 그 누구보다 정치적이어야 하는 자리라는 걸 알고 있나?”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강력한 권한을 가진 이가 정치적인 이유로 정책을 집행한다면 많은 폐단이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그 반대일세. 정치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사람일수록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고 더 큰 혼란을 야기할 테니까.”
“그건 결국 현실과 타협하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그렇게 해서는 이 병든 시대를 치료할 수 없습니다. 썩은 부위는 과감하게 잘라낼 정도의 확고한 신념과 결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중앙에서도 한창 실세로 발돋움 하고 있는 크리스티앙의 앞에서 이렇게까지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중요한 자리에 취임을 앞두고 있는 자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티앙은 눈앞의 남자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말 잘했네. 자네는 지금 이 프랑스가 중병에 걸린 환자처럼 시름시름 앓고 있다고 여기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보통의 사람이라 해도 중병에 걸린 환자를 일으켜 세우려면 엄청난 수고가 들어가지. 그런데 그런 국가를 바로 세우는데 어느 정도의 수고가 들어갈지는 생각해 본적이 있나? 자네 혼자 힘으로 그걸 해낼 수 있다? 그러면 애초에 그 나라는 병든 상태가 아니었단 거겠지.”
“······.”
튀르고는 입을 열어 반론을 펼치려 했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우선 자네를 지켜줄 수 있는 그늘을 만들고 개혁에 반대할 정적들을 억누를 수 있는 수단부터 만들어 두게.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정론을 외쳐도 공허한 울림으로만 끝날 테니.”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정책을 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럴만한 연줄도 없고······.”
“그러니 내가 여기 온 거라네.”
“전하의 편에 붙으라는 회유입니까?”
“아니, 이건 기회일세.”
튀르고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기회라니요?”
“현실의 벽에 무릎 꿇은 실패한 개혁가로 남을지, 아니면 뿌리깊게 내려오던 프랑스의 병폐를 끊어낸 위대한 개혁가로 남을지. 자네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겠네. 나는 자네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강요 따위는 하지 않을 생각일세. 자네가 직접 고르도록.”
크리스티앙은 거기까지만 말하고 몸을 일으켰다.
정말로 그가 문을 열고 나가버리려 하자 튀르고의 눈이 커졌다.
“만약 제가 거절하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크리스티앙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의 시선이 당황한 튀르고의 몸을 가볍게 훑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걸세. 강요하지 않을 거라고 했으니.”
“······.”
“하지만, 자네는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네. 나는 가봐야 할 데가 있으니 나중에 베르사유에서 다시 보도록 하지. 그때 대답을 들려주게.”
“어떤 근거로 제가 왕자 전하의 손을 잡을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크리스티앙이 피식 웃었다.
튀르고의 떨리는 눈동자만 봐도 그의 속내는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
“말하지 않았나. 나는 자네를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어차피 이런 유형의 사람을 상대로 강압적인 방법을 써봐야 역효과가 날 뿐이다.
그 말을 끝으로 크리스티앙은 무심히 관저를 나섰다.
그런 뒤, 수행원들과 합류해 마차에 올랐다.
어떤 답이 돌아올지는 굳이 보지 않아도 알수 있다.
튀르고는 강직하긴 해도 완전히 꽉 막힌 사람은 아니다.
이 정도로 말했다면 자신도 강력한 세력의 비호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깨달았을 것이다.
게다가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인물인 만큼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을 터.
튀르고까지 포섭하게 되면 사법과 경제라는 양 축이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들어오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건 단 한 가지.
지금은 그렇게까지 필요성이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그 마지막 한 조각의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 크리스티앙은 걸음을 서둘렀다.
※※※
육지와 떨어져 있는 섬은 보통 대륙에서 큰 사건이 터져도 자신들끼리 지지고 볶느라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코르시카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원래부터 이 섬은 쉴 새 없이 주인이 바뀌는 파란만장한 역사를 자랑해왔다.
어떨 때는 동로마 제국령이었다가, 롬바르드인의 손에 들어갔다가, 교황령에 속했다가, 잠깐 영국에게 종속되었다가 현재는 프랑스의 손에 떨어졌다.
지리적으로 따지면 프랑스보다 이탈리아에 가까웠고 최근에는 제노바 공화국의 영토였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반란 때문에 정나미가 떨어져버린 제노바가 코르시카를 프랑스에 팔아버렸다.
물론 프랑스가 들어온 뒤에도 반란은 계속 일어났다.
