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6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69화 누구나 다 계획은 있다(69/355)
누구나 다 계획은 있다
코르시카의 지역 유지들을 달래주는 작업은 순조롭게 끝났다.
프랑스에 협력하는 대부분의 유지들은 귀족의 작위를 받고 크게 만족해하며 충성을 맹세했다.
내가 그 중에서도 특히 신경쓴 쪽은 역시 보나파르트 가문이었다.
코르시카에 머무는 동안 보나파르트 가문의 가장인 카를로와 내내 붙어 다니며 다방면으로 그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생각해보니 둘째 아이의 편의만 봐주는 건 공정하지 않지. 첫째 아이 역시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내가 손을 써주겠네.”
“왕자 전하. 정말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코르시카에서 머문 지 사흘 째가 되는 날.
카를로는 드디어 날 자신의 저택으로 초대해 가족들을 소개시켜주었다.
이제 곧 두 살이 되는 나폴레옹을 한 번 안아보기도 하고 그의 어머니인 레티치아 보나파르트와도 인사를 나눴다.
굉장한 미인인 그녀는 프랑스의 왕자인 내가 아이들의 뒤를 봐준다는 사실에 감격을 숨기지 못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자란다면 언제나 전하의 도움을 잊지 말라고 교육하겠습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네. 호의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것이니. 그저 앞으로 코르시카 사람들이 프랑스의 국민으로서 적응해나가는데 도움을 주고 싶었을 뿐이라네.”
일국의 왕자가 가장 외딴 곳에 위치한 변경지역에 이토록 신경을 쓰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잠깐 얼굴만 비치고 가버릴 거라고 생각한 내가 꽤 오래 머물자, 코르시카 사람들도 제법 호의적인 반응을 보내주었다.
물론 나와 함께 온 데옹은 나의 이런 행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전하. 코르시카에 이토록 오래 머무시는 게 어떤 정치적인 이유가 있으신 겁니까?”
“글쎄.”
“리모주야 전하의 영지 바로 붙어 있는 수준이고 차기 재정총감을 포섭한다는 의도가 있었겠지만···코르시카는 그저 시간을 축내고 있는 게 아닐런지요.”
루이 15세와 거래를 끝낸 데옹은 이제 사실상 나와 마리의 전담 호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녀···아니, 그의 입장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란을 일으켰던 땅에 내가 있는 게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 온 목적은 다 달성했으니 이제 슬슬 돌아가야지.”
“코르시카의 안정화가 왕자 전하께서 노리신 목적이었습니까? 이곳이 그 정도로 전략적인 가치가 있는 땅인지······.”
“있지. 지금이야 누구도 알지 못하겠지만.”
당연히 코르시카 그 자체에는 나도 아무 관심이 없었다.
내게 있어 이곳의 존재 의의는 나폴레옹이 태어나고 자랄 땅이라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정도의 관심을 기울일만한 가치가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 나폴레옹이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써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지중해의 촌구석이 어떤 가치가 있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전하께서 그렇게 확신하신다면 이유가 있긴 하겠군요. 혹시 다른 이들의 귀에 들어가면 안 되는 비밀사항입니까?”
“말해도 이해 못 할걸.”
상식적으로 아직 걸음마도 못한 아이의 재능을 꿰뚫어보고 투자를 했다는 말을 한다면 정신병자 취급이나 당하겠지.
이런 말은 데옹이 아니라 마리에게도 할 수 없다.
전후사정을 모르는 데옹이야 답답하겠지만 뭐 어쩌겠는가.
억울하면 자신이 왕자 하든가.
“어쨌든 목적은 다 달성하셨다고 하니 저는 슬슬 돌아갈 일정을 잡아보겠습니다.”
“그래. 부탁하지. 이 이상 늦어지면 진짜 마리가 울 수도 있으니까 빨리 가긴 가야겠어.”
“그러면 가시자마자 바로 튈르리 궁으로 돌아가시겠군요.”
“아니, 그전에 베르사유로 가지. 만나서 달래줘야 할 사람이 있거든.”
데옹은 이번에야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왕자비 마마에게 가는 게 최우선 아닐까요?”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삐진 노인네 한 명만 적당히 어루만져주면 되는 문제라.”
“노인이라면···?”
“튀르고에게 밀려나간 테레 전 재정총감. 그 노인이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겠어? 경질 대신 인사이동 정도로 물러나게 해줬지만 사람이라면 앙금이 남지 않을 수는 없겠지.”
데옹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최대한 영국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전쟁준비를 끝마치는데 있었다.
루이 15세는 모든 국무경들에게 절대 이 일을 발설하지 말라 엄명을 내렸다.
만약 섣부르게 입을 놀리는 자가 있다면 반역에 준하는 형벌을 내리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지금쯤이면 대신들은 대체 어떻게 하면 티를 내지 않고 전쟁 예산을 편성할 수 있을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 중일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절대 새어나가지 않는 비밀이란 없는 법.
이런 계획을 진행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배신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불만을 품은 채 쫓겨나는 이가 있으면 안 된다.
“베르사유를 떠나기 전에 적당히 잘 말해뒀으니 테레도 이해하고 있겠지.”
“그럴 겁니다. 상식적으로 아무리 불만이 있더라도 반역을 저지르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니까요.”
데옹의 확신에 나도 이견은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제나 본인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두고 일을 계획한다.
그건 테레도, 데옹도, 심지어 나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게 바로 사람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
···최근의 프랑스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친밀하게 지내는 귀족들에게도 그렇지 않느냐 물어봐도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다.
원인이 무엇인지는 명백했다.
“크리스티앙 왕자···이 모든 일의 중심에는 역시 그 자가 있어.”
돌이켜보면 천연두 백신 사건 때부터 뭔가가 이상했다.
“그 인간은 대체 뭐지···? 아무리생각해도 이해를 할 수가 없어. 수완이 지나치게 좋은 거 아닌가?”
오를레앙공은 아무리 이해해보려 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뜬금없이 천연두를 박멸시킬 수 있는 수단을 만든 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가끔씩 시대를 앞서나가는 그런 천재들이 나오긴 나오니까.
하지만 사람의 능력이란 한계가 있는 법이고 혼자서 모든 걸 해낼 수는 없다.
과학의 천재인 이가 정치나 외교에서 천재일 가능성은 한없이 낮았다.
그런 부조리한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고, 있어서도 안 됐다.
“그런데 그 인간은 대체 뭐지······.”
행적을 쭉 보고 있자면 지금까지의 상식이 전부 파괴되는 것만 같았다.
“백신을 만들고···대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테레지아에게서 딸을 얻어냈고, 교황과의 관계를 개선했지.”
그뿐만이 아니다.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으나 이번에 신대륙에서도 쓸만한 정보를 물어온 모양이었다.
신대륙에 관한 정보는 현 프랑스에서 아무도 아는 이가 없을 텐데 대체 어떤 수로 반년 만에 성과를 내서 돌아왔을까.
아들인 샤르트르 공작은 크리스티앙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는 듯 했으나 지금까지는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아들의 능력을 잘 아는 오를레앙공은 이 또한 의문이었다.
분명히 그 정도로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알고 있다면 어딘가에 출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백방으로 수소문해봐도 티끌만한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게 현실이다.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이쪽의 움직임이 노출됐을 가능성도 있었다.
“역시 무슨 일이 있었어도 오스트리아에서 치워버렸어야 했거늘······.”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놓쳐버린 게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이제는 암살 따위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됐다.
어디를 갈 때도 왕자의 옆에는 최고 정예들이 붙어 다녔으며, 음식도 신원이 확실한 이들이 앞서 수 차례나 맛을 보기 때문이다.
음식의 유통 경로도 전부 철저하게 조사하는지라 허튼 짓을 할 틈도 없었다.
“쯧···이 상황을 뒤집을 무언가가 필요한데······.”
정말로 최악인 건 이 크리스티앙이 현 왕태자와 사이가 좋아져버렸단 것이다.
본래는 크리스티앙이 왕태자 파에게 위협이 된다는 공작을 펼칠 계획이었다.
그렇게 해서 왕실이 서로 대립해 서로가 서로를 갉아먹는다는 게 최고로 이상적인 구도였다.
하지만 크리스티앙이 지속적으로 왕태자의 위신을 세워주자 왕태자 파는 크리스티앙에 대한 경계를 완전히 꺼버렸다.
특히 왕태자파의 선봉격인 모레파 백작은 이제 완전히 크리스티앙을 자신과 한패라 인식하는 듯 보였다.
이대로 가면 결국 자신의 꿈은 이룰 수 없는 잠깐의 망상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거기까지라면 그나마 괜찮다.
만약 크리스티앙이 오를레앙공이 꾸몄던 음모를 아는 날이 온다면?
그날로 가문은 풍비박살이 날 것이고, 오를레앙 공작의 작위는 전부 왕가에게 몰수당할 게 뻔하다.
그런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즉, 이제 오를레앙 공에게 선택지 따위는 없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크리스티앙을 무너뜨려야 한다.
그러나 원형 탈모가 올 정도로 고민을 해봐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신은 정녕 자신을 버렸다는 말인가.
이쪽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괜히 엄한 신에게 원망을 품으려던 순간, 다행히도 그에게 구원의 손길이 날아들었다.