그래도 프랑스 세력이 본격적으로 들어오자 혁명세력은 더 버티지 못했다.
혁명의 중심이었던 파스콸레 파올리는 그대로 영국으로 망명했고, 그의 원조자였던 카를로 부오나파르테는 프랑스의 밑으로 들어갔다.
이 땅을 안정시키는 임무를 맡고 파견된 총독 마르뵈프는 자신을 돕기 위해 먼길을 온 나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설마하니 진짜로 와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내가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찾아와야지. 코르시카가 앞으로도 계속 프랑스의 땅으로 남아있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라는 게 국왕폐하의 뜻이니.”
“예. 저도 계속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런데···제가 폐하께 부탁드렸던 사안은 어떻게 됐습니까?”
“훌륭한 제안이더군. 그래서 내가 직접 폐하께 부탁드려 자네가 했던 제안보다 더 광범위하게 귀족 작위를 내려주기로 했네. 수여는 내가 직접 하도록 결정 됐고.”
친 프랑스파로 분류되는 코르시카의 유력자들을 프랑스의 귀족으로 인정해주는 것.
정석적이지만 그만큼 최고의 효율을 보이는 방법이다.
“오오, 감사합니다. 이걸로 코르시카에서 제 체면도 확실히 살겠군요.”
“그러라고 내가 직접 온 거라네. 프랑스에서 이 땅을 신경쓰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데는 이런 식의 보여주기가 최고이니. 자네가 뒤를 봐주는 지역 귀족의 이름이 뭐라고 했지?”
“부오나파르테 말입니까? 안 그래도 전하께 인사를 시키려고 옆 방에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불러올까요?”
“그러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르뵈프는 잽싸게 사람을 보냈다.
정말로 바로 옆방에 있었는지 몇 초 지나지도 않아 잔뜩 긴장한 젊은이가 안으로 들어왔다.
마르뵈프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직 서른도 채 되지 않아 보이는 젊은이를 반갑게 맞이했다.
“자자, 인사하게. 이분이 바로 루이 크리스티앙 왕자 전하일세. 자네도 천연두 백신에 관한 이야기는 들어봤겠지? 바로 그걸 만드신 분이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크리스티앙 왕자 전하.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카를로 부오나파르테입니다.”
“반갑네. 자네가 그토록 프랑스에 협력적이라지? 폐하께서도 자네의 충심에 굉장히 만족하고 계신다네.”
카를로는 허리를 숙인 채 내가 내민 손을 공손히 부여잡았다.
“저야말로 위대한 폐하의 관대한 처분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저희는 절대로 대 프랑스의 뜻에 거스르지 않고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자네는 이제부터 정식으로 프랑스의 귀족일세. 내일 있을 행사에서 이 사실을 정식으로 공표하기로 하지. 그리고 나도 개인적으로 자네에게 선물을 좀 주고 싶은데.”
“아닙니다! 저는 그런 대가를 바라고 충성을 하는 게······.”
나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휙휙 젓는 카를로를 못본 척 하고 준비해온 서류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개인적으로 베푸는 호의이니 사양치 말고 받게. 자네 혹시 아들이 있나?”
“예···2년 전에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그래? 그럼 그 아이의 장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내 이름을 빌려주겠네. 중앙의 군사학교와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추천서 정도면 어떻겠나? 물론 무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다 조치해두겠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사람이란 자식과 장래와 관련된 일이라면 자연스레 맹목적인 경향을 띠게 된다.
그것도 보통 특권이 아니라 한 나라의 왕족이 뒤를 봐준다고 하면 눈이 뒤집히는 게 당연한 반응이다.
“2년 전에 태어났다는 둘째 이름이 뭔가?”
“나브리오네···아니, 이제부터는 프랑스인이니 프랑스의 이름을 써야겠군요.”
카를로는 혹여라도 내 마음이 변할까 싶어 재빠르게 아들의 프랑스식 이름을 입에 담았다.
“나폴레옹.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입니다.”
“그래···그 이름. 정말 좋은 이름이로군.”
“···그,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프랑스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코르시카까지 굳이 찾아온 건 처음부터 이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기분 좋은 희열을 만끽하며 추천서에 천천히 그 이름을 써넣었다.
이로써 내 가장 강력한 힘이 되어줄, 마지막 퍼즐의 한 조각은 순조롭게 내 손에 떨어졌다.
아직 머나먼 미래의 일이지만 이 아이가 자라서 나의 검이 되는 그 날.
나에게 더 이상의 약점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