“공작님, 마리 테레 재정총감이 뵙기를 청하고 계십니다.”
“재정총감이?”
평소 그렇게 많은 교류가 있었던 사이는 아니지만 오를레앙공은 반색하며 그를 맞았다.
최근 들어 그가 국왕과 뭔가 틀어진 것 같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진위 여부는 아직 모르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시종의 안내를 받아 들어온 테레는 척 봐도 그리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들었었는데 아무래도 그 소문은 사실이 아닌가 싶었다.
“오랜만입니다, 공작님.”
“예. 그동안 일이 많아 제가 베르사유로 그리 많이 가지 못했었지요. 헌데 격무에 바쁘실 재정총감께서 어인 일로 여기까지 찾아오셨습니까?”
“하하···이제 재정총감이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전 재정총감이지요.”
“예? 그게 무슨······.”
“뭐, 뻔하지 않겠습니까. 폐하의 정책에 반대하다가 짤린 거지요.”
직설적인 테레의 말에 오를레앙공은 화들짝 놀랐다.
“아니···그게 정말입니까?”
“제가 여기까지 와서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곧 정식 발표가 있을 겁니다.”
“허어······.”
“신세한탄을 하고 싶어도 이제 베르사유에 이제 제 자리는 없는 듯 하더군요.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파리로 오게 되었습니다. 아니···생각해 보니 파리도 그리 달갑지는 않군요. 여긴 크리스티앙 왕자가 있으니.”
테레의 목소리 깊숙한 곳에는 분노의 감정이 묻어 있었다.
오를레앙공은 어쩌면 이게 돌파구가 되어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그가 은근히 테레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슬쩍 속내를 떠보았다.
“크리스티앙 왕자는 아닌 척 하면서 베르사유에서 자신의 세력을 키우려는 듯 합니다. 저로서는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는군요.”
“공작님의 말씀대로입니다. 능력이 좋은 건 알지만 요새 조금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폐하의 신뢰를 등에 업고 기고만장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반박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더군요.”
오를레앙공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러니까 최근에 이들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었다는 건 확실했다.
“허허···대체 어떤 문제였기에 폐하께서 지금까지 프랑스에 헌신해온 당신을 경질하셨단 말입니까.”
“아, 그게···쯧. 아닙니다. 저도 마음 같아서는 확 털어놓고 싶은데 보안을 지켜야 하는 일이라 발설하기가 곤란하군요.”
“비밀이라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딱히 뭔가를 캐내려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지금까지 수십년을 프랑스에 헌신한 재정총감께서 이렇게 물러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뿐입니다.”
“저도 솔직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허, 참···왕자라고 해도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무얼 알겠습니까. 요즘 젊은이들은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이 부족합니다. 저희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죠.”
테레는 끊임없이 투덜거리며 한탁자를 두드려댔다.
“확실히 그런 경향이 있다는 건 저도 동감합니다. 그런데 재정총감께서는 이렇게 손놓고 물러나실 생각이십니까?”
“어쩌겠습니까. 폐하께서 왕자를 그렇게나 믿고 계신데.”
“그렇다면 그 왕자의 신뢰를 떨어트리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혹시 어떤 묘수라도?”
테레는 아닌척 하면서도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을 다 숨기지 못했다.
“저 혼자서는 무리지만 재정총감께서 도와주신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크리스티앙 왕자가 실각한다면 저도 계속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테니···만약 공작님의 계획이 그럴싸하다면 저도 한 팔을 보탤 의향은 있습니다.”
“예. 그럼 들어보십시오. 지금 크리스티앙 왕자는 별로 약점이랄 게 없습니다. 하지만 공략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죠. 그가 가장 아끼는 대상이 있지 않습니까.”
“···왕자비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오를레앙공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마리 앙투아네트.
지금이야 파리에서 최고의 인기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떨어졌을 때 타격이 큰 법이다.
그리고 아내의 사회적인 명성에 금이 간다면 그건 자연히 남편 쪽에도 타격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재 파리에서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왕자비를 모함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테레는 냉정하게 그 점을 지적했다.
“어떻게 보면 크리스티앙 왕자만큼이나 건드리기 힘든 인물이 앙투아네트 왕자비입니다. 무슨 수를 쓰실 겁니까?”
“최근 폐하께서 정부인 뒤바리 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보석상에게 이 대륙에서 가장 훌륭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만들라 주문했습니다. 재정총감께서 도와주신다면 이건을 이용해 덫을 놓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렵게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
오를레앙공은 이번에야말로 다짐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라면 할 수 있다.
이 답답한 상황에 비친 한 줄기 서광을 가문의 빛으로 승화시켜 보이리라.